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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제 4 편 새세대들

2

연구소에 남아 미진된 일들을 처리하고 입원하러 떠나려던 진수현은 남웅의 전화를 받고 주춤하였다. 자기가 젊은 연구사들을 너무도 쉽게 믿고 방임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임자격인 남웅을 좀더 가까이에서 떠밀어주어야 할것 같았다.

회사에서 돌아온 뒤에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어딘가 위축되여있던 남웅이였다. 이젠 K방식론문을 다시 붙들 생각도 없는 모양이였다. 《윤덕동지가 먼저 착상한건데 제가 손을 댈거야 없지요.》하고 풀기없는 소리를 하던 남웅이였다. 게다가 애인에게서도 어쩐지 랭대를 받는 눈치였다. 진수현이 전번에 제5병원에 가서 눈을 진찰할 때 서진주의사를 만났는데 그 처녀의 태도가 자못 차거워보였었다.

수현은 어떻게 남웅을 도와야겠는지 난감하였다. 어쨌든 그가 힘을 가다듬고 일어서도록 곁에서 부축해주고 요구성을 높여야 할것 같았다.

마침 진흥기계공장에 리윤덕이도 내려와있다니 거기 가면 K방식론문도 토론해볼수 있을것 같았다.

진수현이 공장에 나타나자 리남웅은 만시름이 풀린다는듯 모두숨을 내쉬였다.

《리윤덕동지하군 왜 그런지 마주서기도 괴롭습니다.》

《그래…》

그는 리남웅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며칠사이에 더 꺼칠해진것 같았다.

수현은 남웅을 보고 지배인실로 가자고 하였다.

남웅은 내키지 않는듯 물었다.

《저도 가야 합니까?》

《부책임자라는걸 잊었소?》

《…》

남웅은 할수없이 그를 따라왔다.

지배인은 제 방에 없었다.

진수현과 리남웅은 그를 찾아 유연생산체계를 도입하는 가공직장건물로 갔다. 새로 지은 건물안에 벌써 CNC화된 연마반들과 후라이스반들, 선반들이 들어앉기 시작하였다. 천정기중기가 큰 물동들을 머리우로 날라갔다.

지배인이 그곳에 있었는데 리윤덕이 곁에 붙어서서 무슨 설명을 하고있었다.

윤덕은 수현을 보자 어지간히 놀라는 빛이였다.

《그새 안녕들 하십니까?》

진수현이 모두걸이로 인사를 하자 지배인이 반색을 하는데 리윤덕이 역시 짐짓 활기를 띠며 마주 답례를 하였다.

《오, 잘있었소?》

진수현은 그가 연구소를 떠난것이 마치 동창생인 자기의 잘못처럼 느껴지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그를 제때에 도와주었더라면… 물론 지금 그런 감정을 나타낼수는 없었다.

진수현은 먼저 지배인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조종7호〉의 련동시험을 언제쯤 해보겠습니까?》

《글쎄, 하긴 해야겠는데…》

《아마 객관적인 결론을 지을수 있을겁니다.》

《그러잖아두…》

지배인은 신중한 눈길로 진수현을 쳐다보았다.

《…실장선생의 설명을 한번 듣고싶었소.》

그 소리에 곁에 있던 리남웅이 얼굴을 붉혔다.

진수현은 수자조종장치 《조종7호》의 조종능력과 그 믿음성 그리고 사용의 편리성에 이르기까지 알아들을만 하게 설명하였다.

《흠, 그야말로 기적을 창조해낸셈인데…》

지배인이 생각에 잠겨 뜨직하게 한마디 하자 리윤덕이 그를 대변하듯 말했다.

