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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 회

제 2 편

제 5 장

3


경축대회장의 휴계실에서 홍명희로부터 경애하는 김일성동지의 사랑어린 말씀을 전달받고 내려온 리승기는 어느 일요일을 계기로 연구집단이 수풍호유람을 떠나기로 작정하였다.

평양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여 리승기는 여러 공정들이 계속 진통을 겪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렇기때문에 더욱 한걸음 뒤로 나서 심사숙고할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 큰 휴식을 마련하게 된것이였다.

그리하여 리승기는 가족들과 함께 온 연구실이 수풍호를 따라 발동선을 타고 떠나자고 신현석실장에게 말했다. 신현석이도 쾌히 동의하였다. 물줄기를 따라 송이골쪽으로 가는가, 아니면 그냥 곧추 벽동계선장까지 갔다오는가 하는 론의가 있다가 벽동까지는 지내 멀고 그래서 운두섬근방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삿갓봉이 바라보이는 물기슭에 배를 대이기로 락착이 되였다.

9월 초순의 일요일이였다. 맑은 날씨에 물결은 잔잔하고 해빛은 따사로왔다. 선미에서 갈라지는 물결이 금빛은빛으로 부서지고 그 파도가 기슭으로 밀려가 철썩이군 하였다. 기분좋게 퉁퉁거리는 기관소리에 이따금 조타실에서 울리는 종소리조차 상쾌하게 울린다.

리승기는 마치 선장이나 된듯이 뒤짐을 지고 배우에서 오락가락하고있었다.

신현석과 그의 안해 지말련, 리승기의 안해 그리고 금진이, 그외 두명의 실험공처녀, 그러니 일행에는 녀성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채를 띤것은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안명숙이 배에 타게 된것이였다.

아침에 수풍역근처에서 마침 평양에서 오정해를 찾아오는 안명숙이를 만나게 되였다. 오정해는 난처해하며 부득불 일행에서 떨어져 안명숙이와 남으려고 했으니 일요일을 맞아 먼길을 찾아온 애인이 아닌가. 명숙이는 명숙이대로 저만치 달아나서 일행을 피해서 역사모서리에 숨어 오정해가 저한테로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사람들은 오정해가 토요일 저녁이면 그 먼 평양으로 나가 일요일에 애인을 만나고 밤차로 다시 청수로 돌아오는 사랑의 정열에 불타고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안명숙이 여기로 온것이다. 얼마나 부러운 젊은이들인가. 리승기는 마침 잘되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신현석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자오?》

《그야 여부가 있습니까. 같이 가야지요. 오늘에 거기서 아예 약혼식까지 합시다.》

신현석이 마감말을 남이 들을세라 바투 다가서며 리승기의 귀에 대고 하였다.

《그러니 오늘 두쌍이… 일이 참, 별스레 흥겹게 되는데…》

리승기는 히무죽이 웃었다.

《창직이와 금진선생은 오늘이 초벌잔치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하긴 그래.》

발동선에서 출발을 알리는 달랑달랑 종소리가 울리였을 때 그것은 참으로 운명의 배를 함께 탄 미지의 탐험같기도 하고 생활과 사랑을 싣고 두둥실 떠나가는 행복의 요람같기도 했다.

모두 집집에서 솜씨를 내서 음식들을 준비해왔지만 들놀이장소까지는 절대로 터놓지 않기로 약조가 되여 서로 웃음속에서 은근히 호기심을 갖고 상대방이 들고온 보퉁이들과 보자기로 싼 소랭이들을 바라보군 하였다.

그런데 흥남에서 이쪽으로 이사중인 안해를 데리고 오지 못한 김용석이 어느 실험공처녀의 손에 들려가지고 오면서 아닌보살하다가 커다란 호박을 불쑥 내놓자 그만 배전에서는 요란한 웃음판이 터져올랐다.

