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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 회

제 2 편

제 6 장

3


당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는 소회의실에서 열리였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제 먼 동해안의 현지지도에서 돌아오시여 피로도 푸실 사이가 없으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방금 회의장에 나오시기 전에 전화로 받은 보고로 하여 심신의 피로가 말끔히 가셔지는것만 같으시였다. 작년 년말에 12월전원회의결정관철에로 불러일으킨 그 강선제강소에서 강재생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있었던것이다.

온 나라가 《최대한의 증산과 절약》이라는 당의 구호에 따라 혁신의 열풍으로 끓는 이 초봄에도 그이께서는 집무실에 거의 계시지 않고 현지지도의 로상에서 낮과 밤을 보내시였다.

이미 회의전에 휴계실에서 이런 말을 전해들은 리승기는 회의장소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회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그런데 이미 어느 정도 예견은 했으나 《합성1》호 연구에 대한 문제 한가지만으로 상무위원회가 열리였다는 사실에 그만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리승기는 기대와 불안이 뒤엉킨 긴장한 마음으로 주석단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에 리승기의 머리에는 아닐론인가 하는것은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주석단에 앉으신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으로 넥타이를 약간 늦춰놓는듯 하시더니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과학자동무들이 앞으로 나오시오. 오늘은 무엇을 결정하는 결정서를 채택하자는 회의가 아닙니다. 〈합성1〉호 연구에 대해서 위원동무들도 그렇구 모두 어디에 걸렸는가 좀 알게 하자는겝니다.… 더구나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게 된건 일부 일군들이 아직도 그게 과연 될수 있겠는지 하는 모호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있기에 한번 일군들과 과학자들이 함께 토론해보자는겁니다… 그럼 중공업부장동무, 보고라기보다 종합된 자료를 제기해보시오.》

연탁에 나선 중공업부장이 종이장을 번지기 시작하는것을 보며 리승기는 그간 해당 부서에서 청수에 내려와 료해하여간 자료들이 거기에 다 적혀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얼마쯤 지났으나 얼른 요점들이 명백히 짚이지 않아서인지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손을 들어 중공업부장의 말을 중단시키시였다.

《가만, 부장동무. 동무자신이 전문가도 아니고 하니 내용을 깊이 파악하기 힘들었겠는데… 동무가 아무리 중앙당 부장이라 해두 여기선 과학자보다 못한건 사실이니 우리 직접 과학자들의 얘기를 들어봅시다.》

그이께서는 앞에 앉은 리승기한테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리승기선생이 직접 나와 한번 말해보십시오. 종이에 적은것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있는 실태를 그대로 리선생이 얘기하는것이 더 좋을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다는 좌중의 의사를 훑어보신 그이께서는 《리승기선생, 여기 연탁으로 나오시오.》 하고 리승기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청하시였다.

연탁앞에 나와 선 리승기는 회의시작때보다 더 당황해났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이렇게 들어주신다는것을 알았으면 미리 더 잘 준비했어야 했을것이라는 자책감에 얼른 입을 열수가 없었다.

《일없습니다. 리선생이 이 회의를 지도하는 주인이라구 생각하구 마음놓구 그대로 얘기하십시오. 격식은 필요없습니다. 공정을 설명도 하고… 시간을 아끼지 맙시다.》

