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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 회

제 5 장
할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26


회의실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였다.

공장내 기사들은 말할것도 없고 공장시험소와 흑색금속설계연구소의 연구사들까지 와있어 거의 빈자리가 없었다.

기술부기사장을 따라들어선 명식이가 집행석을 차지하자 곧 회의는 시작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부기사장이 먼저 모임의 취지에 대해 말하면서 오늘은 부의 실장도 참가했으니만치 심사와 관련하여 제기할 문제들이 있으면 서슴지 말라고 발을 달았다.

야금일반에 대해서 특히 강철주조학에서는 일정한 권위가 있을뿐아니라 외국에 기술고문으로까지 파견된적이 있는 그는 오늘도 모임을 주관할 때마다 짓군 하는 그런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어떤 모임도 정도이상으로 엄숙하게 이끌어가군 했는데 그때면 목소리도 일반용이 아니라 공식용 즉 매우 뜨직뜨직하면서도 저력이 있는 목소리를 내는것이였다.

아무때나 자기만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때에 따라서는 남다른 리해력과 아량까지 가지고있는 그였으나 일단 이렇게 여러 사람들앞에 나설 때면 이상하게도 본래의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돼버리는것이였다. 그의 이런 버릇을 형식주의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보다는 순박성으로 여기면서 선망이 어린 눈길로 지켜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기사들이 한사람씩 일어나 자기가 맡은 과제에 대해 총화짓기 시작했다. 대개가 마감단계에 들어섰거나 계획보다 선행되고있다는 보고였다. 개중에는 설계심사를 당겨달라고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좋소! 아주 좋습니다!》

고개방아를 찧긴 했으나 부기사장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조금도 만족해하는 빛이 나타나있지 않았다.

《강철! 왜 강철설비를 맡은데서는 총화가 없소? 석동무!》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얼굴이 가무잡잡한데다가 머리가 가운데만 홀랑 벗어진 체소한 늙은이였다.

《두바닥로야 이달중으로 심의에 내놓게 돼있지 않소?》

《그렇긴 합니다만 사정이 좀 어렵게 됐습니다.》

목소리도 별나게 가늘고 쉬여빠진 목소리였다.

《어째?》

《그렇지 않아도 제기하려고 했지요. 저의 두바닥로개조안은 어디까지나 중유취입을 전제로 하고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다싶이 지금 강철직장에서는 중유가 아니라 새 연료를 취입하려고 하고있지요. 만약 그렇게 되면 로바닥구조는 물론 분출구의 위치와 각도도 다 달라져야 하는데 그것때문에…》

《가만! 그 새 연료라는건 무슨 소리요?》

부기사장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데 또 한사람이 일어나 자기 역시 그 문제가 명백해지지 않고는 상승도설계를 계속할수 없다고 했다.

《이거 문제로구만, 공장에서 승인한 일도 없는 기술안을 놓고 과제들을 흥정하다니? 공장에선 그 기술안에 대해 어떤 결심인지 아오?

담당자가 퇴원하기만 하면 사고심의부터 하자는거요. 단단히 문제를 세우고 당장 그만두게 하자는거란 말이요. 대체 그런 본때가 어디 있소. 아무 준비도 없는걸 망탕 시험하는가 하면 로까지 마사놓고… 작년에 그만큼 고생했는데도 성과가 없었다는걸 동무들도 다 알지 않소! 무시하시오. 그 기술안은 무시하란 말이요.》

《아니, 무시하다니요?》

회의실 중간에서 한사람이 불쑥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태수였다.

《그걸 어떻게 무시한단 말입니까?》

너무도 급작스런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놀랐다.

《물론 그 새 연료안이 어떤건지는 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것을 바쳐왔는가 하는것만은 잘 압니다. 대학초기부터 그는 오직 그 하나를 위해 모든걸 바쳐왔습니다. 아니, 그걸 위해 대학을 다녔다고도 할수 있지요. 휴식날이 따로 있은줄 압니까? 방학때도 그 하나를 위해 줄창 공장에만 나가살았습니다. 그 과정에 그는 눈까지 못쓰게 됐습니다. 육안으로 쇠물을 주시한것으로 하여 한쪽눈의 시력이 점점 잃어지고있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그걸 무시해야 합니까? 그런데도 이미의 경험만 따지면서 안된다고 단정해야 하는가 말입니다.》

태수는 벌써 끓어오르는 격정을 주체하지 못하는상싶었다.

《태수동무!》

부기사장은 목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말했다.

