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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회

제 3 장

불길처럼 타오르라

12


용금은 로벽을 두드리며 세차게 끓어오르고있었다.

정련기, 쇠물이 최고의 온도에서 비등되면서 용금속에 포함된 불순물과 갈라지는 가장 맹렬한 반응이 촉진되는 때다. 불순물이란 언제나 제일 높은 온도에서만 분리되는 법이다.

우택로장은 두툼한 벙어리장갑을 낀 두손을 얼굴부위에 올리고 로안을 유심히 살피고있었다. 손을 들고있는것은 뜨겁게 미치는 복사열을 막기 위해선데 이쪽저쪽을 들여다볼 때마다 손위치도 이리저리 달라지는것이여서 마치 격술선수가 천천히 시범동작을 하고있는것 같았다.

지금도 그는 최대의 온도에서 정련작업을 다그치고있었다.

자기가 로를 조작하는 한에 있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의 의지에 로가 복종할것이며 또 사소한 사고도 생기지 않으리라는것을 확신하는 그였다.

자기에 대한 신심, 자기 힘에 대한 신심은 그에게 각별한 기쁨, 아무리 제강하기 어려운 강종이라도 훌륭히 졸여낸다는 그 무엇에도 비길수 없는 창조의 기쁨을 산생시켰고 불패의 힘을 주는것이였다. 언제나 그는 로를 자기 몸의 한부분으로 간주하는것이여서 로의 요구를 짐작하는것이 아니라 체감하는것이였다.

용해공들은 주위에서 쇠물을 뜨기도 하고 시편을 깨보기도 하면서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로장의 지시를 기다리고있었다.

출강을 앞둔 이런 때면 용해공들은 로장의 어떤 지시라도 제때에 응할수 있는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있어야 했다. 만약 한순간이라도 그의 요구를 지체시켜 혼란을 가져오기라도 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것을 너무나 잘 아는 이들이였다.

누구를 큰소리로 나무라거나 꾸짖을줄 모르는 우택은 맞갖잖은 일이 있을 땐 그저 상대를 묵묵히 마주보기만 했는데 그때 그의 눈길은 앞에 있는것이 사람이 아니라 쓸모없이 굴러다니는 쇠꼬챙이나 나무토막을 볼 때와 같은 그런 무심한 눈길이였다. 그러나 이 눈길에 한번 쏘이기만 하면 아무리 성격이 드센 사람도 그 자리에서 초절임이 돼버렸다. 초절임만 시켜놓으면 몰라라 다음날부터는 그에게 일체 작업분담을 하지 않기때문에 정말 그는 나무토막이나 꾸어온 보리자루신세를 면치 못하는것이였다.

억대우같은 용해공들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로장앞에 있을 때면 언제나 자기는 기운이 왕성한 사람이지 절대로 나무토막이나 쇠꼬챙이가 아니라는것을 시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를 봐가며 해야지 잘못하다간 《쫄랑거리지 말어! 쇠물은 눈치가 아니라 맘으로 끓이는거야.》 하는 말을 듣기가 일쑤였다.

이처럼 엄한 그였으나 기분이 좋을 때는 가끔씩 《갈매기 쌍쌍》을 목청껏 뽑아 부르기도 했는데 그것은 노래라기보다 글을 읽는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직장사람들은 물론 온 공장사람들이 한결같이 그를 아끼고 존경했다. 그런데는 해방전부터 용해공이였다는, 또 최고기능공으로서 수많은 용해공을 길러냈다는 무시할수 없는 관록때문이기도 했으나 보다는 그의 이마에 새겨진 깊숙한 상처자리로 해서였다.

피맺힌 과거가 새겨진 그의 이 상처에는 각별한 사연이 깃들어있기도 했다.

왜놈들은 현장에서 로동재해로 잘못된 그의 아버지를 대신하여 나어린 아들을 용해장에 끌어냈다. 안전시설도 없는데서 일하다가 잘못됐는데도 턱없는 빚까지 연약한 그의 어깨우에 짊어지워놓았던것이다.