《왜들 웃습니까? 이제 미꾸라지탕에 이 호박이 어떤 별미를 돋구겠는지는 두구봐야지요.》

분이는 그럴상싶다고 김용석이를 두둔했다.

《참말 그래요. 그리구 난 용석선생을 믿습니다. 동해에서 자라나 솜씨가 있겠는데 물고기회는 책임지세요.》

그러자 김용석이 손을 홰홰 내저었다.

《난 바다고기는 좀 알지만 민물고기는 모릅니다.》

이번엔 지말련이도 끝내 비밀을 한가지만 터놓겠다고 하면서 어째선지 금진이와 안명숙이를 번갈아보더니 시치미를 떼며 이렇게 말했다.

《난 꽈배기를 기름에 튀겨왔어요. 꽈배기를 나눠먹어야 정이 든대요.》

《그건 어째서요?》

분이가 물었다.

《그래야 청춘남녀는 서로 얽혀 더 정이 든다는데두요.》

《어마나.》

금진이와 안명숙이 거의 동시에 이렇게 부르짖으며 후닥닥 놀라 돌아서서 물을 내려다보는데 배전에는 온통 웃음판이 번졌다.

배전의 널쪽에 의자처럼 걸터앉은 림창직이 그 입귀의 금이를 반짝이며 손풍금을 타기 시작하고 신현석이와 김용석이 거기에 귀기울이다가도 이따금 무슨 얘기를 나누고있었다. 오정해는 아예 조타실에 들어가앉아 마치 조종술이나 배울 사람처럼 거기서 나오지를 않는다.

방하민이도 이 배에 함께 탔다. 그는 어제 평양에서 내려와 완성된 론문을 리승기박사한테 우선 내놓았다. 무릇 창조자들이 다 그런것처럼 방하민도 론문을 내놓고 불안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면서 착잡한 심리를 체험했으나 보다는 만족한 기분에 떠있었다. 따라서 그는 함께 이 유람에 나서기를 원했던것이다.

어쨌든 방하민은 유일하게 외부사람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바로 폴리비닐알콜의 어느 한 공정의 론문을 완성시키느라고 애써온 사람으로서 은연중 그도 이 배에 함께 탈수 있는 성원으로 치부하는것이 분명하다.

림창직에게 새 노래를 부탁한 방하민은 선수에 서서 그 선률에 귀기울이며 마주 흘러오는 물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사색에 잠겼는지 그 뒤모습만 보일뿐이였다.

그런데 눈매가 검고 억실억실한 미인형으로서 리금진이와 비슷하지만 그와는 키가 좀 작은 편인 지말련이 손탁이 세여서인지 끝내 리금진의 보퉁이를 풀어놓고야말았다.

《합숙생이 가져오면 뭘 가져왔겠다고 자꾸 감추면서… 새색시가 된것처럼 그래.》

리금진이 미처 어쩔새없이 지말련은 억지로 보퉁이를 풀어놓았지만 조그만 단지 비슷한것이 나와 그게 무엇인지 몰라 머리를 기웃거렸다. 분이도 두손바닥으로 그것을 들었다놓을뿐 무엇인지 알지 못해하였다. 두 녀성은 얼른 그것을 알아맞힐수가 없었던것이다. 금진이는 당황해서 뒤돌아섰을뿐이다. 줄곧 어색함과 수집음속에서 몸둘바를 모르던 안명숙이 옆에 서있다가 그제사 제가 할바를 찾았다는듯이 말했다.

《그게 함북지방특산인 곱돌장사귀라는건데… 그걸 이제 돌가마우에 놓고 끓이면서 맛보시면 얼마나 좋은지 모를거예요.》

분이가 뚜껑을 열어보았다. 이미 칼로 잘게 썰어넣은 끓일감들이 거기에 그들먹이 차있었다.

《오라, 그렇지.》

지말련이 손벽을 딱 쳤다.

《요전번에 회령에 갔다올 때 가지구왔구만. 다 생각이 있다니까. 이거야 창직선생 몫이지. 그렇지 않슴둥?》

그는 두만강연안지대 말투까지 흉내내였다.

