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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 회


제 5 장

4


그 시각에 은하는 평양에서 돌아오고있었다.

정거장마다 려객들이 오르내리는 낮차는 대단히 붐비였다. 늙은이들은 길동무들에게 다투어가며 자기네 고장을 자랑하고 저편에서는 새 초소로 가는 제대군인들이 떠들썩하게 노래부른다. 게다가 장난꾸러기아이들까지 렬차의 복도를 달려다니며 웃고 떠들어대여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러나 평양에서 돌아오는 은하는 그림처럼 앉아 차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은하의 옆에서는 평양에서 같이 탄 허리굽은 할머니가 선반에 올려놓은 보꾸레미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그것이 혹시 떨어지지 않을가 걱정스러워 연방 목을 젖히였고 그의 앞에서는 어느 기관 사무원인듯 한 중년이 요즈음 새로 나온 장편소설을 읽고있었다. 그의 옆에는 농장회계원이라는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는데 은하는 그 아주머니가 언제 일어났고 그 자리에 은빛수염의 로인이 언제 와앉았는지 알지 못했다.

차창밖 전야에는 비료를 나르는 뜨락또르와 가을걷이를 하는 뜨락또르가 여기저기 널렸을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철도연변의 뚝에서 새로 돋아난 풀을 뜯던 염소와 어미의 젖을 머리로 툭툭 치받다가 목을 빼들고 다시 젖을 빨군 하던 새끼염소가 기적소리에 놀라 매놓은 바줄을 반경으로 빙글빙글 돈다.

그러한 전야를 한참 바라보던 로인이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허 농촌이 공업을 닮아가는군.》

아마도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년로보장을 받은 로인인것 같다.

《어이구, 공장을 닮아서야 어떻게 살겠수.》

평양의 딸네 집에 갔다온다는 허리굽은 할머니가 선반우에 얹은 짐을 쳐다보며 참견했다. 할머니는 푸성귀를 심을 땅뙈기 하나 없는 도시에서 궁둥이를 맞비비며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은빛수염의 로인은 그따위 수준을 가지고 무슨 말참견을 하느냐고 할머니를 흘겨보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소설을 보던 사무원은 《보우, 로인들의 세계를.》 하는듯 한 눈길로 은하를 흘끔 쳐다보며 비죽이 웃었다. 그러나 은하는 그 모든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끝없이 차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차창밖에는 해빛에 흰 벽이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문화주택과 자로 금을 그어 조성해놓은듯 한 규모있는 사과밭이며 곧게 뻗은 물길이며 그리고 살찐 넓은 벌이 련이어 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은하의 눈앞에는 그것들 대신에 최근에 벌어졌던 자기 생활의 토막들이 얼핏얼핏 떠올랐다가 사라지군 하였다.

(내가 왜 렬차에 몸을 싣고있을가?)

은하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라 소스라치듯 놀랐다.

뜨락또르를 더 많이 만들어 어버이수령님의 은덕에 보답하리라고 생각했던것이 어떻게 되여 이 렬차에 오르게 되였던가. 언니처럼 다정한 선희기사가 어디 가서나 뜨락또르공장에서 일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아프게 꾸짖던 그때라도 리성을 회복하였더라면 이런 처지에 빠지지는 않았을것이다.

(치마에 묻은 닭고기국물… 그 국통을 들고갔어야 했어.…)

은하는 최문렬이가 자기와 기룡이사이를 화해시키려고 애쓰던 그 저녁을 회상하며 긴숨을 내쉬였다. 처녀의 눈앞에는 신중한 얼굴로 평양에 가는 문제는 앞으로 좀더 생각해보자고 각근히 타이르던 박철산당비서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그처럼 진심으로 이야기하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못했던가.

뜨락또르공장에 공연하러 왔던 시예술단의 남성저음독창가수가 밤거리를 거닐며 《동무는 무대에 나설수 있는 모든것이 다 갖추어져있단 말이요.》라고 칭찬해준 그 행복했던 밤이 눈앞에 펼쳐지였다. 모든것은 그날부터였다.

그것을 긍정하며 화답하듯 《부웅-》 하는 전기기관차의 기적소리가 들렸다.

《허, 좀 보시우. 글쎄 지난날 뜨락또르가 없었을 때에는 우리 농민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모르겠수다레.》

은빛수염의 로인이 기계화된 농촌에 탄복해서 동의를 구하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도 허리굽은 할머니가 그의 말동무가 되여주었다.

