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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 회

2. 신념의 빛을 따라

신념의 종군

마지막종군기 《바다가 보인다》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시기의 초엽에 쓴 김사량의 종군기들과 정론, 수필, 선동글들은 조선문학사의 한 페지를 당당히 차지하고있을뿐아니라 조선전쟁사에 대한 객관적서술에서 자못 그 가치가 큰 사료로도 되고있다. 그중에서도 종군기 《바다가 보인다》는 김사량의 종군기들의 대표작이라고 말할수 있다.

초급중학교 학생들의 문학교과서에까지 오른바 있는 종군기 《바다가 보인다》는 전후에 외국의 여러 출판물들이 엇갈아 실을 정도로 작가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난 애국적이며 전투적인 작품이였다.

바다가 보인다!

열혈의 심장만이 터칠수 있는 이 격동적인 종군기는 과연 어떻게 태여났는가.

남녘해방을 눈앞에 둔 그 력사적시기에 김사량의 심장은 매일이다싶이 크나큰 격정과 감격으로 달아올라있었다. 왜냐하면 바야흐로 온 조선땅에 김일성장군의 찬란한 해발이 속속들이 비쳐질것이라고 생각하고있었기때문이였다.

김사량은 8월 하순경에 서남전선을 휩쓸며 질풍같이 내달려 여러 지역을 해방하고 락동강을 도하하여 남해안의 마산, 진해, 부산으로 지향하고있는 사단으로 종군거점을 옮겼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락동강전선에 막대한 군수물자를 확보한 적들이 증강된 병력과 기술수단에 의거하여 최후의 방어거점인 《부산근거지》를 고수하려고 발악하는 조건에서 침략자들을 최종적으로 격멸소탕하기 위한 전쟁 제1계단 제5차작전적방침을 제시하시였다. 하여 전선의 인민군련합부대들은 재편성되고 김사량이 속한 집단이 총공격으로 먼저 행동을 개시하게 되였다.

김사량이 거점을 둔 부대는 타격집단의 우익을 차지하고 광대한 지역에서 작전하며 남쪽끝인 마산, 진해, 부산으로 진공하게 되여있었다.

지휘부는 진주 개양에 있었다. 김사량은 거기서 여러 전우들과 반가운 상봉을 하였다. 인상깊었던것은 종군하던 날 같이 명령을 받았던 조선중앙통신사 종군기자 송영복을 만나고 문화부 일군 리서영과도 만난것이였다.

송영복은 평양에서 갈라진 후 평택전장에서 잠간 보고 남해전선에 와서 다시 만났다. 리서영은 수원에서 헤여진 후로 처음이였다.

사량이 창문에 모포를 친 련대문화부의 여윈 불빛밑에 돌아앉아 수첩을 뒤적이며 글을 쓰고있는데 문소리와 함께 웬 군관이 다가와 팔에 낀 그의 완장을 유심히 내려다보다가 《이거, 김선생 아니시우?》 하고 반색하였다.

《아, 리동무!…》

김사량도 너무 뜻밖이여서 일어서며 리서영을 와락 그러안았다. 수원에서 볼 때보다 얼굴이 새까맣게 탄것을 보고 지난 두달동안 얼마나 수고했겠는가를 짐작할수 있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다 이렇게 만나는구만!》 하고 김사량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부산, 제주도까지 가기 전에야 죽어서는 안되지요. 김선생의 신상이 좋지 않습니다.》

리서영은 전화에 그슬린 김사량의 구리빛얼굴에 가득 실린 피로와 몹시 부석부석해진 모상을 보고 걱정되여 말하였다.

김사량이 심장병을 앓고있다는것을 그는 알고있었다.

《일없소. 한번 푹 자고나면 부기도 빠지고 기운이 우쩍우쩍 솟는다오.》

그러면서 김사량은 수원에서 그와 헤여진 후 보고 겪은 수많은 격동적인 전투실담과 함께 몇번이나 불속에서 살아난 기적적인 사실을 마치 남의 말을 하듯 싱글벙글거리며 이야기하였다. 숨이 찬듯 도중도중 헉헉하였다.

