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제 13 회

제 1 장. 방 황

12


북원(원주)으로부터 국원(충주)에 이르기까지 30여개 고을을 타고앉아 나라의 동북방의 세력자로 등장한 량길은 북쪽으로 세력을 더욱 확대할 결심으로 자기가 신임하는 부장인 궁예에게 이전에 하실라주로 불리우던 명주방향으로 진격하게 하였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북원의 하호였던 량길이 이렇듯 급작스럽게 방대한 령토와 세력을 가지게 된것은 대세를 잘 만난것이라고 할수 있었다.

전국각지에서 일어나는 폭동에 편승하여 이렇듯 일대 세력자로 일어서게 되자 나중에는 제왕이 될 야심까지 품게 된 량길이였다.

마군장군으로 승급한 궁예는 량길에게서 기병 500명을 받아가지고 명주관하의 고을들을 차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500명의 기병만으로 명주관하의 10여개 고을들을 모두 타고앉는다는것은 무리가 아닐수 없었다.

명주의 주요성인 하실라성에만 해도 정예군병이 무려 2천명이나 도사리고있었다.

하지만 궁예가 맞다드는 고을마다에서 승전을 거듭하며 전과를 확대해나갈수 있은것은 그가 남달리 용병에 뛰여난것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나라에서 가장 큰 세력자인 시전상인 두근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기때문이였다.

두근은 궁예와의 약속을 지켜 군량과 마초, 군마 등을 보내주었을뿐아니라 각지로 뻗은 자기의 힘과 세력으로 든든히 뒤를 받쳐주었다.

궁예는 항복한 고을들과 성들에서 군사들을 끊임없이 보충하며 군력을 확장하였는데 그때마다 두근이 보내주는 후방물자와 무기를 비롯한 군수물자의 신세를 톡톡히 지군 하였다.

마침내 궁예는 두근과의 약속을 지켜 한달도 못되는 기간에 명주관하의 10여개 고을을 공격하여 자신의 수중에 거둘수 있었다.

궁예가 치악산 남쪽의 골짜기에 근거지를 정했을 때 그의 수하에는 독특하게 편성된 열네개의 대오에 무려 5천명의 군사가 집결되여있었다.

궁예는 이처럼 군사를 일으킨지 두석달만에 자기 군사를 열배로 장성시키였다.

그의 주위에는 김대검, 모흔, 장귀평, 장일 등 여러 지방에서 일어난 폭동군의 두령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량길수하의 보잘것없는 소두령에 불과했던 궁예가 일약 제 주인을 릉가하는 일대 세력자로 등장한것이다.

궁예는 제가 타고앉은 고을마다 군정을 펴는 한편 이전에 관가에 소속되여있던 장원과 재부를 몽땅 두근의 상단에 배속시켜주었다.

하여 두근은 궁예군의 유일한 후원자로 등장하여 이전보다 더 큰 세력과 재력을 손에 쥘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두근은 아들 관나의 선견지명에 탄복을 금할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두근이부자와 궁예와의 관계는 밀접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두근은 궁예가 전과를 확대해나갈 때마다 이전에 국가가 장악하고있던 거대한 재부를 아무 꺼리낌없이 수중에 넣었던것이다.

드디여 동북방의 주요성인 하실라성까지 타고앉은 궁예는 자기가 점령한 지방의 행정통치기구들을 철원고을에 집중시키고 명실공히 북방의 제왕으로 행세하기 시작했다.

각지에 군사를 나누어 주둔시켜 지반을 공고히 닦아나가는 한편 앞으로 철원고을을 중심으로 새로 나라를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하나하나 착실히 해나갔다.

각 고을에서 백성들을 초모하여 군사를 늘이였고 민심을 거두어쥐기 위해 귀족들의 토지를 빈민들에게 나누어주고 노비들을 조사하여 량인으로 만드는 등 자체의 정치를 펴나가기 시작했다.

