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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 회

제 2 장. 후삼국

7


발해관은 723년에 당나라 등주로 오고가는 발해의 사신들을 영접하고 맞아들이기 위해 설치되였던 자그마한 숙박소를 부르는 호칭이였다.

그러던것이 상인들이 숙박하는 무역중계소의 역할을 겸하면서 차츰 크게 변모되여 어느덧 옹근 하나의 거리를 형성하게 되였던것이다.

자그마한 숙박소에 불과한 한채의 건물이 나중에는 수십동의 건물과 큰 절까지 가진 거리로 발전한것이다.

이렇듯 큰 상업거점으로 일떠선 후에도 여전히 초시기처럼 발해관으로 불리웠다.

732년에 진행된 발해군의 등주에 대한 선제공격시 등주성은 통채로 불타고 완전파괴되였다가 3년후인 735년 국교가 회복되면서 이전보다 더 크게 확장되였다.

오히려 그 규모나 크기, 상주하는 상인들의 인원에 있어서는 당나라와 오랜 연줄을 맺고있는 신라방보다 크면 컸지 못하지 않았다.

이러한것으로 하여 등주자사를 비롯한 당나라것들은 비록 발해사람들을 웃는 얼굴로 대해도 속으로는 이를 갈며 미워하였으며 발해국이 점점 쇠락해지는 지금에 와서는 아예 로골적으로 질시하는 형편이였다.

능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응통은 발해관의 총관인 여노자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림시변통으로 자금을 융자받으려는것이 아니라 당나라것들과 맞서려면 발해상인들과 손잡는 방법외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한것이였다.

응통은 능환을 앞세우고 발해관을 찾아갔다.

소문그대로 발해관은 대국인 발해의 상업거점답게 규모가 등주의 다른 저자거리들을 압도했다.

각국의 상인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포구에서는 방금 배에서 내린 짐들을 실은 부담마들이 길이 메여지게 움직이고있었다.

응통은 발해관의 총관인 여노자가 있는 아압소부터 찾았다.

큰 부자집폭의 건물에 들어서니 연통을 받고 마중나온 차인이 그들을 총관의 방으로 안내했다.

나이가 쉰을 넘긴듯싶은 풍신좋은 중늙은이가 능환이와 응통을 맞아주었다.

응통은 그가 발해관의 총관인 여노자라고 짐작했다.

《송악의 동시전행수가 바다를 건너왔다고 하기에 나와 비슷한 년치인줄 알았더니 이렇듯 새파란 젊은이였구려.》

여노자는 응통을 대하고 그가 너무 젊은데 대하여 몹시 놀라는 눈치였다.

그들이 좌정하고 앉자 사환이 차를 가져왔다.

《자, 얼마전에 서호의 장사군들이 보내준 룡정차요. 예로부터 중원의 황제라는자들만 마시는 차라고 하니 한번 맛들을 보시오.》

여노자는 차를 권하고나서 자기도 한모금 마시는것이였다.

능환은 향긋한 차향을 들이키고나서 감탄하듯 말을 꺼냈다.

《확실히 서호 룡정차는 그 향부터 다르오이다. 저도 몇년전에 서호로 장사거래를 갔을 때 룡정차를 사들이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그곳 사람들이 얼마나 통제를 심히 하는지 끝내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소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그 지방 장사군들과 안면을 익히고 거래를 하지 않았더라면 룡정차를 대량적으로 구입할수 없었을것이요.》

여노자가 이렇게 은근히 자랑하는 어조로 말하자 지금까지 잠자코 차만 마시고있던 응통이 쓰겁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선 당나라장사치들에게 속으셨소이다.》

응통이 단마디 말로 부정하자 능환과 여노자는 소스라쳐 놀랐다.

여노자는 아연한듯 응통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 그 근거가 무엇이요?》

말이 여기까지 와닿자 제일 바빠난것은 능환이였다.

능환은 차탁밑으로 응통의 다리를 건드리며 그만하라는 신호를 연방 보냈으나 응통은 제 고집대로 말을 계속했다.

《룡정차는 차향이 기본인것이 아니라 그 맛이 독특하여 이름을 날리게 된것이지요. 제가 맛을 보니 차향은 비슷하나 맛은 역시 고유한 제맛이 나지 않소이다. 이 차는 융계화청차로서 룡정차와 맛이 비슷한것으로 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속아넘어가기가 쉽소이다. 남방에서 역시 명물로 쳐주는 차이지만 값이 엄청나게 차이나기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룡정차라 속여 돈을 버는 장사치들이 많다고 들었소이다.》

여노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설마하니 아들벌밖에 안되는 애젊은 응통의 식견이 이렇듯 넓은줄은 상상도 못했던것이다.