《제1선에서 그만치 산 체험을 했으니 이젠 후방에 들어가 치료를 받으며 글을 써도 되지 않겠습니까?》

리서영은 그의 건강이 많이 악화되였다는것을 짐작하고 진심으로 권고하였다.

《리동무, 내 동무와 전쟁전에 작품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아직 못했소. 이만한 종군밑천을 가지고는 안되겠소. 나는 마산, 진해, 부산까지 가려고 여기로 왔소.》라고 하면서 김사량은 자기도 방금 몇시간전에 락동강전선에서 가장 주요한 열점지대로 될 이곳으로 왔다고 하였다.

그가 쓰고있는것은 남반부인민유격대의 투쟁실기로 될 《지리산유격구를 지나며》였다. 이때의 김사량의 활동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있다.

《사단지휘부와 행동을 같이하던 사량선생은 진주 개양에서 창작을 하였습니다. 밤새워 글을 썼는데 나는 그때 그에게 식사도 날라다주고 목달개도 달아주었으며 등불심지도 돋구어주었습니다. 락천가였지요. 전사들과 놀 때는 흠이 없었습니다. 말도 아주 잘해서 전사들과 친숙했고 롱담도 많이 했지만 글쓸 때는 누구와도 말을 안했지요. 한번은 미군장교 한놈을 잡아왔는데 영어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사단정찰조에서는 포로놈을 사량선생에게로 끌고 갔지요. 선생은 영어뿐아니라 도이췰란드어, 일어, 중어, 로어를 잘 알아서 전사들은 만능통역원이라고 하였습니다.

장교놈은 우리와 말이 통하지 않아 손발흉내를 내며 제발 살려달라고 애걸하다가 영어를 류창하게 하는 사량선생을 보자 눈이 퀭해져서 하느님이라도 만난것처럼 좋아하였습니다. 선생이 그놈에게서 숱한 요긴한 비밀을 다 뽑아냈지요.》

이것은 6사 후방부사단장의 련락병이였던 주정길(회상당시는 외국문출판사의 번역원)의 회상이다.

사단이 새로운 공격준비를 하는 기간 지리산유격구종군기를 완성한 김사량은 그동안 볼새 없어 묵여두었던 문화부신문철을 들춰보다가 김조규의 종군시를 발견하고 기뻐서 어쩔줄 몰랐다. 《로동신문》 1950년 8월 25일부에 게재된 《이 사람들속에서》였다.

사량은 김조규를 다시 보는듯 하였다. 내친김에 그 종군시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내 어찌 비겁할수 있으랴?

이 싸움에서 우리 어찌 승리하지 않으랴?

원쑤를 쳐부시는데

스스로 몸이 지뢰가 되는

이 젊은이들속에서

내 어찌 비겁하랴

우리 어찌 승리하지 않으랴


오오, 이렇게 넘어온

승리의 첩첩준령이 몇몇이런고

이렇게 건너온

해방의 류류 장강이 몇몇이런고

이제 마지막

소백산줄기에도 갈령

저 마루 넘어서면

령남에도 상주 무연한 벌에

이랑마다 공화국기 꽂으며 내달으리니


울어라! 120미리

불을 내뿜어라!

사랑하는 내 따바리야

자빠지는 미국놈들의

주검을 차버리며

목포, 부산, 제주로 내닫자!


김사량이 시의 창작날자를 보니 《1950. 7》로 되여있었다. 그러니 소백산을 넘어오기 전에 쓴것이 분명하였다. 참 좋았다. 솔직하고 진실하면서도 시를 읊을 때는 정열에 못이겨 인상적인 조개턱을 부들부들 떨던 골격이 굵은 김조규의 소박하고 정다운 성품과 인격이 낱낱이 드러나보이는 훌륭한 서정시였다.

전선으로 나올 때 철원까지 동행하고 김조규는 제15보병사단을 따라 춘천쪽으로 나갔었다. 지금쯤은 어데 있는지? 시구절에 갈령이요, 상주 무연한 벌이요 하는 표현들이 있는것을 보면 그는 충청북도쪽으로 하여 령남으로 들어간듯 하였다.

