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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제 2 편

제 4 장

2


방하민은 제가 부소장이 된 과학원 화학연구소안에 나이론연구실을 내오면서 려경구소장을 설복하여 리승기를 그 실장으로 겸임시키게끔 하였다. 합성섬유의 권위자인 리승기 아니고서 누가 그 적임자로 될수 있겠느냐는것이였다. 청수의 화학공업산별연구소인 중앙연구소를 장차 평양에 있는 과학원 화학연구소에 어차피 통합시켜야 할것이라고 하였다.

쏘련에서 이미 연료분야의 학위를 얻었던 방하민은 현대화학추세의 하나인 합성수지전문을 꿈꾸다가 별안간에 자기의 박사론문주제를 바꾸어버렸다.

한것은 그가 과학기술대표단으로 쏘련에 갔다가 아르메니야의 예레반화학공장에서 폴리비닐알콜중간공정을 보고온 뒤부터였다. 그 전반적인 장치만 봐도 청수에서 하는것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그래서 그는 《산에 의한 폴리초산비닐의 검화반응과 얻어진 폴리비닐알콜의 성질》이라는 론문제목까지 생각해놓고있었다. 허나 실험기초들은 예레반에서 아니라 가까운 청수에서 취할수밖에 없었다. 남의 불에 게를 구워먹는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방하민자신이 과학원의 대표격으로 폴리비닐알콜중간공정에 관여하고있는것만큼 그들의 연구사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준다는 명분에 전적으로 어그러지지 않는다는것이 무척 만족스레 생각되였다.

방하민이 중앙아시아의 집에 들렸을 때 어머니는 당장 조선에 나오겠다고 하면서도 며느리네 친정어머니가 로환으로 오늘인가, 래일인가 해서 며느리앞에서는 그 말을 못하고 아들의 눈치만 살폈었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없을적에야 한숨을 쉬며 아들한테 제 소망을 말하군 했다.

방하민은 눈코뜰새없이 바삐 돌아쳤다. 전후시기라 대학들에서는 교과서와 교재들이 모자랐다. 그는 《고분자화학》, 《유기화학》 등 쏘련의 대학교재들을 련달아 번역해냈으며 한편으로는 론문들을 집필해서 화학잡지와 과학원학보에 발표하였다. 대학의 초청강의에도 출연하는 등 그는 화학분야에서 맹렬한 활동을 벌리였다.

얼마전에는 과학원학보에 방하민이 낸 론문을 두고 (그것은 그가 계획한 박사론문의 한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부원장인 최삼열교수와 론쟁을 한 일이 있었다.

그때 최삼열교수는 방하민에게 말했다.

《현실성이 약하다구 봅니다. 그 누구의 실험보고서가 현실성의 기초로 되는것은 아닙니다. 독창적으로 탐구해내서 리론적으로 일반화했을 때만이 그것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표현은 정중했으나 내용은 신랄하였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방하민이 아니였다.

최삼열의 충고는 과시 정당한 분석이라 하겠으나 그가 감히 예레반화학공장에서 취해온 일련의 실험수치들마저 인정하려 하지 않는것 같아 방하민은 처음에는 일종의 허세를 부리다가 교수의 론리정연한 지적앞에 꼼짝을 못하게 되자 이번에는 자신을 정도이상으로 낮추면서 제딴에는 겸손성을 발휘하려고 애썼다, 어차피 최삼열교수의 비위도 거슬리지 말아야 하는것이니까.… 그렇다, 생활에서는 비굴과 허세가 쌍둥이이다. 방하민은 이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교수와의 담화가 있은 뒤에 지성인답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두고 끝없이 저주하고 경멸하여마지않았다. 그리하여 이것을 계기로 빨리 박사론문을 완성하여 학계의 더 큰 권위를 얻어야겠다는 불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한 방하민이였다. 그러니 청수에 가는 기회에 그곳 연구소의 실험실을 리용하여 연구조수와 실험공을 각각 한명씩 빌려서 실험지표를 잡아야 할것이다. 자기는 노상 거기에 붙어있을수가 없었다. 과학원의 지도를 맡고있으면서 그 검화공정에만 관심할수가 없는것이다. 한데 청수에 내려온 방하민은 그 이튿날로 여기서 예상치 않은 일을 당하게 되였다.

