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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6 회

제 3 편

제 4 장

4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온 림세진의 인사를 받으신 후 응접탁에 나와앉으시였다.

림세진은 그이의 권고로 응접탁에 마주앉았다. 환자를 완쾌시키지 못하는 의사의 송구스런 심정을 리해하시는듯 수령님께서는 너그러운 미소로써 림세진의 마음을 풀어주시며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의사협의회처럼 이렇게 마주앉아 진지하게 의논해봅시다. 우선 그새 치료한 정형들을 들어봅시다.》

림세진은 책처럼 두툼해진 치료일지를 꺼내놓고 한장한장 번지며 침착하게 설명하느라 애썼다.

첫 단계에서는 완전한 외계의 차단으로 환자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에서, 다음단계에서는 점차 일정한 환경변화를 시키는것으로 치료계획을 설정했음을 차근차근 말씀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의깊이 들으시다가 물으시였다.

《초기의 증상이 뭐라구 하셨던가요? 거기를 그대로 읽어주시오.》

림세진은 그 부분을 스치고만 실책을 깨달았다.

《네… 기억력이 없어지고 매사에 자신심을 잃음. 불면증, 머리아픔, 의지력상실…》 하면서 림세진은 덧붙였다.

《이런 증상들이 단번에 또는 엇바뀌여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전반적인 정신상태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합니다.》

《앙양과 저상이 번갈아 나타난단 말이지요. 신경곡선이 오르내리면서 마치 파도에서 마루와 골이 생기듯이 말입니다.》

림세진은 그 형상적비유가 마음에 들어 머리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는 스스로도 제 목소리에 자신이 없어지는것을 느끼였다.

《원래 환자의 신경증은 고질병인데 주기적으로 재발해왔습니다. 의주병원에서 그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도 그렇게 말합니다. 사실 울성신경증의 원인기전을 두고는 세계의학계가 론의를 많이 하고있으나 분명치 않습니다.》

《그가 일본에서 공부할 때 병약한 몸으루 목에서 피까지 쏟았구 더구나 남조선에 있을 때에 이 병에 걸렸다는걸 나두 알구있습니다. 한데 재발했다가 나을 땐 어째 나았는지, 어떤 치료대책으로 회복되였는지 알아봤습니까? 이 병에선 정신적인 원인두 극히 중요하다구 하지 않습니까?》

《회복되던 시기의 정신적인 요인들은 미처…》

《그걸 이제 알아봅시다.… 생각해보시오. 그한테는 지금이 일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시기입니다. 연구성과가 공업화되는데 학자로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데 있습니까. 물론 공업화를 앞두고 과중한 정신적부담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의 일반상태는 어떻습니까?》

림세진은 혈압과 심장혈관상태는 정상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주저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는… 사람의 체질을 구분하는 빠블로브의 학설에 의하면 우울질에 가깝다구 보았습니다. 점액질도 담즙질도 더구나 다혈질은 아닌것으로…》

《우울질이라…》

김일성동지께서는 되뇌이시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차라리… 리제마의 사상의학설에 의하면 그는 어떤 체질입니까? 빠블로브의 체형구분과 리제마의 그것과는 그 기초가 근본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에야 리제마의 사상의학설에 주의를 돌렸던 이 신의학전문가인 림세진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아마 태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상대방의 당황한 기색을 보시고는 오히려 자신께서 미안해하시는듯 미소를 지으시며 급히 밀막아주시였다.

《됐습니다.… 빠블로브의 신경학설을 인용하자면 그와는 다른 우리의 리제마학설도 알아야 하겠기에 그런건데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림세진의 앞에 놓인 치료일지를 끄당겨 천천히 갈피를 넘겨 들여다보시더니 시선을 드시지 않은채 물으시였다.

《그래, 요새 환자상태에선 무슨 변화가 있습니까?… 여기엔 호전기가 시작됐다고 기록했는데…》

그러시면서 그이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묻는듯이 림세진을 지켜보시였다.