《주관적인 욕망이나 소원으로 이루어질수 있다면 도대체 우리가 해결 못할 문제가 뭐겠소? 기술이란 욕망으로는 해결할수 없다는 진리를 알고나서야 비로소 제1보에 접하는게 아니요.》

《옳습니다. 저 역시 그가 지나친 욕망을 앞세우지 않나 해서 만류한적이 있지요. 론쟁도 하구요. 강좌의 선생들도 첨엔 다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주장을 기어이 고집했고 그 과정에 많은것을 이룩해놓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걸 실현시켜보겠다고 여기까지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가 과연 아무런 담보도 없이, 확신도 없이 그런 용단을 내렸겠습니까?》

벗어놓았던 안경을 다시 낀 부기사장은 저으기 난처한 기색을 지으며 명식이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명식은 웃고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새 연료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여 마침이라고 생각했는데 태수가 진호를 옹호해나서는 바람에 그는 더욱 만족스러운 기분에 젖어있었다.

《이것 보오.》

명식의 입가에는 다시금 엷은 미소가 스쳤는데 이 미소는 흔히 그가 어리석은 상대방을 설복해야 할 경우에 나타내는것이였다.

《물론 그가 새 연료안을 위해 노력은 했소. 그러나 아직은 초보의 초보에 지나지 않소. 동문 그가 아무런 담보도 없이 여기까지 내려왔겠는가고 하지만 실지로 아직은 아무런 과학적인 담보도 없소.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겠기에 말하오만 그가 여기에 오게 된건 자기의 희망이나 어떤 기술적인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의 실패를 책임지지 않을수 없었기때문이요.》

《?!》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냐는듯 대번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실패라니요? 아닙니다! 그래서가 아닙니다.》

태수는 황황히 부르짖었다.

《물론 그가 사고를 냈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리로 온건 그래서가 아닙니다. 그래 실장동문…》

《동무!》

명식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저항할수 없는 힘을 풍기였다.

《그래 동무가 그게 어떤 사곤지 알기나 하오? 그 사고심의에서 어떤 문제가 론의됐는가 하는걸 아는가 말이요. 그런데도 그때에도 그는 큰 사고가 아니기때문에 용서받았노라고, 제철소에 가는건 자기가 탄원했기때문이라고 했소. 사람들을 기만했단 말이요. 긴말 할 필요없이 그건 본인에게 물어보오. 그자신이 사람들을 속였다는걸 이미 실토했으니까.》

《?》

태수는 입을 딱 벌리고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명식은 그런건 더 론의할 여지가 없다는듯이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는 장내가 조용해지자 다시 눈을 떴다.

《문제는 거기에 있는게 아니라 그가 왜 그 무모한 기술안을 계속 고집하는가 하는 여기에 있소. 그의 기술안이 현실성이 없다는건 자명한 일이요. 그자신이 이걸 몰라서겠소? 아니요! 그것이 자기 힘에 아름찬것이라는걸 몰라서겠소? 그것도 아니요. 더우기 그는 이미 새 연료에 대한 실태를 당에 보고올렸다는 사실도 알고있소. 그런데도 여전히 그걸 고집하고있소. 무엇때문이겠소?

그의 목적은 그 기술안을 계속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의 행동, 남들의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 된 자기의 처지를 다소나마 타당화해보자는데 있을뿐이요. 말하자면 악에 받친 사람의 무분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요.》

《…》

회의장은 긴장한 분위기에 휩싸여들었다.

《그러다나니 지금 그는 자기의 보잘것없는 체면을 위해 집단을 우롱하고있고 동무들은 그에게 희롱당하고있단 말이요, 알겠소? 그래 이게 얼마나 심각하오?》

부기사장의 말을 들을 때에는 누구나 순전히 기술적인 범위에서만 사색하던 사람들이 명식이의 말을 듣고는 원칙에 대해, 집단의 리익에 대해 생각했으며 더우기는 진호와 같은 사람은 함부로 사귀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성을 느끼게 했다.

사실 명식은 지금 자기가 그 어느 문제보다도 깊이 이 복잡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있을뿐더러 이 사건을 완전히 해명함으로써 자기의 실력이 또 한번 과시될것이며 따라서 집단을 위해 거대한 리익을 가져오게 되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고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저마끔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지만 오직 한사람, 정아만은 아까부터 꼿꼿한 눈길로 명식이를 치떠보고있었다.

그는 지금 어떤 의혹과 불만으로 하여 질정할수 없는 마음이였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명백했는데 그것은 실장이 진호를 몰아세우면 세울수록 반감은 어쩐지 진호에게가 아니라 실장에게 쏠리는 그것이였다.