리승기는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말이 자연스레 나가는것을 느꼈다. 그리 빠르지 않게 말하다나니 거의 40분이나 걸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무 질문도 없이 주의깊이 들으시다가는 이따금 수첩에 적어넣군 하시였다. 그 수첩에는 리승기가 말하는 간단한 화학물질은 글로써가 아니라 분자식으로 적히고있었으며 중요설비와 기자재의 명칭아래에는 밑줄이 그어졌다. 석회석과 무연탄이 합쳐져나오는 카바이드, 거기서 아세찔렌으로부터 시작하여 폴리비닐알콜 즉 방사직전에 이르기까지 공정들은 길지 않았으니 합성이나 중합공정만 해도 방법이 여러가지여서 어느것을 택하는가 하는것이 중요했으며 게다가 촉매문제까지 겹치여 여간만 복잡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합성1》호의 공정들에 대한 일반적인 자료들을 이미 료해하시였으며 폴리비닐알콜이라는 말을 전문가들이 쓰는것처럼 《PVA》라고 수첩에 략해서 적기도 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이때 그이께서는 폴리비닐알콜섬유라든가, 《합성1》호라는 말대신 우리 식으로 섬유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비닐론》이라는 일본사람들이 지은 이름은 마음에 드시지 않았다. 조선사람이 발명한 섬유이니 우리 식으로 우리가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더라도 그 이름이 그리 합당한것은 못된다고 한다. 이제 그 발명당사자의 의견을 묻고 이름부터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그러나 이 순간에 김일성동지의 심중에 떠오르는 사색과 생각의 갈피들은 결코 실무적인것만이 아니였다. 그이께서는 보다 다른것을 말하고싶으시였다.

《동무들, 보시오. 과학자들이 얼마나 수고하는가를… 그런데도 서필규란자는 청수에 갔다와서 오랜 인테리들이 거기 모여서 무얼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는겁니다.… 종파분자들이 기계에서 밥이 나오는가고 우리를 걸고들었지만 돌에서 실이 나오게끔 우리의 화학공업도 튼튼해졌단 말입니다. 얼마전에 함흥지구에 갔다가 비료공장과 화학공장을 돌아보았는데 비료공장은 물론 화학공장도 아주 훌륭히 꾸려졌습니다. 그래 함남도당전원회의를 지도하면서 나는 앞으로 함흥에다 합성섬유를 생산할수 있는 공장건설을 예견해야 한다고 미리 말해주었습니다. 돌에서 실을 뽑자면 화학공업의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 토대는 이미 마련된셈입니다.… 입는 문제를 푸는데서 과학자들이 큰일을 하고있습니다. 갈에서 스프를 뽑는것도 성공하고있습니다. 그러니 이름있는 학자들을 가지고있는것을 우린 큰 자랑으로 생각하는겁니다.… 목화가 많지 않은 우리 나라에선 화학섬유를 뽑는 길밖에 없습니다.… 나는 오늘 우선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합니다. 이제 한걸음 크게 내디디여 일산200키로중간공장을 해보려는데 걸리는것이 아주 많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기술, 우리의 원료, 우리의 자재로써 앞으로 공업화도 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마음에 편한노릇입니까. 우리 할아버지들이 말하는것처럼 먹은것이 살로 가는 일이 아닙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확신에 넘친 어조로 말씀하시며 미소를 띠우시였다.

《우린 프랑스나 영국에도 사람을 보내보았습니다. 역시 석회석으로 출발하지만 좀 다른 방향으로 섬유를 해볼가 해서 말입니다. 모스크바에서 그 동무들한테서 과학원 원장동무한테 전화가 왔는데… 한가지 기술특허가 걸립니다. 우리의 기술발전에는 맞지 않는단 말입니다. 그러니 우린 계속 폴리비닐알콜섬유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 말씀을 듣고 리승기는 단순히 다행한 심정만을 체험하고있지 않았다. 허다한 난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연구방향을 계속 지지해주신다고 어찌 그저 감격과 신심만을 느낄수 있으랴. 수령님께서 그새 아닐론에 대한 의견을 헤아려 그토록 마음쓰신줄은 리승기도 미처 몰랐었다. 그이께서 과학원에만 맡겨두지 않으시고 친히 자신께서 섬유문제의 각이한 방향을 탐구하시면서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에까지 사람을 파견하도록 하신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는 리승기였다.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 이 부문에서 과학자이상으로 정통하시였다는 새삼스러운 놀라움에 끓어오르는 심정을 못이긴 리승기는 제자리에 내려와앉아서도 주석단을 향해 그이의 거룩한 모습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오로지 인민을 위하는 일이라면 과학이면 과학, 농업이면 농업, 예술이라면 예술에 정통하시느라고 밤잠을 잊으시고 전문가이상으로 탐구하시는 그이의 열정과 예지는 말씀의 구절구절마다에서 울리는것이였다.

