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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꽃에 비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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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교대성원들이 올라올 때까지도 진호는 줄곧 기계실의 철판의자우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오늘도 그는 취입기때문에 공무직장에 갔댔었다. 공장으로부터 취입기를 제작할데 대한 지령을 받고도 과제가 바쁘오, 긴급지령이 떨어졌소 하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해오는터여서 오늘은 결판을 내자고 단단히 벼르고 갔던것이다.

《아니, 또 왔소? 소털같이 많은 날에 덤빌게 뭐요. 맘 푹 놓고 기다리구려! 어련히 될 날이 있지 않으리요.》

이런 직장장의 대꾸에 그는 격분이라기보다 어떤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뭘가?)

이런 사람은 따지고들어야 성을 내기는커녕 도리여 능글능글 웃으며 접어드는 법이다. 진호는 그가 누구에게나 이런 태도를 취하리라는것을, 회의에 참가해서도 누구의 토론에도 꼭같이 공감이라는듯이 고개를 끄덕거릴 위인이라는것을 생각하고는 곧 돌아서고말았다.

(하여튼 일은 점점 개판이야!)

교대를 인계받은 작업반장 형묵이가 로상태를 검열하고있는 모습이며 전교대의 중유소비량이 얼마나 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중유탕크가 설치된 머리부로 올라가는 기남이를 그는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아무런 감각도 없이 바라보고있었다. 공구창고에서 한아름이나 되는 삽을 안고나온 영기가 그것을 현장에 멨다치는 모습을 보느라니 저절로 입가에 쓴웃음이 스쳤다.

(하긴 누구보다 저 영기가 속상할수밖에! 투사기를 쓸 땐 꺼내지도 않던 삽을 요즘은 매일 열자루씩이나 거두어야 하니… 참 말썽이라니, 투사기나 취입기나 다, 투사기에 취입기라… 투사기, 취입기…)

입속으로 몇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하던 그는 저절로 눈이 스르르 감기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끄덕 하고 이마를 쪼았다. 흔히 조는 사람이 그런것처럼 간신히 눈을 뜬 그는 또다시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투사기, 취입기, 투사기, 취입기…》

그는 스무번도 더 이 말을 반복했다.

이때였다.

꿈이런듯 혼몽한 속에서도 어떤 예감에 소스라쳐놀란 그는 눈을 번쩍 떴다. 그 예감의 불꽃은 곧 번개같은 섬광이 되여 눈앞에 작렬하는것이였다.

《음?!》

그는 갑자기 자기의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기 시작하는것과 두귀가 어떤 장벽이 걷히기라도 한듯 모든 음향이 원근의 차이를 잃어버리고 무질서하게 고막을 두드리기 시작하는것을 느꼈다.

《그렇지!》

자리에서 튀여일어난 그는 모든것을 다시한번 음미해보려고 했으나 가슴속에 일어번지는 격정은 그런 생각을 대번에 무시해버리는것이였다. 입에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고함이 터져나왔다.

《됐어! 됐단 말이요!》

누구에게라없이 이렇게 부르짖으며 용해장으로 달려나가는 그를 용해공들은 눈이 둥그래서 쳐다보았다.

맥을 놓고 투사기우에 걸터앉아있던 영기는 진호가 당장 멱살이라도 비틀것 같은 기세로 마주 달려오는 바람에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는데 그의 눈은 (아니, 저 사람이 실성한게 아니야?) 하는 기색이였다.

《이것 보오. 반장동무, 연료취입을 투사기로 한단 말이요, 저 투사기로.》

진호는 로옆에 세워놓은 태수의 투사기를 가리켜보였다.

《투사기로?》

《자― 보오!》

발앞에 딩구는 석회석덩이를 집어든 그는 다짜고짜 형묵이앞에 쭈그리고앉아 깔판에 금을 긋기 시작했다.

