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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 회

종 장

아름다워라 청춘이여!

36


9월에 접어들자 한여름의 더위가 가신 푸른 하늘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서늘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가을은 눈에 띄지 않게 찾아들어 조심스레 퍼져나갔다. 황이 들자면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나무잎이 한잎두잎 떨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 온것이다.

《그러니까 꼭 반년이군요. 어때요? 그동안 무척 힘들었지요?》

무성한 잡초들이 자란 동뚝길을 앞서 걷던 정아는 무릎을 스치는 풀대 하나를 뽑아들고 뒤따라오는 진호를 돌아보았다.

《글쎄, 그 반년이 힘이 들었는지 어쨌는지, 짧았던지 길었던지 내자신도 모르겠소. 단지 이제 와선 우리가 정말 한가지 일을 끝냈는지 의문스러울따름이요.》

《보람찬 일일수록 아마 과정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가봐요.》

이들은 며칠전에 새 연료에 대한 취입시험을 완전히 끝냈던것이다. 확증시험까지 끝내자 제철소에서는 즉시 도입을 위한 전투를 조직했다. 도입에 필요한 일체 설비와 자재들은 부의 조치에 따라 이미 현장에 마련돼있었다.

취입공정이 완성될 때까지의 열흘간을 휴가로 받은 진호는 집으로 가기 위해 지금 수도행 정기려객선이 정박해있는 부두로 향하는 길이였다.

《다음대상은 용광로라지요?》

《아니, 회전로부터 할가 하오. 회전로의 취입조건을 개조하는 과정에 용광로도 병행해서 연구하는게 더 나을것 같아서.》

《그러니 이젠 저의 임무도 끝났군요. 변변치 못한 조수였다고 욕하지 마세요.》

밝게 웃으면서도 어딘가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하는 정아였다.

《그사이 정말 동무의 수고가 많았소. 뭐라고 했으면 좋을지…》

《또 그 말이예요?》

언제나 이런 말이 나올 때면 그런것처럼 이번에도 정아는 그 말은 결코 진정이 아니라는듯 또 진정으로 받아들일수 없다는듯 롱으로 치부했다.

《아니요. 사실 동문 날 도와주었다기보다 가르쳐주었소. 난 많은것을 동무한테서 배웠단 말이요.》

《아이참, 그 말이야 제가 해야지요. 전 동무와 일하면서 키가 한뽐이나 더 자랐는걸요. 이젠 저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똑바로 알게 된것 같아요. 우리 일에는 가능성의 한계가 없다는 동무의 신조가 저의 마음속에도 든든히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진호의 머리속에는 중유절약안을 놓고 서로 론쟁하던 일이며 그처럼 새 연료안을 반대하던 정아가 자기의 기술안에 호응해나섰다는 말을 듣고 놀라던 일 그리고 서로 밤을 패며 분석에 몰두하다가 쪽잠에 들었던 일들이 선히 떠올랐다. 그러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지나간 일이라고 다 아름답게 추억되는것은 아닌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자부하게 될 때라야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집단과 사회의 리익을 위해 애썼다고 말할수 있을 때라야 부끄럼없이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웃을수 있는것이 아니랴. 진호는 그런 웃음을 웃을수 있는 자신이 행복했다. 아니, 그런 존재로 되게 도와준 정아가 고마왔다.

뚝은 넓었으나 길은 좁게 나있어 나란히 걷자면 부득불 한사람은 풀우로 걸어야 했다. 그러나 진호는 그까짓것쯤 거치장스러울것이 없다는듯 무성한 풀대를 짓밟으며 정아옆으로 다가섰다.

(지금 이 처녀는 어떤 마음일가? 책임기사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있을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정아의 옆모습을 지켜보느라니 불쑥 이런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현장심사가 있은 그날부터 줄곧 정아의 눈치를 살펴온 진호였으나 좀처럼 내심을 가늠할수가 없었다. 결코 그럴수 없으리라는것을 짐작하면서도 이 모질고 깔끔한 처녀가 혹시 책임기사를 단념해버리지나 않았을가 하는 위구까지 스며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렇게 봐서 그런지 정아의 태도에는 책임기사에 대한 사소한 구속의 그늘도 없는것 같았는데 이 점이 진호에게는 더욱 의심을 자아내는것이였다. 더우기 고백을 한것도 아닌데다가 어떤 감정을 품고있었다는것조차 상대가 모르는터여서 그냥 물러선다고 해도 도덕적인 의무감에 지배되지 않으리라는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드디여 이들은 동뚝에서 내려섰다.

