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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회

제 1 편

제 2 장

3


송복섭이를 입원시키기 위하여 자동차를 한대 내야 하였다.

그래서 차에서 책마대를 부리우고 그 차를 가지고 덕동으로 향하였다. 송복섭이 그새 떠나지 말아야겠는데… 하는 심정은 김용진이도 리승기도 마찬가지였다.

리승기는 자기의 연구보문철원본을 찾은것을 기뻐했지만 그것때문에 무리하게 차를 타고나선 송복섭이를 나무람하고싶었다. 물론 질책을 하거나 고맙다고 하거나 그것은 다 병상태를 보아서 할노릇이다.

한데 덕동마을에 가서 송복섭이 있다는 그 가시집을 찾았을 때 그만 그들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어저께 함남도당부에서 온 한 일군이 자동차를 갖고와서 송복섭이를 도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실어갔다는것이였다.

그들은 부랴부랴 자동차를 내몰아 내처 부민리에 소개한 도병원에 찾아갔다.

김용진이와 리승기는 우선 도립병원 원장부터 찾았다. 병실은 갱도속에 있었지만 일부 사무실은 바깥 단층집에 자리잡고있었다.

병원원장이 반갑게 그들을 맞아주었다.

더구나 김용진의 신임장을 보고는 도당부에 들렸다오는 일군으로 알았던것 같다.

김용진이 입원경위를 묻자 도리여 원장자신이 놀라면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도에서 어떤 사람이 와서 중앙의 어데 지시라면서 다짜고짜로 같이 흥남지구에 내려가서 환자를 찾자는거지요. 아니, 이거 어데 가서 김서방찾기라구 허망중에 글쎄, 더구나 전쟁통에… 정확한 주소두 모르면서 찾아내야 한다니, 이틀품이 걸려 겨우 찾아냈지요. 한데 환자란 사람이 입원 안하겠다구 그냥 버둥질이였지요. 참, 내 애를 먹기란…》

몸이 뚱뚱한 원장은 퍼그나 수다스러웠다.

김용진이 참다못해 말했다.

《가만, 우린 시간이 바빠서… 환자를 좀 만나봐야겠는데.》

《날 따라오시우. 특별호동입니다.》

원장이 앞서 갱도속으로 들어갔다. 상상외로 갱도안은 건조하고 불빛이 밝았다. 이깔나무동발이 촘촘히 머리우에 가로질려있었다.

갱도의 맨 안쪽침대우에 송복섭이 누워있었다.

마침 그는 잠들어있었다.

깨우지 말라고 하면서 김용진과 리승기는 침대옆 쪽걸상에 앉았다.

원장이 나간 뒤에도 몇분쯤 지나 송복섭이 저절로 눈을 떴다. 몹시 놀란 그는 누운 자리에서 몸을 급히 일으키려고 했다.

김용진이 능청스레 미소를 띠웠다.

《우린 송선생을 귀신같이 찾아냈지요.》

《이거 어떻게 된겁니까?》

송복섭은 여전히 눈을 껌벅이기만 했다.

김용진이 천천히 책을 실러 온 일을 설명했다.

연방 고개를 끄덕이던 송복섭이 리승기쪽을 보고 의아쩍게 물었다.

《한데 리선생까지?》

《왜 내가 못 온다구 생각하오?》

리승기는 일부러 노여운듯이 《동문 왜 그 몸에 여기까지 나왔소?》하다가 조용히 물었다.

《근데 어떻게 여기에 입원하게 되였소? 우리가 입원시키자구 했는데.》

그러자 송복섭은 김용진을 묻는듯이 바라보았다.

《그럼 도당부에 들리지 않았습니까?》

《우린 제발루 찾아왔으니 아무것두 모릅니다.》

김용진의 대답이다.

그제야 송복섭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고나서 말했다.

《그러니 좀 들어보십시오. 도당일군의 말이 중앙에서 어떤 사람이 신의주에 알아보고 거기에 없다는걸 알구 이곳 도당에 지시를 해서 우선 병치료대책부터 세워야겠다구 했다는거지요.

난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믿어지지 않지만…》

《아니, 그건 죄다 사실입니다.》

확신성있게 말하는 김용진의 목소리에 긍정하듯 리승기도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잠간만.》하고는 김용진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병상태도 알아보고 부탁할 말도 있는 모양이였다.