《어떻게 차에 대해서 그리 잘 아오?》

여노자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응통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송악고을은 온갖 물산이 모이는 곳이라 중원의 차도 여러 종류가 들어오군 하오이다. 차를 모르고서야 그들과 거래를 할수 없기에 공부를 했을뿐이지 아직 모르는것이 많소이다. 어르신께서 많이 가르쳐주소이다.》

여노자는 응통의 식견에 감탄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거 내가 내 생각만 하다나니 손님들에게 실례하였구려.… 무슨 일로 날 찾아왔소?》

응통은 정색하여 자기가 발해관을 찾아온 사연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비단을 전매하여 당나라상인들의 불매동맹을 깨버리겠다는 응통의 이야기를 참을성있게 마지막까지 다 들은 여노자는 단마디로 거절하였다.

《자네의 그 기개는 마음에 들지만 그건 역시 꿈에 불과하오.》

《어째서 싸워보지도 않고 맥을 놓으려는것이오이까? 제가 듣기로는 발해상인들도 당나라관원들의 로골적인 질시와 배타적인 태도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고 들었소이다. 이럴 때 동족의 상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대항한다면 어찌 성공할수 없겠소이까?》

응통이 안타까움에 어성을 높이며 나섰으나 여노자는 여전히 바위처럼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대가 아니라도 나 역시 상도를 무시하는 당나라것들과 사생결단으로 맞서고싶으나 이 일은 나 혼자만이 아닌 숱한 상인들의 명줄이 걸린 문제이기에 선뜻 결심을 할수 없는것이요.》

응통이 입을 벌리려는데 갑자기 문밖이 부산스러워지며 낯색이 하얗게 질려버린 차인행수가 허둥지둥 뛰여드는것이였다.

《무슨 일이냐?》

소스라쳐 놀란 여노자가 차인행수를 향해 소리쳤다.

《큰… 큰일났소이다. 총관님의 따님인 수나아씨가 방금전에 산… 산적들에게 랍치되였다고…》

《뭐야?!》 여노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나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놀란 응통이네가 차인행수와 함께 바삐 돌아치며 구완을 해서야 여노자는 가까스로 피여났다.

하지만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한동안 넋을 잃은 사람처럼 공허한 눈길로 천정만 올려다보는것이였다.

보다못해 응통이와 능환이가 말을 시켜서야 차인행수가 두서없이 여노자의 딸이 랍치된 사연을 이야기하는것이였다.

수나는 이제 열여섯살밖에 안된 처녀로서 여노자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금지옥엽같은 외동딸이라는것이였다.

일찌기 어머니를 잃은것으로 하여 여노자가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가 애지중지 키워왔는데 그런 귀한 외동딸 수나가 옥왕묘에 치성을 드리러 갔다가 그만에야 산적에게 붙잡혀갔다는것이였다.

《산적들이 애매한 사람을 붙잡아갔으면 그 리유가 있을게 아니요?》

응통이 이렇게 차인행수에게 물어보자 옆에서 능환이가 제꺽 주를 달았다.

《그거야 보나마나 몸값을 요구하는것이겠지.…》

《그래 산적들이 얼마만큼의 몸값을 요구하오이까?》

응통의 이런 물음에 차인행수는 넋을 잃고 천정만 올려다보는 여노자의 앞에서 차마 말을 꺼내기가 저어되는지 한참만에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

《놈들은 아가씨의 몸값으로… 오만냥을 요구하…》

응통이와 능환은 꿈쩍 놀라 서로 돌아보았다.

오만냥이라면 여간 큰돈이 아니였다.

아무리 한다하는 상인도 선뜻 내놓을수 없는 거액의 돈이였다.

《왜 이러고만 있는것이오이까. 빨리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산적들이 아가씨를 해칠지도 모르오이다.》

차인행수가 안타까운듯 소리쳤다.

응통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전부터 안면이 있는 능환이가 멍하니 넋을 놓고있는 여노자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총관어른, 어서 결심을 내리셔야지요.… 따님을 구원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 말에 비로소 정신을 차린듯 자리에서 일어선 여노자는 마치 낯선 사람들을 둘러보듯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의 눈길이 하도 처량하여 응통이와 능환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떨구었다.

《나의 불행을 동정해주는것은 고맙소. 하지만…》

잠시 말을 끊었던 여노자는 랭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듯 차겁게 말끝을 맺었다.

《나는 그가 설사 총관의 딸이 아니라 임금의 딸이라고 해도 우리 동료들의 피땀이 스민 돈으로는 절대로 거래하지 않을것이요.》

발해관을 나온 응통과 능환은 저자거리에서 맨 처음 맞다드는 차집에 들어가앉았다.