그가 열여덟살때였다.

쇠물을 뜨려고 쇠물뜨개를 로안에 들이밀던 우택은 갑자기 불길이 확-하고 내부는 바람에 일시 주춤했는데 그바람에 쇠물뜨개는 벌써 엿가락처럼 휘여들고말았다.

문짝도 없는 로앞에서 어떻게 쇠물을 단번에 떠낼수 있으랴만 감독놈은 불길을 낮춰주기는커녕 단 한번의 실수조차 용서하지 않았다.

《무엇이나 따가운가! 무엇이나! 무엇이나!》

슬라크를 걷어내기 위해 들고있던 칼날같은 철판이 순식간에 그의 이마로 날아들었다. 대번에 그의 이마에서는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뿜어올랐다.

그러나 아프다는 말 한마디없이 팔굽으로 이마를 쑥 문대고난 그는 곧 다른 쇠물뜨개를 들고와 다시 로안에 밀어넣었다. 누가 봐도 그의 행동은 자기 잘못에 대한 공손한 보상처럼 여겨졌다. 실상 출강직전의 쇠물이란 초를 다투며 성분을 달리하기때문에 잠시도 우물거릴수가 없었던것이다.

쇠물을 떠내기 바쁘게 슬라크를 걷어낸 감독놈은 쏟아놓은 용금에서 피여오르는 불꽃을 보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 이놈이 쇠물뜨개에 남아있던 반바가지의 쇠물이 자기 잔등에 쏟아지리라는걸 상상인들 할수 있었으랴. 불꽃만 지켜보기에 여념이 없던 감독놈은 갑자기 《으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길길이 뛰여올랐다.

《아찌찌.》

《흠! 따가운줄은 아나보군!》

자벌레처럼 발딱거리는 감독놈을 노려보며 우택은 이렇게 말했다는것이다.

이 일로 하여 놈들에게 잡혀갔던 그는 해방이 되여서야 다시 돌아왔고 돌아와서는 놈들이 마사놓고 달아난 로를 맨 선참으로 복구했다. 그런데 첫 출강의 날에 오매에도 그리던 어버이수령님을 현장에 직접 모시게 될줄이야.

출강작업을 끝낸 우택의 땀에 젖은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며 짧은 기일안에 로를 복구해서 쇠물을 뽑은 동무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하시던 그이께서는 곧 우택의 이마에 시선을 멈추시고 안색을 흐리시였다.

우택이 상처에 대한 사연을 말씀올리자 수령님께서는 조용히 그러나 분노에 차신 어조로 《보시오, 동무들! 놈들은 여기서 쇠물이 아니라 우리 조선사람들의 피를 뽑았소.》라고 하시면서 우택의 상처를 쓸어주시였던것이다.

우택은 그날 난생처음 눈물이 쩝절하다는것을 알았다.

수령님께서는 그후에도 제철소를 찾으실적마다 그를 불러 이것저것들을 세심히 보살펴주시였고 전국천리마선구자대회때에는 그가 토론을 마치자 이마에 난 상처에 대한 래력까지 대회참가자들에게 말씀하시며 우리 로동계급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라고 과분한 치하를 주시였던것이다.

이런 사실로 하여 사람들은 그를 더욱 존대했고 이마에 난 상처를 무슨 금별메달이라도 되는것처럼 선망이 어린 눈길로 쳐다보는것이였다.

《자요, 아바이!》

작업반의 막내동이 영기가 얼음을 띄운 탄산수고뿌를 그에게 내밀었다.

용해공이 된지 두달밖에 되지 않는 그여서 작업분담은 늘 공구관리에 불과했지만 자기도 이젠 어엿한 용해공이라는것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아하는 귀염둥이였다.

작업복도 몸에 꼭 맞게 고쳐입었고 모자에 다는 코발트안경까지도 어디서 제일 멋진걸로 구해달고 다녔다. 하지만 지내 새것일 경우에는 누가 봐도 첫눈에 햇내기라는것이 알린다는것을 고려하여 불편하지 않게 한쪽 귀때기에 약간 금이 가게 한것은 물론 작업복도 팔굽이나 무릎을 더러 눋게 했는데 얼핏 보면 정말 몇년은 용해장에서 잘 굴러먹은듯 한감이 드는것이였다.

