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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회

제 4 장

사랑을 꽃에 비김은…

18


갖가지 꽃들이 피여나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는 이때야말로 누구에게나 일년중에서도 가장 즐거운 계절, 가슴부풀어오르는 기쁨의 계절이련만 쇠물을 끓이는 용해공들에게는 도리여 시름이 시작되는 계절인것이다. 일년 4계절을 줄곧 불앞에서 사는 사람들이여서 눈덮인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은 모두 여름으로 간주하는데 버릇된 이들이였다.

진호도 벌써부터 앞으로의 시련이 보통 아닐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혔다.

닥쳐올 더위도 더위지만 요즘에 와서는 주위의 분위기를 통하여 자기가 바랐던 정신적인 희열과 따뜻한 즐거움을 찾기는 어려우리라는 느낌이 드는것이였다. 왜서인지 자꾸만 불안하고 초조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연료의 직접취입을 결심했을 땐 연료에 배합할 첨가제의 성분만 확정해놓으면 되리라고 여겼던것이 그것을 준비해놓은 지금에 와서는 또 연료를 취입할 취입장치가 문제였다. 그 취입장치도 밤패워 설계는 끝냈으나 기술부의 검사를 거쳐 공무직장에서 완성까지 하자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일이 걸릴지 알수 없는 일이였다.

겹쌓이는 난관보다도 그가 더 불안스러운것은 이런 난관을 타개할 자신심이 희박해지는데 있었고 나아가서는 그처럼 가슴깊이 다졌던 애초의 그 결심을 혹시 성사시키지 못하지나 않을가 하는 걱정이였다.

확실히 자기의 생각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현실이였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의도를 알기만 하면 팔을 걷고나서리라 믿었고 그리하여 쉽사리 자기의 지향이 어떻다는것이 증명되리라고 여겼던것이 도와주기는커녕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것이 아닌가! 첨엔 자기의 출현에 일정한 충동을 받은것 같던 사람들도 이젠 기대를 잃고 랭랭한 태도를 취하는것이였다.

《자― 이젠 두달이 지났소. 그동안 동무가 해놓은 일이 뭐요? 당장 일을 칠것처럼 덤비더니… 누군 뭐 동무만 못해서 고생하는줄 아오?》

모두가 이러며 손가락질하는것 같았다. 그런데도 자기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채 어떤 대책 하나 똑바로 취하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 안일무위한 생활에 빠져들어가고있는 이것이 더욱 부아를 돋구는것이였다.

새 연료안추진만이 아니였다. 며칠전부터는 또 하나의 골치거리가 생겼는데 그것은 여태껏 말없이 잘 쓰던 태수의 투사기를 로장이 용해장 한쪽구석에 밀어놓은 사실이였다. 리윤즉 로에 취입되는 가스압이 높아지자 투사기로 분사하는 보수재가 그 가스에 날려 후벽보수를 제대로 못한다는것이였다.

설사 그런 부족점이 있다 해도 태수가 그처럼 고생해 만들어놓은 기계를 부정해버리는 로장의 태도란 너무도 지나친것이 아닌가! 더우기 당장 심사를 눈앞에 두고 그런 배척을 당한다면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이 미치리라는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그가 투사기에 대해 각별히 마음쓰지 않을수 없는데는 출장을 떠나면서 하던 태수의 부탁때문이였다.

《혹시 심사가 있을 때까지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대신 변론을 좀 맡아주게. 도면심사가 아니니까 내가 없어도 일없으리라고 보네. 사실 그 사람들한테야 내보다 동무가 훨씬 유력할테니까.》

《그러니 막후교섭을 하라는건가? 좋아, 걱정말게! 내 힘껏 해볼테니!》

대학때부터 그가 베푼 우애에 비해 너무도 무심했던 자기로서 이 부탁만은 꼭 성실히 수행하는것으로써 친구의 도리를 지키고싶었던것이다. 그리하여 온밤 구체적인 작전을 세운 그는 지금 로장을 찾아가는 길이였다.

창조과정에는 어떤 부족점도 있을수 있다는 일반적인 지역사격으로부터 투사기의 우월성을 론증하는 집중사격을 들이댈 심산이였으나 어딘가 찜찜하기도 했다.