(어째서 실장은 진호동무를 그렇게만 볼가? 진호동무가 그런 사람이라니? 사고를 내긴 했지만 어떻게 그가 집단을 우롱하고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야말로 누구보다 당의 뜻을 진심으로 받들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어떤 기술안을 대할 때에도 반드시 사소한 감정이나 주관을 경계하고 철저히 원칙적인 립장, 당적인 립장만을 견지해야 하오. 그러자면 우선…》

한마디한마디에 힘을 주어가며 강조하는 명식이의 말에 정아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더는 잠자코 앉아있을수 없었던것이다.

《저의 의견을 말해도 좋습니까?》

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시에 자기한테로 쏠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다소 당황했으나 그런 당황에 비하면 내심에 이는 충동이 너무도 격렬했다.

《전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 연료안을 반대해온 사람입니다. 기술적인 타당성이 없는것으로, 주관적인 욕망에 불과한것으로만 말입니다. 그러나 진호동무의 기술안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과정에 실로 많은걸 새로 깨닫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조용하던 회의장이 다시 술렁거렸다.

《그래 새로 느꼈다는게 뭐요?》

부기사장이 물었다.

총화모임이 새 연료안 하나에만 국한되는게 언짢아 어떻게든 회의를 제곬으로 끌어가려고 노력하던 그였으나 이젠 아무리 자기가 노력한다 해도 회의분위기를 돌려세우기는 글렀다고 여기고는 그럴바엔 아예 새 연료안 하나라도 똑바로 결론을 내려야겠다고 맘먹은것이였다.

《제가 알기에는 그가 연구하는 첨가제가 온도를 보충해줄뿐아니라 연료의 이러저러한 부족점을 방지해주는 환원제로 또 촉매제로 되고있다는것입니다. 여기에서 그는 벌써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룩하고있습니다. 례를 들면 그 첨가제로 지금 로내 온도를 1 780도까지 보장했는데 이것은 이전에 그가 시험했을 때보다 20도나 더 올랐다는것을 말해줍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회분이 많은 연료를 연소시킴에 있어서 작업공간에 재가 쌓이는것을 막기 위해 보충적으로 화실을 따로 설치하고 거기서 연소시키게 되여있다는것입니다. 이것은 그가 수백도나 되는 연도속에 직접 들어가 얻어낸 귀중한 자료입니다.》

정아의 두눈은 어느덧 열기를 띠고 반짝였다. 꽃술처럼 발딱 들린 속눈섭은 그린듯이 움직일줄 몰랐고 볼록 솟은 단단한 가슴은 흥분으로 하여 세차게 오르내렸다.

《이런 기술적인 타산도 타산이지만 제가 보다 새롭게 느낀건 그 기술안을 완성하기 위해 무엇도 가리지 않는 그의 고상한 정신적인 힘입니다.》

두손으로 커다란 주먹을 만든채 까딱 움직이지 않던 명식은 부기사장에게 처녀가 누군가고 물어보고는 눈을 스르시 감았는데 그 품은 마치 그런 말은 새삼스런것이 아니며 나아가서는 웃음거리로밖에는 되지 않는다는것을 보여주려는것 같았다.

아닌게아니라 명식은 심정이요, 정신이요 하는 정아의 말이 가소롭기짝이 없었다. 생각같아서는 《여기가 뭐 시를 합평하는덴줄 아오? 우린 시인들이 아니라 기술자들이란 말이요. 그런 뜬소리들은 걷어치우시오.》하고 소리치고싶은것을 어쩔수 없었다.

《전 기술을 알기 전에 인간을 알아야 한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고결한 정신적인 안받침이 없는 기술은 한갖 거품과 같이 무게가 없다고 한 리치가 무슨 뜻인가 하는걸 그 새 연료안을 따져보는 과정에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그 리치는 대학때 기철이한테서 배운것이지만 그에 따르는 진정한 가치는 오늘 진호한테서 깨달은것이였다.

《그러니 동문 우리의 과제들중에도 그런 정신적인 힘이 안받침되지 않은 기술안도 있다는거요? 우리의 기술안들은 우선 목적부터 다 국가를 위하고 근로자들을 위한데 있는게 아니겠소.》

《아니, 그렇지만 않다고 봅니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그런것도 있습니다.》

《있다?!》

부기사장은 눈을 크게 떠보이며 놀랍다는 시늉을 했다.