이제부턴 숱한 강괴더미들이 야적되여있는 적재장을 지나야 했다. 이 적재장이 끝나는 곳에 바로 부두가 있었다.

《이제 가면 무척 반가와하겠군요. 부모님들이랑 진희가 말이예요. 그리고 현옥동무도요. 현옥동무에게 저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현옥이에 대한 생각에 미친것이 기쁜듯 그는 뽑아든 풀대를 손가락끝에 뱅뱅 감으며 빠른 말씨로 속삭였다.

《제가 보고싶어하더라고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도요.》

《고맙다는건 뭐요?》

《저에게 많은걸 깨닫게 해주었으니까요. 사랑이 어때야 한다는 교훈 말이예요. 그리고 우리 기술안을 방조해준데 대해서도 응당 인사를 해야잖겠어요.》

《기술안?》

진호를 돌아본 정아는 미소를 머금은채 말을 이었다.

《이번에 우리가 새롭게 개조하기로 한 축열실도안 있지요? 그건 바로 현옥동무가 설계한거랍니다.》

(현옥이가?)

진호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현옥이가 그걸 설계하다니?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였다.

《도면을 보내면서 그는 절대로 누가 보낸다는걸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아니, 처음부터 설계의 명기란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써넣었으니까요. 때늦은 후회긴 하지만 이제라도 다소나마 보상하고싶노라고, 그렇게 해서라도 동무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덜고프다고 말이예요. 그리고보면 진정한 조수는 제가 아니라 그였지요.》

(그 많은 도면을 과연 그가 다 그렸단 말인가!)

숱한 밤을 밝혔을 그, 그때마다 자기를 저주하기도 하고 원망도 했을 현옥이의 모습이 점점 더 크게 확대되면서 어쩐지 가슴을 아프게 허비는것이였다.

《얼마나 아름다와요. 잘못된 자신을 뉘우치며 새롭게 재생하려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진호는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진호동문 정말 얼마나 행복해요. 전 진호동무를 볼 때면 얼마나 부러운지…》

그제야 진호는 정아의 목소리에 어떤 애소가 깃들어있음을 깨닫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 애소가 현옥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자 여태껏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감정, 책임기사에 대한 애달픈 감정이 저도 모르게 새나왔다는것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니 그런 모습을 책임기사한테서는 기대할수 없다는건가? 그래서 이젠 단념했다는건가?)

진호의 내심을 짐작하기라도 한듯 그는 손가락에 감았던 풀대를 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그렇다고 그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건 아니예요. 전 여전히 그를 사랑해요. 어쩐지 이전보다 더 열렬히 사랑하고싶어요. 결함이 있다고 물러선다면 그게 무슨 사랑이겠어요. 사랑은 둘째치고 저에게 리성이라는게 있어 무엇하겠어요. 전 그가 이젠 자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있다는것도 알아요. 알고말고요. 전 다만…》

갑자기 고개를 숙이는 그의 눈가에는 어떤 고뇌가 물결쳤다.

《전 다만 그가 절 어떻게 생각할가? 이제 와서도 저의 사랑을 받아줄 여지가 있을가 하는 이 하나의 생각밖에 없어요. 전 그가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만 해준다면 이제라도 그의 품에 뛰여들겠어요. 모든걸 털어놓겠어요.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왔는지 아는가고, 동무가 얼마나 야속했는지 아는가고 소리치며 목놓아울겠어요. 그러나 그가 저의 이런 심정을 리해할가요? 자기의 결함을 타매하는것으로써 자기를 사랑해온 저의 심정을 리해하겠는가 말이예요. 전 그걸 생각하면 어쩐지…》

정아의 두눈에는 어느덧 맑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만약 그래서 그가 절 랭대한다면 세상에 저보다 불행한 녀자가 어디 있겠어요.》

비로소 진호는 그가 고민하는 리유를 알수 있었다. 자기의 진정한 사랑을 모욕으로 곡해받지 않을가 하고 두려워하고있는 처녀, 그 사랑이 그처럼 열렬하건만 혹시 모자라는것이 아닐가 하고 우려하는 처녀, 가슴속에 품고있는 사랑이 그 어떤것도 정화시키고도 남을만치 깨끗한것이련만 그 아름다움조차 의식하지 못하고있는 처녀라는 생각이 들수록 정아가 더욱더 순결해보였고 과연 이런 처녀의 사랑을 받는 책임기사야말로 얼마나 행복한 존재랴싶은 느낌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럴수록 어떻게라도 정아를 위로해주고싶은 충동이 사품쳐올랐다.

