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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1


윤재철국장은 타조업과 관련한 여러가지 일로 몹시 바쁜 사람이다. 대규모의 목장에 대한 먹이보장으로부터 수의약품과 첨가제보장, 고기가공과 가죽수출, 확대재생산을 위한 자금류통…

눈코를 뜰수 없게 하는 직무가 그로 하여금 빠른 걸음씨와 빠른 말씨, 불같은 성급함과 칼날같은 예리함을 가지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처장들이 한아름씩이나 되는 결재문건들을 들고 줄을 섰는데 석대의 전화기가 련이어 호출신호를 울렸다. 한손으로 문건수표를 하면서 다른 손에 송수화기를 엇바꾸어들며 차례로 전화를 받았다.

《윤재철입니다.》하고 응답하기 바쁘게 저쪽에서 귀익은 목소리가 울렸다. 타조고기가공공장을 담당하고 나가있는 1처장 주병호였다.

《국장동지, 박수혁지배인이 오늘 비행기로 도착하겠는데 제가 차를 가지고 마중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해서…》

《아니, 그럴 필요가 없소. 내가 직접 마중을 나가겠소.》

《국장동지가요?》

주병호가 깜짝 놀랄만도 했다. 그토록 바쁜 국장이 아래사람을 직접 마중나간다는것은 아직 있어본적 없는 일이였던것이다.

그만큼 박수혁의 이번출장길에 큰 기대를 걸고있는 윤재철이였다.

그는 서둘러 일처리를 끝내고 비행장으로 떠났다.

승용차는 시외로 곧추 뻗어간 포장도로를 따라 고속으로 달렸다.

간밤 내린 눈에 때아닌 꽃을 하얗게 피운 가로수들이 차창으로 휙휙 스쳐지나갔다.

윤재철의 뇌리에는 한달전 관리국협의회때 있은 일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산하 공장, 기업소 책임일군들이 참가한 협의회에서는 올해 인민생활향상에서의 대비약을 위한 대책문제가 토의되였다.

모든 일군들이 시대의 요구대로 공장의 설비들을 현대적으로 갱신하고 제품의 가지수와 질을 높일 결의목표와 실천방도를 내놓았다.

윤재철은 마감차례로 연단에 나선 박수혁지배인의 토론에 각별히 귀를 기울였다. 바로 며칠전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국제시장에 내가던 타조고기를 전부 우리 인민에게 공급할데 대한 은정깊은 조치를 취해주시였다. 인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주고싶어하시는 그이의 위대한 사랑을 현실로 꽃피우는데서 타조고기가공공장이 맡은 임무는 그만큼 중요한것이다.

박수혁은 타조고기를 우리 인민에게 공급할데 위대한 장군님의 말씀 관철에 모를 박아 현존설비들을 만가동, 만부하로 돌려 고기와 가죽생산계획을 넘쳐수행할것을 결의하였다.

제품의 질제고문제를 외면한 토론의 결점을 대뜸 찍어낸 윤재철은 성미대로 불같은 추궁을 들이댔다. 자기 사업에 대한 연구심이 없다, 새것에 대한 지향과 탐구심이 부족하다, 그런 식으로 계획수행에나 만족할 때인가.

박수혁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물론 타조고기가공공장에서 인민봉사망에 대한 고기공급만 하자 해도 아름찬 일이라는걸 아오. 아마 타조를 고기채로 넘기는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할거요.

하지만 지배인동무가 뭘 모르는가?

김철로동계급이 보낸 편지의 한구절에는 이렇게 씌여있소.

우리 인민은 문명하고 리상이 높은 인민이다, 인민생활에 대한 우리 당의 구상은 그저 먹고 입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우리 인민이 세상에서 가장 유족한 최상의 생활을 누리게 하자는데 있다.》

방안은 물을 뿌린듯 조용했다. 격한 숨소리들만이 울릴뿐이다.

윤재철은 잠시 동안을 두고 강조했다.

《알겠소? 〈세상에서 가장 유족한 최상의 생활〉― 바로 여기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가 있고 이것이 바로 우리 장군님의 리상이요.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장군님의 이 높으신 뜻을 한몸바쳐 실현해야 할 무겁고도 성스러운 임무가 우리 어깨우에 지워져있소. 이걸 명심해야겠소.

지배인동무는 여기에 립각하여 새로운 대책안을 탐구하시오.》

그날 밤엔 윤재철자신도 잠들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장군님의 의도에 맞게 사업을 설계하고 전개해나갈것인가를 피타게 모색하였다. 장군님의 은덕으로 설비는 현대화되였지만 고기가공조법과 기술은 아직 세계적수준에 이르지 못하고있는것이다.

바로 이러한 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타조고기가공품의 질을 높일데 대한 간곡한 가르치심과 함께 이를 위해 실무일군들을 외국에 파견할데 대한 대책까지 취해주시였다.

윤재철은 실로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수 없었다. 옛날엔 타조에 대해 관심밖이던 우리 인민에게 타조고기가 차례지게 하는것만도 경이적인 일인데 고기도 가장 맛좋고 영양가 높고 먹기도 편리한 세계적수준의 가공품으로 만들어먹이자는것이 당의 결심이다.…

어느덧 승용차는 비행장에 들어섰다.

려객기가 착륙하고 손님들이 줄지어내렸다.