정아는 망설였다. 그러나 곧 마음을 정하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건 진호동무의 새 연료안에 비해 책임기사동무의 중유절약안이 그렇다고 봅니다. 저도 중유절약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많다는건 압니다. 하지만 그건 새 연료안에 비해볼 때 확실히 현실에 피동적인것이 아닐수 없습니다.》

자리에 앉기는 했으나 정아는 자기가 무엇을 말했으며 그 말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는가를 깨닫고는 소스라쳤다. 자기의 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이 미칠 그런 말을 했다는것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자기가 한 말은 결국 진호의 새 연료안을 긍정하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사랑해마지않는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는것이 아닐수 없기때문이였다. 앞줄에 앉아있는 책임기사의 너부죽한 잔등에 시선이 닿는 순간 그는 이것을 더욱 절감했다.

그러자 갑자기 비통한 마음으로 하여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았다. 수치와 모멸로 하여 풀이 죽은 그가 저주를 담은 구슬픈 눈길로 자기를 쳐다보는 모습이 떠오르자 당장 울음이 북받쳐올랐다.

(아니야! 그래도 나는 옳게 행동했어! 그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또 집단을 위해서도! 지금은 몰라도 어느땐가는 그도 리해할거야. 꼭 리해하고말고.)

그는 나약한 감정으로 우유부단해지려는 자신을 더욱 다잡았다.

(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자비할수 없다고 했는가? 사랑하기때문에 더욱 무자비해야 하는거야!)

가슴은 널뛰듯 했지만 그 어떤 구속의 그늘도 비끼지 않는 마음이여서 행복했다. 감동과 격려에 찬 시선으로 자기를 돌아보는 태수를 대하자 그는 새삼스레 자기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처신했는가를 돌이켜볼수 있었고 그처럼 자신있게 행동한것이 기뻤다.

(고맙소! 정아동무! 장하오!)

태수의 눈길은 뚜렷이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오로지 그는 지금 책임기사가 자기의 목소리를 통하여 얼마나 자기가 힘들게 또 진정으로 얘기했는가를 조금이라도 짐작해주었으면 하는 그 한가지 생각뿐이였다. 그러나 기철이는 정아가 바라는 리해는 고사하고 도리여 분노와 수치로 하여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분하다 못해 숨이 막혔고 온몸이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흔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모욕을 받았을 때 터뜨리군 하는 그런 성급하고도 격렬한 분노가 가슴속에 소용돌이치는것이였다.

처음엔 정아의 태도에 어안이 벙벙했댔으나 두 기술안을 대조하면서 중유절약안의 취약성을 까밝힐 땐 어떤 수치, 정신적인 라태에서 오는 모멸감으로 하여 미칠것만 같았다.

《이것 보오, 처녀동무!》

명식은 한동안 미간을 좁힌채 정아를 유심히 지켜본 다음에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이제야 그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파악했다는듯 했다.

《물론 우리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연료로 쇠물을 끓여야 하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한사람도 없을거요. 하지만 기술발전의 합법칙적과정을 무시할수야 없지 않소. 나도 동무가 말하는 그 첨가제가 어떤것인지 모르지 않소. 그러나 20도의 온도가 증가된것을 첨가제의 역할로 본다면 오산이요. 왜냐하면 여기에는 가스와 산소를 비롯한 보충연료들이 배합돼있기때문이요. 4천립방의 가스와 5기압의 산소―이것은 중유소비량의 절반을 담당할수 있는 열량이란 말이요. 설사 그 첨가제가 온도를 담보한다고 합시다. 새 연료에 의해 생기기 마련인 생성물처리는 어떻게 하겠소? 화실을 꾸려? 어디다 어떻게? 안되오, 절대로! 만약 지금단계에서 새 연료를 취입한다면 필경 로수명이 절반도 되기 전에 연도가 메여버릴것은 당연한 리치요. 이 난관은 엄연한 사실이며 현조건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닐수 없소. 그렇기때문에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이런 조건을 헤아리시여 우리들에게 중유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주신것이 아니겠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소.》

그는 이제부터 하는 말이야말로 자기 말의 가장 핵심이라는것을 강조하려는듯이 한동안 사람들을 주시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취해주신 조치자체가 이 모든 사실을 명백히 실증하고있소. 그런데 아직 그걸 리해하지 못할뿐더러 도리여 일부 사람들은 무엄하게도 그 은덕에 도전하고있단 말이요, 알겠소? 그래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오?》

《…》

장내는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나는 기술안에 대한 심의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새 연료안과 관련된 이런 현상을 그대로 묵과할수 없다는걸, 때문에 부당위원회에는 물론 상급당에도 그 실태를 보고하여 해당한 대책을 취하지 않을수 없다는것을 밝혀두는바요.》

명식의 나직한 목소리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의 결심을 관철하고야말겠다는 의지가 력연히 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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