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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제 4 편 새세대들

7

《송동무, 집에 한번 갔다와야지?》

진수현이 9월총화를 지으면서 말했다.

《나보다두 정철동물 보내야 합니다. 허약해진데다 아직 새신랑이 아닙니까.》

송춘도의 말에 젊은이들이 싱긋벙긋 웃었다.

실장이 설명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들을 해야겠는데 체계관리프로그람을 맡은 정철동무가 자리를 뜰수야 없지. 그리구 정철동문 얼마전에 집에 다녀오지 않았소.》

《아, 자주 다니면 좋지요.》

《송동무가 이번에 갔다오오. 동무들의 집에도 들려서 가을옷들이랑 가져올겸…》

송춘도는 한두달에 한번씩은 집에 가보군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가는것은 일을 먼저 끝낸 표창이나 같았다. 물론 그가 맡은 프로그람들이 먼저 끝내야 할것들이여서 동무들의 도움도 받기는 했지만…

집에 들어서는 그를 안해가 반겨맞았다. 과학원지구 녀인들이 대개 그런것처럼 안해 한영숙도 남편의 학적지위에 관심이 컸다.

안해는 거듭거듭 확인하였다.

《정말 선참으로 끝냈다는거지요?》

《챠, 몇번을 말해야 알겠나. 우리 실장이 과제 못한 사람을 한달도 되기 전에 곱다고 집에 보낼것 같애?》

《다 알아요, 안다니까요. 거기선 윤덕실장때부터 첫손가락에 꼽히지 않았나요. 수현실장도 이제야 당신을 알아보는 모양이지요?》

《됐어됐어. 그쯤 알아두라구요. 한데 저… 그… 소식은 없나?》 태기가 있는가고 묻는 소리였다.

안해는 미소를 머금고 속삭였다.

《있대요. 병원에서 그러는데…》

《엉? 그게 정말이요?!》

송춘도는 집에서 20시간을 내처 잤다. 그러자 심신이 거뜬해졌다.

그는 힘은 좀 들어도 동무들과 어울려 탐구하고 창조하는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수현실장과 1년반 가까이 지내면서 점점 더해지는 느낌이였다.

그는 다른 직업을 약속하던 리윤덕의 이야기가 이젠 별로 달갑지 않았다. 지내볼수록 윤덕은 말이 요란한 대신 실속은 적었다. 날로 비약하는 발전의 세기에 리윤덕은 이젠 실력면에서도 까마득히 뒤떨어진것 같았다.

지나간 일을 홀로 두루 생각해보면서 그는 결심을 더욱 굳히였다. 실력을 키우자, 분발하면 된다, 이전에는 뒤전에 몰리고 남들의 비난이나 받던 최일의 경우만 보아도 새 실장이 온 다음부터 나래가 돋쳐 조장을 한다, 론문을 쓴다, 이젠 공동연구차로 해외출장을 간다고 기세를 올리지 않는가, 이제 론문변론을 마치는 길로 인차 비행장으로 나간다고 하였다.

남웅이나 정철의 전망도 좋았다. 남웅의 박사론문완성은 시간문제라고 할수 있었다. 수현실장이 밀어주니 될것이다. 정철은 이번에 유연생산체계의 웃준위프로그람을 짜는데서 새 경지를 개척하여 이제 학계의 론의거리가 될것 같았다. 학준의 할아버지 지형원교수가 마감에 다시 공장에 와보겠다고 벼른다지 않는가.

학준은 학준이대로 송춘도한테 이젠 도움을 좀 드릴가요하고 내려다보는 판이다.

송춘도는 자기가 이전에 정신을 분산시켰던탓으로 일시 뒤진건 사실이지만 일단 맘먹고나서면 얼마든지 그들을 따라앞설수 있다고 생각되였다.

그는 집에서 지내는 며칠사이에도 부지런히 과학원 도서관에 다니면서 새 문헌자료들을 훑어보았다.

진흥기계공장으로 떠나기 전에 그는 흐리터분한 과거와 주동적으로 인연을 끊으려고 송화기계무역회사의 리윤덕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의 달라진 립장을 명백히 하였다.