사환이 가져온 차잔을 놓고 한참이나 골똘히 생각하던 응통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형님, 난 저 여노자총관이 참으로 돋보이는군요. 그런 상황에서도 혈육보다 자기가 수하에 데리고있는 사람들부터 생각한다는것이 말처럼 쉬운가요?》

응통의 말에 능환은 방자하게 코웃음을 쳤다.

《흥, 꼬장꼬장한 늙은이의 태도가 무에 마음에 든다는거냐? 나라면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혈육을 구하러 달려갔을게다.》

《나도 처음엔 그리 생각하였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총관의 태도가 옳은것 같소이다. 아무리 총관이라고 해도 그 돈이 자기 돈이 아닌바에야 어찌 딸의 몸값으로 치를수 있겠소이까?》

응통이가 정색하여 말하니 능환이도 막무가내로 부정하기 어려운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네 말대로 그의 태도가 옳은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만간 외동딸을 위해서는 그보다 더한것을 내라고 해도 내놓을수밖에…》

《형님은 그렇게 생각해요? 만약 그가 제 살점을 떼내는 심정으로 놈들의 요구에 불응할 때면 일이 어찌되오이까?》

응통의 이런 물음에 능환은 쓰겁게 웃었다.

《어쩌긴 뭘?… 거야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니냐.… 결국 외동딸의 시신을 찾아가는수밖에…》

응통은 너무나 수월하게 이런 끔찍한 소리를 내뱉는 능환의 말에 놀라 한참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있었다.

잠시후 제정신을 수습한 응통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형님, 여노자총관의 딸이 산적에게 잡혀간것이 혹시 발해사람들을 질시하는 당나라관가것들과 련관되여있지 않을가요?…》

응통의 말이 여기까지 와닿자 능환은 와뜰 놀랐다.

《너 정신있니?… 여기가 어디라고 아무 말이나 망탕 내뱉느냐?》

능환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소리를 낮추어 입을 열었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니? 괜히 네 말을 듣고 여기 왔다가 우리 신라방까지 련루된다면…》

응통은 능환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어성을 높였다.

《그들은 우리와 동족이오이다. 이역땅에서 동족의 불행을 외면해서야 어찌 사내라고 할수 있어요?》

《뭐… 뭐라구?!… 네가 지금 제정신이냐? 하겠으면 너나 해보거라. 난 못해.》

능환이가 기겁하여 펄쩍 뛰는데도 응통은 물러서지 않고 집요하게 매달렸다.

《형님, 이럴 때일수록 물러설것이 아니라 주동적으로 나서야 하오이다. 우리 짐작이 옳다면 발해사람들을 베버린 당나라것들의 칼이 다음엔 누구 목을 겨누게 될것이오이까?》

능환은 아연하여 응통을 굽어보다가 갈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오지랍이 넓은줄은 안다만 이렇게까지 나설줄은 천만뜻밖이로구나. 이 일은 저자거리의 불량배들과 싸움을 벌리는것과는 전혀 다르다는걸 알아야 한다. 상대는… 산적이야.》

응통은 능환의 도움이 없이는 이 일이 성사되기 어려웠기때문에 은근한 어조로 달래기 시작했다.

《형님, 여기 등주에서 발해관과 신라방은 서로 혈육의 관계라고 할수 있소이다. 만약 형님이 용약 나서서 발해사람들의 불행을 가셔준다면… 겨레의 단합은 물론이요 신용이 첫째인 상업계에서 무시 못할 명성을 얻을거예요.》

《네 말이 그른데는 없지만 만에 하나 우리 짐작대로 관가와 결탁된 사건이라면 괜한 일로 신라방에 피해가 가지 않을가.…》

능환이가 아직도 미타한듯 고개를 기웃거리는데 응통이 웃으며 안심시켰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 힘을 보여주어 당나라것들이 다신 우릴 넘보지 못하게 하자요.》

응통이 이렇게 기세를 돋구어주니 그제서야 능환의 기가 살아올랐다.

응통의 말을 곰곰히 되새겨보니 정말 그의 말대로만 된다면 상업계에서의 명성은 물론이요 신라방의 힘을 보여주어 비단불매동맹이요 뭐요 하면서 자기를 무시하려드는 당나라것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것이였다.

《그럼 좋다. 내 한번 사람들을 모아보마. 허나… 너무 기대를 갖진 말아라.》

《알겠소이다. 형님이 랑패를 보지 않게 제가 곁에서 힘껏 돕겠소이다.》

신이 나서 자리에서 일어서던 능환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응통을 향해 홱 몸을 돌렸다.

