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 회

제 3 편

제 5 장

3


력사의 한페지에 뚜렷이 기록된 대규모의 비날론공장건설은 일년남짓한 동안에 완공되였다.

인민군건설자들, 17건설기업소건설자들을 비롯한 로동자들, 전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지원자들은 혹한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공장건물공사와 설비조립공사를 다그쳐 한해남짓한 기간에 자체의 기술과 힘으로 끝내는 기적을 창조하였다.

때문에 비날론공장준공과 5.1절을 함께 경축하는 함흥시 군중대회에서 하신 연설에서 위대한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비날론공장건설에 동원된 과학자, 기술자들과 모든 로동자들은 〈모든것을 비날론공장건설에로!〉라는 당의 호소를 높이 받들고 무비의 대중적영웅주의를 발휘하였습니다.》

1961년 5월 6일은 맑게 개인 봄날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 봄하늘에 찬란한 해빛보다도 더 환한 미소를 만면에 담으시고 준공식에 나오시였다.

손에손에 꽃묶음을 든 군중은 환호와 만세를 올리며 끝없이 설레이였다. 봄바람에 기발들이 펄럭이고 울긋불긋한 고무풍선들이 하늘에서 춤추었다.

김일성동지께서 준공식의 테프를 끊으시자 군중의 환호성은 다시금 폭풍처럼 터져올랐다. 그이께서는 군중을 향해 손을 높이 드시고 박수를 마주 치시다가 한손을 들어 답례를 보내시였다. 그러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가까이 서있는 리승기를 돌아보시더니 군중의 환호소리때문인지 그한테로 약간 몸을 기울이시며 다정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리선생! 오늘은 리선생의 소원이 풀리는 날입니다.》

리승기는 그만 감격에 북받쳐올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하는 극히 단순한 말조차 잊은채 입을 열지 못하고있었다. 그는 취주악대의 장엄하고 격동적인 선률도, 군중의 열광에 찬 환호도 듣지 못했으며 눈물에 젖은 눈에 주위의 모든것이 뿌옇게 흐려졌다.

리승기는 자기의 팔을 가벼이 껴들고 어디론가 걸어가시는 김일성동지의 곁에서 함께 걷고있다는 의식만은 명확하였다. 그이의 품에 안겨 온몸이 둥둥 떠가는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목청껏 만세를 웨치는데 리승기자신은 입도 열지 못한채 그저 그이를 따라 자꾸 걷기만 하는것이였다.

그 이튿날은 함흥광장에서 비날론공장준공식을 경축하면서 5월의 명절을 기념하는 함흥시군중대회가 있었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십여만의 군중이 기발과 프랑카드와 꽃다발을 흔들며 주석단앞을 지나갔다. 리승기는 수령님가까이 서있었다.

수령님께서는 화상당했다가 소생한 어린 소년을 껴안아올리시며 군중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내시였다.

주석단의 저쪽에 서있는 위생복차림의 강하종의사가 손등으로 눈굽을 훔친다.

리승기는 수령님을 향해 돌아서서 박수를 치며 진정할수 없는 감격에 목이 메여있었다. 완쾌되여 수령님의 품에 안긴 소년도 한손을 들어 군중에게 인사를 보낸다. 저 소년은 육체적으로 다시 살아났다. 로동당시대에 새로 태여난것이다.

리승기는 자기도 수령님의 저 거룩한 손길, 저 환한 사랑의 미소속에서 새로이 태여났음을 가슴깊이 뜨겁게 깨닫는다. 저쪽의 강하종이도 그리고 주석단앞을 굽이치는 사람들도 다같이 수령님의 품속에서 조선사람의 긍지를 안고 제힘으로 일떠서며 새로이 탄생하고있는게 아닌가.

일생을 통하여 탐구해오는 진리를 다시금 심장속에 체험하는 그러한 순간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민족의 자주성이라는 진리의 탄생을 선언하시듯 더 높이 손을 쳐드신다. 그 높이 드신 손길은 진리의 절정을 가리키시는듯…

리승기는 그냥 눈굽이 뜨거워올랐다. 자기는 그 진리의 상상봉을 향해 오르면서 날에날마다 새로이 탄생하는게 아닌가.…

저녁에는 준공된 비날론공장 방사직장의 드넓은 건물안에서 경축연회가 있었으며 오색령롱한 축포가 밤하늘을 현란하게 장식하였다.

도무지 어느 한순간도 진정할수 없는 가슴을 안은채 리승기는 밤하늘에 꽃보라마냥 날리는 축포의 불꽃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열렬히 속삭이였다.… 수령님, 비날론을 어찌 저희들이 만든다고 생각할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수령님께서만이 하실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과학도로서 성장하고 작은 일이나마 할수 있었다면 조금도 보탬없이 그건 전적으로 수령님의 덕택입니다.… 저로서도 나라와 민족을 그렇듯 사랑하시는 수령님께 매혹되여 수령님의 애국애족의 뜻을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라도 따를수 있게 된것입니다. 이 행운으로 하여 제인간으로, 민족의 얼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런 학자로 성장하고있는것입니다.…

생각하면 꿈같은 일이 아닐수 없다.

불현듯 그의 눈앞에는 나라가 있자면 공과가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 대학을 꾸려보겠다고 정신없이 뛰여다니던 남조선땅에서 그 순진한 꿈이 무참히도 짓밟히던 일이 떠올랐다.

(아니다. 더 돌이켜보지 말자, 이 기쁜 날에.…)

이미 지난해 4.19의 광장에서 꺼꾸러져 해외로 쫓겨난 미국놈의 주구 리승만이 청사관리를 트집걸어 대학교사를 통채로 빼앗아 《국군》사관학교에 넘겨주겠다고 하던 그때의 그 가슴터지는 분노도 이미 옛말로 되였다.

한데 저기를 보라. 인민의 재부로 되게 하자고 하나의 옹근 대도시를 방불케 하는 비날론공장을 통채로 나에게 마련해주시고 맡겨주시였으니… 비날론의 공업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으나 한 학자의 소원을 풀어주시고 인민을 위하시는 우리 수령님의 그 뜻과 그 품이 있는한 념려할게 없다. 비록 저기에 내 육체의 쪼각쪼각을 묻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이 폭포처럼 비날론솜을 쏟아내고야말리라.…

리승기는 그밤에 자정이 넘도록 잠들지 못하고있었다.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