《…이젠 내 걱정은 마십시오. 여길 뜰 생각이 없으니까요.》

《이거 송동무가 수태 달라졌다?! 좌우간 마침 잘 만났구만. 진흥기계에 가는 길에 나한테 좀 들리라구.》

《난 좀 바쁜데요.》

《이보라구, 내가 이번에 뭘 손에 넣었는지 알아? 체계관리프로그람도구야, 어떤가?! 좀 비싼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국가적으로 중시하는 이번 유연체계도입에 쓰이게 되였으니 다행스럽기 그지없구만. 전번에 공구측정장치를 시동할 때 진 신세갚음이라고도 할수 있지. 이 도구를 실장한테 갖다주면 크게 도움이 될거요. 송동무가 가는 편에 보내주자는거야.》

《그렇습니까! 직접 가져다주시는게 더 좋을텐데요.》

《내야 지금 몸 뺄새가 있나. 먼저 그걸 보내구 차차 시간이 나는대로 한번 내려가보겠소. 어차피 마감전투땐 우리가 현장에서 서로 만나게 될게구…》

《체계관리프로그람이 벌써 개발돼서 모의시험에 들어갔습니다.》

《국내수준가지구 될것 같애? 내가 구한건 유명한 고도기술회사거야.》

《그럼 내 꼭 들리겠습니다!》

송춘도는 급히 동무들의 집집을 돌아다니며 가을옷들과 조미료, 약품 같은것들을 모아 큰 짐을 꾸려 지고 들고 진흥기계공장으로 가는 길에 회사의 윤덕에게 들렸다.

리윤덕은 어제와는 약간 다른 소리를 하였다.

《하루 이틀 아니, 사흘쯤 기다려야겠어. 그게 역시 중개자를 거쳐서 오는거니까 더디구만.》

윤덕은 송춘도에게 이제 찾아가는 집주인이 그 프로그람도구와 이렇게 저렇게 련관이 있는 사람인데 그가 사려고 하는 가정용전자제품들의 성능을 좀 보아주고 설치도 해주며 콤퓨터에 주변장치들을 접속시키는것도 도와주라고 당부하였다.

송춘도는 이마살을 찌프렸다. 전자제품수리공에게나 알맞는 그런 일에서는 이미 손을 뗀 그였다. 더구나 그런 연줄로 구입하게 된다는 프로그람도구라는것도 탐탁해보이지 않았다.

《난 바쁩니다. 총련동날자가 박두했는데…》

《이틀동안 기다리라구. 아니, 하루만 기다려두 돼. 응? 그러면 틀림없이 프로그람도구가 도착하니까 송동문 그 집에 가서…》

《그 도구를 이미 손에 쥔것처럼 말씀하시더니… 어쨌든 난 떠나야겠습니다.》

《춘도! 잠간만 기다리라구― 기다리라니까!…》

리윤덕이 따라오며 거듭 그를 소리쳐불렀다.

송춘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정문을 나섰다. 그는 리윤덕이 자기를 얼려넘겨서 무슨 리속을 차리려는것 같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큰 가방과 배낭을 들고 지고 서평양역으로 곧추 나가 인차 차표를 뗐다. 렬차에 올랐는데 웬일인지 출발이 연기되였다.

송춘도는 갑갑하여 렬차승강구에 나가 무료히 밖을 내다보다가 나들문에 눈길이 미치자 움찔 놀랐다. 닫긴 나들문너머에서 이쪽에 대고 한팔을 휘저으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대머리사나이가 있었다. 바로 리윤덕이였다! 송춘도는 다급히 지상건늠다리를 거쳐 그쪽으로 달려갔다. 두발이 다 공중에 뜬것 같았다. 그때 기적소리가 울리였다. 송춘도는 목에서 겨불내가 났다. 그가 나들문에 가닿는 순간 역시 헐떡거리던 리윤덕이 엄지손가락만 한 기억기를 넘겨주었다.

《이걸 안 가지구 그냥 가려댔나?!》

《난 바빠서…》

《이보다 더 바쁜 일이 또 어데 있나! 이 리윤덕이를 그렇게두 믿지 못하겠던가? 응?…》

송춘도는 그에 대꾸할 사이도 없이 급히 돌아서서 다시 지상건늠다리를 거쳐 젖먹은 힘까지 다 내며 떠나는 렬차를 따라달렸지만… 그만 놓치고말았다.

아이쿠! 배낭과 가방을 다 저 기차에 실어보냈으니 이젠 어쩌면 좋은가?!

송춘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무슨 수가 나는것도 아니였다.…

그는 리윤덕의 집에 이끌려가 저녁을 먹고 이번에는 새벽차를 탔다.

리윤덕이 역전까지 따라나와 도중식사꾸레미를 넘겨주고 손저어 바래주었다.

사실 윤덕은 그 기억기에 들어있는 프로그람도구를 이미 구입해놓고도 이왕이면 송춘도의 재간을 좀 써먹으려다가 여의치 않아 이렇게 역전에 두번씩 걸음을 하게 되였던것이다.

이를 알리 없는 송춘도는 옹쳤던 마음을 풀고말았다. 유연체계를 위해 제나름으로 애쓰며 뛰여다니는 사람을 무슨 사기군처럼 보았던 자기가 스스로도 멋적게 생각되였다.