《1, 2차원료장입실과 압축공기조절기, 연료발브, 글쎄 이 이상 더 적합한 취입기가 어데 있단 말이요. 투사관이 문젠데 그건 구경이 작은 바나로 교체만 하면 되오, 공기조절변은 이렇게 고정해놓고. 자― 투사기의 피스톤이 앞으로 이렇게 나갈 때 뽐프실안의 격막이 이렇게 밀려나가오. 그럼 이때 연료가 이렇게 아래로 떨어질게 아니겠소.》

연료가 떨어지는것을 설명할 때 지나치게 힘을 준탓으로 쥐고있던 석회석덩이가 부서져나가자 그는 아예 주먹보다 더 큰것을 골라잡았다.

《이때 뽐프실의 연료가 압축변을 밀면서 이쪽으로 이렇게 넘어가게 되면 흡입변이 이렇게 열리면서 피스톤을 이렇게 민단 말이요. 그럼 연료가 이 관을 통해 이렇게, 이렇게…》

그는 자기가 하는 말을 누가 막거나 부인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있는상싶었다.

《그럼 공기와 연료의 배합비는 어떻게 하고?》

형묵이도 어느덧 흥분한 기색이였다.

《흡입변을 이쪽으로 돌려놓고 이렇게 조절한단 말이요. 점차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공기압은 3기압이면 되니까…》

《음― 그럴듯해. 내 당장 지령실에 가서 얘길 하지. 우선 제대로 취입되는가 하는것부터 보잔 말이요.》

《가만, 로장아바이한텐 어떡한다?》

한 친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형묵이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교대부직장장이 승인한다 해도 로관리와 관련되는 일에서는 사소한것조차도 로장 모르게 할수 없으며 또 해서도 안된다는것을 누구나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아바인 걱정말라요, 내가 맡아요.》

영기가 제법 호기있게 장담해나섰다. 그의 장담이 무슨 소용이랴만 그래도 모두가 한시름을 덜었다는 기색이였다.

《그저 굴뚝에 봉화가 오르지 않게만 해요.》

집에 들어가서도 늘 굴뚝에서 솟구치는 연기를 바라보며 로상태를 가늠하는 로장이였다. 연기의 색갈과 량을 보고도 무슨 강종을 졸이며 누가 로조작을 하고있다는것까지 귀신처럼 알아내는 그였다.

언젠가 한순간의 과열로 굴뚝으로 불길이 나가게 한적이 있었는데 당장 현장에 달려온 그가《이눔들이 어떻게 일을 하게 굴뚝에 봉화가 치솟게 하는거야. 어디 네놈들 코구멍에 불을 달아볼가.》 하는통에 모두들 독수리를 본 병아리처럼 질겁해서 달아났었다.

진호가 사무실에 뛰여가 시험일지며 자료들을 가지고오는 사이 용해공들은 벌써 투사관을 손질하고있었다. 역시 결심만 하면 행동에는 단호한 사람들이였다.

량쪽에 있는 중유취입관중에서 한쪽만은 새 연료를 취입할 투사기를 설치하는것이였다.

(고맙네, 태수! 동무가 아니였다면 정말… 돌아오면 내 한상 단단히 내지!)

진호는 취입을 통해 확증해야 할 요점들을 재빨리 머리속에 새겨보았다. 우선 연료의 열량을 가늠해야 한다. 물론 단번에는 알아내기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한한 새로 배합한 첨가제의 효률이라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료의 취입량을 중유와 등가한 량으로 하자. 연소될 때 생성물이 어떤 궤적을 따라 류동하는가도 알아보자.

맞춤하니 가열된 연료를 장입실에 쏟아넣고 투사기에 련결된 배관들을 검열할 때까지도 진호는 이 모든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꿈을 꾸는것 같았고 어떤 환각속에 있는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었는데 그것은 가슴속에 스며드는 불안의 그림자였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이런 공포가 그전 일들과 어울려 가슴을 압박하는것이였으나 그것도 미처 오래 새길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승패가 달린 한알이다. 아니, 운명이 달린 한알이다.