밖에서 승용차의 경적소리가 연거퍼 나서 창문으로 내다보니 차에서 어떤 풍채좋은 사람이 내리고있었다. 국가계획위원회의 책임적인 자리에 옮겼다던 그 서필규가 분명하였다. 전쟁때 중공업성 부상으로 있을 때까지도 늘 몸에서 떨구지 않던 그 가죽잠바대신에 지금은 코트차림에 중절모를 쓰고있었다. 그런데 방하민은 제가 있는 방부터 그가 찾아들줄은 몰랐다. 권하는 쏘파에는 앉지도 않고 만나자바람으로 서필규는 서서 말했다.

《방하민선생이 마침 여기 그냥 있구만. 여기서 지금 하구있는 〈합성1〉호인가 뭔가 하는걸 같이 실태료해를 오자구 과학원에 전화까지 걸었댔는데…》

과학원에 온 이후로는 서필규를 별로 상대해본적 없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피할수 없이 맞다들린것이였다.

《한데 방하민선생, 리승기박사의 손발이 되여 물덤벙술덤벙하는 그 김용석이란 젊은 연구사친굴 아우?》

《좀 압니다. 그가 전쟁때… 그 김용진동지의 동생입니다.》

《그런가.… 난 또…》

《무슨 일 있었습니까?》

《글쎄 내 방에까지 찾아들어와 200키로중간공장을 국가계획에 물려달라구 떼질이였소. 계획경제를 한다니까 나중에 이건 뭐… 설사 가능성이 풍부한거라면 또 모르겠소. 이두 안 나와가지구 콩밥을 먹겠다는 격이지. 자기들자신이 관문이라구 하는 20키로두 하지 못하면서 200키로를 국가계획에? 허참.》

여기서 방하민은 스스로도 대견하리만큼 서필규와 마주서서 침착하게 말했다.

《과학사업인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진국가경험을 봐두 그렇구…》

이렇게 말해놓고보니 짜장 과학자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는 자부심까지 생기는것이였다.

서필규가 대뜸 어성을 높였다.

《여보시오, 계속 실패인데 200키로중간공장까지 계획은 무슨 계획이요? 계획이 무슨 아이들 장난인줄 아오? 긴말할것 없이 이번에 이곳 형편을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단단히 검토해보구 결판을 내야겠소.》

서필규는 여전히 선채로 담배를 붙여물었다.

방하민은 서필규의 단호한 태도에 눌려 자신을 다잡을수 없었고 그래서 그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말해서 폴리비닐알콜의 공업화는 큰 나라들에서두 지금 힘들게 진척되구있는건 사실입니다. 그들이 해놓은 다음에 따라가두 될것 같기두 한데…》

서필규가 대번에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것 보우, 그게 현실적인 립장이란 말이요.》

그러다가 다시금 불만스레 뇌까렸다.

《여기에 숱한 낡은 인테리들이 모여 무얼 하는지 모르겠소. 만날 공밥이나 먹으면서…》

서필규가 담배연기를 뿜어올리며 말했다.

《하여튼 이번에 나와 같이 실태료해에 참가해서 중지시키든지 무슨 마련이 있어야겠소.》

그러자 방하민은 어떤 위험을 느낀 사람처럼 무척 긴장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자기 론문의 실험실적인 기초는 여기에서 얻어내야 하는데 연구사업자체까지 중지될수 있다는 타산에서였다.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전에 서필규한테 단단히 말해야 한다. 그는 자기의 론문을 리승기연구집단의 도움으로 실험실조건에서나마 무난히 완성할 기회를 잃고싶지 않았던것이다.

그래서 그는 방에서 나가려는 서필규의 옆에 한걸음 다가섰다.

《부위원장동지, 연구사업자체야 어떻게 중단시키겠습니까? 그저 20키로단계에서 계속 경험을 공고히 하는것으로써… 최악의 경우 말입니다.》

문쪽으로 나가던 서필규가 뒤돌아섰다.

《그 20키로는 나와 상관이 없소, 하겠으면 하고 말겠으면 말구. 하지만 대규모중간공장만은 난 반대요.》

서필규가 나가자 방하민은 후유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다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혼자서 유럽사람들처럼 팔을 쩍 벌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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