그런데 동무들의 짐까지 다 잃어버렸으니 이제 무슨 낯으로 그들을 만난단 말인가!

그가 공장에 도착하니 최일과 진수현실장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최일과 진수현실장이 론문변론장으로 함께 떠났는데 론문이 통과되자 최일은 해외출장을 떠나고 실장은 제5병원에 입원하였다는것이 아닌가. 연구소 김정태초급당비서가 그를 끌다싶이 하여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는것이였다. 거기서는 이제 새로 개발한 기술로 그의 두눈을 수술한다고 하였다.

송춘도는 의아해서 중얼거렸다.

《아무리 좋은 수술방법이 나오구 비서동지가 끌어두 그렇지. 실장선생님 성미에 총련동시험을 눈앞에 두고 이 현장을 떠날수가 있는가 말이야?》

《실장선생님은 남웅동무랑 우리랑 믿은거지.》

리정철이 말했다.

《입원하기 직전에 실장선생님이 전화로 남웅동지한테 이젠 자기는 마음놓고 치료받겠다고 이야기했대요.》

학준이가 덧붙였다.

《그래?!… 한데 난 이거 동무들을 볼 면목이 없구만.…》하고 송춘도는 동무들의 가을옷들과 약들을 잃어버린 이야기를 꺼냈다.

동무들은 그를 크게 탓하지 않았다. 남웅은 도리여 체계관리프로그람개발도구때문에 회사에까지 들렸던 춘도의 수고를 높이 사주었다.

남웅은 정철에게 그 프로그람도구를 망체계에 련결되지 않은 낡은 콤퓨터로 펼쳐보도록 하였다.

정철은 잠간 그 도구를 훑어보더니 신통치 않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남웅은 그 기억기를 빼서 송춘도에게 내밀면서 이걸 리윤덕부사장에게 돌려주라고 하였다.

춘도는 너무도 허전하여 기억기를 오른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 추석거렸다.

그는 리윤덕에 대한 남웅의 불신의 감정도 알고있었고 더구나 실장과 함께 체계관리프로그람을 개발하느라고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심을 한 리정철이 자기 노력의 산물을 더 귀하게 여기는 심정도 리해는 되였다.

그러나 편견을 버리고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실리를 따져야 할게 아닌가. 무턱대고 제것만 제일이라고 해서야 되겠는가. 송춘도자신도 어제는 리윤덕부사장을 오해했었다.

춘도는 한마디 내비쳐보았다.

《지내 허무적인 태도가 아닐가?》

《아니, 그건 눅거리야.》

리정철이 간단히 대답하였다.

송춘도는 리정철이같은 관리체계프로그람전문가가 아니여서 이 도구의 가치를 판별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들의 몇마디 말만 듣고 이걸 버리기는 아쉬웠다. 이제 윤덕부사장은 자기가 구해온것이 랭대를 받았다는걸 알면 또 얼마나 서운하고 노엽겠는가!

(내가 한번 볼가?)

그는 남웅과 정철이 자리를 뜬 사이에 속도가 빠른 주콤퓨터에 그 기억기를 접속시키고 프로그람도구를 펼쳐보았다. 파일이 이상하게도 굼뜨게 펼쳐지면서 《모래시계》가 자꾸 나타났다.

이 체계관리프로그람개발도구라는것은 춘도의 눈으로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그 수준을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기억기를 빼내고말았다.


진수현은 입원실에서 며칠째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비행장으로 가던 최일과 그를 바래주러 따라가던 오은경이 면회를 하고간 뒤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안해는 수술하는 날에 오게 될것이였다. 안과의사들은 그를 거의나 잊은것 같았다. 이따금 서진주의사가 찾아와 환자의 일반상태를 알아볼뿐이였다. 물론 진수현은 지금 안과에서 수술을 앞두고 긴장한 나날을 보내고있으며 자기 몸에서 떼여낸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배양되고 검사되고있다는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고있었다. 현대의학의 성과가 도입된 일련의 새로운 치료방법은 이전에 상상도 할수 없었던 기적들을 낳고있었다.

이젠 그에게도 희망이 보였다. 마음은 저으기 안정되였다. 그대신 아무 일도 없이 입원실에 앉아있는것으로 하여 오는 초조와 불안감이 그를 엄습하였다. 생각은 저절로 공장에 남아있는 남웅이네들에게 쏠리였다. 이제 모의시험을 마치고 총련동시험에 들어가야 할텐데 저희들끼리 꽤 해낼수 있을가싶은 우려가 다시금 갈마드는것이였다.

《너무 걱정마오. 실장동무자신이 젊은 동무들을 믿고 시작한 일이 아니요. 이젠 그들의 자립성에 기대를 걸어도 될것 같소.》

며칠전에 김정태비서가 하던 말이였다.