검은 외투차림에 트렁크를 든 박수혁의 풍채좋은 모습이 멀리서도 눈에 띄였다. 시원한 언덕이마밑에 약간 오목진 쌍겹눈, 남성적인 체격에 녀성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나무랄데없는 미남이다. 헌데 어쩐지 수척해진감이 든다.

《지배인동무!》

《아니, 국장동지!》

박수혁은 놀람과 반가움이 어린 얼굴로 달려와 인사를 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수고했소. 그래 먼길에 앓지는 않았소?》

《저야 원래 건강체질이 아닙니까?》

수혁은 흰 이를 가쯘히 드러내며 웃었다.

윤재철은 그 웃음에서도 무엇인가 어설픈것을 발견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자, 가면서 얘기하기요.》

재철이 차문을 열어주고 자기도 올랐다.

차는 쾌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세상을 돌아본 소감이 어떻소?》

박수혁은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예, 정말… 느낀바가 많았습니다.》

왜서인지 그의 대답은 인차 이어지지 않았다. 워낙 입이 무거운 사람이지만 윤재철은 박수혁의 침묵이 심상치 않게 생각되였다. 그가 이번 외국참관에서 세계적인 고기가공발전추세를 똑똑히 보고 그것을 돌파할 방안들을 탐구해가지고 오기를 기대했던 윤재철이였다.

그는 자기의 불안한 예감이 예감으로 그치기를 내심 바라며 이렇게 말했다.

《래일 아침 협의회를 조직했으니 그때 동무가 생각한바를 구체적으로 얘기해야겠소.》

《예? 래일 아침 말입니까?》

박수혁은 뜻밖인듯 흠칫 고개를 돌렸다.

《왜? 무슨 사정이라도 있소?》

《저… 아무래도 연구를 좀 해봐야겠는데… 며칠 좀 미루어줄수 없겠습니까?》

《아, 연구야 물론 해야지. 하지만 당장은 외국참관과정에 보구 듣구 느낀것을 그대로 말하면 되오. 모두 동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오?》

《그렇다면… 제가 더욱 책임적인 발언을 해야겠는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리는 말이 자신없게 들렸다.

윤재철은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수혁의 얼굴을 다시한번 일별해보았다. 확실히 얼굴빛이 어두웠다. 무슨 고뇌가 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차는 관리국앞을 지나 시내중심으로 들어섰다.

얼핏 밖을 내다본 수혁이 당황해서 물었다.

《아니, 관리국에 안 들어갑니까?》

《출장보고는 래일 아침에 받겠소. 오늘은 집에 가 푹 쉬오. 가족들도 몹시 기다릴텐데…》

《…》

수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하더니 죄스러움이 실린 어조로 나직이 뇌였다.

《고맙습니다.》

어느덧 차가 수혁의 집이 있는 아빠트앞에 멎어섰다.

윤재철은 박수혁이 현관으로 들어가는것을 보고서야 차를 돌리였다.

관리국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착잡했다.

무엇때문일가? 조용하면서도 결패있고 담력있던 그가 외국참관과정에 갑자기 의기소침해졌단 말인가?

재철은 박수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성급하고 즉흥적인데가 있는 자신에 비해 침착하고 진지하면서도 예리한 박수혁의 기질을 장점으로 여기고있었다. 김책공업대학(당시) 최우등졸업생으로서 지성적인 두뇌가 준비되여있는데다 축구선수출신에 로동계급경력자로서 완강한 실천력까지 겸비되여있다.

그가 겉보기와 달리 얼마나 담력있고 배짱이 드센가 하는것을 윤재철은 이태전 새로 지배인이 되여 진행한 공장후생건물공사때 알게 되였다.

원래 탈의실과 목욕실 등 위생시설들과 사무실, 휴계실들은 공장건물내부에 배치되여있었다. 그런데 생산의 폭이 넓어지고 위생학적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후생건물을 따로 지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였다. 지배인이였던 주병호의 제안에 따라 관리국에서 단층으로 설계를 해주었는데 그무렵 주병호가 관리국으로 소환되여 박수혁이 맡아하게 되였다. 그런데 수혁은 이왕 지을바에는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최상급으로 일떠세워야겠다고 하면서 설계부터 2층으로 개작하고 달라붙었다. 후생건물을 너무 요란하게 짓는다고 다들 눈을 흡뜨고 혀를 내둘렀지만 윤재철은 그를 지지해주었다. 사람들의 놀라움은 건물의 면적만이 아니라 내부를 꾸리는데 들어가는 최신건재들을 보면서 더더욱 커갔다. 천정엔 고급외장재에 무리등, 벽체는 고급타일, 바닥과 계단은 온통 으리으리한 대리석으로 무장시켰다. 후생건물옆으로는 야외휴식터도 꾸렸는데 화초와 나무를 심고 대리석으로 탁과 의자들을 만들어놓았다. 건설에 드는 많은 량의 세멘트와 대리석은 그가 직접 화물차를 타고 세멘트공장으로, 대리석광산으로까지 다니며 실어왔다. 박수혁이가 공명심과 소총명에 들떠 상급기관에도 붙이지 못하는 대리석을 일개 공장의 후생건물에 온통 붙인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윤재철은 새 세기 일군의 안목과 일본새는 그래야 한다고 오히려 시비군들의 말을 일축해버렸었다. 하여 지난 10월 공장을 찾아오신 경애하는 장군님께 그토록 크나큰 만족을 드릴수 있었던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박수혁은?

어쩐지 믿음의 한귀퉁이가 허물어져내리는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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