마침 휴계실에서는 로장이 낮교대작업반장과 마주앉아 한담을 하고있었다. 무엇때문인지 매우 흐뭇한 표정을 짓고있던 그였으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진호를 보고는 곧 이마살을 찌프렸다.

《왜? 또 투사긴가?》

《그렇습니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투사기를 쓰는게 옳다고 봅니다.》

《…》

진호는 마음을 다잡으며 로장을 지켜보았다.

《혹시 보수재반죽을 지금보다 더 굳게 하고 투사압을 높여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봤네만 안돼.》

《그럼 가스를 낮춰도 안돼요?》

《가스를 낮춰? 그렇게 하면 될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할수야 없지 않나.》

마주 쳐다보는 로장의 서늘한 눈길에서 잠시도 열을 떨굴수 없다는 뜻을 알아챘으나 그렇다고 잠자코 있을순 없었다.

《그래야 단 몇분동안이 아닙니까?》

《몇분? 이 사람아, 그 몇분동안에 수백톤의 쇠물이 왔다갔다해! 우린 입김이라도 더 불어넣고싶은 심정인데 가스를 낮춰?》

《아바이!》

진호는 곧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결함이야 있겠지요. 그렇지만 심사를 앞둔 설비가 아닙니까. 그리고 기계란 흔히 쓰는 과정에 더욱 좋게 완성될수도 있구요.》

《나도 아네, 친구가 만들어놓은 설비니까 자네 맘이 더 간절하다는걸.》

《아니, 전 뭐 그래서가 아닙니다. 전 다만…》

서둘러 이렇게 부인한 진호였으나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것 보게. 지금상태의 투사기로 로보수를 한다는건 사실 로벽을 허무는것이나 다를바 없네. 우린 설사 그 기계가 없어 살거죽이 익는다 해도 우리 손으로 후벽을 보강하겠네. 살점을 떼붙이는 한이 있어두 말일세!》

흔연한 표정으로 진호를 쳐다본 우택은 탁자우에 놓여있는 사탕봉지에서 알사탕 한알을 꺼내 입에 넣더니 우드득 하고 씹었다. 호두알도 깨물수 있는 단단한 이발을 가진 로장이라는것을 모르는 진호가 아니였지만 사정없이 박살내여 씹어대는 거기에 자기 의견에 대한 그의 대답이 있는듯싶었다.

아니나다를가 그는 곧 황소처럼 한쪽입귀를 실룩하며 웃어보였는데 그 웃음은 주로 어처구니없을 때만 사용하는것이였다. 이 웃음만 나오면 벌써 어쩔 도리가 없는것이였다.

집중사격이고 지역사격이고 통할리 만무였다.

(이 사실을 알면 태수가 얼마나 괴로와할텐가!)

자기를 쳐다보던 태수의 얼굴이 다시금 눈앞에 나타났다.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투사기는 쓰게 해야 한다. 로장은 단지 있을수 있는 불안전성에 겁을 먹고있을뿐이다! 그거야말로 기술에 대한 무관심이지.)

이렇게 마음을 다지며 휴계실을 나선 그는 사무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공정기사들과 토론해볼 생각이였던것이다.

공장정문으로는 벌써 후야근교대성원들이 떼를 지어 들어서고있었다. 언제나처럼 정문앞에 서있는 방송차에서는 흥겨운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고있었다.


높은 산 험한 령이 우리는 좋아

사나운 비바람이 우리는 좋아


(넨장! 그저 좋다는군! 하긴 높은 산이나 험한 령 정도라면 얼마나 좋아! 이건 발붙일 틈도 없는 절벽인데야.)

로장을 생각하며 그는 이렇게 투덜거렸다.

노래가 끝나자 이번에는 처녀방송원의 챙챙한 목소리가 귀청을 긁어댔다.

미래의 용해공들을 키우는 교수교양사업에서 남다른 성과가 있는 어느 유치원의 교양원을 소개하겠다는것이였다. 강철전사들의 투쟁을 고무하기 위해 그의 가족들을 찾아가 취재록음해온 내용을 노래와 함께 섞어 편집한 선동축하방송이였다.