《잠간, 어제 취향루에서 나와 어디로 갔느냐?》

《아침에 말하지 않았소이까. 곧장 숙소로 돌아와 잤다고요.…》

능환은 태연한 응통의 얼굴에서 무엇을 찾아내려는듯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저으면서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참 모를 일이야.… 네가 술집을 나간 뒤 성문이라는 기생년이 종적을 감춘게 아니겠니?》

능환은 응통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하며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중원바닥에 지천으로 깔린게 계집이니 행여 딴생각을 가지는 일이 없도록 해라. 술집주인은 등주자사와 먼 친척간이니 이번 일을 버르집을 잡도리인듯 하다만… 그자가 오늘 아침 어디론가 볼일이 있다면서 떠났게망정이지 신라방에 찾아와 야료를 부리는 날엔 큰 소동이 일어날수 있어. 어쨌든 조심하는게 좋아.》

《형님의 말을 명심하겠소이다.》

응통은 속이 조마조마하였으나 짐짓 태연하게 능환의 말을 받았다.

능환의 짐작이 옳았다.

취향루의 기생 성문이가 도망치도록 도와준것은 다름아닌 응통이였던것이다.

어제밤 골목길에서 뒤따르는 사람이 다름아닌 성문이인줄 알았을 때 응통의 놀라움은 무슨 말로도 표현할수 없게 컸다.

성문은 응통의 놀라움이 가셔지기도 전에 무릎을 꿇고앉으며 도와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는것이였다.

타국의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기생의 간청을 들은 응통은 한동안 망설이지 않을수 없었다.

숙소로 데리고와서 처녀의 입을 통해 기박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자초지종 다 들은 응통은 마침내 그를 도와나서기로 결심했다.

그의 아버지는 당나라상층으로부터 량왕으로 책봉된 주온(주전충) 수하의 이름난 장수였다고 하였다.

처녀의 부모는 비록 한족이였으나 어려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여 신라출신의 녀인을 유모로 두고 그의 손에서 자라다나니 이렇듯 말이 통하게 되였던것이다.

그런데 한해전 처녀의 아버지가 전장에서 숨을 거둔 후 가문이 졸지에 망해버렸다.

처녀의 아버지가 량왕 주온의 신임을 받는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자들이 그가 죽자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하여 처녀는 음모자들에 의해 기방에 넘겨지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혈육인 남동생과도 헤여져 이렇게 사방 팔려다니는 처지가 되고말았다는것이였다. 언제든 생사조차 알길없는 남동생을 만날수 있으리라는 유일한 희망 하나만으로 험난한 세월을 버티여오다가 이렇듯 등주의 취향루에서 만난 응통이에게 도움받을 결단을 내리게 되였던것이다.

비록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으나 응통의 사람됨에 끌려 죽기를 각오하고 기방에서 도망쳐나온 처녀였다.

응통은 처녀의 처지를 깊이 동정하였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처음엔 능환이와 의논하고 우선 돈을 내여 처녀를 기방에서 빼내는것부터 시작하려고 하였으나 처녀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이 돈이나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것 같았다.

우선 술집주인이 등주자사와 먼 친척간인데다가 처녀를 여기로 팔아버린자들과도 련관되여있다니 응통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리 만무한것이였다.

하여 응통은 이 일을 능환이에게도 숨기기로 작정하고 처녀를 등주경내를 벗어나 도망칠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것이였다.

생각같아서는 자기가 직접 처녀를 고향인 변주에까지 데려다주고싶었으나 그것은 마음뿐이고 그저 로자나 푼푼히 주어 보낼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쪽으로 가는 운송상단이 있다기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처녀를 운송상단에 따라보냈다.

이렇게 한 처녀를 간신히 구해주었는데 또다시 불행을 당한 동족의 녀인을 구출해야 할 사건과 맞다들게 된것이였다.

응통은 어떻게 해서라도 발해관의 총관인 여노자의 딸을 구원하고싶었다. 비록 얼굴 한번 마주하지 못한 생면부지의 녀인이였으나 피를 나눈 동족이기에 차마 불행을 외면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자기마저 외면한다면 흉포한 산적무리가 무슨짓을 벌릴지 모르는것이였다. 만약 일이 그렇게 번져진다면 응통은 타국에서 불행을 당한 동족의 녀인의 처지를 외면했다는 죄의식을 평생 안고다니게 될것이였다.

응통은 곧 신라방으로 돌아와 자기가 데려온 상단의 일군들속에서 무예를 아는 사람들을 여라문명 선발하였다.

또한 능환이가 신라방에 소속된 상단호위무사들중에 무예가 뛰여난자들을 십여명 선발하였으니 그럭저럭 준비는 끝난셈이였다.

제일 난사는 산적들의 소굴을 알아내는것인데 이것은 발해관의 차인행수가 맡기로 하였다.

발해관의 차인행수는 산적들과 흥정을 하기 위한것처럼 꾸며 드디여 태산에 둥지를 틀고있는 놈들의 정확한 위치를 렴탐해내였다.

이제 남은것은 오직 하나, 야밤에 산적들의 소굴을 기습공격하여 수나를 구출해오는 일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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