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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47 회


제 5 장

6


서학소학교는 서학산과 대동강을 내다보며 중학교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래서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에다가 스케트장을 만들지 말고 중학교 학생들도 리용할수 있도록 서학산과 대동강쪽으로 갈라지는 길목의 공지에다가 큼직하게 만들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공장에서는 기사장이 발기한대로 직장장과 실장이상 일군들이 《풍년》호뜨락또르를 앞세우고 일터에 나왔고 두 학교에서는 학부형들에게 호소하여 숱한 로동자-학부형들이 삽과 괭이를 들고 모여들어 작업장은 사람들로 와글와글 끓었다.

공장에서 몰고나온 《풍년》호뜨락또르 15대가 부르릉거리는 소리는 확성기를 옆에다 메고 스케트장건설작업을 지휘하고있는 중학교 체육교원의 높은 목소리도 삼켜버리고 아늑한 사택거리의 밤의 정적을 뒤흔들어놓았다. 초저녁이면 곯아떨어지던 동네아이들은 뜨락또르소리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작업장에 쓸어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여서 작업에 방해를 놓았다.

어떤 일에서나 주도세밀한 행정부지배인은 오늘이 음력 그믐께라고 사전에 공장에서 기름불망치를 해가지고 나오도록 하여 수많은 홰불이 어두운 밤하늘에 타올라 작업장의 흥취를 돋구어주었다.

공장에서는 시운전을 할 뜨락또르를 15대나 몰고나왔지만 좁은 작업장안에 모두 들어설 자리가 없어서 기본건설장에는 네댓대가 들어가 흙을 파냈고 나머지는 파낸 흙을 밀어내는 일을 했다. 그러고도 몇대는 일거리가 없어서 시동을 꺼버렸다.

《날을 깊이 박으시오. 깊이 박으라니까요.》

뜨락또르조종간을 잡고있는 리진오는 앞에서 신호하는대로 운전하려고 애써보았지만 날이 허궁 들리거나 아니면 뿌리들이 뒤엉킨 땅에 날이 너무 깊이 박히여 일자리를 내지 못하였다. 쉬운것 같아보이면서도 어려운것이 뜨락또르운전이다.

《기사장동지, 안되겠수다. 내려오시오.》

지난날의 시운전공이였던 2조립직장장이 운전대에 날아올라와서 그의 조종간을 빼앗았다.

뜨락또르에서 내려온 리진오는 맑은 공기를 허파깊이 들이그었다.

상쾌한 밤이였다.

삽을 들고나온 학부형들은 일하러 나왔다는 말뿐이지 여기저기 널려서 뜨락또르가 일하는것을 바라보며 즐겁게 떠들어대였고 녀인들은 군데군데 풀밭에 주저앉아 건설장이 떠나갈듯이 웃어대고있었다.

공사장 한가운데 바위가 나타나자 일감을 쥐여보지 못하던 남정들이 달려들어 그것을 들어내기 위한 역사를 시작하였다.

《일을 할바엔 벌써 했으면 좋았을걸 하늘이 어떤 변덕을 부릴지 알겠나?》 하고 누군가 날이 추워지면 공사를 못할것이라고 걱정했다.

《하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콩크리트치는 동안은 참아주겠지.》

리진오는 이렇게 떠드는 사람들의 옆을 지나 풀밭을 천천히 걷고있었다. 땅을 파헤친 작업장에서 향긋한 흙냄새가 풍겨왔다.

저쪽에서 누군가 《기사장동무.》 하고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을 가로세로 째는 전조등빛에 기사장을 알아보았는지 한정빈이 이쪽으로 마주 걸어왔다.

《언제 내려오셨습니까?》

《좀전에 왔소.》

《그럼 좀 쉬시지 않구요.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아니, 나도 머리가 무거워 바람을 쏘일겸해서 나왔소. 저기 풀밭에 앉지 않겠소?》

한정빈은 손을 뒤로 뻗치고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새 정말 수고하였소. 부에서는 어려운 주강소재를 공장자체로 해결했다구 그 이야기뿐이요. 부장동지는 공장에서 소재문제를 자체로 풀기 위한 전국기계공장 책임일군들의 시범상학을 조직하겠다구 했소. 정말 그새 수고했소.》

한정빈국장은 회오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뜨락또르앞에 붙어있는 날이 교차되는 전조등빛을 받아 번뜩번뜩 빛난다. 작업장 한가운데서는 바위밑까지 다 파헤치고 쇠바줄을 걸고 뜨락또르 두대가 그것을 끌어내가느라고 야단법석이다.