분이는 짐짓 웃사람다운 심중한 기색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례장감치고 참 실속있는 례장감이로구만.》

《아이참.》

리금진은 놀라서 뛰여난다는것이 그만 여전히 손풍금을 타며 녀자들의 말에 별로 웃지도 않는다는듯 한 표정을 띠우고 서있는 림창직한테 부딪칠번 하였는데 이때 안명숙이 제꺽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배의 진동으로 넘어질번 하였다.

김용석이 림창직에게 말했다.

《이젠 〈압록강2천리〉를 좀 타게나.》

《그렇지, 압록강물결을 거슬러오르면서…》

림창직은 흔연히 손풍금의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입귀에서 쉼없이 금이발이 반짝이였다. 그가 줄창 웃고있다는것을 의미한다. 언제는 볼수 없었던 그 금이발… 리승기는 또 그것이 먼 어제날에는 어느 정도의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는것을 상기했는데 최근에는 자기가 전혀 그것을 주의해본 기억이 없다는것을 놀랍게 되새겨보는것이였다. 지금은 해빛에 반짝이는 그 금이가 유별나게 주의를 끄는것은 무엇때문일가. 그것은 단순히 청춘의 활기를 되찾은 림창직의 밝은 모습때문은 아니다. 리승기는 제 기분이 더없이 유쾌해져 그 모든것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것임을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리승기는 여전히 뒤짐을 진채 신현석이와 김용석의 곁을 지나가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되여있습니다.》

그 말꼬리를 끄는 어조에는 진담인지 롱담인지 어쨌든 연구사업얘기를 그만두라는 뜻이 어려있다. 그는 정말 이 배의 선장임에 틀림이 없다. 《선원》들을 신칙하는듯 한 그 말에 두사람은 일시 입을 다물었으나 이번에는 고물쪽으로 물러가서 론쟁을 마저 끝내려는지 여전히 합성이니 중합이니 알데히드니 하면서 시작도 끝도 없는 그 멈출줄 모르는 탐구가들의 얘기를 계속하고있었다.

신현석은 기슭을 따라 시선을 보내며 혼성림이 무성한 산봉우리쪽을 바라보았다. 그 맨 꼭대기에 소나무는 아닌데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유독 삐여지게 서있었다.

《용석동무, 난 지금 홍명희부수상이 전해준 말을 생각하네. 경애하는 수령님께서 산봉우리가 바람을 더 맞는다고 하신 그 뜻깊은 말씀을 되새겨보네.》

《그래, 우리 과학자들한테 참 적실한 말씀이시지.》

《보게, 저 산봉우리의 나무는 얼마나 세찬 바람을 맞고있겠나. 이 아래기슭은 조용한 때에두…》

《기슭은 산봉우리를 받들어 존재하는것이니까.》

허나 그 말에 신현석은 머리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기슭은 단순히 그런 존재만일가. 기슭이 허물어지고 돌바위가 무너진다고 생각해보게. 산봉우리가 어떻게 솟아있을수 있겠어?… 우리모두는 과학에서 기슭이지만 기슭의 의미는 간단치 않아. 기슭이 튼튼해야 산봉우리가 바람을 맞아도 꿋꿋해질게 아닌가.》

《그건 그래… 저것 보게. 산봉우리들이 련줄련줄 솟아있네. 저 모든 봉우리들이 결국 산줄기를 이루지 않았나?》

《그렇지, 과학의 산줄기는 봉우리와 기슭의 련속이 아닌가.… 나두 가끔 이런 생각이 드네. 과학이 리론적저술과 론문으로 계승되는것보다는 사람과 사람으로 계승된다고 말이네. 내가 선배나 스승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를 념두에 두는건 아니네.》