《지배인동지로서는 그 도입문제를 심사숙고하지 않을수 없소. 개발과 도입사이에 엄연한 간격이 존재한다는걸 수현동무도 잘 알지 않소.》

《그러니 련동시험 한두번으로 그치지 말고 한 서너달 운영시험까지 해보면 될게 아니요, 그만한 시간여유는 있는것 같은데…》

《서너달? 그렇게 해가지구 될가?》

리윤덕이 자꾸 반신반의하였지만 진수현은 한본새로 된다는 론거를 세웠다.

한참 그들의 대화를 듣던 지배인은 《벌써 시험을 시작했어야 하는건데, 더이상 지체하지 않겠소.》 하고 아퀴를 지었다.

그다음 진수현은 유연생산체계에서 핵심으로 되는 운영체계프로그람도 자체로 개발하고있는데 구태여 외국에서 그 도구를 사올 필요가 있느냐고 이야기하였다. 이번에도 리윤덕이 지배인을 대변해나서서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고 따지고들었다. 얼마전까지 연구소 부소장이였던 그가 그 지표도 몰라서 묻는것은 아니였다. 그는 지금도 진수현이네가 개발한다는 그 높은 수준의 프로그람이 될리가 없다고 판단하고있었으며 이 기회에 수현을 론박하여 지배인을 수입안쪽으로 유도하자는 속심이였다. 그래야 자기의 외국출장업무도 커질것이였다.

진수현과 리윤덕이 사이에 한참 갑론을박의 론전이 벌어졌다.

말이 오갈수록 진수현은 침착해지고 리윤덕은 목청을 높였다.

《그 시도는 나무랄데가 없지만 수현동무, 만일 자체로 개발하다가 안되면 유연체계도입은 어떻게 되겠소? 그때가서 부랴부랴 외국의것을 사오겠다고 하다간 늦소. 당앞에 결의한 날자를 어기게 된단 말이요. 다시 생각해보우.》

《우린 이미 선택을 했소. 끝까지 우리 힘으로 개발해내겠소.》

진수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배인동지, 어쨌든 만일의 경우를 예상해야 합니다.》

리윤덕이 경고하듯 말했다.

《신중해서 나쁠게 없지요. 하지만 서로 믿지 않구서야 일을 해낼수 있소? 우리 과학자들을 믿어봅시다.》

지배인이 결단을 내렸다.

사업토의가 끝나자 진수현은 리윤덕과 함께 공장구내길을 거닐었다. 두사람 다 다투고 이대로 헤여질수는 없다고 생각한듯…

진수현은 이젠 뭔가 따뜻한 말을 건네고싶었지만 그래도 아픈 소리를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보라구, 자넨 어째서 우리 사람들의 능력을 믿질 못하나?…》

《또 사업얘긴가?! 허허… 여보게, 이 시점에선 피차 상대를 납득시키기가 어려울것 같구만.…》

《…》

진수현은 아예 딴 사람이 된것 같은 윤덕을 놀랍게 쳐다보았다. 이젠 학적으로도 아득히 뒤떨어졌거니와 인간적면모까지 상실한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연구소 부소장시절에는 저렇지 않았었다. 혁신적인 안이 제기되면 일군으로서 고무해주려고 하였고 그것이 잘 안될것같이 보이는 경우에도 그 방도를 찾아보며 의논하는 태도로 나오군 하였다. 나라의 일군으로 과학자의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쓸 때 그는 한결 인간다왔다. 자각이 인간을 만든다는 소리도 그래서 나왔을것이다. 그런 자각과 체면을 거치장스러운 허울처럼 벗어던지고 순수 리해관계에만 매달려 분주히 뛰여다니는 그의 모습은 보기조차 괴로왔다.

진수현은 그와 이대로 작별할수는 없었다. 저 윤덕은 자기가 불행하다는것을 모르는 불행한 사람이였다. 이전처럼 희망과 포부를 안은 학구적인 리윤덕이를 보고싶었다.

《자네 론문 쓰던건 어떻게 됐나?》

진수현이 물었다. 리윤덕은 뜻밖인것 같았다.