그는 마치 수만관중의 시선을 받으며 문지기와 1 대 1로 맞선 그런 흥분을 온몸에 느꼈다.

이윽고 심판의 호각소리같은《삐―》하는 변경신호가 울렸다. 그 신호가 그대로 전류가 되여 자기의 심장을 지지는것 같았다. 이제 발브만 틀면 서쪽에서 취입되던 중유대신 새 연료가 동쪽에서 취입되는것이다.

천천히 투사기앞으로 다가선 진호는 스스럼없이 투사기의 취입발브에 손을 올렸다. 심장은 언제나 현실보다 결단성이 있다는것을, 그것은 온갖 동요를 일축해버리고 언제나 새길로 용감하게 뛰여들게 한다는것을 그는 체험을 통해 알고있었다.

(덤비지 말고 침착하게.)

그는 조절변을 틀어쥔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가스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변경되는 첫 순간 벌써 그는 화염색갈이 중유때보다 어둡다는것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영기에게 연료의 취입량을 높여보라고 신호했으나 여전했다. 산소량을 높여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온계의 바늘은 1 770도에서 점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스!》

계기실을 향해 소리친 진호는 다시 광온계로 화염을 투시했다. 역시 바늘은 1 765도에서 아래로만 미끄러지고있었다.

《취입량을 적게! 천천히!》

그는 흠칫했다. 그 어떤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미세하고 순간적이여서 착각이 아닌가싶을 정도였다. 아니나다를가 바늘도 한자리에 멎어있었다. 1 762도였다. 그러니 연료의 연소효률이 산소만 아니라 가스와도 련관돼있다는건가? 아니, 가스만 아니라 공기와 산소의 호상배합비에 따라 달라진다는게 아닌가! 바로 그 배합의 일반적인 법칙성을 찾아내야 한다!

《저 화염폭을 보우.》

옆에 다가선 한 친구가 팔굽을 다치며 놀랍다는듯이 말했다. 연료의 비중이 중유보다 무겁기때문에 화염이 뜨지 않고 용금에 직접 미친다는 뜻이였으나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의 시험을 통해 확신하고있는 진호였다. 연료의 우점의 하나가 바로 그것이였던것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벌써 변경신호가 났다.

변경주기가 지내 빠른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계기실을 돌아보니 웬걸 어느새 왔는지 변경변조작스위치를 틀어잡고있는 교대부직장장이 형묵이에게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고있었다.

《도대체 정신이 있소? 이게 뭐 동무네 집 밥가만가 하오? 엉?》

푸접이 좋기로 소문난 형묵이였으나 너무나도 험악한 부직장장의 기상에 기가 질렸는지 아무 대꾸도 못하고 입만 쩝쩝 다셨다. 보매 승인을 얻으러 갔던 형묵이와 지령실에서부터 옥신각신한 모양인데 로에서 취입하고있는것을 보고는 화가 동해 달려온 부직장장인것 같았다.

《로설비만은 공장의 승인없이 발브 하나 다치지 못한다는걸 모르오? 모르는가 말이요?》

소리칠 때마다 그의 입안은 온통 현란한 금빛으로 번쩍거렸다.

진호는 얼른 그에게로 다가갔다.

《부직장장동무! 시험은 제가 하자고 해서 한것이지 형묵반장한테는 잘못이 없습니다.》

《동무가 뭐요? 직장장이요, 지배인이요?》

도끼눈을 한 부직장장은 진호를 당장 찍어넘길듯이 꼬나보았다. 언제나 정도이상으로 격하군 해서 아무 말이나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직장장이라는것을 알고있는 진호는 더없이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사실 이건 시험이라기보다 실험에 불과하지요.》

《실험? 실험이면 실험실에서 할노릇이지 왜 여기서 야단이요, 야단은!》

《이걸 보십시오. 이미 실험을 통해 많은걸 알아냈단 말입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성냥가치를 만들었는데 그걸 시험해보는것과 같지요. 여태까지는 만들어놓고도 그걸 켜볼 성냥판이 없었기때문에 시험을 못했지만 이젠 그 성냥이 얼마만 한 열을 내는가 하는것도 알아봐야 되잖겠습니까. 방금 취입해보니 생각보다…》

《글쎄 안된다지 않소! 안된단 말이요.》

두부모 자르듯이 손을 홱 내리그은 그는 무엇때문인지 진호에게 손바닥을 내밀어보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 진호가 마주 쳐다보자 그는 이제까지 성내던 사람같지도 않는 어조로 말했다.