그런데 문득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것이였다.

《이제는 우리의 섬유에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속 〈합성1〉호라고 할수도 없고 또 화학섬유의 일반적인 명명에도 맞지 않는 일본식이름인〈비닐론〉이라고 할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여기서 이름을 짓고맙시다.… 모두들 생각해봅시다.…》

잠시 장내에는 침묵이 깃들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리승기를 부르시였다. 리승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선생, 아무래도〈합성1〉호의 아버지는 리선생이 아닙니까. 그러니 자식의 이름을 지어야지요.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리선생의 의견은 뭐라구 했으면 좋겠습니까?》

리승기는 얼른 생각이 잡히지 않았다. 화학섬유에 이름을 단 전례대로 한다면 폴리비닐알콜섬유라는 말에서 《비》자와 《알》자를 떼여 거기에다 일반적으로 섬유를 뜻하는 《론》자를 붙여서 《비알론》이라고 부르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승기는 그런 취지를 설명드리면서 《비알론》이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올리였다.

그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비알론… 비알론…》하고 반복해서 불러보시더니 생각에 잠긴 시선으로 창문쪽을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좌중을 향해 시선을 돌리시더니 말씀하시였다.

《어쩐지 좀 부르기가 까다롭고 우리 발음으로는 자연스럽지 못하지 않습니까?》

모두에게서 긍정의 뜻을 읽으신 그이께서는 리승기더러 앉으라고 하시더니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들은 옛날부터 무명낳이를 하고 베를 짜면서 날실, 씨실이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날실, 씨실… 얼마나 어감이 좋은 말입니까.… 그래서 난〈알〉자 대신에〈날〉자를 붙여 〈비날론〉이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비날론!…)

리승기는 대번에 그 이름이 가슴을 울리였다. 여기저기서 《비날론》이라는 이름을 불러보는 경탄의 목소리들이 조용조용 울리였다.

(비날론!)

리승기는 다시 불러보았다. 《날실》의 《날》이라는 한글자가 이렇듯 순간에 이름을 돋구어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글자 한자의 바꿈이 아니였다. 그 글자 하나속에는 우리 인민의 수천년의 력사가 깃들고도 남음이 있다. 삐걱거리는 베틀소리, 다듬이소리… 거기에는 고생속에서 흐르는 노래소리도 있었다.… 비날론이라는 이름속에 인민의 수천년력사가 비끼는것 같았다. 오직 김일성동지께서만이 글자 한자로써 세기와 세기를 이어 내려오는 민족적정취와 념원을 담을수 있으신것이다. 다음순간 가슴속에서 솟구치듯 (민족의 어버이!) 하는 크나큰 부름만이 리승기의 머리속을 꽉 채우는것이였다. 심중에서 울리는 뜨겁고도 숭고한 이 부름에 마음은 자꾸만 앙양되고 흥분되는것이였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휴계실에서 리승기를 부르시였다. 그이께서는 오직 리승기와 단둘이 만나고싶은 심정에서 휴식을 선포하신것만 같이 앞탁우에 놓은 수첩장을 넘기며 아까 리승기가 말하던 내용에서 여러가지를 물으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래 요즘 제일 걸린것이 무엇입니까. 나한테야 뭘 숨길게 있겠습니까. 다 얘기하십시오.〈수상님, 수상님.〉하면서 걱정말라고 하지 말고 실지로 걱정이 안되게 말을 해줘야 할게 아닙니까.》

리승기는 요즈음 애를 먹는 검화공정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이온교환수지를 쓰면 초산소다없이 초산을 회수할수 있겠지만 그것은 꼭 외국에서 사와야만 했다. 리승기는 얼른 입을 열수가 없었다.

