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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 회

제 3 편

제 4 장

5


이 며칠동안 림세진은 의사가 아니라 과학평의회를 조직하는 연구소의 일군처럼 되고말았다. 그는 같은 숙소에 자리잡은 방하민이 인차 리승기를 방문하는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평의회가 끝난 다음에 자기와 같이 가야 된다고 말했다.

림세진은 김용석과 리재업을 만나 평의회에 내놓을 과학기술문제들을 의논하였다. 당장 걸리는것이라 해도 심각한 의견대립이 존재하는 그런 문제는 되도록 피하라는 의사의 권고앞에서 김용석과 리재업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보통정도의 그러루한 문제를 제기하면 그동안 자기들이 앉아뭉개는 인상밖에 줄것이 없었다. 그것 또한 환자한테 리로울게 무언가. 마침내 몇차례의 토의끝에 두가지 문제를 내놓기로 락착이 되였다.

허나 림세진은 아무런 전제나 감정준비도 없이 무중 리승기를 과학평의회에 나오게 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우선 최근에 수령님께서 비날론공장건설과 설비제작 그리고 공정준비시험을 두고 하신 현지교시와 전화교시, 특히는 수령님께서 만족해하신 내용들을 김용석이 리승기에게 먼저 전달하도록 하였다. 물론 림세진은 자기도 같이 간다는것이다.

아침 10시경에 림세진은 김용석과 함께 리승기한테로 갔다. 림세진이 방에 들어서면서 밝은 어조로 말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오늘두 퍽 좋아보입니다.》 림세진은 여느때처럼 치료일지나 청진기, 처방전, 니켈도금망치따위는 애당초 갖고 들어가지 않았다. 의사로서가 아니라 김용석과 동행한 여느 사람처럼 보임으로써 리승기로 하여금 되도록 환자의 기분에서 벗어나게 하려는것이였다.

림세진은 두손을 포개여 무릎우에 얹고 아주 얌전하게 의자에 앉아있었다. 리승기한테 하는 김용석의 말을 들으며 저도 좀 안다는듯 이따금 머리를 끄덕이여 김용석의 말을 긍정하는 뜻을 표하였지만 중뿔나게 끼여들지는 않았다.

김용석은 공장건축공사와 설비조립의 비상한 속도에 대하여 말하였다. 이제까지 해온 우리 나라 건설속도와 비교되지 않을만큼 엄청나다는것을 설명하였다. 거기에 따라 공정준비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조용조용 이야기하였다.

그러던 김용석은 약간 흥분에 떠서 말하였다.

《경애하는 수령님께서 매일 비날론공장건설정형을 보고받으시고 무척 만족해하십니다. 어떤 때엔 한밤중이나 이른새벽에도 건설지휘부에 전화가 온답니다.》

그러자 리승기는 연신 머리를 끄덕이더니 안락의자에서 막 일어나려는듯 몸을 솟구기까지 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눈을 감고 혼자말처럼 《수령님께서 편히 쉬지두 못하시는데 나는 이게 뭐람.》 하고 중얼거렸다.

김용석이 리승기를 자책의 감정에 빠지지 않게 하느라고 서둘러 다음말을 꺼낼 때 림세진은 하마트면 《그것 보시오!》 하고 부르짖을번 하다가 가까스로 참고 앉았다. 김용석이 이렇게 말한것이다.

《화학설계사업소에서는 미처 설계를 따라세우지 못하고있습니다. 룡성기계공장에선 말입니다. 사대주의자들이 못한다고 하면서 수입해야 한다던 그 스크류날개를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해내고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수령님께서는 너무 기뻐 잠을 다 잊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분께선 뭐나 우리 힘으루 해낼 때 제일 기뻐하시지.》

리승기는 두손을 마주쥐고 부비기도 하고 량쪽의 안락의자팔걸이에 올려놓기도 하면서 진정을 못하였다.

림세진은 이러한 흥분을 이제는 반가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여전히 점잖게 앉아있기만 하고 제가 거기 있는것을 잊어주기를 바라는것 같던 림세진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용석이한테 알릴락말락 눈껌뻑이를 하였다.