《네, 기분전환을 시켜보고있습니다. 승용차로 산골짜기, 수림이 우거진 곳에 갔다오기도 합니다. 낚시터에도 가구… 그리고 이제는 장기도 두게 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탁구도 좀 치게 하려구 합니다.》

《음…》

김일성동지께서는 긍정하시듯 약간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그래서 림세진은 적극적으로 환경변화에 대하여 더 말씀드리고싶어졌다.

《그리구 말입니다, 며칠전에… 저녁에 갑자기 비날론건설장의 야경이라두 보자구 해서 저두 함께 차를 타고 나섰댔습니다.》

림세진은 왜 낮이 아니라 밤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였는가를 설명해드렸다.

《알만합니다. 그럴수 있습니다.… 그때의 그의 기분상태는?》

《전날 저녁에 비해 흥분도가 높았습니다.》

《그럴테지요. 안 그럴수 있습니까? 의사선생은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흥분은 과히 나쁘지 않을듯싶습니다. 건설장야경을 돌아보는거야 이미전부터 했어야 할게 아니였습니까? 전문가의 말은 아니니 나무람을 마십시오.… 너무 격페된 상태에 오래 두면 그가 도리여… 아니, 그런게 아니라 차도가 떠질것 같아 그럽니다. 강영창동무의 말에 의하면 그는 원래 머리가 아프다가도 책만 보면 아프지 않다는 사람입니다. 학자는 학자가 옳지요.》

그이께서는 가벼이 웃으시며 치료일지를 뒤적여보시다가 어느 한군데에 눈길을 멈추시였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말씀하시였다.

《뜨락산보를 시키거나 승용차로 산천구경이나 시켜서는 환경변화가 적극적으로 되지 않을듯싶은데 의사선생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네, 지금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생각하는중인데…》

《의사선생, 대담하게 치료대책을 세워봅시다. 그를 회복시키는 시간이 빠르면 좋겠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간절한 뜻을 담으시더니 송수화기우에 손을 가져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잠간 생각하시다가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수령님께서는 과학원원장을 찾으시였다.

《원장동무입니까?… 엊그제 화학부문협의회때 토론한 내용 말입니다.… 그때 비날론에서 제기되는 과학기술적문제에서 몇가지는 우리가 풀어줄수 있는 방도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걸 리승기박사에게 간단히라도 전달해줘보십시오.… 뭐? 전달해주었다? 그래서?… 기뻐하더란 말이지.… 그럼 좋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으시고 림세진을 바라보시였다.

《한데 이걸 의사선생한테 허락받구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올라오는 날 공업시험소에서 듣구…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그런 정도는 괜찮을것 같아서… 하지만 그 결과는 여직 모르고있었습니다.》

《그랬으면 됐습니다. 이것두 일보전진이라구 할가…》

《그렇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두 연구사들이 와서 연구성과를 말하면 리승기박사가 통 믿지를 않았습니다. 자기를 위안하느라구 그런다는거지요. 사실 어떤 연구사는 와서 좀 과장해 말하기두 했습니다. 환자한테 기분좋은 얘기를 해야 한다는 우리 의사들의 소견에는 그걸 나무랄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협의회…》

《아까 전화로 말하던 협의회 말입니까?》

《그게 어떤 협의회인지 모르겠으나 거기서 토의된 방도들을 그가…》

《알겠습니다. 믿겠는가 하는 그 말이지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림세진의 위구를 부정하시듯 머리를 약간 흔드시였다.

《아닙니다.… 그 화학부문 협의회는 나두 참가한 회의이니 아마 거기서 협의한 문제들은… 꼭 리승기박사가 믿을것입니다.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응접탁옆에 주런이 놓인 의자들뒤로 왔다갔다 거니시다가 같이 일어난 림세진한테 고개를 돌리시였다.

《의사선생, 리승기박사의 병은 정말 류다른 병입니다. 보통병은 아니기는 아닌것 같습니다.》

림세진은 그 말씀의 뜻을 가늠할수 없어 그저 어리벙해 서있었다.

하지만 김일성동지의 안광에 어리는 미소에는 이미 확실한 치료대책과 환자를 이내 완쾌시킬수 있는 뚜렷한 방도를 내다보는 밝은 빛이 어려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반복하시였다.