《아니, 그는 리해할거요. 세상에 그런 진정을 리해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소.》

《리해해줄가요?》

《꼭 리해하고말고.》

《그래도 흔히 남자들을 보면…》

어딘가 미심쩍어하는 정아의 표정을 보는 순간 진호는 그가 바로 자길 념두에 두고 남자일반을 의심한다는것을 알수 있었고 그것은 은연중 현옥이에 대한 자기의 태도를 돌이켜보게 했다.

눈오는 날 자기에게 매달려 흐느끼는 그를 뿌리치던 일이며 병원에까지 찾아온 그가 자기 심정을 리해하지 못한다고 랭정하게 대하던 일, 이 모든 추억들이 어쩐지 새로운 의미로 부각되면서 마음을 괴롭혔다.

《걱정마오, 정아동무! 나같은 사람은 리해하지 못해도 책임기사동문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요.》

《사실 따져보면 저에게도 잘못이 없지 않아요.》

정아의 얼굴에는 죄스러운 립장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인정하는 그런 자책이 어리였다.

《제가 첨부터 좀더 대담했으면 그가 실책을 범하지도 않았을거고 저 역시 이런 처지에 빠지지는 않았을거예요. 그런데 전 그렇게 못했거던요. 말하자면 진정한 사랑으로 그를 대해주지 못했지요.》

정아의 말을 들을수록 진호는 정아가 하는 말마디에 담겨진 사랑에 대한 어떤 새로운 느낌에 휩싸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렇지만 일없어요.》

정아는 갑자기 방긋 웃었다. 그것은 흔히 생각을 달리할 때, 부질없는 생각에 매달려있는 자신을 부정할 때 짓는 미소였다.

《그런 고민을 하는것도 다 제가 나약하기때문인걸요. 전 믿어요. 사랑이 어때야 한다는걸 이젠 확고히 믿어요.》

정아의 두눈에는 어떤 기쁨과 확신의 빛이 력연했다.

《언젠가 동문 진실한 사랑은 서로가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같아야 한다고 했지요? 그래야 참된 행복이 있을수 있다고요. 그렇지만 전 이렇게 생각해요. 이제야 명백히 말할수 있을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를 위한 감정과 상대를 위한 감정, 이 두 감정중에서 자기를 위한 감정보다 상대를 위한 감정이 크고 진실해야 한다고 말이예요. 바로 그 차이가 사랑의 크기라고요. 말하자면 상대를 위한 감정이 크고 진실할수록 그 사랑은 더욱 아름다와진다고 말이예요.》

《?!》

정아의 말은 너무도 심중한 의미를 담고있는것이여서 얼른 그 뜻을 파악할수가 없었다.

(자기를 위하는 감정보다 상대를 위하는 감정이 크고 진실해야 한다구? 그것이 사랑의 크기라구?)

쉽사리 리해하기는 어려웠으나 뭔가 새로운것을, 어떤 고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였다. 문득 사랑에 대해 력설하던 자기의 말이 생각났다.

《사랑이란 처녀의 외적인 미와 내적인 지향의 합으로 이루어지는걸세.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지향이 우위라는것만은 명심해두게.》

그제야 그는 자기가 주장해오던 사랑의 관점이 정아에 비하면 얼마나 일면적이며 자기본위에 지나지 않았던것인가 하는것을 깨닫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남들이 애써 가꾸어놓은 과원에 뛰여들어 자기 맘에 드는것을 마음대로 골라 따먹으라는것과 무엇이 다르랴! 아니, 그렇다고 해서 나쁠것이 없으며 바로 그런 사람이야말로 제일 행복자라는것을 공공연히 선포한것과 무엇이 다르랴!

하지만 정아는 오히려 자기의 노력으로 그런 열매를 가꾸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 과정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 진실한 사랑이란 창조해야 하는것이 아니랴! 그래서 아름다운것이 아니랴! 인간의 본성이 창조성에 있다면 그중에서도 가장 숭고한 창조사업이 바로 사랑이 아니고 뭐랴! 그러고보면 난 너무도 자기의 요구만 내세웠고 그 요구에 상대가 따르기만 바랐었지…)

새삼스레 현옥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엔 있지도 않았던 기묘한 상념이 상기되는것이였다. 늘 구슬픈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군 하던 그였으나 이번에는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달리 저주가 담긴 야무진 눈길로 쏘아보며 이렇게 소리치는것이였다.