이때라고 생각한 김용석이 공정시험정형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과학평의회 참가문제에로 말을 끌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김용석의 첫 말이 떨어지자마자 리승기자신이 그의 설명에 앞서서 이것저것 묻는것이였다.

누구누구 맡았던 과제는 어떻게 하고있는가, 또 누구는 무엇을 하고있느냐 하고 물었다.

마침내 김용석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래일 과학평의회를 열구 한두가지 토론을 붙이자구 하는데.》

김용석이 이렇게 말하자 리승기는 김용석의 얼굴을 찬찬히 보다가 이렇게 청해나서는것이였다.

《나두 거기 참가해봅시다.》

《선생님께서요?》

김용석은 그것을 바랐던것만큼 별로 놀란 티를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김용석이 림세진과 눈길이 마주쳤다.

그러나 김용석은 이 과학평의회를 수령님께서 조직해보라고 하셨다는것을 말할수가 없다. 림세진이 과학평의회가 진행된 다음에 그 내용이 알려진다면 몰라도 그전에는 그래선 안된다고 굳이 당부했으니 그것은 환자에게 지나친 흥분을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는것이다.

김용석은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림세진이 앉은쪽을 보았다.

《의사선생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그러자 림세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듯 《리선생이 왜 참가 못하시겠소, 이젠 얼마든지 참가할수 있는데.…》 하고 제사 도리여 적극 호응해나섰다.

림세진의 말을 듣고 리승기는 흐뭇한 눈길로, 지어 아주 감사해하는 뜻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리승기는 몇달만에 처음으로 과학평의회에 나가게 되였다.…

과학평의회는 화학공장시험소의 크지 않은 회의실에서 열렸다. 널마루를 깐 바닥에 장의자들이 놓이고 길다란 탁자가 주석단 앞탁을 대신하였다. 밤색라크칠을 한 연탁은 키낮은것이였다.

림세진은 소리없이 뒤문으로 들어가 맨뒤의 빈자리에 조심히 앉았다. 다행히도 앞사람들에 가리워져 누구의 눈에도 쉽게 띄지 않았다. 그는 앞사람의 어깨너머로 주석단을 바라보며 리승기의 모습을 지켜보고있었다.

리승기는 머리를 수굿한채 앉아 만년필을 들고만 있었지 그것으로 무엇을 적지는 않았다. 그저 망각상태 또는 제 혼자생각에 잠긴 사람같았다.

림세진은 리승기가 오늘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어도 좋았다. 중요하게는 끝난 다음에 머리가 아프다든가, 권태감이나 심한 피로를 느끼지만 않으면 되였다.

연단에는 교수, 박사들이 나왔으며 네번째에 오정해연구사가 나왔다.

연단에 나선 오정해는 곱슬머리를 한손으로 비다듬고나서 매우 침착한 어조로 《높은 중합도의 폴리초산비닐을 얻기 위한 몇가지 조건검토》라는 제목의 연구보고문헌의 허두를 떼였다. 청수에서도 마지막까지 애를 먹였다는 그 중합공정인 모양이다. 오정해는 걸그림에 다가가 붓글씨로 크게 적힌 수자들을 짚어가며 수십차례 실험에서 얻은 수치들을 설명하고있었다. 대체로는 시작처럼 침착하였으나 중도에는 간혹 열을 올려 력설하는 투로 제 주장을 말하기도 하였다.

주석단에서 리승기의 량쪽에 앉은 사람들은 수첩에 무엇을 적기도 하고 걸그림을 설명할 때는 그쪽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리승기는 한손으로 턱을 받친채 앞에 놓인 종이장만 들여다보고있었다. 그한테 필요할것 같아 누군가 그 종이장들을 갖다놓은 모양이다. 아까 손에 쥐여졌던 만년필이 지금은 종이장우에 눕혀져 그대로 놓여있다. 그의 눈길이 숙여졌는데 눈도 조는듯 감겨있는것 같았다.