《리선생은 지금 무엇을 제기하려고 하면서도 주저하는데 정 그러면 내가 섭섭합니다.》

그바람에 리승기는 입을 열었다.

《이온교환수지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외국에서 사와야 하는것이 되여 그래 말씀드리지 못하고…》

《외국에서 사온다? 얼마나 듭니까?》

그 물음에 대답하려던 리승기는 피뜩 생각이 나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건 사와도 촉매니까 계속 쓸수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건 별문제가 아니군요.》

수령님께서는 웃으시였다. 자신께서도 다행하게 여겨지신듯싶었다.

《그런 문제를 가지고 그렇게 재기만 합니까? 하여튼 우린 우리의것으로 하는 기본방향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우리의 기술, 우리의 원료로 할수 있는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비날론… 비날론…》

그이께서는 방금 자식의 이름을 짓고 대견히 불러보는 아버지의 음성으로 비날론이라는 이름을 자꾸 불러보신다.

그러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생각이 나신듯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약간 다독이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리구 그 아닐론문제는 이제 과학원 원장동무한테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십시오… 그 동무들이 모스크바에 들려 쏘련에서 하는것까지 마저 보구 오겠다지만 아까도 말한것처럼 이젠 그게 명백한것 같습니다. 우리 실정과는 맞지 않다는것 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약간 몸을 돌려앉으시며 리승기의 얼굴을 바라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런데 난 처음에 그 제의를 듣구 좀 놀랬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리선생이 그〈합성1〉호에… 비날론에 신심이 없어져 남의것을 넘겨다보는것이 아닌가구 말입니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 료해하고나서 난 리선생의 그 마음이 고마왔습니다. 섬유문제를 여러모로 탐구해보려는 노력이 말입니다. 같은 석회석과 무연탄으로 출발한다니 당에서 반대할건 없지만 리선생자신으로 볼 때야 이미 해놓은 발명과 방향이 달라진다는게 어디 간단한 일입니까. 그래서… 돈만 아는 그 나라들에 들어가기 힘들다고들 했지만 난 금덩이를 주고라두 볼건 보구 오라구 했습니다.》

리승기는 그만 고개를 숙이였다가 천천히 쳐들며 말했다.

《그 문제까지 친히 헤아려주시니 뭐라구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 그게 그렇게까지 반영될줄은 몰랐습니다. 최삼열동무와 의논하고나서는 푼수에 맞지 않게 남의것을 넘겨다보는게 아닌가구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 언젠가… 저의 사위되는 사람인 리재업이 수령님한테서 들은 황새얘기가 생각나서…》

《리재업동무가?… 황새얘기?》

김일성동지께서는 얼른 기억을 더듬으시고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생각납니다. 그러니 그 얘기를 리선생두 알구계셨구만요. 새끼황새가 때이르게 어미황새처럼 크게 걸어보려다가 웃음거리가 되였다는 얘기 말이지요?》

《네… 그런데 사실 전 어느것이 어미황새걸음이고 어느것이 새끼황새걸음인지 미처 가늠도 못하구… 정말 걱정만 끼쳤습니다. 더구나 그걸 한번 보구 오는 길이 조련치 않다는걸 알면서도…》

《아닙니다. 그런 걱정은 마십시오. 내가 괜한 소리를 한것 같습니다. 인민을 위한 일인데 금덩이를 아껴 뭘하겠습니까. 그런 일이라면 과학자의 요구가 무엇이든 들어줘야 하는게 인민이 주인된 나라에서 내각수상이 할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구 또 보구 올것은 다 보구 와야 합니다. 주체를 세운다고 하여 페쇄과학이란 있을수 없습니다.… 과학에 국경이 없는건 사실입니다. 다만 민족의 리익에 맞는가, 안맞는가 하는 그 기준이 확고하면 되는겁니다.》

그이께서는 의자등받이에 상반신을 젖히시며 잠시 창밖을 내다보시다가 시선을 다시 맞은편 벽의 커다란 풍경화로 가져가시였다.