《정말이지 보통병이 아닙니다.…》

그이께서는 의자들이 없는 저쪽까지 몇걸음 더 걸어나가시다가 돌아오시여 응접탁을 가운데 두고 림세진과 마주서시였다. 그이의 얼굴에는 심중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 어떤 결심을 내리신 단호한 표정으로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의사선생, 리승기박사를 참가시키고 거기서 과학평의회를 조직해보도록 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네?》

정중한 자세로 꼿꼿이 몸을 펴고 서있던 림세진은 웃몸을 약간 탁자앞에 기울이기까지 했다. 혹시나 제가 잘못 듣지나 않았나 해서였다. 그는 놀랐다. 그러면서도 눈길은 여전히 수령님의 생각깊은 표정에서 옮길수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상대방을 안심시키며 걱정말라는듯 한손을 드시였다.

《일반상태는 괜찮으니 육체적인 무리는 없을겝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원래 머리가 아프다가도 책을 보면 아프지 않다는 학자가 아닙니까. 그한테서 책까지 다 빼앗아내다니… 지금상태에서는 학자로서 조언도 주고 가벼운 정신로동과 사색도 하고… 그속에서 병이 완전히 나아지게 해야지 않겠습니까. 의사선생이 말하는 그 환경변화의 보다 적극적인 형태라구 할가요?… 모험은 아닐겁니다.》

림세진은 얼른 대답을 찾지 못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퍽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으시였다.

《박사의 병은 나라일에 헌신하다가 걸린 애국자의 병일것입니다.… 애국자의 병… 난 그렇게 믿습니다.》

그이께서는 어떠냐는듯 림세진을 묵묵히 보시다가 그더러 자리에 앉으라 하시였다. 자신께서도 다시 그와 마주 의자에 앉으시였다.

한데 이때 뜻밖에도 그이께서는 이런 말씀을 꺼내시였다.

《림선생은 리승기박사가 걸어온 길을 알구있습니까?》

《네 약간은, 하지만 깊이는 모르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가 일본에서 비날론을 발명할 때 다름아닌 석회석과 무연탄을 원료로 시작한걸 난 우연한 일치라구 생각하고싶지 않습니다. 장차로는 꼭 독립될 우리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구 그 원료를 출발물질로 잡았다구 난 그렇게 보구싶습니다. 그러니 그의 애국의 넋은 그때 벌써… 참말로 그는 애국자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수령님!…》

림세진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흥분에 끓고있었다.

(수령님, 수령님께서 그를 참된 애국자로 키우지 않으셨습니까! 수령님의 품이 아니더라면 그는 우선 육체적으로도 자기를 구원하지 못했을것입니다.)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는 림세진을 묵묵히 바라보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생각해보십시오. 한 과학자의 일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입니다. 그가 쓰러져선 안되며 또 쓰러지지도 않습니다.… 이젠 전쟁때부터 그가 키워낸 제자들과 전후에 자라난 학자들이 얼마든지 그를 대신해서 비날론을 공업화, 정상화해낼수도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불시에 김일성동지의 음성에는 흥분이 어리신다.

《그의 병을 하루빨리 고쳐줘야 한다고 우리가 말하는건 비날론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의 애국정신이 귀중하고… 우리 과학의 선구자로 생각되구… 또 그가 빨리 소원을 성취하게 하자구… 그래서 그러는것입니다. 의사선생, 학자의 병은 그가 고심하는 문제를 풀어줘야 병이 떨어질게 아닙니까?》

불시에 밀려드는 숭엄한 감정에 림세진은 고개를 숙이였다. 그러자 제앞에 펼쳐진채 놓인 치료일지를 무심히 내려다보는 순간 어쩌면 자기가 준비하는 정신, 신경학론문의 기초자료로 보았던 여기에 가장 중요한것들이 빠지고 따라서 이것이 영 쓸모없는것으로까지 여겨지는것이였다.

헤여지면서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당부하시였다.