《열이 과하지 않아요?》

《어째?》

《천정이 저렇게 새하얀데요!》

열이요 천정이요 하는게 벌써 그의 푼수치고는 지내 오지랖 넓은것이지만 우택은 천정을 올려다보는척 했다. 영기에게만은 정도이상으로 다심한 우택이였다.

영기가 이러는데는 누구나 로장앞에서는 함부로 말도 걸지 못하지만 자기는 그렇지 않다는것을 시위해보임으로써 자기를 허술히 대하는 반원들에게 일종의 시기심을 촉발하려는데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매번 사전에 탄로나버리군 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은척 하면서도 남들은 인정하지 않고 남들을 인정하는척 하면서도 자기를 나타내지 못해 애쓰는 년령기엔 누구나 그런것처럼 그 역시 지금 자기도 용해공이라는것을, 선전화에도 언제나 제일 앞에 서있는 로동계급중에서도 진짜배기 로동계급이라는것을 만사람에게 시위해보이지 못하는것이 여간만 안타깝지 않았다. 그럴수만 있다면 멋있는 작업바지에 파란 보안경이 달린 모자를 이마우에 쑥 올려붙인채 시내의 한복판을 아니, 수도의 대도로를 맘껏 활보하며 《자- 보시오, 내가 용해공이요. 내가 우리 수령님께서 제일 아껴주시는 용해공이란 말이요.》하고 목청껏 소리치고싶은것이였다.

그러면 자기를 필경 교과서의 그림에서나 보았을 꼬마들이 《야-용해공아저씨다.》하고 달려와 조롱조롱 매달릴것이고 어른들은 《음- 저 사람이 바로 쇠물을 끓이는 사람이군!》 하며 선망어린 눈길로 쳐다볼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흐뭇한 미소를, 사나이다운 미소를 보내주고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일군 했다.

특히 후야근작업때 로문의 동그란 시공으로 내뻗치는 화광을 한몸에 받으며 용해장에 서있느라면 마치 오색령롱한 조명이 비치는 화려한 무대에 서있는듯 한 착각이 일어 그 유혹은 더욱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것이였다. 그가 생각하는 무대라는것은 온 세상이였고 뜨겁게 내려비치는 조명은 만사람의 경탄어린 시선이였다.

《이런거야 제때에 치워놔야지. 뭐야! 자- 영기!》

이런 소리와 함께 비자루 하나가 휭하니 날아와 발앞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는 대뜸 눈을 까뒤집고 그쪽을 쏘아보았다. 제때에 현장정리를 하라는 소리였다.

이런 현실은 늘 꿈같은 하늘을 날고있는 그에게 참을수 없는 수치를 안겨주었다.

(빌어먹을! 당장 공구관리를 집어치우든가 해야지, 이거야 어디… 엥이!)

그는 자기의 위신을 저락시키고도 태평스레 누워있는 비자루를 구두발로 힘껏 걷어찼다. 밸이 난김에 또 한번 차려고 뿌르르 달려가던 그는 저쪽에서 줄을 지어 밀려드는 견학생들바람에 할수없이 그것을 집어들었다.

매일처럼 찾아드는 견학생들이여서 놀라울건 없지만 오늘은 하나같이 차림들이 요란해서 대번에 용해장이 환해진것 같았다.

대다수가 화려한 봄철옷들을 떨쳐입은 처녀들인데 첫눈에도 며칠전에 축하공연을 하러 내려온 중앙극장의 예술인들이라는것이 알렸다.

모두들 제모양대로 고운 얼굴을 쳐들고 참새처럼 재잘거리다가 빙그르르 돌아가는 장입기앞에서는 와 하고 비둘기같이 흩어지기도 했다. 어떤 처녀는 우람찬 동음에 기가 질려 두손을 귀에 갖다대며 몸을 옹송그리기까지 했다.