《론문?! 관심해주어 고맙구만!… 아니, 이건 진심의 소릴세.》

《좀 전진했나?》

《그저 그러구있지. 역시 아름찬 주제야. 그래 일전에두 자네한테 보인거네. 자네두 신통한 대안은 못 찾았댔지. 그뒤엔 일단 덮어버리고말았네.》

《계속 추진해야지. 덮어두면 되나. 내 그새 K방식문제를 좀 생각해봤는데 영 안 풀릴것 같지는 않아.》

《그래?! 풀릴것 같단 말이지?》

진수현은 그에게 풀이방향이라고 생각되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윤덕은 말귀를 인차 알아듣지 못하였다. 본인도 안타까운 모양이였다.

수현은 그에게 의논조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두 자네가 남웅이하구 합작하는게 좋을것 같네. 두사람이 각기 K방식의 단서를 쥐였는데 이제 힘을 합치면 걸린 대목이 풀릴수 있지 않을가. 나두 돕기로 하고…》

그의 말에 윤덕은 고개를 찌붓하였다.

《합작한다? 그것두 어린 사람하구? 내가 좀 멋적게 되지 않겠나?》

윤덕이 그의 눈치를 보며 웃었다.

《어린 사람을 도와주는거야 좋은 일이지.》

《도와줄 일이 따로 있지. 여보게, 이건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야.》

《아니… 나라의 과학을 생각해서 자기 론문소재를 남한테 양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합작도 못하겠나?》

진수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 듣기 좋은 소린 그만하라구. 소설같은데선 혹시 그런 미담들이 창조될지 몰라두 난 실지로 제 론문소재를 남한테 넘겨주는 사람은 여태 한사람두 못 봤네. 또 그런 사람이 있을수도 없는거구.》

리윤덕이 단호히 언명하는 소리에 진수현은 아연해졌다. 정말 가엾고 눈먼 사람이라고 생각되였다. 그렇다고 내쳐두면 윤덕의 착상도 남웅의 지혜도 빛을 보지 못할것이였다.

《좀 생각해보라구. 자네한텐 남웅일 도와줄 의무같은게 있지 않나. 남웅이한텐 도움받을 권리도 있는거구…》

《자넨 무얼 념두에 두고 그런 소릴 하나? 의무요 뭐요 하면서…》

리윤덕이 느닷없이 성을 냈다.

《좋네, 여기서 좀 기다리게!》

리윤덕은 아까부터 현관계단에 서서 이쪽을 멀거니 바라보는 남웅에게로 다가가더니 제잡담 그를 이끌고 청사 뒤골목으로 사라졌다.

(저 사람이 왜 저럴가?)

수현은 도무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한편 리윤덕은 남웅을 으슥한 곳에 데려다놓고 대바람에 물었다.

《남웅동무한테도 신의라는게 있긴 있소?》

《왜 그러십니까?》

《시치미를 떼지 마오. 나보고 동무와 론문을 합작하라 어쩌라 하고 수현이 저 사람이 별난 참견을 하는 까닭을 동무는 알것 같은데?》

《전 무슨 얘긴지 도무지?…》

《저 사람은 동무한테 무슨 합작할 권리가 있다는 소릴 한단 말이요. 그럴만한 언턱이라두 잡은것처럼 말이요. 혹시 동무가 K방식을 전개하던 종이장을 저 사람한테 보인건 아니요?》

《?!》

남웅은 눈만 꺼먹꺼먹했다.

《그러면 되나― K방식연구를 포기하겠다고 내앞에서 한번 말했으면 그만이지 그뒤에두 미련을 가지구 자꾸 쳐들고 다니면 어떻게 하오? 난 그래두 동무의 인격을 믿었댔지.》

리남웅은 그제야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억울하였다.