반란은 들불처럼 전국각지를 휩쓸었다.

한산주의 신라지방군이 패서의 폭동군과 치렬한 대격전을 치르는 그 공백을 리용하여 송악고을에서는 대토호인 왕륭이 아들 왕건과 함께 봉기하여 주변의 여러 고을들을 수중에 장악하였고 나라의 서남지역에서는 서남해안방어군의 비장이였던 견훤이 반변하여 조정에 창끝을 돌려대였다.

당황망조한 계림의 문벌귀족들은 급히 패강류역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지방군에 령을 내려 한산주관내로 퇴각하여 병력을 수습한 뒤 궁예의 세력을 진압하라는 령을 내렸다.

패서에서 물러나 한산주로 돌아온 토포군은 관하고을들에서 백성들을 닥치는대로 징발하여 군사의 머리수를 늘이였으나 이러한 오합지졸을 가지고서는 동, 서, 남, 북에서 일어나는 각지의 반란을 진압할수없어 전전긍긍하였다. 바로 이러한 때 북원의 세력자인 량길이 비밀리에 사자를 보내여왔다.

함께 손잡고 궁예를 짓밟아버리자는것이였다.

량길은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것으로 하여 어제날의 대의명분을 다 버리고 계림의 귀족들과 야합하기로 결심했다. 제 머리를 밟고 선 어제날의 부하를 멸하고 자신의 천하를 놓지 않겠다는 야심이 결국 귀족들과의 야합을 가져온것이다. 새로 한산주도독으로 임명된 이찬 김질은 주저하던 끝에 량길과 손잡고 궁예를 치기로 결심했다.

명색뿐인 계림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르다가 여러 세력사이에 끼여 지리멸렬되기보다는 차라리 량길과 손잡고 자기의 앞날을 보장하는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것이다.

력사는 이렇듯 새로운 국내전쟁의 서막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어제날의 상전이였던 량길이 비밀리에 한산주관하의 신라지방군과 결탁하여 곧 북상해올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궁예는 급히 철원으로 수하의 병력을 몽땅 집결시켜 조련을 다그쳤다.

궁예가 조련장에 나가 군사들이 조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있을 때 호위장인 원표가 급히 뛰여왔다. 그도 이제는 두근의 추천으로 상단일을 그만두고서 이렇듯 궁예의 수하장수로 있었다.

《장군, 패강진폭동군의 두령인 검용이라는 인물이 찾아와 장군을 급히 뵙자고 하오이다.》

궁예는 원표의 말을 듣고 흠칫 놀라 돌아섰다.

《검용이 날 찾아왔다고?…》

원표가 공손히 머리를 숙이였다.

《그렇소이다.》

궁예는 의아한 기색으로 고개를 외로 비틀었다.

패강진의 폭동군두령인 검용이 자기를 찾아 철원고을에 왔다는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던것이다.

패강진에서 일어난 폭동이 삽시에 그 규모가 크게 확대되여 패서이북지역에까지 들불처럼 퍼졌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궁예는 그와 손잡고 량길의 세력을 견제할 생각으로 이미전에 사람을 띄워보냈었다.

하지만 궁예는 자신의 제의에 그가 이렇듯 쉬이 손내밀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한산주관하의 30여개 고을에서 징발한 신라지방군과의 격전에서 많은 피해를 입고 세력이 한층 꺾인것만은 사실이나 궁예 자기에게 머리를 숙일 처지에 이르지 않은 검용이 이렇듯 제발로 스스로 찾아온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궁예의 외눈이 황황히 타올랐다.

지금 한산주의 신라지방군과 야합한 량길의 세력과 정면으로 맞선 이때에 패강지역 폭동군과 손을 잡을수만 있다면 천하를 얻을수 있으리라 생각한것이다.