《한대 없소?》

마치 누구든 자기를 화나게 한 사람은 응당 담배를 권해야 한다는듯 한 태도였으나 진호는 그의 행동에 어떤 여지가 있을수도 있다는것을 느끼고 얼른 주머니에서 《제비》담배를 꺼내 갑채로 맡기였다.

《그저 한두주기만 시험하게 해주십시오. 1시간이면 됩니다. 생산에 지장을 주거나 설비를 혹사하는 일이 없을테니 안심하십시오.》

부직장장은 아무 대꾸도 없이 담배만 빨아댔다.

《부직장장동무!》

진호는 한걸음 더 그에게로 다가섰다.

《첨엔 열이 떨어지더니 연료취입을 조절하니까 뚝 멎더란 말입니다. 이건 보충연료와의 배합비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지요. 확실히 새로 만든 성냥은…》

《제발 그 성냥이요, 성냥곽이요 하는건 주머니에 넣어두우.》

그는 마치 이렇게 하라는듯이 쥐고있던 《제비》담배곽을 통채로 자기 웃주머니에 훌쩍 집어넣고는 지령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담배는 왜 가지고가!》

옆에 있던 형묵이가 어처구니없다는듯이 중얼거렸다.

(과연 이다지도 힘이 든단 말인가!)

걸음마다 앞을 막아서는 암초에 진호는 화가 동해올랐다. 침체와 보수는 배겨낼래야 낼수 없으리라고 믿었던 현실에 대한 자기의 짐작이 한갖 유치한 공상에 지나지 않음을 다시금 통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다면 도대체 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질것인가! 새 연료안을 앞당기기는 고사하고 도리여 이런 구태의연한 분위기에 묻혀 영영 매장되고말것이 아닌가!)

순간 그는 몸을 떨었다.

(아니다! 이걸 극복해야 한다. 바로 이 질식을 뚫고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어떤 일이 있어도 취입시험을 해야 한다! 오직 그 길만이 새 연료안을 완성하는 길이고 혁신을 이룩하는 길이다.)

불현듯 어떤 저돌적인 흥분이 그를 세차게 사로잡는것이였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진호에게는 마침내 기다리던 기회가 차례졌다. 고집이 소발통같은 교대부직장장이 대휴를 받은데다가 작업공정도 취입시험을 하기에 좋은 가열기에 맞다들렸다.

사실 공장의 승인도 승인이지만 그보다 로장의 허가를 어떻게 받을가 하는 생각에 더 암담해있던 진호는 아무래도 로장이 지키지 않는 후야근교대때 시험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고 짬짬이 취입준비를 갖추어놓았던것이다.

《자, 빨리!》

형묵은 취입구에 투사기를 설치하고있는 작업반원들을 다몰아댔다.

어떤 일에 부딪쳐도 행동을 먼저 한 다음에야 말로 설명하는데 버릇된 형묵은 진호와 어딘가 일맥상통한데가 있었다. 그를 만나는 첫 순간부터 진호는 그가 무엇인가 일단 마음먹기만 하면 그 희망을 달성하기까지는 억척스레 매여달리며 그것이 뜻대로 안되는 경우에는 매일처럼 아니, 매 시간마다 달려와서 종당에는 한소동 일으키고야말 그런 형의 청년이라는것을 알아차렸다.