《정말 많은 일을 하셨군요. 래일의 강철전사들을 믿음직하게 키우고있는 동무의 성과를 축하해서 노래를 한곡 선물하렵니다. 어떤 노래를 요청하겠어요?》

《노래요? 제가 뭘했다고… 그래도 들려주시겠다면 〈철의 도시 밤하늘에 붉은 눈이 내리네〉이 노래를 부탁하겠어요.》

걸음을 멈춘 진호는 길가에 있는 파철덩이에 장갑을 놓고 그우에 털썩 주저앉았다. 숱한 노래중에서도 이 서정가요의 은근한 선률과 녀성저음가수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그중 좋아하기도 했거니와 늘 수도에서만 듣던 이 노래를 철의 기지 밤하늘아래서 직접 듣는다는 새삼스러움이 구미를 동하게 했던것이다.

《한데 전 이 노래를 같이 듣고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의 사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서요.》

그러고보면 교양원도 꽤 다심한 녀자가 틀림없었다.

《좋아요. 누군지 어서 말씀하세요.》

《강철직장에서 새 기술안을 완성하기 위해 분투하고있는 리진호동뭅니다.》

《엉?》

진호는 후닥닥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교양원?)

얼른 머리를 스치는 한 녀자가 있었다. 두손을 모두어쥔채 수집은듯 방그레 웃던 태수의 안해 은심이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그에 대한 고마움이 절로 가슴속에 꽉 차오르면서 아직 한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류다른 감정이 온몸에 소용돌이치는것이였다.

(고맙소, 은심동무!)

《그럼 강철직장에서 새 기술안도입을 위해 분투하고계시는 리진호동무도 함께 들어주십시오.》

(현옥이도 이 노래를 좋아했었지.)

불시에 현옥이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는것이였다. 아름찬 일들에 휩싸여 정신없이 돌아치다가도 잠시의 여가가 생길 때면 느닷없이 지나간 추억이 되살아나면서 이상하게도 꼭꼭 한쌍의 눈물에 젖은 맑은 눈길과 부딪치군 했다. 그것은 현옥이의 눈이였다. 눈물이 고인 눈길로 무엇인가 원망하고 나무람하기도 하고 구름에 가리워진 쪼각달처럼 애달픈 미소로 무엇인가 하소연하면서 말없이 자기를 지켜보는 현옥이의 눈이였다.

현옥이를 생각할 때마다 그는 언제나 그 처녀다운 날씬한 어깨우에 자연스레 흘러내린 부드러운 머리칼과 애티나는 맑은 눈을 먼저 그려보게 되는것이였다. 그중에도 매번 자기를 황홀케 하는것은 무엇을 물어볼 때마다 그 대답이 어떤것인가를 미리 짐작하고 짓는 눈가에 새겨지는 다정한 미소의 물결이였다. 그 눈매의 독특한 표정은 그 용모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어울려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었다.

사실 그는 제철소로 내려오면서 자기가 제일 불안해했던것, 즉 여기 사람들이 자길 어떻게 보며 어떻게 대해줄것인가 하는 근심은 곧 공연한것임을 깨달을수 있었으나 자기가 자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극복할수 있으리라고 여겼던 현옥이에 대한 생각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더욱 강렬하게 되살아나는것이였다. 특히 눈내리는 보통교의 란간에 서서 두손에 얼굴을 묻은채 흐느끼던 그의 모습을 상기할 때면 자기가 무엇인가 다시 찾지 못할 귀중하고 아름다운것을 버렸다는 상실감마저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확실히 그는 자기가 현옥이를 잃어버린데 대한 섭섭한 생각을 가슴에서 지워버릴수 없으며 또한 현옥이와 함께 있음으로 하여 맛보았던 행복한 순간들, 그 당시에는 별반 깨닫지 못했던것이 지금에 와서는 온갖 매력을 가지고 자기의 마음을 뒤흔들어주는 그 행복의 순간들을 기억속에서 씻어버릴수 없다는것을 알았다. 그에 대한 기억은 흡사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밝은 점처럼 생생하니 떠오르는것이였다.