김사량의 추측이 옳았다. 춘천을 해방하고 경기도로 들어가 려주, 장호원을 장악하고 차령산줄기를 넘어 충청북도 음성으로 곧바로 전진한 김조규는 여러 지역에서 발악하는 적들을 격파분쇄하는 부대를 따라 괴산, 미원리계선에 진출하여 이제 극복하여야 할 소백산줄기의 험준한 장벽들을 쳐다보며 이 시를 창작하고 괴산-상주사이의 갈령을 넘어 경상북도땅에 발을 디뎠다.

김사량이 시에 심취되여있는것을 보고 신문을 같이 읽던 송영복이 한마디 하였다.

《시라기보다 한편의 격동적인 정론입니다. 전사들이 많이 외우는 시지요!》

전투원들속에 들어가 정치선전사업을 많이 하고있는 송영복은 자신도 이 시를 가지고 선동연설을 한 일이 있다고 하였다. 그자신이 《남해전선에서》라는 전투실기를 련재물로 쓰고있던 송영복은 경상남도의 라동면과 정촌면에 취재나갔다가 어린 학생들도 이 시를 암송하고있는것을 보고 감동했던 사실을 말하였다.

김조규의 시는 정열적인 문필가인 김사량에게 고무로 되였으며 새로운 창작적충동을 주었다.

《울어라! 120미리/ 불을 내뿜어라!/ 사랑하는 내 따바리야》 하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였다.

사단에는 드디여 마산으로 진격하기 위한 전투명령이 떨어졌다.

김사량은 작전상의 중요성으로 보아 가장 치렬한 전투가 예견되는 마산포위전의 우익을 담당한 부대에 편승하였다. 기본임무는 마산의 문턱이라고 할수 있는 서북산을 타고앉는것이였다. 해발고가 738m인 서북산은 마산, 진해, 함안일대의 지배적고지로서 마산으로 들어가는 도로들과 마산의 량옆 함안과 진동리를 련결하는 횡단로를 차단하는데서 관건적고리로 되고있었다. 지금 그 도로들로는 놈들의 기계화부대의 땅크들과 자동차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아군의 진격을 막아보려고 발악하고있었다. 서북산을 장악하면 그것을 제압할뿐아니라 진해항과 마산만으로 군수물자를 끌어들이며 아군진지들에 함포사격을 함부로 들이대는 적함들의 기를 꺾어놓을수 있었다.

부대에서 작전을 앞두고 결의모임을 할 때 많은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자진하여 돌격로를 열것을 결의해나섰다.

《부대장동무, 나도 돌격로를 여는 전투원명단에 넣어주시오.》고 김사량은 부대장앞으로 나서며 말하였다.

어둑시근한 등잔불에 김사량을 알아본 부대장은 《아니, 로량진에서 만났던 종군기자선생이 아니요? 어떻게 여기까지…》 하고 놀라와하였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지만 선생은 우리 부대의 군적에 없습니다.》라고 부대장은 말을 이었다.

《그러면 신입대원으로라도 내 이름을 꼭 넣어주시오.》

나이로 보면 부대장이나 김사량은 거의 동년배였다. 깊이 감동된 부대장은 존경어린 시선으로 작가를 바라보다가 근엄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앞에 거수경례를 하였다.

《기자선생(그는 김사량을 종군기자로 알고있었다.)은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을 줍니다. 하지만 선생이 전투에 참가하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리 부대에 주신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원들에 대하여 누가 글을 써주겠습니까. 우리는 위험한 전투를 하게 됩니다. 선생은 여기 남아주시오.》

부대장은 진심으로 말하였다.

김사량은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참모장과 행동을 같이할수 있다는 승낙을 받아냈다. 그는 화선으로 나가는 참모장과 동행하여 달도 뜨지 않은 밤길을 불을 끈채 찌프차로 달렸다.

무수한 적자동차와 땅크들이 불에 타고 깨여져 길을 막고있는 격전터를 간신히 빠져나가 부락에 도착하니 대대장급이상 지휘관들과 문화부 일군들이 대기하고있었다. 구체적인 작전계획이 토의되고 전투임무가 하달되였다. 회의에 참가한 김사량은 참모장의 권고로 적후로 들어가는 습격조앞에서 선동연설을 하였다.