《말도 마소. 그래서 허리가 이렇게 구부러지지 않았소.》

수준이 없는 촌로친이 참견한다고 하던 은빛수염로인이 껄껄 웃으며 응대했다.

《뜨락또르가 없었으면 아주머닌 앉은뱅이가 될번 했수다레.》

《앉은뱅이는 고사하고 저승에 간지 오랐겠수다.》

허리굽은 할머니는 정색해서 대답하고 다시 선반우를 쳐다본다.

《허긴 그럴지도 모를거요.》

《뜨락또르가 좀더 나오면 나들이옷 입고 농사짓지 않는가 두고보시우.》

은하는 로인들의 이야기가 어떤 련상작용을 놀았는지 갑자기 뜨락또르공장이 그리워졌다. 출근길을 즐겁게 해주던 정문 담장근방의 살구나무며 모범기대라는 표식이 붙은 선반이며 그리고 사택마을 장난꾸러기들이 경비망을 돌파해서 들어와 창턱에 매달려 소란을 피우는 문화회관이며 그것들이 왜 이렇게 그리워지는지 모를 일이였다.

늘 밟고 일하는 자기의 낮은 발판옆에 단발머리견습공들이 쓰는 키높은 발판이 눈앞에 떠오르고 그 《참새》들이 정거장에까지 따라나와 《은하동지, 언제 오나요?》 하고 야속한 눈길로 묻던 목소리들이 들린다. 그들은 재간둥이들이였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을 넘겨짚으며 복잡한 부속들을 척척 깎아냈다. 그때의 기쁨, 그것은 자기가 만든 제품을 보는 기쁨에 비길바가 아니였다. 눈썰미없고 둔하다고 짜증을 내며 반복해서 가르쳐주던 처녀들은 왜 이렇게 보고싶은지.

(그런 공장을 두고왔으니 모욕을 받아 마땅하지.)

평양에서 벌어졌던 일을 더듬던 은하는 자신을 질책하며 또다시 긴숨을 지었다.

(모욕이지. 정말 모욕이야. 그건 로동계급에 대한 모욕이야!)

은하가 국장의 누이동생 보금이를 찾아간것은 오후였다.

보금은 반갑게 맞아주었고 긴 이야기를 했다. 은하는 빙빙 에둘러 이야기하는 그의 어조며 태도에서 너의 기량 가지고는 배우가 될수 없다는 말을 가려들었다. 그랬으면 왜 벌써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였다.

《그러니 어떡허겠어. 아무데서나 일을 하다가 기회를 보자구.》

그러면서 극장 옷보관실 관리원으로 일하는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은하는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이윽고 그전날 공연을 구경하러 갔다가 코트를 맡길 때 손을 내밀던 관리원의 뾰족한 손가락이 상기되여 《거기선 뭘해요?》 하고 물었다.

《옷보관을 하지 뭐.》

《그리구요? 옷보관이야 공연할 때에만 할게 아니예요?》

《그게 다야.》

《그게 다라니요?》

《…》

은하는 상상밖이여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정빈국장이나 보금이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장이 싫어져서 그리고 일하기 쉬운 자리를 찾아서 평양에 왔다고 그들이 볼수 있게 처신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차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단조롭게 들려오고있었다.

옷보관실 관리원의 뾰족한 손가락을 회상하던 은하는 옆에 앉은 사람들이 안 보게 몰래 자기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뭉툭해보이지만 힘있고 지혜로운 손이다.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뜨락또르부속을 깎았던가. 그런데 왜 이 손을 그 뾰족한 손으로 바꾸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은하는 기진해서 눈을 감았다. 그날 저녁에 있었던 일이 계속 떠올랐다.

보금이가 이끄는대로 보통강반의 식당에 갔다. 둥근 식탁에서 보금이의 동무라는 웬 청년과 함께 식사를 했다. 얼핏 보기에 보금이와 같이 일하는 배우같은 차림새인데 어느 연구소의 기사라고 했다. 특별히 어떻다고 특징을 말할수 없게 어리무던하게 생긴 청년이였다. 옷보관실 관리원문제때문에 보금이와 단둘이 있기 어색하고 괴로왔던 참에 그 청년이 어간에 끼운것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은하는 그 청년이 로보트가 인간을 대신한다는 이야기며 레이자와 극저온이 앞으로 우리 공업발전에 커다란 충격을 주게 되리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은하는 식사후 보금이가 현관을 나오면서 저 동무와 강가를 함께 거닐며 이야기해보라고 말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뭐라구요?》

《그새 오빠가 얼마나 고른줄 알아? 너의 마음에만 있다면…》

은하는 그의 이야기를 더 듣지 않았다. 들리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무작정 어딘가 걷고 또 걸었다. 한정빈국장의 지극한 념려란 그렇게 범속한것이였던가싶었다.