(나는 그를 사랑했었지. 순결한 애정으로 진실하게 사랑했었지. 그런데 그는… 아서라! 내가 무슨 생각을… 이제야 다 지나간 일이 아닌가!)


수령님 다녀가신

철의 도시에


이윽고 녀가수의 은은한 목소리가 꿈결에서처럼 조용히 울렸다. 마치 자기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것 같은 그 고요한 선률은 자기를 부드러운 요람에 태워 어딘가 멀고먼 곳으로 아니, 황홀한 세계로 서서히 이끄는상싶었다.

한 소절의 노래가 이다지도 심금을 울리리라고는 상상도 해본적이 없는 진호였다. 그 하나하나의 선률은 부드러운 눈송이마냥 천천히 가슴속으로, 끝없이 심연속으로 떨어져들어갔다. 떨어져서 수면에 고요한 파도를 일으키며 잠겨들면 수면은 가벼이 일렁이다가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심장을 쿵 하고 울리는것이였다.


이밤도 송이송이

눈이 내리네


그의 눈앞에는 어느덧 눈덮인 공장과 구내길이 펼쳐지면서 흰눈을 맞으시며 용해장을 찾으신 자애로운 수령님의 영상이 우렷이 안겨왔다. 천천히 로앞으로 다가서신 그이께서 보안경을 드신채 사품쳐오르는 쇠물을 여겨보신다, 오래도록 여겨보신다.

마침내 수령님의 자애로운 안광에 환한 미소가 넘쳐흐른다.

무엇이 기쁘시여 그리도 만족해하시는것일가? 무엇이 흡족하시여 그리도 밝은 미소를 지으시는것일가?

세상에는 물과 불이라는 가장 거대한 힘을 가진 두 자연력이 있다. 그 불과 물이 한데 합쳐진 쇠물이야말로 얼마나 위력한 힘, 아름다운 힘을 가진것이랴! 저것이 어떻게 기계가 되고 대포가 되며 산악을 버티고 설 동발이 된단 말인가! 저 령롱한 구슬이 어떻게 수천톤의 화물선이 되여 대양을 횡단하고 화려한 고층건물의 철주가 된단 말인가! 과연 뉘라서 세상의 억만재부가 바로 저 아름다운 구슬로 쌓여지리라는것을 믿을수 있단 말인가!

끓어오르는 용금에서 부강해질 조국의 미래를 그려보시기때문일가? 아니면 용해공들의 불같은 충정의 마음을 읽으시기때문일가? 아, 어쩌면 우리 수령님 저리도 저리도 기뻐하실가? 다만 끓는 쇠물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시기때문만이 아니리라, 용해공들의 뜨거운 마음을 읽으시기때문만이 아니리라, 저 쇠물이 중유가 아니라 우리의 연료로 끓고있기때문이리라, 바로 그때문에 그토록 만족해하시는것이리라.

《수령님! 이젠 우리의 연료로 쇠물을 끓이고있습니다. 중유는 한방울도 먹지 않습니다.》

해빛같은 미소를 지으신 수령님께서 자기를 마주보시는 순간 온 하늘의 꽃송이가 축하의 꽃보라인양 자기를 향해 마구 쏟아지는것이였다. 터질듯 한 행복감으로 하여 그는 일시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쇠물보다 뜨거운 충성의 마음

저 하늘에 차고넘쳐 붉게붉게 내리네


진호는 자기가 따뜻한 눈송이에 포근히 싸여있는것만 같았다. 영원히 그속에 묻혀있고만싶었다.

노래를 듣고나서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날수가 없었다.

가슴속에서는 여전히 노래소리가 울려퍼지고있었다.

(내 어떤 일이 있어도 기어이 새 연료를 만들어 우리 수령님께 꼭 기쁨을 올리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갑자기 딴 사람이 되기라도 한것처럼 힘찬 걸음을 성큼성큼 내디디였다.