《그거야 아니지. 허나 선배나 스승을 부정하는데서 새로운 탐구가 생기는것도 사실이 아닌가. 리승기선생도 박사론문으로 고분자설의 선배이며 노벨상수상자인 슈타우딩거의 론문을 반박하고 부정했던게 아닌가. 자기의 지도교원이던 기다 겡이쯔도 뛰여넘구…》

《부정한건 기성리론이지 과학자 그자체는 아니였어. 어디까지나 과학도 사람중심의 계승성에 의해 발전하고있는것이 사실이네.》

현실주의자이며 깊은 탐구심을 지닌 실천가인 신현석은 고집스레 그말을 되풀이하였다. 그는 실무가였으며 모두가 말하듯이 알쭌한 화학쟁이였다. 그런데 인간의 됨됨을 우선 앞에 놓고 과학적재능을 뒤에 결부시키는 약점도 있었으니 과학자를 재는 최대공약수는 과학적재능이라는 관점에 대해 그는 결코 찬탄만을 보내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선배와 후배의 건전하고도 튼튼한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결합과 계승만이 참다운 과학적인 발전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는것이 분명했다. 그는 학자지만 실장사업을 하느라니 이런 관점과 립장에 더 굳어지는지 모른다.

한낮때 삿갓봉기슭에 도착하여 배에서 닻을 내렸다.

늦은 여름이면서도 초가을의 날씨였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었다.

풀밭에서 음식들을 펴놓았다. 노래들을 불렀다. 림창직의 손풍금은 쉴새가 없이 반주를 해야 하였다. 방하민이 와이샤쯔바람으로 서서 청춘남녀 두쌍을 위해 특별히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면서 두손을 모아 배허벅에 붙이였다. 그러다가 별안간 춤이라도 출듯이 한손을 옆구리에 짚고 다른 팔을 내저으면서 노래를 시작하였다.


맑은 시내가에 딸기꽃 필 때

나는 한 처녀가 마음에 들었네

만나기만 하여도 가슴설레여…


그러면서 그는 능청스레 림창직과 금진이, 오정해와 안명숙이를 흘겨보는듯 하면서 마지막구절을 우습강스럽게 길게 뽑았다.


하고싶은 말도 안 나온다네 안 나온다네―


그가 남을 웃길수도 있다는 그것이 놀라와 모두 더 웃어대는것만 같았다.

차례가 리승기한테 돌아가자 분이가 저이는 노래를 못한다고 말하며 부랴부랴 제가 대신 나서려 했으나 오히려 리승기는 안해를 밀어버리며 앞에 나섰다.

《당신 아직 별루 내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지. 내가 륙자배기를 뽑으면 해질 때까지두 다 못해.… 그래두 괜찮다면?》

마지막물음은 다른 사람들을 향한것이였다. 모두들 조급히 청해대였다.

리승기는 정말로 오랜만에, 거의 30년만에 고향의 대숲과 영산강에 흘러드는 물줄기를 눈앞에 그려보며 기쁜 마음으로 륙자배기를 불렀다. 고루한 가사들은 빼고 그야말로 신식으로 가사들을 머리속에서 끄집어냈는데 어찌나 술술 잘 나오는지 스스로도 놀라울 지경이다.

림창직은 손풍금으로 곡조를 맞출수 없게 되자 반주를 그만두고 옥지문의 팔을 끄잡아일으켜세우면서 함께 넉실넉실 춤을 추었다.

방하민이 곁에 앉은 신현석에게 말했다.

《저게 남도지방민요요?》

《그렇습니다. 곡조가 활발한게 좋지요?》

어째선지 방하민이 서글픈 어조로 말했다.