《허- 봄나비가 날아들었군그래.》

누군가 이렇게 말하자 곧 《봄나비라니요? 물찬 제비같소이다. 낄낄…》 하는 괴상한 목소리가 되받았다.

이럴 때면 용해공들은 견학온 사람들이 그들이 아니라 마치 자기들이기라도 한것처럼 눈살을 꼿꼿이 세우고 견학생들을 마주 바라보는것이였다.

대상에 따라 화제의 내용도 다른데 예술인쯤 되고보면 턱없는 롱담이 오가기마련이였다.

한 친구가 견학생대렬속에 있는 어떤 처녀를 가리키며 뭐라고 하자 모두들 일제히 그쪽을 주시했다. 아마 어느 가극을 주연한 배우라도 찾아낸 모양이였다.

모두들 그를 여겨보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갑자기 불만에 찬 영기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아니, 저 처녀가?》

이런 소리와 함께 다짜고짜 견학생들을 마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그는 맨뒤에서 서로 팔을 끼고오는 두 처녀앞을 척 막아서는것이였다.

《동무!》

어느새 한손을 허리에 올린 영기는 제법 엄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

눈이 올롱해진 처녀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서로 마주 쳐다보기만 했다.

《동무 말이요!》

두 처녀중에서 입에 손수건을 대고있는 처녀를 가리킨 영기는 호령이나 하듯이 소리쳤다.

《여긴 신성한 용해장이란 말이요. 오염되지 않게 랭풍장치가 다 돼있으니 그 손수건을 입에서 떼시오, 당장.》

《녜?》

옆에 있던 처녀가 갑자기 방그레 웃으며 한걸음 나서는것이였다.

《아이참! 그런게 아니예요. 이 동문 지금 병원에서 오는 길이예요. 방금 이발을 뽑았거던요. 안정해야 된다는걸 용해공들이 보고싶다고 기어이 따라나선거예요.》

《?…》

그처럼 도고하던 영기의 기세가 삽시에 한풀 꺾인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동무도 용해공이군요. 그렇지요?》

다시 방긋 하고 웃는 처녀의 입귀에 뽀얀 덧이가 드러나자 마음의 탕개가 풀어진 영기는 대번에 주눅이 들어버렸다. 처녀의 달콤한 미소도 미소였지만 용해공이 보고싶어 왔다는 말이 더욱 태도를 수습할수 없게 만든것이였다.

《그렇소! 내가 바로 용해공이요. 그런데 이발을 뽑았단 말이요? 벌레가 세게 먹었던 모양이구만. 어디 보기요.》

영기가 팔을 쳐들고 다가서자 처녀들은 질겁을 해서 달아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용해공들은 물론 견학생들까지 배를 그러쥐고 웃어댔다.

《에- 고놈의 처녀가 살짝 웃는통에 고만…》

이러며 뒤더수기를 긁는 영기의 잔등을 용해공들은 서로마다 한대씩 우려댔다.

《메뚜기같은 녀석!》

로장도 시뭇이 웃으며 로쪽으로 돌아섰다.

《사기들이 났군그래!》

처녀들이 사라져간쪽에서 초급당비서 최상범이 흡족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오늘도 그는 언제나처럼 소금기가 내밴 꼬리가 빳빳이 쳐들린 작업복을 입고있었다. 시원시원한 생김새처럼 성격도 활달한 그였으나 롱담을 할 때만은 오히려 무뚝뚝해지군 하는 사람이였다.

《두물째요?》

그는 로앞에 모여있는 용해공들속에 끼여들며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웬걸요. 세물쨉니다.》

《벌써?》

《벌써라니요? 이젠〈고기반찬〉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사실 요즘은 어느 로에서나 주는대로 먹어치운다. 먹을뿐아니라 트림 한번 하는 일없이 깨끗이 소화시켜서는 특강만 쏟아놓는다.