(벌써 피로를 느끼는걸가?)

림세진은 거기서 론의되는 내용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또 암만 들어도 류산이니, 가성소다니 하는것외에는 알수가 없었다. 다만 의사로서 리승기를 관찰하면서 과학평의회가 예상보다 길어지지 말기를 바랐다. 빨리 끝나야 한다. 어찌 단술에 배부르겠는가. 이제 며칠후 다시 다른 과학평의회를 조직하더라도 아무튼 점차로 정신신경상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믿는것이였다.

일하는 속에서 병을 고쳐야 한다는 경애하는 수령님의 말씀을 접하고난 뒤 이 며칠동안 그는 장년기에 들어선 신경질환환자들의 증례를 연구했으며(지방병원에서 한나절 시간을 바치였었다.) 더구나 년로보장으로 집에 들어앉는 사람들이 몇달사이에도 푹푹 늙어가는것은 순전히 손에서 일을 놓아 신경정신활동의 활력이 정지된데 기인됨을 보았다.

오정해가 한창 마지막결속에 이를 때였다. 여태 까딱않고 앉아있던 리승기가 불현듯 머리를 쳐들고 오정해쪽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안경알이 창문으로 흘러드는 해빛에 번쩍 하고 빛났다. 그 짧은 빛발은 어떤 단호하고도 결연한 표정을 가상시켜주었다.

《정해동무, 중합도에 관한 론문들은 어떤것들을 참고했습니까?》

질문의 내용보다 다름아닌 리승기가, 얼마간은 실히 격페된 생활과 망각상태에서 헤매이던 그 리승기가 이런 질문을 던질수 있다는 놀라움때문인지 오정해는 잠시 멍하니 서서 리승기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림세진은 그런 질문쯤은 요즘의 호전기로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혼자서 고개를 한번 끄덕하였으나 리승기의 표정과 입모습만 뚫어지게 지켜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였다.

오정해가 여러건의 참고문헌들을 들면서 거기서 어떤 부분들을 참고했는가를 말하자 리승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였다.

그 순간 림세진은 저로서도 다행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때 리승기가 곧바로 시선을 들고 회의실 뒤벽 어딘가를 바라보는듯 하더니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국제화학통보 1958년 3월호도 참고해보시오. 거기에 아마 중합도에 관한 도이췰란드사람 와이트만의 론문이 실렸을거요. 그 사람은 처음 듣는 이름이였댔는데… 우연히 기억나는데 세번째 차례, 아마 50페지에서 70페지쯤 그사이에 있을거요.》

이 말을 모두가 명백히 들었다. 놀라움에 차서 곁사람과 눈길을 마주치느라 고개를 이쪽저쪽 돌리는 사람들의 뒤모습…

전문가가 아닌 림세진은 딱히 알지는 못했으나 저로서도 모를 어떤 확신에 북받치여 머리를 대구 끄덕거렸다. 그런 론문이 확실히 있었겠는가 하는 의문이나 그 페지수가 과연 정확하겠는가 하는 못미더움조차 들지 않는것은 이상한 일이였다. 림세진은 언젠가 의사들이란 기적을 제일 믿지 않지만 또 어찌 보면 기적을 제일 바라는것도 의사들이라고 말한적 있었다.

정말이지 지금 자기의 눈앞에서는 어떤 기적이 벌어지는것만 같았다. 어떤 원인에 의해 그의 건망증은 사라지고 불시에 그가 이렇듯 명석한 두뇌에로 되돌아왔단 말인가.… 림세진은 내심의 흥분을 누르며 리승기를 향해 지켜보기만 하였다.

그러한 조언을 주면서도 그것을 기억해낸 자기 만족의 희열따위는 본래도 그랬지만 지금도 리승기의 표정과 몸짓의 그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었다. 다만 지금은 그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듯 한 담담한 표정이 어려있을뿐이다. 좌중을 가르치려는 그런 투는 없고 오직 오정해 한사람에게만 타이르려고 애쓰는듯 그렇듯 사랑스러운 제자인 젊은 연구사만을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여는것이였다.