사람들은 그의 너무나도 엉뚱한 행동에 자주 놀라군 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든 그는 《할수 없지요 뭐》, 《욕을 먹지요 뭐》하고 은연히 대꾸하군 했다. 그래서 용해공들은 그를 《태평반장》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공장대학 3학년생인 그는 대학에서도 많은 일화를 남기고있었다. 강사의 물음에 제일먼저 일어서는것은 그였지만 언제나 대답은 틀린다는것이였다.

언젠가 사회과목시간에 선생이 공산주의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는 대뜸 일어서서 《사회주의 쁠류수 전기홥니다.》하고 자신있게 대답했다는것이다.

《그럼 사회주의는 뭐요?》

다시 이렇게 묻자 그는 주저하는 빛도 없이 《거야 공산주의 미누스 전기화지요 뭐.》하고 대꾸해서 선생과 학생들이 배를 그러쥐게 만들었다는것이다. 그만치 엉뚱하고도 배포가 유한 친구였지만 언제나 직장간부들과는 엇서기가 일쑤여서 자주 비판무대에 나서군 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그렇다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회의때마다 그를 두들겨패는 일군들조차 급한 정황이 생기거나 중요한 일이 생길 때면 그를 먼저 찾는것이였다.

이윽고 조립된 투사기로 연료를 취입하기 시작했다.

진호는 처음부터 연료의 취입량을 조절하면서 화염온도를 주시했다. 우선 가스와 산소의 취입량을 고정시켜놓은채 연료량을 증가시켜보았다. 그러나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이번엔 반대로 취입량을 점점 적게 해보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 로앞에 바투 서있던 형묵이가 갑자기 환성을 지르다싶이 했다.

《아니, 저걸 보오, 저 화염색갈을!》

진호는 얼른 광온계를 눈에 갖다댔다. 까딱하지 않던 바늘이 1 770도에서 미미하게 상승하고있는것이 아닌가!

(그렇지! 이건 바로 연료의 취입량과 온도가 서로 비례하지 않는다는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문제는 보충연료와의 적합한 배합비를 찾는데 있다. 그 배합비도 보충연료들이 중유취입때보다 적어야 하며 그러면서도 필요한 온도를 얻을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그는 자기의 생각을 되새겨보는 순간 다시말해서 자기의 구상을 확증해보는 순간 모르긴 해도 자기가 확신하고있는것이 옳으리라는것을 본능으로 느꼈다. 하지만 이런 확신은 찰나에 불과했다.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았는데 로내 온도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기때문이였다.

진호는 곧 발브의 조절이 없이도 취입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연료량이 점차 많아질수 있다는것을 짐작하고 얼른 연료를 적재해둔 장입실에 올라섰다. 아니나다를가 엄청나게 많은 연료가 취입되고있었다.

(혹시 지나친 취입이 도리여?)

이런 의혹은 그를 곧 새로운 흥분으로 휘몰아갔다.

(취입량이 많아도 열이 떨어질수 있지! 있고말고! 그래! 다음주기엔 이걸 확인하자!)

변경신호가 날 때에야 그는 자기 몸이 흠뻑 젖어있다는것을 알았다.

《후―》

장입실턱에 허리를 얹은 그는 취입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다시 되새겨보며 련관된 고리를 하나로 이어보았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것이 집중되지 않고 분산돼있었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미지근한 땀방울이 가슴이며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시금 《후―》하고 긴숨을 내쉬며 목에 건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씻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였다.

갑자기 귀를 멍멍하게 하는 요란한 폭음에 이어 자기 몸이 공중까마득히 솟구쳐오르는것을 그는 똑똑히 알았다.

《꽝!》

무엇을 가릴 사이도 없이 또 한번의 폭음과 함께 자기 몸에 특히 한쪽어깨에 무자비한 타격이 가해지는것을 이번에는 꿈속에서처럼 어렴풋이 느꼈던것이다. 그다음부턴 아무 생각도 감각도 없었다. 다만 주위의 모든것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고 적막할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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