《민요라는건 역시 통하는데가 있군.》

《그렇구말구요.… 내가 한번 민요전문가한테서 들은적 있는데 말입니다. 저 륙자배기는 낫가락으로 지게다리를 치는 장단에 맞추어 나무군들이 구성지게 부르던 노래였구, 점점 광범하게 로동주제의 가사들을 붙여 부르게 되면서 일반적인 농업로동민요의 령역에까지 발전하게 되였답니다.》

방하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허나 그는 신현석의 말을 듣고 그러는것이 아니였다. 자기의 양아버지가 이역땅에 살면서도 술이 거나해지면 가끔 부르던 그 귀에 익은 노래의 선률을 여기서 듣게 되여 아까부터 가슴이 애잡짤해졌기때문이였다. 신현석이 옆에서 박수를 치자 방하민이도 덩달아 투덕투덕 박수를 치며 가슴짜릿한 추억에 몸을 맡겼다.

리금진이와 안명숙이 각기 부르는 독창이 인기있었음은 물론이다. 신현석부부의 2중창도 잘 어울리였다.

노래들이 끝나 잠시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얘기도 나누고 피곤에 몰려 한숨 잠이 들기도 했다. 오정해와 안명숙은 무슨 산열매를 딴다고 산기슭의 나무숲으로 갔고 림창직이와 금진은 물가에 있지도 않을 조개를 잡는다고 거기에 내려섰다.

방하민과 신현석은 풀밭에 나란히 누웠다.

방하민이 말했다.

《프랑스북부해안에 학자들이 여름철을 보내는 바다가마을이 있다는구려. 재산가들처럼 요란한 별장에서 향락을 누리지는 않아도 자연의 품속에서 돈은 별로 없이도 소박하게 머리를 쉬울수 있는 장소인 모양이요. 한데 거기에선 나이나 학위학직의 차이도 없구 비록 늙은 학자라도 젊은 학자의 심부름을 들어야 하구 명령과 지시를 받아야 한다나. 이상한 평등세계이지. 노를 잘 젓거나 고기잡이솜씨가 있다거나 하다못해 료리솜씨라도 있으면 유명한 수학자든 물리학자든 상관없이 함부로 부려먹을수 있다는거요. 그런데 거기에 가는데는 돈보다도 그해의 과학적명예가 있어야 한다는군. 정신로동을 하던 학자들이 어린애들처럼 자연의 품속에서 쉬여보자는거겠지. 그게 노르망디 어디라든가… 우리두 오늘은 그들보다 못한게 뭐있소? 난 오늘처럼 조국에 나온 후 마음이 즐겁구 기분이 좋은 때는 없은것 같소. 정말 우리 나라는 금수강산이요.… 한데 우리 선조들은 왜 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음풍영월만 하다가 결국 나라도 망하게 하고… 참, 통탄할 일이요. 민족의 후진성이란 일조일석에 가셔지기 힘들거던. 그러니 우린 과학자로서…》

허나 그는 곁에 누워 말을 듣던 신현석이 잠이 들었다는것을 알았다.

(젠장, 지성인다운 얘기나 좀 나누자구 했더니…)

그는 고독감에 잠겨 푸른 하늘로 유유히 떠가는 산매를 바라보았다. 문득 제가 준비하는 론문에 생각이 미쳤다.

론문은 실험실적인 기초자료가 이제는 충분해졌다고도 볼수 있었다. 리론적인 론증은 더 말할것도 없고… 한데 장차 그걸 20키로에 뒤이어 200키로중간공장에까지 도입하려 하면 어쩐다? 그렇게 되면 무슨 결함이라도 나타날지 어찌 알랴. 화학이란 괴상한 놀음이여서 능력을 확대할수록 왕청같은 일이 나타나니 말이지. 론문이 학위로서는 그 수준이 보장된다 해도 중간공장까지 가는 도중에 무슨 일인들 없겠는가. 같은 검화공정에서 자기의것과 다른 가성소다에 의한 방법도 실험실적단계에선 별일 없었는데 지금 중간공정에서는 잘되지 않으니 하는 까닭모를 불안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도 잠이 들었다.

배가 삿갓봉기슭을 떠난것은 저녁무렵이였다. 석양노을이 바다처럼 넓은 수면을 붉게 물들이는 장쾌한 풍경이 호반에 펼쳐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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