《허, 그놈이 기운을 쓰기는 쓴다.》

《옆에서 비키시오. 쇠바줄에 얻어맞을수 있소.》

《잘못 어물거리다간 허리부러져. 비키라구.》

한정빈은 떠들썩한 작업장을 한참 쳐다보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공장의 기세가 높으니까 여기서도 떠들썩하군. 하긴 좋은 발기를 했소.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소. 근데 매일 이렇게 고아댈 생각이요?》

《매일 할거나 있습니까. 오늘은 일요일 저녁이구 해서 일군들이 소풍도 할겸 기초나 파주자고 나왔습니다.》

《하여간 어련하겠소만 힘을 분산시키지 마오. 그러지 않아도 우에서는 증산계획을 앞당겨 수행할것을 바라고있는데…》

한정빈국장은 계획을 앞당겨 수행하여야 할 필요성을 장황하게 설명하고나서 말을 이었다.

《내려와보니까 부에서 벼수확기를 생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구 하던데 그 일은 내게 맡기고 뜨락또르에 모든 력량을 집중하오. 소재도 자체로 해결할수 있게 되였겠다, 북을 치고 내밀면 기일을 앞당길수 있을거요. 상급당에서 그것을 절실히 바라고있는데 가만있을수야 없잖소?》

조약돌 두개를 집어들고 규칙적으로 두드리던 리진오는 그것을 멈추며 반문하였다.

《상급당에서요?》

《내 전화로 주태섭부기사장동무한테 이야기하였는데 못 들었소?》

리진오는 오늘 아침에 관리국 부국장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놀라움과 실망이 뒤섞인 눈으로 국장을 한참 쳐다보았다.

부국장은 모든 기계공장들에 다 차례지는 분공이라면서 벼수확기의 생산을 맡아주어야겠다고 했다. 뜨락또르공장의 긴장한 형편을 잘 알고있는 부국장이기때문에 그 과제를 청원식으로 지시하였었다. 그때 리진오는 너무나 뜻밖이여서 2천대증산과제를 앞당기라면서 그런 과제를 덧짐으로 실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사정을 했다. 그러자 부국장은 도대체 누가 증산과제를 앞당기라고 지시했느냐고 따져물었다.

결국 증산계획수행날자를 예정한것보다 더 앞당기라고 한것은 부의 지시가 아니라 한정빈국장의 생각이였다.

물론 리진오는 그자체를 이상히 생각하는것이 아니였다. 그 역시 요즈음 말타면 견마잡힐 생각이 난다고 증산계획을 수행할수 있는 돌파구가 열리자 봄안으로가 아니라 민족최대의 명절안으로 증산계획을 앞당겨 수행할수 없겠는가 하는 궁리를 하고있었고 공장당위원회에서도 그 문제를 토의에 붙일 예정이였다.

국장 역시 공장사업을 지도하고있으니만큼 응당 그러한 생각을 할수 있고 또 해야 할것이였다.

《그런데 어째서 그 좋은 일을 상급당의 의견이고 부의 지시라는 표제를 붙이고 내려먹이려 하는지 그 점이 리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알아본바에 의하면 상급당조직에서는 그런 의견을 준 일이 없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리진오는 따져물은것이 아니라 안타깝고 분해서 나직이 웨치였다.

《누가 그따위 소리 하던가, 엉? 뜨락또르를 더 많이, 더 빨리 만드는것이 당의 요구가 아니란 말인가?》

《물론 당에서 그것을 요구하고있고 우리도 그 요구를 알고있기에 그런 구호를 들고 투쟁하고있습니다. 문젠 국장동지가 상급을 빗대고 자기의 생각을 우리에게 내려먹이려는것이 비위에 맞지 않는다는겁니다. 정말 뜻밖입니다. 저한테 강요하면 했지 왜 상급을 빗대고 내려먹이려 합니까?》

《상급을 빗대고 내려먹이려 한다구? 날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요?》

한정빈은 버럭 고함을 쳤지만 그속에는 당황한 음색이 섞여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차 자신을 수습하고 체면을 유지했다.

《사람의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것은 좋지 않은 버릇이요.》

《제 버릇과 관계되는 문제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근심스럽습니다. 국장동진 어째서 그 위험한데 발을 들여놓으려는겁니까? 전 그런 어두운 그늘이 있는 정빈형님이 아니라 깨끗한 열정을 가진 정빈형님을 기다렸습니다! 정말 분합니다. 분해요. 은하동무에 대한 국장동지의 립장 역시 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은하가 어쨌다는거요?》

《국장동진 공장에 오기 전에 그에게 관심을 돌리지 못했으니 그 동무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해주려고 그랬으리라고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사태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국장동지는 은하동무를 평양에 가서 살게 만들어주는것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셨습니다. 로동계급으로 자란 은하를 과연 로동과 유리된 한가한 생활을 하게 하는것이 전우의 딸에 대한 관심의 표시일가요? 국장동지는 은하동무에게 관심을 돌리지 못한 지난날의 자기 생활의 반성이 아니라 은하를 희생시켜서 자기의 량심을 구원하자는거라고 규탄해도 대답할 말이 없지 않습니까?》

한정빈은 그의 말을 채 듣지 않고 일어섰다. 극도로 흥분한 그는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지만 지대를 정리하던 뜨락또르가 가까이 오며 부르릉거려서 아무것도 알아들을수 없었다.

어느새 스케트장의 형태가 갖추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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