《탐구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화학자는 실험학자이지만 실험 하나에만 매달리지 않습니다. 리론화학이 응용화학을 떠날수 없듯이 응용화학도 리론화학을 떠나지 말아야 합니다. 이건 물론 상식이긴 하지만… 고미나미박사의 중합도에 관한 리론도 참고해보시오.》

그 말을 듣던 림세진이 하마트면 몸을 솟구며 일어설번 하였다.

허나 조급해말자. 우연일수 있다고 마음을 눅잦히면서도 제앞에 꺼내놓은 종이장에 저도 모르게 큼직하게 《기적이다!》 하고 써놓았다. 그러다가 림세진은 리승기가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한테서는 이게 너무나 응당한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리승기는 결코 건망증과 의지력상실이라는 가혹한 처지에 오래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이 강하게 안겨왔던것이다.

다음에는 중년의 연구사가 연단에 나왔다. 제목은 《초산비닐중합의 개시제인 아빈에 대하여》라는것이였다. 그는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면서 그 우월성을 설명했고 제조법에 관한 참고문헌까지 렬거하였다. 림세진은 흥미가 없었으나 그 내용이 리승기의 표정에 나타내는 반사의 빛을 가늠하려고 애썼다.

리승기는 그 연구사한테 무슨 말인가 중간에 하려 하다가 참는게 분명하였다. 이러는 사이에 리승기가 하려고 마음먹은 말들이 다 망각속에 묻히고 나중에 영 생각나지 않아서 그가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가 하는 불안과 우려가 림세진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허나 리승기는 마감에 침착한 어조로 매우 길게 이런 말을 하는것이였다.

《과산화벤조일대신 아빈이 우월하다는건 명백합니다. 한데 우리가 청수에서 썼던 과산화벤조일의 약점을 더 잘 밝혀야 합니다. 탐구하고 창조하는것은 무엇보다 먼저 낡은것을 부정하고 타파해버리는데서 철저해야 합니다. 그러니 과산화벤조일의 결함이 더 명백해야지요. 더구나 아직도 그걸 고집하고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조건에서 말입니다. 과산화벤조일과 아빈을 비교실험한 연구보고가 작년 봄에 있은 쏘련과학원 학술발표에서 인기를 끌었다구 해서 자만하거나 무턱대고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것입니다. 아빈의 제조법도 채 완성되지 못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아빈은 우리가 처음에 중국에서 가져왔던것만큼…》 하더니 리승기는 중국의 어느 화학잡지의 이름을 들면서 그 잡지의 57년 11월호를 참조하라는것이였다.

리승기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피로한듯 팔굽을 세워 이마를 한손으로 받치고있었다. 이제 와서 림세진은 리승기의 사리정연한 견해와 비상한 기억력에 의사가 아니라 화학자처럼 놀래고있었다.

기억력, 탐구심, 의지 그것이 리승기한테 천성적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저렇듯 쓰러지지 않는 인간으로 키웠는가? 그의 온 생애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그의 남다른 지향이? 그렇듯 심한 건망증에서(요즘 퍽 나아졌다 해도) 이렇듯이 비상한 기억력과 명철한 조언으로, 다시말해서 극단에서 극단으로 뒤바뀌여지니 이거야말로 신비한 일이 아닌가.

림세진은 랭정한 학술적론리를 발동하여 객관적으로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이 경우 심리활동을 신경활동과 결부시킬수 있다면 병적심리의 추구에서 기적을 창조한 도스또옙스끼는 사람의 심리란 두 끝을 가진 막대기라고 한 말을 상기하게 된다. 한쪽이 아니면 다른쪽이라는것이다. 그것은 두 극단을 련결시키고 지탱하는것이 인간심리의 보편성이라는 뜻일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자신심과 의지력상실,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의 신경심리활동들이 우연의 힘에 지배되여 종잡을수없이 무시로 뒤바뀌는것이다. 그것은 병적심리이지 정상심리일수가 없다. 그래도 한때 도스또옙스끼의 병적심리에 대해서 림세진은 감탄도 하고 머리를 기웃거리기도 했으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따위에만은 일찍부터 침을 뱉은지 오래였다.