쇠물이 왜 안 나오느냐고 용해장에 대고 삿대질을 하던 조괴공, 남비공들이 도리여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좀 작작 갈길노릇이지 하루 세번이 뭐야!》

《여태〈변비〉에 시달린 봉창일세.》

《그래도 자리야 봐가며 갈겨야지.》

《그럼 밑구멍을 막으라나?》

《틀어막게!》

《헤― 입으루 게우라구?》

이들의 걸죽한 롱에도 여느때없이 쏟아지는 쇠물에 대한 기쁨이 어려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것처럼 좋아해야 할 아니, 누구보다도 더 기뻐해야 할 상범이였으나 그는 요즘 도리여 어떤 불안에 휩싸여있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내지 않으려나 하는 걱정이거나 어느 공정이 제때에 따라서지 못해서 생산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나 하는 위구때문이 아니였다. 어째선지 이번엔 저로서도 첨 느끼는 불안, 언제나 그렇게 되길 바라게 되고 또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바쳐온 용해공들의 앙양된 기세, 그자체로 하여 불안한것이였다.

생산을 따질 때면 먼저 로동자들의 열의를 가늠했고 그 열의를 가늠하기에 앞서 자신이 얼마만큼 그들의 열의를 높이기 위해 애썼는가를 따져보는것이 그의 버릇이였다. 그것은 언제나 자기자신의 정신적긴장과 구체적인 조직정치사업에 의한 노력의 대가만큼 용해공들의 기세가 앙양되고 그 앙양된 열의만치 생산실적이 나타나기때문이였다. 이것을 그는 생산단위에서 사람과의 사업을 하는 당일군의 가장 기초적인 또 필수적인 공식으로 간주하고있었다.

한데 최근에는 그 공식에 부합되지 않는 실수치가 나타나는것이였다. 말하자면 자기와 로동자와 생산이라는 세개의 지수에서 자기라는 수가 응당한 크기가 아닌데도 로동자들의 기세는 높고 생산은 오르는것이였다.

언제나 자기의 지수가 크다고 여겨도 생산은 그만큼 오르지 못하는것이 일반적인 실태인데 지금은 반대현상이 나타나고있는것이였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이것을 만족으로, 지어는 자기 사업의 성과로까지 여길지 몰라도 우연과 요행을 경계하고 오로지 자기 노력의 대가만을 받아들이는데 버릇된 그는 도저히 정상으로 느낄수가 없었다.

중유를 맘대로 쓰기때문에 사기가 높고 생산이 오른다!

그럴수 있고 또 설사 그렇다 해도 이렇게만 리해하고 만족해한다면 자기는 벌써 아무런 가치도, 필요도 없는 일군이 아닐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땐 자기가 훌륭한 금속을 졸이는 유능한 용해공처럼 대중들을 어버이수령님과 당에 진정으로 충정을 다하는 인간으로 단련시키고 성장시켜야 할 진정한 당일군의 본분을 저버린것으로 될뿐아니라 사람들에게 나쁜 물, 만성적인 행복감이 가져다주는 태만과 의존심을 조장시키게 되는것이다.

최근 분위기를 통해 이런걸 느낀 그였으나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이런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겠는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일이 안될 때뿐만아니라 잘될 때에도 대중들을 교양해야 하며 그때의 교양이 몇배 더 어렵고 힘들다는것을 깨닫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어떻소? 〈고기〉맛이.》

로장한테 다가서며 이렇게 한마디 비친 그는 보안경으로 로안을 들여다보다가 제 먼저 환성을 질렀다.

《어이구, 확실히 색갈부터 다르구만. 저 화염을 보지? 아주 막 새하얗군그래. 역시 그놈의〈고기〉가 맥을 쓰긴 쓰는구만.》

《고기》란 중유를 이르는 용해공들의 은어였다.

《그렇잖소?》

그는 자기 생각을 흔히 자기의 견해와는 반대되는쪽을 옹호하는 립장에서 말하군 했다.