송복섭이 그제야 생각난듯 침대머리에서 무엇을 뒤적거리더니 거기서 리승기의 연구보문철원본을 꺼내여 내들었다.

《자 리선생, 받으십시오.》

리승기는 그것을 제꺽 받아들고 가슴두근거리는 심정으로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송복섭의 얼굴을 묻는듯이 바라보았다.

송복섭이 그것을 찾아낸 과정을 말하고있었다.

아,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귀중한 연구보문을 겉표지만 떼서 어느 소학교학생의 허술한 책꽂이에 꽂아두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허나 그렇게 한것이 연구보문철을 구원하는것으로 될줄이야.

희생된 직공장이 제 아들의 책꽂이에 그걸 꽂은것은 그 어떤 용의주도성보다도 창황중에 그렇게 했을수 있다는 송복섭의 추측이 맞는것 같다.

리승기는 다시금 손에 들린 연구보문철을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겉표지를 뗀 다음의 속지우에 어느 아이인지 크레용으로 미국놈비행기의 꽁지에 불이 달려 떨어지는 그림을 그려놓았지만 연구보문철의 속지들은 거의 그대로 있었다. 장난꾸러기의 심심풀이그림도 이 전쟁중에 경난을 겪게 된 연구보문철에 꼭 있어야 할 그 어떤 삽화처럼 생각되여 리승기는 언제든 그것을 떼지 않으리라 은연중 생각하게 되는것이였다.

리승기는 송복섭이더러 좀 누우라고 권고했으나 송복섭은 여전히 눕지 않고 앉은채 리승기한테 말했다.

《이 연구보문철때문에 리선생한테 면목이 없습니다. 절 몹시 나무람했겠지요?》

《아니… 아니라니까.》

사실에 있어서 리승기는 그를 원망했던 일을 이제 와서 깊이 사죄하고싶었다. 한데 무슨 말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송복섭이 천천히 이렇게 말했다.

《그리구 후에는 모든 일을 두고 저를 동정하구 위안하려 하셨지요?… 그건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저한테는 그것이 힘으로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리승기는 자신과 송복섭한테 동시에 마음속으로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대답이 스스로 떠오르는것 같았다. 한낱 값싼 인도주의로는 가닿을수 없는, 상상할수 없이 크고 뜨거운 품이 그도 자기도 함께 보살피며 안아준다는 그것이였다.

리승기는 송복섭한테 머리만 끄덕여보였다.

오히려 송복섭한테서 흘러오는 힘을 가슴뿌듯이 느끼는 리승기였다.

마침내 송복섭은 침대에 누워 이깔나무동발이 깔린 천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리선생, 난 김용진동지가 아니더라면 리선생앞에서 더 면목이 없을번 했습니다. 해방후에 내가 무엇을 해놓았다면 그건 다 내가 당원이였기때문입니다.… 리선생, 이런 사람들속에서 연구사업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난 이제 죽어두 여한이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우리 함께 이제 힘껏 해보세.》

송복섭은 고개만 끄덕이고나서 말했다.

《리선생, 한가지 부탁합시다.》

송복섭은 몇장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이걸 유기연구실의 박동무한테 주면 압니다. 수류탄안에 바르는 기름대용품을 같이 해보더랬는데, 피마주기름에 무엇무엇을 얼마씩 넣어야 한다는 제 의견을 적었을뿐입니다.》

《사람두 참.》

리승기는 나무람하는듯 하면서 그 종이장을 받아쥔채 여전히 송복섭의 기름하게 생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김용진이 돌아왔다. 그는 송복섭에게 단단히 타일렀다.

《무리하지 마시오, 책도 당분간 보지 말구. 최대한 치료대책을 강구할테니 환자도 거기에 적극 응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병은 의지만 있으면 낫습니다. 책을 실으러 여러번 다녀야겠으니 그때마다 들려 원장선생한테서 송선생의 치료정형을 낱낱이 들어보겠습니다. 송선생의 병치료는 당적분공입니다.》

여름철이여서 굴밖에까지 송복섭이 따라나왔다. 리승기와 김용진은 차있는 곳까지 가면서 몇번이나 돌아서서 손을 흔들었다.

송복섭이도 들어가지 않고 차가 떠날 때까지도 그들을 바래워주며 그 자리에 그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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