…동무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충직한 전사로서 혁혁한 승리를 이룩하며 여기 남해의 최남단까지 진격하였다. 오늘 밤 적후에 들어가는 동무들은 모두가 영웅들이다. 부대의 승리, 아니 침략자들을 반대하는 이 전쟁의 마지막승리가 동무들이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돌아오는가에 달려있다. 조국은 동무들의 위훈을 잊지 않을것이며 승리와 더불어, 조국의 번영과 더불어 동무들은 영생할것이다. …

대대장 리기엽이 직접 인솔하고 떠나는 습격조원들은 중좌견장을 단 허우대큰 작가를 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거, 김사량이라는 사람이 대단하구만!》하고 경탄을 금치 못해하였다.

김사량은 참모부성원들과 같이 골짜기아래 대밭속까지 그들을 전송하였다.

날이 밝기 전에 김사량은 참모장과 함께 서북산 1㎞지점인 메기슭으로 은밀히 이동하는 지휘부를 따라 여항면 옥방부락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벌써 아군구분대들은 서북산잔등에 들어박혔다.

서북산공격전투는 오후 18시 30분에 시작되였다. 아군 사단포, 련대포, 박격포들이 서북산고지의 적군화점들을 까부시며 놈들의 머리우에 멸적의 불벼락을 쏟아붓고 보병들은 나무도 풀포기도 자라지 못하는 60°경사의 깎아지른 돌박산으로 공격해올라갔다.

서북산을 잃으면 진동과 함안이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따라서 마산과 진해는 울바자없는 허청간으로 되고만다는것을 잘 아는 적들은 난공불락으로 요새화한 고지우에 숱한 미정예부대, 《국군》병사들로 진을 치고 최후의 발악적인 저항을 시도하였다.

지휘부 가까운 소나무밑 은페호속에서 망원경으로 전투장면을 바라보던 김사량은 참지 못하고 지휘관들이 만류하는것도 뿌리치고 송영복과 같이 전투장으로 올라갔다. 천지를 진동하는 포성과 수류탄폭발소리, 놈들이 고지우에서 뿜어대는 기관총소리 그리고 화염방사기의 불길과 연기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길이 턱턱 막혔다.

오후부터 비가 내려 전사들은 웅뎅이와 은페호속에서 군복을 벗어 쥐여짜고는 한뽐한뽐 배밀이로 전진하였다.

그 복새통에서도 문화부 군관들은 철갑모도 없이 대원들속을 돌아가며 우스운 이야기를 섞어 선동사업을 하였다. 비에 함뿍 젖은 리서영을 발견한 김사량은 손을 들어 격려하였다.

적들의 저항은 상상이상으로 완강하였고 우리 전사들의 투지 또한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자연 전투는 철과 철의 부딪침, 불과 불의 부딪침으로 가렬처절성의 최극점에 달하였다.

돌바위고지와 벼랑바위고지가 점령당했는데도 적들은 서북산 상상봉으로 쫓겨올라가 암굴과 암반을 리용하여 3문의 중기와 경기를 걸어놓고 저항을 계속하였다.

전투는 밤새껏 계속되였다.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올무렵에야 전투는 아군의 승리로 끝났다.

《아! 동무들, 바다가 보인다!》

《남해바다다!》

고지상상봉의 최선두에서 사자마냥 달려들어 비명을 지르는 적들을 닥치는대로 찔러넘기던 전사들이 허리를 펴고 웨치는 소리였다.

먼동이 트는 수평선이 아득히 바라보이고 남해바다의 섬들이 올망졸망 디딤돌처럼 널려있는것이 눈아래로 굽어보였다.

아, 남해바다!