《한가지 우화가 떠오르누만. 어느 동산의 새끼곰이 자전거를 배우다가 그만 넘어졌다오. 아빠곰은 얼른 자전거를 높은 나무가지에 매달고 나서 네가 이담에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내리워주마 하고 타일렀다는거요. 그러니 새끼곰은 어느때까지나 나무가지만 바라볼수밖에…》

의미가 있는 이야기였다.

남웅이네를 믿어보자,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

진수현은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럼 난 여기서 무얼 한다?…

그는 입원하면 곧 수술을 받게 될줄 알고 아무런 소일거리도 없이 여기로 왔었다.

두루 생각하던 끝에 그는 담당의사 서진주에게 16절지 서너장과 원주필을 좀 가져다줄수 없겠는가고 부탁을 하였다. 편지를 쓰고싶다고 둘러대서야 처녀의사는 쓸것을 갖다주었다.

진수현은 조용한 입원실 침대에 걸터앉아서 기억을 더듬어 리윤덕, 리남웅이 각기 착상한 K방식풀이전개식들을 종이우에 되살려냈다. 그 역시 남웅이 좌절된 대목에서 한동안 신고를 했다. 그러다가 행렬을 변환하고 식을 간단히 하였으며 유도를 편리하게 하려고 기호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행렬들을 구해보았다. 밤을 새우며 K방식문제와 씨름을 하던 그가 한낮에 침대에 엎드려 졸다가 눈을 떠보니 그 종이장들이 온데간데 없었다. 어디에다 놨더라 하고 머리맡의 사물함과 베개밑, 침대밑까지 더듬으며 찾고있는데 서진주의사가 나타나서 그 함수식들은 자기가 건사했다고, 퇴원할 때 돌려드리겠노라고 언명하였다. 그러면서 수술을 앞두고 이러면 어떻게 하는가고 조용히 나무람을 하는것이였다.

의사로서 큰소리로 야단을 쳤더라면 수현은 어떻게 하나 그 종이장들을 찾으려고 무슨 사정이야기를 꺼냈을것이다. 어딘가 수심에 잠긴것 같은 내성적인 처녀로 변모한 진주앞에서는 더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어제날에 경박하게까지 보이던 그 활달하면서도 도고한 처녀는 어디로 갔는가?

진수현은 그가 리남웅과 헤여진 뒤에 그렇게 달라진것이라고 짐작하였다.

사랑과 같이 열렬하면서도 예민한 감정은 사소한 자극에도 상처입기가 쉽다지만 그들이 갈라진 까닭이 대체 무엇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 진수현이였다. 그가 보기에 총각은 총명하면서도 겸손하고 리해력이 있었으며 처녀는 훤한 용모에 어울리게 마음씨도 아름다운것 같았다. 의사로서도 성실하고 책임성이 있었다. 진수현은 자기가 이번에 획기적인 수술을 받게 된데는 서진주의사의 실력과 고심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진수현은 그런 진주와 남웅의 일을 지금도 아쉽게 여기고있었다. 애초에 남녀가 서로 끌려서 사랑했던것 같고 헤여진 뒤에도 제각기 고뇌에 빠져있는것을 보고있기때문이였다. 그것이 분명 사랑의 고민이라는것을, 사랑 그자체라는것을 진수현은 날이 갈수록 절감하게 되는것이였다.…

종이장들을 빼앗긴 그는 머리속에 수식들을 떠올리고 전개해나가려고 애를 썼다. 그것은 갑절로 어려운 작업이였다. 그래도 무료한것보다는 나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여러 시간동안 두눈을 감고있는 진수현을 보기 딱한듯 서진주가 드디여 그와 마주앉았다.

《어쩔수가 없군요. 여전히 문제를 푸시는거지요?》

《…》

눈을 뜬 진수현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하였다.

진주는 한숨을 지으며 거듭 물었다.

《그 종이를 도로 가져올가요?》

《그럼 고맙겠소.》

서진주는 회수했던 종이장들을 돌려주었다.

진수현의 문제풀이는 한결 수월해졌다. 그는 수천년의 력사를 가진 종이라는 매체의 귀중함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였다.

그리고 녀의사의 깊은 념려와 관심에 저으기 감심하였다.

《그건 무슨 수학문제인가요?》

어느날 회진시간에 서진주가 나직이 물었다.

진수현은 생각끝에 대답하였다.

《이건 남웅동무의 론문에서 취급되고있는 K방식문제풀이요.》

《…》

서진주는 더는 그 자리에 태연히 앉아있기 어려운듯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처녀의 눈가에는 분명 상실의 아픔이 어려있었다.

그가 사라진 문을 쳐다보는 진수현의 심정도 편안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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