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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 회

종 장

세월이 흐른 뒤

4


리승기는 제가 꿈을 꾸고있는것만 같았다. 흥분과 격동으로 지난밤 얼마 눈을 붙이지 못했지만 원기는 왕성하고 기분은 날듯이 가벼웠다. 내처 몇밤을 지샌들 아무렇지도 않을듯싶다.

대회장의 맨 뒤줄에서나마 참가하면 그이상 원이 없겠다고 바라다가 그게 이루어질수 없게 되자 다른 사람들을 더는 걱정시키지 말고 휴계실에서 TV로 시청하게 되여 다행이라싶었는데… 아, 그런데 글쎄 갑자기 가장 영광스러운 주석단자리에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몸가까이 모시고 앉을수 있다는것을 어찌 상상이나 할수 있었으랴.…

경애하는 수령님께서는 대회의 시작을 앞두고 휴계실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을 둘러보시며 《리승기박사가 왔습니까?》 하고 물으시였고 누군가 왔다고 보고를 드리자 《그럼 대회를 시작해봅시다.》 하고 말씀하시였다. (이것은 물론 리승기가 후에 안 일이다.)

김일성동지께서와 김정일동지께서 대회주석단에 나오시자 폭풍같은 환호성이 장내를 진감하였다. 장엄한 애국가의 선률이 울리였다.

리승기는 제가 앉은 사륜차가 움직인다는것을 알고 더욱 긴장하게 몸을 곧바로 세우느라 애를 썼다. 사륜차가 멈춰서며 장내쪽으로 방향이 돌려졌다. 일순 장내의 수천명 눈길이 자기한테로 쏠리는것 같았다. 너무나도 이례적인 일에 그들이 왜 놀라지 않으랴.

리승기는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눈앞에 아무것도 가려볼수 없었다. 나라의 방방곡곡에서 모여온 지식인들이 대회장에 꽉 차있다는 느낌뿐이였다.

그는 눈으로 주석단앞줄에 앉으신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모습만을 뒤에서 열렬한 흠모의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뒤를 돌아보시였다. 부관이 얼른 허리굽혀 뭐라고 말씀드리자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시였다. 잠시후에 그이께서는 또다시 리승기가 앉은 세번째줄 끝좌석을 돌아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보고도중에도 돌아보시였다.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자주 리승기가 앉은 뒤를 돌아다보시였다. 한시간남짓한 동안에 무려 일곱번이나 돌아보시였다. 걱정이 되신듯, 격려해주시는듯 또는 무척 대견하신듯…

장내에서 구호가 울리였다. 선창에 뒤이어 화답하는 수천대표들의 우렁한 합창소리…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주체의 사회주의조국이 있다!》

리승기도 같이 웨치였다, 그 신념이 바로 자신의 일생의 총화라는것을 뜨겁게 느끼면서.…

…감격의 선풍은 그를 미처 정신을 못 차리게 하였다.

이번에는 위대한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는 촬영장에도 사륜차에 앉아 들어갔다.

한데 자기가 서있어야 할 맨 앞줄에 어떻게 서있을수 있으랴. 곁의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서 기념사진을 찍을수는 없지 않는가.

허나 거기에는 선의자가 준비되여있었다. 키높은 의자여서 앉아도 선것 같이 보이지만 어쨌든 그것이 의자는 의자였다. 10분만 서있을수가 있다면! 평생 그보다 더 큰 소원은 없었던것 같다. 가슴속에서는 경애하는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기다리는 열애의 정이 끓었으나 행동의 의지는 오직 곁에서 누가 이끄는대로 움직여지는것이다.

촬영장에 만세소리, 환호성이 높이 울린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촬영장에 들어서시자 벌써 출구에서부터 보시였는지 곧바로 리승기한테로 걸어오시였다.