《작년에 내가 유럽나라들을 돌아보면서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사회주의나라들이 전후에 우리에게 원조를 준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인사도 할겸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어떤 나라 수반이 영웅적조선인민의 수령이라고 찬양도 하고 경의도 표한다고 하면서 전후복구의 어려운 처지에 리해를 가지고 대하는것은 그래도 나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나라 사람은 재난을 겪고난 사람을 대하듯 동정이나 위안의 말부터 하려고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마치 무엇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나 한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난 돌아오면서 비행기안에서 곁에 앉은 동무에게〈내 다시는 이런 걸음을 하지 않겠소.〉라고 말했습니다.… 돌아오니 당안에서 종파놈들이 머릴 쳐들었습니다.… 그러나 인민은 우리를 믿고있습니다.… 지금 12월전원회의결정을 받들고 강선에서는 강재생산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있습니다.… 우리는 인민을 믿습니다. 우린 자신을 믿구 자기 인민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이것이 자력갱생입니다. 그래야 우린 진정으로 인민의 리익을 위하여 일할수 있는겁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간 말씀을 멈추시고 뜨거운 눈길로 리승기를 바라보신다.

리승기는 스쳐지날수 없는 그 말씀을 받아 가슴속으로 부르짖었다.

(자신을 믿고… 인민의 힘을 믿으라!… 인민의 리익을 위하여…)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는 회의를 계속할 시간이여서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함을 아쉬워하는듯 하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당은 과학자들을 믿습니다. 인민들의 입는 문제를 함께 풀어봅시다. 난관은 많지만 전망은 확고한것 같습니다. 인민을 위한 길에서 우린 서로 벗으로서 생사고락을 같이하기를 바랍니다.… 리선생, 주저하지 말고 대규모중간공장에로 확대해나갑시다.》

리승기는 격정과 흥분에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다시 회의장에 들어섰다. 몇몇 과학자들이 나가서 토론을 했다. 토론들사이에 수령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리승기는 수첩에 빠짐없이 적느라고 애를 썼다. 어느 토론도중엔가 수령님께서는 준절한 음성으로 이렇게까지 단호히 말씀하시였다.

《비날론이 수지타산이 좀 안 맞아도 됩니다. 정치적으로 타산이 맞으면 된단 말입니다. 이것을 명심하십시오.》

그러시다가 토론들이 진행되던 마감무렵에 수령님께서는 확신에 넘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보십시오. 폴리비닐알콜공업이 비날론의 공업화만 아니라 우리 화학공업의 토대와 기초로 된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니 우린 당장 일산200키로의 큰 중간공장을 국가계획대로 내밀어야 합니다.》

회의가 끝난 그날로 리승기는 청수를 향해 떠났다. 신현석은 과학원에서 며칠 일을 보기로 하고 평양에 떨어졌다.

승용차안에 앉아 리승기는 연구사업에 대한 실무적인 생각에 잠길수가 없었다. 충격과 흥분이 가슴속에서 도시 가라앉지를 않았다.

(나의 연구사업이 나라의 정책으로 되다니. 당과 수령이 인민을 위해 세우는 그런 로선과 방략으로 되다니…)

리승기는 자기의 발명이 지난날의 그 모든 쓰라린 곡절과 수난을 거쳐 오늘에야 민족을 위한 참다운 제자리를 찾은것만 같이 생각되였다.

경애하는 김일성동지의 가르치심이 그냥 가슴속으로 뜨겁게 흘러든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기 인민의 힘을 믿어야 한다.…)

그러다가 외국방문에서 돌아오시다가 하시였다는 그이의 말씀이 다시 귀전을 울린다.

《내 다시는 이런 걸음을 안하겠소.》

(그러니 우리는 남한테 허리를 굽힐수 없고 제힘으로 일떠서야 한다.…)

승용차는 그의 사색을 싣고 거침없이 내닫고있었다.

… 그리하여 일산200키로의 대규모중간공장운영은 1957년부터 시작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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