《난 그때 그 종이장들을 태워버리고말았습니다.》

《사실이요? 그렇게 믿어두 되겠소?》

《그 일을 다시 돌이켜보지 않게 되였으면 합니다.》

《내 잠간 오해를 한것 같소. 량해하오. 일이 시끄럽게 번지는것 같아 그만 내가 흥분했댔소. 그럼 가보오.》

윤덕은 말해놓고보니 남웅에게 어쩐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 자신의 청백함과 정당함을 재삼 확인할수록 분기가 솟구쳤다. 그는 무작정 론문을 독차지한것처럼 자기를 몰아대던 수현에게 진상을 까밝히고 호된 면박을 가하고싶었다. 사람을 허투루 봐도 분수가 있지…

그는 수현을 찾아 다시 사무실청사마당으로 나갔다. 진수현은 여전히 무슨 생각에 골똘하여 그곳에서 오락가락하고있었다.

리윤덕은 분연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윤덕이 제 론문에 대한 진수현의 태도를 두고 이렇게 신경을 쓰는데는 까닭이 있었다. 그것은 자기가 설사 기적적으로 론문을 완성하여 심의에 제출했다 해도 어차피 분과론문심의위원으로 자주 뽑히는 진수현의 평정을 받게 될것 같기때문이였다. 더우기 고박한 진수현이 오해를 가지고 그 론문에 무슨 비도덕적인 문제가 끼여있는듯이 들고일어나게 되면 그걸 해명한다 어쩐다 하고 만사가 시끄러워질판이였다. 자기가 백번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윤덕은 기왕 말이 났던김에 K방식론문과 관련한 자기의 응당한 권리를 진수현앞에 깨끗이 증명해보이자는 속심이였다.

《이보라구, 수현동무. 아무리 따져보아두 론문을 합작해야 할 리유가 서질 않아. 자네가 무슨 의무요 권리요 하고 말한건 전혀 동에 닿지 않는 소리란 말일세. 그걸 증명할가? 자네가 원한다면 말이네.》

《그런 증명은 필요없네.》

진수현이 흥심없이 대꾸하였다.

그 바람에 윤덕은 더 약이 올랐다.

《자네 이제 와서 얼버무리자는건가? 턱없이 남을 비난하더니… 이런건 좀 까밝힐 필요가 있네. 거듭 말하지만 남웅인 그 론문에 붙을

근거가 희박해.…》

《그게 문제가 아니지.》

《직접 그를 데려다 물어보자나?》

《그만두라구.》

《내 데려오겠다니까!》

윤덕이 제잡담 걸음을 내짚었다.

《제발 그만두게! 망신스럽지 않나?! 젊은 사람들앞에서…》

진수현이 당황한 어조로 소리쳤다.

리윤덕은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럼 해명하는건 그만두자구. 앞으로 그런 억측같은건 하지 않는게 좋겠네. 나한테 무슨 의무같은게… 있다는건…》

자기의 승리를 공고히 하던 리윤덕은 진수현과 눈길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윤덕이, 난 자네가 이렇게까지 생각이 짧을줄은 몰랐네.》

진수현이 침통한 소리로 대학시절처럼 그를 불렀다.

《여기에 무슨 근거나 해명이 필요한가, 자기 량심에 물어보면 충분하지. 자네한텐 과학의 선배로서 후배를 도와줄 의무가 있지 않나. 이 자명한 리치를 그렇게도 모르겠나?》

그 소리에 윤덕은 한동안 두눈만 껌벅거렸다. 그러나 타성에서 인차 벗어날수가 없었다.