《동무를 원망해요. 아니, 이젠 증오해요. 세상에 동무같은 사람이 어데 있겠어요. 동무가 바라는 행복이 어떤건지 보고싶군요. 아니, 꼭 보고야말겠어요.》

그의 눈매에는 단지 쌀쌀한 빛만이 아니라 억울한 박해를 당하여 악에 북받친 사람의 분노가 번뜩이는것이였다.

(과연 그가 이제 와서 나를 어떻게 여길가? 나를 받아줄 여지가 있을가? 아무리 불러도 이젠 뒤돌아보지조차 않을것인가, 아니면 먼발치에서나마 기다려줄것인가?)

마침내 이들은 경쾌한 려객선이 가벼운 발동소리를 내며 정박해있는 부두가에 이르렀다.

벌써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배우에 올라있었다.

선창에는 누구를 바래우러 나왔는지 어린애를 품에 안은 젊은 녀인 한사람만이 서있었다. 자기 혼자 전송나온것이 창피했던지 그는 애기의 손목을 흔들며 모기만 한 소리로 《아빠, 잘 갔다오세요.》 하고 중얼거리는데 보매 부끄러움을 억지로 참고있는 모습이였다.

자기가 그 녀인의 남편이라는것을 드러내기가 멋적었던지 승객들속에 흰 와이샤쯔를 입은 건장한 체격의 젊은 친구는 공장쪽을 보는척 하면서도 줄곧 녀인쪽을 흘끔흘끔 곁눈질했는데 우스운것은 사람들이 헨둥하게 짐작하고있는데도 줄곧 그만은 아직도 시침을 따고 딴전을 피우는 꼴이였다.

《이제야 나타났군. 여기야, 여기!》

갑판우에 올라가있던 태수가 진호를 향해 소리쳤다.

《좀 일찍 나올노릇이지 이 배가 뭐 동무 전용선인줄 아나?》

배우로 올라선 진호는 곧 그의 팔을 잡고 심중한 어조로 말했다.

《정아동물 좀 도와주게. 듣고보니 우리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심각하단 말일세.》

태수는 다 짐작하고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여기 일은 걱정말게, 힘껏 해볼테니. 친구들을 만나면 안부나 전해주게. 그리고 이 편지를 현옥동무한테 부탁하네. 은심이가 보내는걸세, 동무로 사귀고싶다고 말이야.》

진호가 어쩔 사이도 없이 태수는 편지를 그의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때 배전으로 다가선 정아가 진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갔다오세요. 좋은 소식 기다리겠어요.》

《고맙소.》

정아의 손을 잡은 진호는 믿음에 찬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동무 일도 잘되길 바라오. 아니, 꼭 잘되리라고 믿소.》

하얀 려객선은 마치 진호가 오르기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맑은 고동소리를 울리며 선체를 들리였다. 넓게 트인 강을 향해 미끄러지는 선미로는 흰 연기가 퐁퐁퐁 솟구쳐나왔다. 해빛에 반짝이는 하얀 선체는 파도를 가르며 웅기중기 산처럼 솟아있는 기선들옆을 지났다.

진호는 기슭을 향해 서있었다.

부두가에 서있는 태수와 정아의 모습, 점점 작아지는 그들의 모습을 그는 굳어진듯이 지켜보고있었다.

손을 흔드는 그들에게 같이 손을 흔들던 그는 불시에 뜨거운것이 가슴속에 차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회가 가슴속에 넘쳐흘러들었다. 그 감회는 우수와 희열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였으며 삶에 대한 랑만과 긍지였다. 그리고 그것은 류달리 강렬한 생에 대한 기쁨이였고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한 흐뭇한 기대의 정이였다.

그는 자기의 두눈에, 맑은 눈물이 고여오르는 자기의 두눈에 무엇인가 타오르는것을, 이 세상의 모든 번민을 초월한 그 어떤 고결한 희열이 마음속깊이 잠긴 비애를 뚫고 용감히 솟구쳐오르고있다는것을 똑똑히 느낄수 있었다. 그는 생에 대한 이 새삼스러운 희열이 기뻤고 그 희열을 마음껏 음미할수 있게 된 자기가 행복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생활은!)

그는 뜨거운것을 삼키며 다시금 부르짖었다.

(정녕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삶, 우리의 청춘은!)

바다처럼 넓은 수면우에는 려객선이 남기는 두줄기의 파문이 끝없이, 끝없이 펼쳐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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