《의사선생두 과학평의회에 참가해서 잘 관찰해보십시오.… 의사니까 환자의 눈에 띄지 않게 뒤줄에 앉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림세진의 이야기는 끝났으나 방하민은 그가 말하는 도중에 한마디도 묻지 않고 정신없이 듣던 그 표정대로 눈을 감은채 뒤로 머리를 기대였다. 차바퀴소리에 장단맞춰 울려오는 숭엄한 음성… 수령님의 집무실에서 울리던 그이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애국자의 병일것입니다. 애국자의 병… 애국자의 병…》

그렇다. 이러한 사랑이 리승기를 키워냈다는 림세진의 말은 참말로 지당한 말이다.

렬차는 밤 11시에 화학공장가까이의 역에 도착하였다. (그때만 해도 간선철도의 역은 바로 비날론공장건설장옆에 있었다.)

저녁무렵의 도시처럼 불야경을 이룬 끝간데없이 드넓은 건설장… 거기서 내리지 않는 승객들은 초저녁잠이 많아 좌석에서 조는 다른 손님들을 두들겨깨우면서 밖을 내다보라고 웨치였다. 저저마다 차창에 매달려 머리를 내밀고 건설장야경을 경탄에 차서 바라보았다.

젊은 축들속에서 문득 이런 목소리가 튀여나왔다.

《여, 여기 내려서 한바탕 땀을 뽑구 래일 저녁차로 가는게 어때?》

《그럴게 있어? 우리 여기다 아예 제대배낭을 풀구말자우.》

순간적인 결심이 아니며 희떱게 객기를 부리는것도 아니였다. 오면서 도중에 공론이 많았던것 같다. 제대복차림의 두 친구는 배낭을 둘러메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차에서 훌쩍 내려온다.

차칸안의 승객들이 별안간 남녀로소 할것없이 요란히 박수를 치더니 차에서 내린 두 청년을 향해 차창밖으로 손을 저어주었다.

방하민과 림세진은 먼저 내려와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능청스러운 림세진은 손을 들어 차창에서 흔드는 손길에 마주 인사를 보낸다, 마치 자기도 여기 건설장으로 오는 사람처럼.…

방하민도 이 역에서 내린다는 단지 그것으로도 그 어떤 긍지와 자랑을 느끼였다.

렬차는 떠나갔다.

홈에서 림세진은 방하민에게 말했다.

《며칠동안 있을 차비면 나 있는 곳에 거처를 잡읍시다.》

《어딥니까?》

《공장 외래자려관 2층 1호실이요.》

방하민은 도시처럼 불밝은 건설장우의 야공을 바라보며 림세진에게 말했다.

《먼저 가십시오. 전 건설장을 돌아보구서…》

《아니, 이 밤중에? 날씨도 차지는데…》

《여러가지루 제 감정이… 후에 얘기합시다.》

방하민은 숙소에 간다 해도 잠이 올것 같지 않았다. 기차칸에서 들은 림세진의 이야기에서 받은 충격과 바로 그런 사랑으로 몇해전만 해도 상상할수 없었던 비날론의 공업화라는 장엄한 광경이 저렇듯 빛나오르고있지 않느냐.

림세진이 말했다.

《좋을대로 하시오. 그럼 그 가방은 나한테 맡기시오. 가방 들구 어데 다닌다구 하우?》

가죽가방은 가벼웠다. 그래도 방하민은 말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미안할게 있소? 그럼 조심하시유, 흙구뎅이에 빠지지 말구. 자동차두 기중기두 밤에 다 조심해야 하우.》

의사다운 다심한 권고였다. 신경과전문가인 그는 방하민이 몹시 흥분상태에 있다는것을 간파했으며 따라서 그를 자제시키는것을 직업적인 의무로 간주한것 같다. 그는 재차 강조했다.

《2층 1호요. 잊지 마오. 아침밥시간에 기다리겠소.》

그러면서 그는 막 가려는 방하민의 팔소매를 잡았다.

《그리구 방선생은 이 며칠간은 의사인 나의 조수로 돼야 하우.》

방하민은 무슨 말인지 몰라 불빛에 비친 림세진의 얼굴을 치떠봤다.

림세진은 손을 내저었다.

《됐소, 됐소. 갔다오면 얘기하지.… 제발 물구뎅이에만 빠지지 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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