수령님께서 다가오시자 리승기는 몸을 앞으로 숙이려 하였다. 그는 제가 어떤 의자에 올라앉아있는가를 하마트면 잊을번 하였다. 높은 의자에서 빗나갈가봐 곁의 사람이 팔을 잡는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리승기는 어버이수령님의 두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

주위에서 너무나 만세소리가 높아서 들리지 않는지 수령님께서는 바투 다가오시여 귀를 리승기의 입가까이 가져오시였다. 리승기는 다시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 하고 격정에 목메이며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이번에는 리승기의 귀가까이에 대고 말씀하시였다.

《감사합니다.… 참 오래간만입니다. 그런데 왜 그새 이렇게 늙으셨습니까? 우리가 잘 돌봐드리지 못한것 같습니다.》

만세소리속에서도 분명히 알아들을수 있는 변함없이 다정한 음성.…

《아닙니다, 아닙니다.》 하고 리승기가 당황히 말을 하자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리승기의 얼굴가까이에 더 귀를 기울이시였다.

리승기는 가장 경건하고도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령님, 더 늙지 않겠습니다. 제가 90나이에 이런 대회에 참가해서 주석단에까지 오를수 있게 된것은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의 덕분입니다. 그분께선 정말 저를…》

리승기는 말을 더 이을수가 없었다.

수령님께서는 알겠다는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고나서 허리를 쭉 펴시였다. 그이의 표정은 만족한 웃음으로 더욱 환해지시였다. 그 밝은 미소를 바라보며 리승기는 자꾸만 감격에 목이 메인다.

만세의 환호성은 그칠줄 모른다.

뒤따라 다가오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승기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자기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주석단에까지 내세워주시였으며 촬영장에 서낼수 없는 몸인데도 어떻게 하나 이 영광의 앞자리에 세워주시려고 온갖 심혈을 기울여주시는 인간사랑의 최고화신이신 경애하는 김정일동지이시다.

리승기는 이 감격의 순간이 끝없이 계속되였으면싶었다. 자기는 지금 영광의 상상봉, 진리의 상상봉, 삶의 상상봉에 서있다는것을 소리쳐 말하고싶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전반 40여년은 험난하고도 고통에 찬 행로였으니 어버이수령님의 품만 아니더라면 자기는 그때 벌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멸망하고말았을것이였다. 자기를 인간으로 구원해주시고 제 나라, 제 민족을 위한 탐구의 길로 이끌어주신 어버이수령님은 삶의 태양이신데 바로 태양의 가장 가까운 궤도를 따라 탈선없는 삶의 항로를 이어가게 해주시는분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이시다!

(아, 태양의 가장 가까운 궤도를 따라 나는 가고있구나.… 나의 삶의 태양, 두분의 은인을 우러르는 이 순간이 천년만년 끝없이 계속되기를, 계속되기를.…)

대회가 끝났어도 리승기의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는 다른 한가지 생각은 제가 앉은채로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맞이하였다는 그 죄스러움이였다. 10분만 서있었더라면 그런 무엄한 일은 없을게 아닌가. 수령님을 앉은채로 맞이하면서도 그이한테서 건강을 축원하는 인사까지 받다니… 그리하여 인생의 마지막목표인듯 10분간만이라도 서서 이제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울수 있다면…

그 이튿날로 집에 돌아온 리승기는 담당의사한테 치료체육의 요구성을 높여달라고 자청했다. 서있는 훈련을 하자고, 10분만 서있게 해달라고 하였다. 10분만이라도 서있으면 이제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올 때 서서 인사를 드릴수 있지 않겠느냐는것이다. 그것은 간절한 소망이였다. 마치나 90이 가까운 그 기나긴 인생행로가 그 10분을 위해 존재해온듯 하였다. 그리하여 리승기는 걸음마를 떼는 어린 아기가 처음 서보듯이 1분 1초를 더 연장해 서있으려고 무진 애를 쓰며 훈련을 했다.

그 10분동안이라는 짤막한 시간에는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품속에서 영생하고저 하는 그의 삶이,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다 깃들어있는것이였다. 진리의 상상봉으로 오르는 길은 끝날수 없다.

(우산장에서 199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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