《왜 지내 먹을가봐 걱정이요?》

비서의 속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우택은 담배를 권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걱정이라니? 난〈고기〉냄새만 맡아도 그저 기운이 부쩍부쩍 솟는단 말이요.》

다시 비서를 흘끔 치떠본 우택은 (허― 이 량반이 몹시 초조했군!) 하고 생각했다.

비서의 이런 태도는 흔히 불만을 느낄 때, 그것도 다른 사람때문이 아니라 자기자신에 대해서 불만을 느낄 때 나타내군 했기때문이였다.

《걱정 마우. 지내 먹어〈고혈압〉에 걸리진 않을테니.》

《고혈압?》

과연 이것이 고혈압정도겠는가!

생산이 바쁘면 자재와 원료는 물론 연료까지도 다 국가에서 대준다. 우린 그저 팔짱을 끼고있다가 깡만 뽑으면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과연 생산의 주인인 우리의 몫은 뭐란 말인가! 이런 맹목적이고 무책임한 관념에 젖어드는데 어떻게 이것을 《고혈압》에 비기겠는가! 이것은 《고혈압》보다 더한 불치의 《암》으로까지 확대될수도 있다.

오직 자기들이 없으면 일이 안되며 어떤 불리한 조건에서도 주인들인 자기가 생산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런 드팀없는 자각을 가지게 해야 하며 그것만이 참된 로동계급의 자세라는것을 잠시도 잊게 해서는 안되는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무엇을 통해 깨닫게 할것인가! 어떻게 해야 상승일로로 줄달음칠 이 《고혈압》 아니, 점점 더 커져가는 《종양》을 막을것인가!

《획!》

무슨 징후를 발견했는지 우택은 아래입술을 비틀면서 야무진 휘파람소리를 냈다. 장입기를 부르는 소리였다.

환갑나이에 이른 그가 이런짓을 하는것이 어색할것 같았으나 도리여 깊숙이 숨어있던 젊음이 되살아나는것 같아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보인 그는 얼른 정수리를 꾹꾹 짚어보였다. 생석회를 장입하되 가운데문으로 강욕중심에다 하라는 지시였다.

용해장에서는 일체 작업이 그의 손짓에 의해 진행되는데 주먹을 들어보이면 광석을 넣으라는것이고 손으로 나사를 트는 시늉을 해보이면 용선을 먹이라는것이였다. 손바닥으로 칼질을 하면 시료분석을 보내라는것이고 두주먹을 맞부딪치면 출강구를 막으라는 지시였다.

이런 동작에 습관된 나머지 어떤 친구들은 출근이 늦어졌을 때까지도 말대신 눈을 까뒤집어보이며 늦잠을 잤다는 시늉을 했다.

《왜 신입공이 보이지 않소?》

현장에 진호가 없다는것을 안 상범은 옆에 있는 한 용해공에게 물었다.

《말도 마십시오.》

《왜?》

《글쎄 밤엔 선별장이요, 공업시험소요 저 부두가에 있는 연료적재장까지 메주밟듯 돌아치다가 낮엔 낮대로 꼬박 로에 붙어있으니 말입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라 근 한달쨉니다. 어저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압니까? 무슨 얘길 신이 나서 하던 그가 잠잠하길래 돌아보니 웬걸 졸고있는게 아닙니까. 그러다가 무슨 사고를 낼것 같습니다.》

상범은 그를 직장열담당공정기사로 일하게 하면서도 기술안연구는 2호로에서 하도록 했던것이다. 믿음직한 로장밑에 있게 하고싶어서 그렇게 결심한것이였으나 본인도 어째선지 꼭 2호에서 하겠다는것이였다.

새 연료안에 대한 연구를 승낙하긴 했으나 미타한 생각도 없지 않았다. 이미 숱한 사람들이 내려와 연료연구를 할 때마다 온갖 방조를 아끼지 않았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는데 그는 외토리인데다가 더우기 이미 내려와 연구하던 사람에 비하면 아무 경험도 없는 대학졸업생에 불과한것이 아닌가!

상범은 그를 생각할 때마다 더없이 대견하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도 모르게 고개가 기웃거려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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