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 회
종 장
세월이 흐른 뒤
3
대회를 하루 앞둔 날, 리승기는 안해와 아들과 함께 승용차에 앉아 평성으로 갔다.
과학자들속에 계시는
리승기는 승용차를 멀찌감치에 세워놓고 차에서 내려 서기와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는
12월이지만 한낮의 날씨는 고요하고 지어 따스하기까지 하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귀에 대고 속삭이였다.
《아버지, 저 안경을 쓴 학자는 꼭 아버지 비슷해보입니다.》
《내 어찌 저 영광스러운 대우에
그는 안경을 쓴 학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그리고 학자는 안경을 쓴 사람이 많다고 말해주고싶었다.
허나 그 순간 그는 저 안경을 쓴 학자가 자기였으면 하는 념원을 버릴수가 없었다.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저 안경 쓴 학자가 나와 비슷해보인단 말이지.》
안경이라는것이, 이 흔히 있는 하나의 공통점이 이때처럼 기쁘게 보인적은 없었다.
《만일에 저 학자가 나라구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난 이제 죽는다 해두 영원히
《아버지!…》
아들은 울먹이며 더 말을 못하고있었다.
그런데 이때 부랴부랴 세사람이 과학원청사에서 나와 이쪽으로 걸어왔다. 앞장에 선 사람은 과학원의 책임일군인 김용석이였다.
김용석은 급히 다가오며 말했다.
《우린 한시간후에 오시는줄 알았습니다.》
리승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급해 견디겠더라구. 제막식때 왔어야 하는건데.》
김용석은 이제 나이가 70이 가까와 그 시커먼 눈섭도 희슥희슥해졌다.
《저희들은 제막식때 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건강때문에 못 오시니 섭섭했습니다. … 선생님, 저
이 순간 리승기는 자기가 저 안경을 쓴 로학자처럼
시간이 퍼그나 흘렀으나 언제까지나
하여 그는 다시 평양의 고려호텔로 돌아와 제 방에 앉았을 때 더는
그런데 이때 옆방에 나가있던 서기가 거의 뛰다싶이하며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다른 방에 있던 안해와 아들도 거의 동시에 뒤따라 들어섰다. 세사람의 낯빛은 다 흥분되여있었다. 그들은 리승기가 앉은 쏘파에 바투 다가왔다.
서기가 급히 《선생님.》 하고 부르더니 미처 흥분을 누르지 못하다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 글쎄…
《뭐라구?
그 순간 그 어떤 초인간적인 힘에 의해 리승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곁에서 안해와 아들이 얼른 다가서며 급히 부축해주었다. 그것은 순간적인 일이였다. 리승기는 다시 자리에 펄썩 주저앉지 않으면 안되였다.
서기는 두손을 모두어잡고서
서기는 더 말을 잇지 못한다. 감격에 북받친 그의 목소리.…
리승기는 갑자기 맥이 탁 풀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앉아만있었다.
서기는 격정을 터뜨리듯 말을 계속하였다.
《오늘 밤으루 사륜차를 마련하여 래일 아침은 거기에 앉아
리승기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다. 아들이 급히 아버지의 얼굴에서 안경을 벗겨들었고 안해는 손수건으로 남편의 눈에서 눈물을 훔쳐내준다. 그러다가 안해는 제사 더 큰 감격의 흐느낌을 터뜨리며 돌아서서 그 손수건에 얼굴을 묻는다.
서기는 그제야 펀뜩 정신이 든듯이 말했다.
《내 2.8문화회관(당시)에 갔다와야 합니다. 그리루 급히 오라는 준비위원회의 련락입니다.》
그리하여 서기는 승용차로 문화회관을 향해 달리였다. 밤이 깊었으나 거기서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지고있었다.
서기가 어리벙벙해 서있는데 한 호위군관이 그를 데리고 가더니 방금 특별히 마련해온 사륜차를 보라고 하였다. 두사람은 서로 앉아보면서 각기 뒤에서 밀어보았다. 손에 익히려는것이다.
서기는 거기서 얼른 떠나지 않았다. 퍼그나 오래 기다렸다가 널판자를 깐 경사지를 따라 그 사륜차를 밀어올리고 내리는 동작을 숙련시켜보았다. 그러는 그의 가슴은 자꾸 뜨거워오르기만 하였다.
한밤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있음을 아직은 몇사람밖에 몰랐다.
온 평양시민이 잠들고 대회에 온 대표들도 래일의 회의를 위해 푹 쉬라고 해서 모두 깊이 잠들었을터인데 이밤 여기서는 이런 류다른 준비사업이 벌어지고있었다.
지식인대회의 전날 밤은 이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