퇴근했을줄 알았던 공정기사들이 오늘따라 무엇때문인지 하나같이 다 자리에 앉아있었다. 심각한 표정들로 보아 무슨 심상찮은 일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러게 내 뭐라던가? 그만큼 천정연화만이라도 갖다놓으라구 얼마나 말했어! 그런데 뭐 보수가 보름은 걸릴거라구? 자, 보란 말일세. 이들이 일을 얼마나 열광적으로 해제꼈나!》

생산을 담당하고있는 성일이가 이렇게 웨치자 식물성기름만 먹고 자란듯이 연약해보이는 리현이가 대뜸 코웃음을 쳤다.

《흠, 열광? 하긴 그런 방법이 기적을 낳을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건 열광이 아니라 오히려 력량과 설비의 무모한 랑비에 불과하다는걸 알아야 하네. 그들은 계획과 로동조직을 무시하고있거던. 그런 열광이야말로 소나기와 같은거지. 그 소나기로 하여 어지러워진 진창이 이제 생산에 어떤 지장을 주게 되는지 두고보게.》

론점은 4호로의 중보수문제였다. 생산담당인 성일이는 계획보다 일찍 시작한 보수가 벌써 끝나간다는것을 긍정하면서 그에 따르는 자재와 설비, 특히 천정연화를 제때에 대주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였고 설비담당인 리현이는 반대로 계획보다 먼저 시작한 보수로 하여 자기 분야에 가해진 피해에 대해 격분해하고있었다.

《도대체 보수를 앞당겨한것이 어째서 력량과 설비의 랑비라는건가? 그게 어째서 생산에 지장을 주구?》

《이걸 보게. 계획에 의하면 4호는 이달 중순에 수리하게 돼있네. 그런데 열흘이나 먼저 시작했지. 그럼 과연 더 가동할수 없는 실탠가? 아니네! 노력하면 얼마든지 견딜수 있었지. 그런데도 로를 깠거던. 그래 이것으로 해서 원료와 연료계획은 물론 수백톤에 달하는 자재가 랑비된다는건 생각지 않나? 공급체계가 마비된건 둘째치고 전반의 생산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가 말일세.》

《지장은 무슨 놈의 지장! 그만큼 수리를 일찍 끝냈으니 절대가동시간은 많을게고 생산도 많아질게 아닌가?》

《이렇게 답답하다구야!》

리현이는 가느다란 목을 설레설레 저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네. 새 로가 축조됐으니 지령실에서는 자연히 원료를 4호에 집중시킬게거던, 직장적으로 보면 그렇게 하는것이 생산성이 높으니까. 그럼 다른 로들이 한물 뽑는 사이 4호에선 두물을 뽑지. 일은 쉽고 생산은 배로 오르구. 바로 이걸 노린단 말일세.

다른 로들이 맥을 못 출 때 제꺽 수리해서 자기네만 강행조업을 한다! 이거야말로 중량급선수가 경량급선수를 때려눕히고 1등 하는것과 뭐가 다른가! 그래 생산을 많이 한다고 이런걸 긍정할수 있어? 그런데 문제는 뭔가? 직장에서도 이런 현상을 비판할 대신 생산을 잘한다고 도리여 춰주는데 있지. 난 생산을 턱에 걸고 이런 교묘한 수단을 쓰는 4호로를 평가할것이 아니라 도리여 문제를 세워야 한다고 보네.》

담당기사란 자기 부문의 대변자요, 옹호자기때문에 자주 이런 마찰이 있기마련이지만 이번처럼 심각하게 대립되기는 처음이였다.

책임기사는 언제나처럼 책상우에 펴놓은 종이장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그리고만 있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론쟁에 열중하고있을뿐아니라 여느때없이 심사숙고하고있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였다.

새로운 산소강욕취입안의 부분설계가 완성되지 못한것으로 하여 그는 아직 출장을 떠나지 못하고있었다. 그 설계가 완성돼야 기술과의 협조성원들과 함께 현지로 떠날수 있었다.

《옳소! 그들은 틀림없이 그런 방법으로 기적을 낳으려고 했소. 이달 생산평가에서 4호를 제외하는것은 물론 설비와 자재의 소요량을 따져보고 그만큼 변상케 합시다.》

그의 말은 조용했지만 움직일수 없는 힘을 지니고있었다.

《다른 의견들은 없소?》

모두들 잠잠했다.

《다른 문제긴 하지만 하나 제기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사람은 기계담당인 장환이였다.