얼마전에는 송악군의 봉기군두령인 왕륭이 함께 손을 잡고 신라를 치자고 찾아왔었는데 오늘은 또 이렇게 패강진의 검용이 찾아온것이였다.

패강지역의 농민군과도 손을 잡으면 량길의 세력같은것은 문제로도 되지 않을것이였다.

소문에는 검용의 세력이 이만저만 크지 않다고 하였다.

고구려의 후손으로 자처하는자이니 패강건너 고구려의 유민세력의 지원을 받고있을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검용과 손을 잡으면 멀지 않아 천하는 내것이 될것이다.…

궁예는 원표의 안내를 받으며 검용이 거처하고있는 객관으로 향하였다.

궁예가 객관에 들어서니 풍채가 의젓하고 영특하게 잘생긴 중년의 사나이가 그를 마중하였다.

《장군이 루차 사람을 보내여왔으나 오늘에야 이처럼 찾아온 저를 게으르다 꾸짖지 말아주시오.》

검용은 이렇게 인사말처럼 말을 하면서 점잖게 웃었다.

한다하는 궁예였지만 검용의 점잖은 태도에 저절로 머리가 숙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니오이다. 장군이야 나에겐 선배나 다름없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어서 상좌에 앉으소이다.》

궁예는 바빠난듯 손을 내젓고나서 검용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그래 어떻게 이 사람을 찾아오신것이오이까?》

궁예의 성급한 물음에 검용은 위신을 잃지 않을 정도로 웃으며 차잔을 들었다. 차를 한모금 마시고 탁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장군도 알다싶이 우리 패강진의 봉기군은 이번 싸움으로 많은 희생을 냈소이다. 그래서 각기로 싸울것이 아니라 장군과 손을 잡고 싸우자는 제의를 하기 위해 찾아온것이오이다.》

궁예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처음 만나 파악도 없는 인물앞에서 이렇게 솔직한 자기 감정을 숨김없이 터놓을줄 꿈에도 생각을 못한 궁예였다.

소문 그대로 검용은 무장답게 대범한 인물이였다.

《아직 자리도 잡히지 않고 무엇 하나 변변한것이 없는 소장을 믿고 이렇게 찾아주시니… 지금 북원의 량길이가 폭동군의 대의명분마저 저버리고 저를 치겠다고 덤벼드니 참으로 겪는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니오이다.》

궁예가 이렇게 변명하듯 말하는데 검용이 미소를 지었다.

《난 도움이나 청하러 온것이 아니웨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조정에 항거하여 칼을 든것이요? 부패한 신라를 뒤엎고 백성들이 잘살 새 세상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웨까.…》

검용이 격한 어조로 말하니 궁예는 뭐라고 대꾸할 용기가 없는듯 손에 든 차잔만 매만졌다.

처음 대면한 상대의 인품에 눌리워 이렇듯 변변히 대꾸조차 할수 없게 되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검용은 여전히 저력있는 태도로 자기 말을 계속했다.

《장군과 손을 잡자는것은 이렇게 서로가 세력권을 정해놓고 각개로 싸울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야만 우리가 바라는 새 세상을 세울수 있다고 판단하였기때문이요.》

검용의 말이 끝나자 궁예는 그의 얼굴을 지그시 쏘아보며 차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를 휘하에 두려고 찾아온것이오이까?》

궁예가 이렇게 묻자 검용은 쓰겁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함께 손잡고 부패한 계림의 귀족들을 치자는 제의가 어찌 누가 수하에 들어오고 말고 하는 문제겠소?…》

잠시 말을 끊었던 검용은 궁예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난 장군의 뜻을 알고싶소. 만약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궁예는 바빠난듯 손을 내저었다.