그런데 빠블로브의 신경학설로도 지금의 리승기한테서 산생되는 정신심리상태를 설명해낼수 없는것처럼 그것이 너무나 돌발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라고 생각되였다.

그러자 또다시 경애하는 수령님의 말씀이 가장 경건한 심정으로 머리속에 떠오른다.

《그의 병은 애국자의 병일것입니다.》

리승기가 지닌 탐구자의 넋은 잠재의식처럼 깊이 뿌리내린 애국의 정신이라는, 그 사상론에 의한 분석이 지극히 합당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러워졌다. 경애하는 수령님께서만이 그의 애국정신을 보시고 그를 참다운 애국자로 키워내시였다는, 역시 사상정치적인 해명만이 이 의학자의 머리속에 지배되는것이였다.

그러니 신경심리활동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사상정신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깨닫는것으로 된다.

(새삼스럽네. 여보게, 세진이!) 그는 내심 혼자 자신에게 말했다. 사상… 이 사상이라는 두 글자에서 거대한 철리나 발견한것처럼, 거기서 일생토록 뇌신경학의 탐구자로 늙어온 자기가 이제 와서 도달한 명처방을 찾기라도 한것처럼 흥분에 잠기는 림세진이였다.

평의회가 끝나 사람들이 회의장밖으로 나갈 때에 웬일인지 림세진은 벌떡 일어나서 장의자들사이의 통로로 바삐 걸어나가더니 앞줄에서 일어나는 오정해의 손을 꽉 잡아주는것이였다. 두사람은 이미 낯을 익힌 사이였으나 림세진은 마치 처음 만날 때처럼 그의 손을 쥐고 흔들었다. 흔히 학위론문발표회나 학술토론회, 평의회들에서 발표자의 성공을 기뻐할 때 이렇게 축하의 뜻을 표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전혀 다른 뜻으로 보였다. 리승기의 조언과 충고, 비상한 기억력을 확실한것으로 인정해주는 열렬한 공감으로 해석되고 바로 리승기가 지닌 탐구와 창조의 열정이 다시금 세차게 나래쳐오름을 함께 기뻐하는 뜨거운 악수로 보이는것이였다.

층계를 내려 현관밖을 나서 걸어가던 림세진은 불쑥 옆에서 나타나는 방하민을 만났다. 그러자 림세진은 다짜고짜 방하민의 손을 잡아쥐였다.

《여보 방선생, 아주 성과적으로 되였소!》

이 한마디면 방하민의 의문에 충분한 대답이 되기나 한듯 하였다. 이제나저제나 평의회가 끝나기를 시험소의 어느 방에서 기다리다 나온 방하민의 흥분과 기대는 알바가 아니라는듯 그리고 방하민도 이 평의회에 함께 참가하기라도 한듯 무중 방하민의 팔소매를 잡으며 림세진은 말했다.

《방선생, 그는 우리들 학자들한테 무엇을 보여줍니까?》

그리고는 스스로 대답한다.

《민족의 리익, 인민의 리익을 떠나서는 과학자의 참된 삶이란 있을수 없다는 고귀한 진리를 가르쳐주고있지 않습니까?》

그리고나서야 곁에서 걷는 방하민을 돌아보며 림세진은 다름아닌 자기가 그를 평의회에 참가 못하게 했다는것을 깨닫고는 몹시 미안한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허나 방하민은 제가 생각하던바를 림세진이 아주 단순히, 그러면서도 명백히 말한다고 생각되여 서둘러 긍정하는것이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렇지요.》

물론 방하민은 오늘 하루동안에 생각해낸 말은 아니였다.

림세진은 여전히 방하민의 팔굽을 놓지 않은채 걸어가며 《그 평의회가 어떻게 됐는가 하면 말입니다.》 하고 평의회과정에 대하여 흥분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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