《어쨌든 착상의 우선권은 나한테 있는만큼…》

《그 우선권을 따진다면 우린 대학때로 거슬러올라가야 할걸세. 자네나 남웅이 각기 K방식을 착상하게 된게 우연한 일이겠나? 세대는 다르지만 자네와 남웅이는 다같이 지형원선생님의 수제자였지. 선생님은 조종리론분야에서 새로운 수학적도구가 개발되여야 하며 그 가능성과 현실성을 증명하는건 새 세대의 과제라고 늘 강조하시지 않았나. 그러면서 우리가 K방식풀이에로 가는 디딤돌을 하나하나 쌓아주셨네. 선생님은 스승으로서, 과학의 선배로서 우리들앞에 자신의 의무를 다하신거네. 이젠 우리한테 그 차례가 왔네. 우린 선배로서 남웅이네를 응당 도와줘야 할게 아닌가, 응…》

《오, 난 또 무슨 소린가 했구만!》 윤덕이 소리내여 웃었다.

《하하하, 원 사람두, 진작 그렇게 말할것이지!》

《?…》

이번엔 진수현이 얼떨떨해졌다. 그의 소매끝에 붙은 티끌을 리윤덕이 손끝으로 튕겨주었다.

《여보게, 아까는 자네가 날 곡해하는것 같아서 내 좀 열을 올렸댔네. 이 리윤덕이가 이래뵈두 체면은 중히 여기는 축이야. 합작하라구? 됐어, 난 론문쓰던걸 통채로 남웅이한테 넘겨주겠네!》

《그래?!》

《내 이전부터 그런 생각은 좀 하고있었지. 이보게, 자기만이 아래 사람들을 생각하는것처럼 자부하는건 너무 이르지 않을가?》

리윤덕은 순간에 그를 수세에 몰아넣고 유유히 자리를 떴다.

진수현은 윤덕의 돌변이 인차 리해되지 않았다. 체면손상에 대한 반사적인 대응일가? 아니, 그렇게 단순한 사람은 아니다. 어쨌든 저 윤덕은 역시 사나이이다. 의리도 인정도 있는… 그런데 난 그를 보고 생각이 짧다고 핀잔을 했으니…

진수현은 얼굴이 뜨거워져서 그 자리에 굳어지고말았다.

리윤덕은 그날 저녁녘에 공장 구내전화를 통해 리남웅을 자기 숙소로 불러들였다.

그의 태도는 여느때없이 여유있고 은근하였다.

《남웅동물 오라고 한건 다름이 아니라 내가 오래전부터 품어오던 결심을 알려주고싶어서였소. 물론 그게 이렇게저렇게 변형되여온건 사실이지만 이젠 확정이 되였소. 역시 그게 옳을것 같단 말이요…》

《?…》

《이제부턴 남웅동무가 K방식론문을 완성해보우.》

그러자 리남웅은 마치 꿈속에 든 사람처럼 멍청해졌다.

《합작하자는겁니까?!…》

《난 손을 털겠소. 내 이제 학위같은거나 해선 뭘하겠소.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 사람한테 양보해야지! 그럼 내 론문초고도 넘겨줄가?》

그의 말귀를 알아들은 리남웅의 얼굴은 타오르는 불길처럼 환해졌다.

《괜찮습니다!》

《후에 초고를 보내주지. 참고하오.》

《필요없습니다.》

《정말이요?》

《예…》

《…》

리윤덕은 입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남웅은 자기의 머리속에 K방식전개식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생각으로 얼른 대답하였지만 윤덕은 필요없다는 소리를 듣자 불시에 공허한 느낌이 갈마들었다. 론문을 넘겨준다는 말을 꺼낼 때만 해도 윤덕은 그러면 응당 리남웅이 그러지 말고 합작을 하자고 나올줄 알았다. 이렇게 체면을 세우면서 합작도 하여 남웅의 지혜도 빌리고 진수현의 도움도 받자던노릇이(아닌게아니라 제 혼자 힘으로는 안될것 같아서 다시 생각한것이였다.) 그만 물거품처럼 아예 꺼지고만것이였다.

윤덕의 섭섭한 기색에는 아랑곳없이 리남웅은 마술에 걸린듯 론문생각에만 옴해있다가 중얼거렸다.

《고맙습니다!》

《…》

리윤덕은 착잡한 생각을 안고 회사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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