은하는 양복점에 새 옷을 지어 입혀놓은 마네킨의 역할을 한걸 생각하니 이 세상에 태여나 그렇게 모욕을 당하기는 처음인것 같았다.

자기 은하의 모욕으로 그쳤으면 이렇게 분하지 않을것 같았다. 그것은 자기를 끝없이 생각하는 김기룡이에 대한 모욕같아서 더욱 분했다.

절삭경기에서 받은 특등의 영예와 들꽃향기 그윽했던 그 꽃다발에 대한 모욕이며 조선화 《환희》에 쏟아부은 기룡이의 그 열정에 대한 모욕이였다.

아, 이 모욕을 무엇으로 보상하는가.

그렇게 속으로 웨치며 몸부림치며 거리를 걷다가 인민문화궁전앞에서 기사장을 만난것이다.

은하는 기사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지금 기억에 남아있는것은 자기더러 너같이 의리가 없는것은 로동계급의 문화를 창조할 권리가 없다고, 주강소재들이 맞부딪칠 때 들리군 하던 그런 챙챙한 목소리로 말한것이다.

눈을 감았다. 당비서동지와 한정빈국장의 얼굴이 엇바꾸어 떠올랐고 뾰족한 손과 굳은살이 박힌 손이 눈앞에 얼른거렸다. ·

차에서 내린 은하는 누가 볼가봐 급히 합숙으로 돌아오고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공장건물도, 집들도, 가로수도 그리고 서학산도 모든것이 새롭게 보였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어딘가 전과는 달리 더 박력있어보이였다.

은하는 문득 저편 길에서 걸어오는 청년의 모습에 눈길을 박았다. 어깨가 벌어지고 걸음이 씨원씨원한게 기룡이와 비슷해보인다. 혹시 그가 아닐가. 이리로 달려오며 평양에 갔던 일이 어떻게 됐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면 아마 대답보다 앞서 눈물이 흐를것이다.

얼굴을 돌리는 그 청년이 기룡이와는 생판 다른 사람이라는걸 확인하고서야 은하는 가슴속에서 다듬이질하는것을 깨달았다.

다시 몇걸음 옮기는데 공장예술소조의 합창단성원인 주강직장 통계원이 급히 걸어왔다.

《어딜 가니?》

《전보치러.》

몹시 다급한 대답이다.

《무슨 전보?》

《김기룡교대장동지네 집에요.… 아니, 아직 몰라요?》

통계원은 김기룡이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뭐, 기룡동무가?!》

은하는 그것이 믿어지지 않아 통계원의 팔을 잡아흔들며 되물었다.

《그래요. 로벽에서 떨어져서 의식을 잃었어요.》

《정말?!》

통계원은 갑자기 해쓱해지는 그 녀자의 얼굴을 놀랍게 쳐다보며 겁이 나서 대답했다.

《병원에 입원시켰으니까 그새 회복되였겠는지.…》

은하는 통계원과 헤여진 후 한참이나 발이 떨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겁이 나서 걸을수가 없었다. 얼마후에야 마음을 다잡고 병원이 자리잡고있는 강가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려행가방이 거치장스러워 길가의 상점에 달려들어가 무턱대고 판매원에게 맡기고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였다. 저기 12층건물뒤에 있는 병원이 멀기도 하였다.

솔밭속에 있는 병원건물이 저만큼 바라보이자 더는 걸음이 나가지 않았고 설음이 치받쳐 눈물이 쏟아져내리는것을 어쩌지 못하여 가로수그늘에서 얼굴을 싸쥐였다. 무서운 회오가 가슴을 쥐여뜯었다. 그러나 잠시후 자기에게는 지금 그렇게 괴로와할 권리조차 없다는것을 깨닫고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영진이가 병원에서 달려나왔다. 기룡의 쪽지편지를 자주 날라주군 하던 고마운 영진이다.