김사량은 우뚝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38°선이 가슴답답하게 앞을 가로막고있을 때는 그렇게도 까마득한 남의 나라 땅처럼 멀어보이던 남해바다, 《마산으로, 진해로, 부산으로!》 이렇게 웨치며 전우들의 시체를 넘고넘어 걸음걸음 피로 적시며 달려올 때는 죽어서도 기어이 가닿으리라던 남해기슭, 사시장철 대나무숲이 설레인다는 그 마산땅이 부르면 달려와 안길듯 지척에 보이지 않는가!

세찬 충동을 걷잡기 어려웠던 김사량은 전투가방을 무릎우에 놓고 동트는 고지의 바위우에 앉아 떠오르는 생각을 즉흥적으로 적어나갔다.

《…이제 피에 굶주린 잔악한 적군놈들을 물깊은 저 바다속으로 쓸어넣을 때도 머지않았으며 또 동남쪽의 끝항구 부산항도 여기서 얼마 멀지를 않으니 우리들의 귀중한 조국땅을 고스란히 끌어안을 때도 거의 림박하였다.

저 아름다운 남해바다도 우리들의것이다.》

이렇게 글을 써나가던 김사량은 김조규의 인상적인 시결구가 생각나 힘있게 적었다.

《아메리카깽, 그들의 항공대들아! 하늘을 덮으려거든 덮어보라!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싸우는 우리들의 마음을 놈들의 요란치는 기관포도 꿰뚫지는 못하고 불을 터치는 휘발유통도 태우지를 못하리라!

아메리카해적들의 군함들아!

산고지들을 무너치려거든 무너쳐보라! 자유와 승리를 위하여 싸우는 우리들의 진지를 놈들의 천둥치는 함포사격도 무너치지는 못하리라!

알 카보네의 후예들아! 승냥이처럼 떼몰려 상륙하려거든 상륙해오라!

평화와 영예를 위하여 싸우는 우리들의 국토를 놈들의 불꽃튀는 화력망도 빼앗지는 못하리라!

아! 울려라 우리들의 군단포!

노래하라!

땅크들이여! 원쑤들의 가슴을 파라!

모터찌클들이여, 구름처럼 달리라!

동무들, 돌격 앞으로!!

우리들은 고기비늘같은 만신의 상처들을 더듬으며 거인과도 같이 산악에서 내려가리라!

올림푸스산을 내려가는 제우스처럼 만천하에 빛을 뿌리며 거동하리라!

오각별삼색기 펄럭이며 위대한 령수 노래부르며 바다를 향하여 전진하리라!

바다가 보인다. 거제도가 보인다.

바로 여기가 남해바다이다.》

이것이 《1950. 9. 17》이라는 날자가 기록된 김사량의 유명한 종군기 《바다가 보인다》의 마지막대목이다.

김사량이 열렬한 조국애와 최후승리에 대한 불타는 갈망, 문장가로서 김사량의 잔잔하다가도 바위를 차고 내닫듯 호호탕탕하게 뒤번져나가는 섬세하고도 격동적인 필체와 정론가적열정이 집대성된 종군기 《바다가 보인다》를 완성하여 련락군관편에 평양으로 발송한것은 그날 오전이였다.

우리들의 조국땅을 통채로 고스란히 끌어안을 날도 머지않았다고, 저 아름다운 남해바다도 우리들의것이라고 그렇게도 승리를 락관하며 땅크들이여, 모터찌클들이여 구름처럼 내달리라고 열렬히 부르짖었던 김사량. 그런데 9월 17일자로 된 이 종군기가 그의 마지막유고작품으로 남게 될줄을 누가 알았으랴!

《바다가 보인다》를 최고사령부로 보낸 후 김사량은 더는 원고를 보내오지 못하였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10월 19일에는 그의 당원증이 당중앙위원회에 전달되고 그가 마지막으로 쓴 편지와 종군수첩, 신분증이 작가동맹에 당도하였다.

강계에서 웬 군관으로부터 김사량의 당원증을 접수한 한 일군은 《사람은 어디 가고 당원증만 왔는가?》하고 비통하게 부르짖었다.

과연 사람은 어디 가고 당원증만 왔는가? 조국을 위하여, 승리를 위하여 그렇게도 높뛰던 그의 열렬한 심장이 고동을 멈추었단 말인가?

아직은 누구도 그것을 말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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