《다름이 아니라 투사기문제지요. 가스압이 증가된것과 관련해서 투사기에 일련의 부족점이 나타난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고열로동을 막기 위해 도입된 새 기계가 아닙니까. 그런데도 무턱대고 일축해버리니 이거야 어디…》

마침이라고 생각한 진호는 대뜸 일어서며 다급히 말했다.

《옳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린 로장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가 그의 태도를 묵인한다면 앞으로는 어떤 기술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것입니다. 이게 얼마나 엄중한 후과입니까? 그리고 이건 응당 대담하게 극복해야 할 사소한 결함에 지나지 않지요. 난 이 문제에 한해서는 조직적으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기술혁명은 기계혁명이기 전에 사상혁명이니까요.》

진호는 마치 자기 말에 그 어떤 의견도 있을수 없다는듯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언제나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있던 그가 오늘따라 웬일이냐는듯이 모두 놀란 표정이였으나 진호는 이렇게라도 말해놓고나니 태수의 부탁은 물론 방금 노래를 선물해준 은심이한테도 어느 정도의 면목은 선듯싶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였다.

《투사기에 대한 의견에는 나도 동감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투사기는 쓰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철이도 호응해나섰다.

《전 다른 의견이예요.》

맨 끝자리에 앉아있던 정아가 야무진 눈길로 이쪽을 돌아보는것이였다.

《?》

진호는 은연중 이마살을 찌프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건 옳지 않다고 봐요. 우선 우리의 립장, 기술자의 립장에서 옳지 않아요. 사상혁명은 뭐 로장한테만 해당되고 우리한텐 적용되지 않는건가요. 오히려 우리한테 더 필요한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기계의 선택은 전적으로 로동자들에게 한하는게 아니예요? 우린 그들의 선택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뿐이지요. 그런데 어째서 달가와하지 않는것을 억지로 쓰게 해야 합니까. 그런 강압적인 방법은 자기의 임무에 대한 너무도 피동적인 자세라고 봐요.》

(피동적인 자세?)

그 말이 언젠가 자기가 중유절약안을 두고 한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것이라고 생각하자 진호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보복을 하는건가?)

(그래요, 보복이예요.)

마주 쏘아보는 정아의 눈길은 드러내놓고 이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그때 론쟁이 있은 후로는 마주서지 않았지만 서로가 싸움은 일시 가라앉았을뿐 완전히 끝난것이 아니라는것을 느끼고있었던것이다.

《우린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한 립장보다 로동자들을 위한 립장, 공장과 국가를 위한 립장에 서야 한다고 봐요.》

《국가를 위한 립장? 아니, 그럼 우리가 뭐 개인기업을 한다는거요? 자신을 위한 일이자 곧 국가를 위한 일이 아니겠소.》

《그래도 전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요.》

《뭐가 그렇지 않다는거요?》

성일이와 리현이의 론쟁이 어느새 진호와 정아의 론쟁으로 번져갔다.

《전 투사기에 대한 진호동무의 주장이 용해공들의 립장에서가 아니라 창안자 즉 태수동무의 립장에서만 생각한것이라고 봐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는 당장 심사를 앞두고있기때문이겠지요. 가까운 동무를 도우려면 더 진실하게 도와야잖아요?》

《뭐요?》

진호는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동문 내가 무원칙하게 싸고돈다는거요?》

《그래요.》

정아는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됐소. 조용히 토론합시다.》

분위기를 늦춰보려는듯 어줍은 미소를 띠우는 기철이였으나 그 미소가 진호에게는 어쩐지 불쾌했다. 그것은 마치 정아가 아픈 곳을 건드린다고 해서 뭐 겁낼 필요가 없다는것을 암시하는것 같았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편으로는 어떤 온당치 못한것을 교묘하게 숨겨온 자기가 그것을 적발당함으로 해서 격분하고있지 않나 하는 일종의 수치감 비슷한것이 온몸을 휩싸는것이였다.

(아니! 난 응당한것을 위해 옳게 행동하고있을뿐이다.)

이렇게 거듭 확신하면서도 그는 왜서인지 얼굴이 달아올랐고 그리하여 정아를 마주볼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더 화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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