《저도 장군의 마음을 한번 떠본것이니 오해하지 말아주소이다. 제가 만약 천하를 얻게 되면 패강의 백성들을 근본으로 삼을테니 우리 서로 합심하여 신라조정을 반대하여 싸우는것이…》

궁예의 말이 석연치 않은듯 검용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천하를 얻겠다?…아직 계림은 수만의 군세를 모아 각지의 폭동군을 진압하는데 주력하고있고 저 남쪽에서는 해안방어군의 비장으로 있던 견훤이 반변하여 백제국의 재건을 선포하며 유민들을 불러모으고있소. 그보다 당면하게는 북원의 량길이 한산주관하의 신라지방군을 외응으로 삼고서 이곳으로 진격해오는데 장군은 무얼 믿고 천하를 얻겠소?…》

옆에서 듣다못한 원표가 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 장군은 손을 잡기 위해 온것이요 아니면 싸우러 온것이요?》

《무슨 말을 하는것이냐? 그만 물러가라!》

궁예는 원표를 꾸짖어 물리치고 검용의 앞에 바싹 다가섰다.

《그럼 공의 생각은 무엇이요? 좋은 고견을 들려주길 바라오이다.》

검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궁예와 마주섰다.

《장군, 내 말을 흘려듣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시오. 지금 천하는 여러개로 나뉘여져 동란의 시기를 맞이하고있소이다. 뭇영웅들이 활개치며 신라조정을 반대하여 들고일어났으나 천년동안 백성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린 신라라는 그 우상을 한칼에 베여버리지 못하고있소이다. 장군이 설사 무력으로 량길을 제압하고 북방의 패권을 쥔다고 해도 이 우상을 허물어내지 못하면 실패할수밖에 없소.…》

궁예는 검용의 사리정연한 언변에 탄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검용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장군도 알다싶이 우리가 딛고있는 이 땅은 옛 고구려의 땅이요. 고구려가 좌절된지 이백여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그 넋과 정신만은 아직도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이어지고있소이다. 천년의 영광이 어찌 세월이 지나간들 쉬이 없어지겠소이까. 장군이 일어설 길은 백성들의 마음속에 고구려의 넋이라는 불을 지피는것이요.》

궁예의 외눈이 열광을 담아 빛났다.

《공의 뜻을 알겠소이다. 공의 의견을 들으니 암흑속에서 광명을 만난듯 속이 확 트이는군요. 내 반드시 공의 뜻대로 백성들의 가슴에 고구려재건의 불을 지피겠소이다.》

궁예는 흥분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궁예는 검용의 경륜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확실히 검용은 자기와 생각하는 품이 다른 인물이였다.

궁예는 검용을 은근히 두려워하는 자기자신을 의식하고서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초조한듯 성급하게 턱을 매만지던 궁예가 고개를 들었다.

《한가지 의문되는것이 있소이다. 내 듣기에는 공은 고구려의 후손이라 패강류역은 물론 강건너 발해의 세력과도 련계가 깊다고 하였는데 어찌 저같은 사람을 찾아온것이오이까?》

검용은 궁예의 사나운 시선을 태연히 받았다.

《고구려의 후손인 나로서는 겨레가 하나로 모여살 날을 불러올수 있다면 그 무엇도 할 결심이요. 그것을 위해서는 서로 세력이나 지키겠다고 대결할것이 아니라 합심하여 부패한 신라를 뒤엎고 백성의 새 세상을 세워야 하오이다.》

궁예는 흥분하여 연신 한쪽볼을 떨었다.

얼마전엔 송악군의 봉기군두령인 왕륭이 찾아왔었고 오늘은 또 이렇게 패강진의 검용이 찾아왔으니 량길과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쥔것이나 다름없다고 속으로 쾌재를 올렸다.

《공의 말씀은 실로 내게 큰힘을 주는것이오이다. 우리 서로 손잡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한 새 세상을 세우소이다.》

궁예는 은근한 어조로 말하였다.

검용은 말없이 군례만 표하고는 조용히 그앞을 물러나왔다.

검용의 뒤모습을 바라보고있는 궁예의 외눈은 질투의 야심으로 불타고있었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