《왜 거기 서있어요?!》

은하는 환자의 병세를 어떻게 물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의 얼굴만 지켜보았다.

《방금 정신을 차렸어요.》

《정말?!》

《정말 아니구요. 그래서 작업반동무들에게 알려주려구 가는 길인데.》

은하의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디에 그렇게 많이 고여있던 눈물인지 흐르고 또 흘렀다.

《왜 그래요? 이젠 괜찮다는데, 어서 가봐요. 얼마나 찾았다구.》

《누가?!》

《누군 누구나요. 기룡동지지. 헛소릴 치며 찾았어요. 너무 찾으니까 우리 삼촌이 속이 타서 〈은하는 올거요. 이제 곧 오우. 이제 들어올거요.〉 하고 웨쳤어요. 하여간 빨리 가봐요. 난 우리 동무들에게 가서 병세를 알려야 해요.》

영진이는 바람처럼 날쌔게 달아나버렸다.

기룡이가 그렇게 애타게 찾았다고 하였지만 은하는 걸음을 옮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라 그가 애타게 찾을 때 그의 곁에 있어야 하였고 그의 곁에 있어서 《나예요. 은하예요.》 하고 대답하며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그는 아마 벌써 소생하였을는지도 모른다. 아니, 공장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수도 있었을것이다.

얼마후 용기를 내여 병원에 간 은하는 병원현관 못미처 와뜰 놀라서 멎어섰다. 병원에서 나오던 기사장과 마주친것이다. 은하는 여직껏 기사장이 다감한 사람이고 얼굴 역시 선량한 인상을 준다고만 생각해왔지 그의 끌날같이 번뜩이는 눈이며 곤두서있는듯 한 진한 눈섭이며 엄격하게 꾹 닫혀있는 큰 입은 처음 본다.

기사장은 마치 병원으로 들어가려는 은하를 막아서듯 발을 벌리고서서 준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여기 왔소? 누가 불러서 왔느냐 말이요?》

은하는 기사장의 그 랭랭한 욕보다 정말 내가 무슨 렴치로 여기에 왔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 놀랐다.

《우리 기룡동무는 동무없이도 죽음을 꿋꿋이 이겨냈단 말이요.》

김기룡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였는가 하는것을 백천마디의 말보다 더 여실히 이야기해준, 그래서 창끝처럼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말이였다.

《사랑을 버리고가서 차례진것이 뭐요? 집단을 배반하고가서 얻어진것이 무언가 말이요? 무의식의 세계를 헤매면서도 사랑을 저버리지 않은 기룡이를 동문 무슨 낯으로 대할테요?》

리진오는 평양에서 만났을 때 처녀에게 동정을 표시했지만 기룡이가 지지리 가슴을 태우며 소생하던 일이 회상되여 말나가는대로 욕을 퍼부었다.

입원실에서 뒤늦게 나와 기사장이 훈계하는것을 한참 바라보던 강봉학직장장이 이제는 그만해두라고 기사장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그리고 은하를 느티나무아래쪽으로 데리고갔다.

《자 은하, 여기 와 좀 앉으라구. 어서, 남들이 보잖아.》

그의 이야기자 고함이였고 그의 말이자 웨침이였던 호랑이같은 직장장의 가슴밑바닥에 그렇게 따뜻한것이 고여있으리라고는 미처 몰랐다. 은하는 직장장의 그 따뜻한것이 오히려 가슴을 아프게 하여 눈물을 걷잡을수 없었다.

느티나무의 마른 잎이 떨어져 은하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기사장의 말을 탓하지 말라구. 글쎄 그 기룡이란 사람이 저를 지켜주고있는 나나 기사장은 찾지 않고 없는 은하만 찾지 않겠나.

그래서 기사장은 그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이제 곧 와. 이제 온다는데두!〉 하고 듣지 못하는 그에게 갈린 목소리로 말했지. 나는 우리 기사장이 그렇게 정에 무른 사람인줄 몰랐구만. 〈은하는 이제 와. 잠시 자리를 떴어!〉 하고 외우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하더란 말이야.》

강봉학직장장은 이야기가 끝났다는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이젠 들어가보라구. 어서.》

《제가 어떻게 들어가요.》

《그럼 나하구 같이 들어갈가.》

강봉학직장장은 정문에서 기다리는 기사장에게 먼저 공장에 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그 머리도 좀 가리구, 자, 어서!》

잠시후 은하는 직장장을 따라 병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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