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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 회


제 5 장

3


리진오는 다음날 아침에 승용차로 공장도시에 들어섰다. 출근시간이 갓 지난 거리는 조용했다. 아침해빛을 받아 아빠트유리창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거리에는 편의봉사부문에서 일하는 녀인들과 절반 놀며 절반 걸으며 유치원으로 가는 어린이들이 보였다.

리진오는 언제 보나 다정하던 거리가 어째선지 오늘따라 텅 비고 쓸쓸해보였다. 거리에는 무엇인가 있어야 할것들이, 출퇴근길을 기쁘게 해주던 그것들이 갑자기 없어진것 같았다. 저 아빠트의 흰 벽은 정갈하고 산뜻해보이던것인데 왜 저렇게 차겁게 보이는지 모를 일이였다. 아마도 새 주조법의 의의를 스스로 부정해버려서 마음이 이렇게 허전할것이다. 부장에게 그 말을 해버렸을 때는 마음이 가벼운것 같더니 왜 이렇게 허전한가?

공장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로청원들이 기르는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공장종합청사의 상공을 선회하고있었다.

그 비둘기떼를 바라보던 리진오는 차가 갑자기 멎는 바람에 앞을 내다보았다. 걸음길을 달리던 영진이가 그를 알아보고 차길에 나서며 손을 들었던것이다.

《삼촌, 공장에 가지요. 좀 태워다주어요.》

영진이는 숨이 차서 토막말을 했다.

차에 올라탄 영진이는 지금 전기로에서 쇠물량을 늘이려고 중보수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비밀전투》가 벌어졌다고 하면서 왜 하필 자기 교대가 아닌 때 그런 전투를 벌렸는지 모르겠다고 두덜거렸다.

《넌 어떻게 알구 가는거냐?》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전화로 알아보았지요.》

리진오는 몸을 로속에 녹여서라도 소재를 보장하겠다던 직장장의 말이 회상되여 운전사에게 차를 빨리 몰라고 했다.

《삼촌, 로보수전투라니까 뜨거운 로속에 들어가 전투를 하는거겠지요?》

영진이는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물었다. 그는 삼촌에게 제 말을 못들어서 대답이 없는줄 알고 몇도나 되는 로속에 들어가 전투를 하게 되는가고 재차 물었다.

《어디라구 시뻘건 로속에 들어가?!》

리진오는 자기가 생산조직을 잘하지 못해서 전기로공들이 그런 모험을 시도한것만 같아서 조카에게 화풀이를 했다.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전후 어려운 때도 그렇게 했다던데요 뭐.》

영진이는 욕을 타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소재만 더 생산할수 있다면 못할게 뭐나요.》

영진이는 앞에 앉은 운전사가 그만 말하라고 손을 입에다 가져가는 모습이 거울에 보이자 삼촌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내밀었다. 나도 당당한 전기로공인데 왜 이야기상대로 대접해주지 않느냐 하는 표정이다.

공장구내에서는 그 누구도 승용차를 타지 못하게 하였고 또 그자신부터 그것을 엄격히 지키던 리진오였는데 정문에 들어선 차가 속도를 죽이자 빨리 주강직장으로 몰라고 소리쳤다.

잠시후 그는 쇠사다리를 쾅쾅 구르며 전기로현장에 올라갔다.

전기로의 보수가 진행되는 3호로에서는 천정을 분리한 후 로를 얼마간 식히다가 로벽에 물을 끼얹으며 랭풍을 쏘아대고있었다. 로주위에는 물안개가 뽀얗게 피여나 옆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가려보기 어려웠다. 로주위에는 다른 로들에서 지원하러 온 전기로공들이 한벌 죽 깔려 로를 둘러쌌다.

리진오는 허리에 손을 짚고 그 광경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는 전투를 멈춰세울수는 없게 되였지만 로속에 들어가 일할 시간만이라도 지체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전기로공에게 직장장을 찾아오라고 소리쳤다.

잠시후 직장장대신에 부직장장이 나타났다.

《도대체 이게 무슨 판이요? 어떻게 된 판인가 말이요?》

전투가 끝날 때까지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는 강봉학직장장의 엄격한 명령을 받은 부직장장이였지만 기사장이 따져묻는 바람에 그는 하는수없이 전투비밀을 루설해버렸다.

김기룡이 연구한대로 모든 로들을 다 개조하자면 일정한 시일이 걸릴것이며 로를 다 그렇게 개조한다고 하여도 쇠물여유가 생길것 같지 않아서 로보수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전투를 벌린것이다.

보통 16시간 걸려서 하게 되여있는 전기로의 중보수를 전기로공들은 채 식지 않은 뜨거운 로속에 들어가 4시간동안에 수행하여 쇠물생산을 늘일 작정이라는것이다. 강봉학직장장이 그렇게 발기했는데 전기로공들은 한술 더 떴다. 그들은 16시간동안에 보수하게 되여있는것을 4시간동안에 보수할뿐아니라 한개 로가 4시간동안 쇠물을 뽑지 못하게 되는것을 봉창하기 위해서 앞뒤교대에서 한차지씩의 쇠물을 더 뽑자고 궐기했다. 그들은 자기네 결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오늘 0시부터 전투를 시작했다. 첫교대동무들은 계획대로 쇠물을 한차지 더 뽑고 방금 로보수에 달라붙었다는것이다.

모든 로들에서 로의 중보수시간을 그렇게 단축하기만 하면 숱한 쇠물예비를 얻게 되겠지만 그런 모험을 허용할수 없는 기사장이였다.

《4시간에 보수하다니 정신이 있소?》

리진오는 한가하게 부직장장을 꾸짖고있을 형편이 못되여 3호로의 휴계실에 들어가 얼른 작업복을 얻어입고 나왔다.

욕을 먹고 긴장했던 부직장장은 기사장의 전투적인 차림새를 보자 그를 지지자로 전환시켰다고 벌쭉 웃었다.

그때 강봉학직장장이 평양에서 기사장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고 나타났다. 로에 물을 끼얹는 일을 했는지 옷이 후줄근하게 젖었다.

직장장에게 화를 내려던 리진오였는데 바지자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것이 보이자 가슴이 더워나서 외면해버렸다.

《그러시다가 감기들지 않겠습니까.》

강봉학직장장은 휴계실앞 쇠의자에 주저앉았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되였나?》

《어떻게 되다니요. 소재를 자체로 해결해야지요.》

《그럴테지.》

그들은 이야기를 끊고 로보수전투장을 바라보며 담배를 빨고있었다.

그들은 말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서로 상대의 마음속을 알고있었고 또 말을 하지 않는것이 옹색한 처지에서 편리하였다.

《당위원회에서는 이런 전투가 벌어지고있는걸 알고있는가요?》

이윽고 리진오가 물었다.

《알게 되겠지.》

《당비서동지가 알면 노하지 않을가요?》

《노하겠지.》

강봉학직장장은 담배연기를 펄펄 날리다가 말없이 보수전투장으로 가버렸다.

리진오는 5호로쪽에서 기사들과 함께 있는 주태섭부기사장을 발견하고 그리로 갔다. 부기사장이 있어가지고 모험을 하게 그냥 내버려두느냐고 화풀이를 할 생각이였다.

주태섭부기사장은 박기사가 연구하는 용해법에 대한 최종시험을 앞두고 기사들과 토론을 하다가 격동된 목소리로 말하고있었다.

《저기 3호로에서 전기로공들이 무엇을 하고있는가 보시오. 우리가 빨리 성공해서 쇠물을 늘일 방도를 찾아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전기로공들은 다른 로들의 보수에서도 저런 모험을 계속할거란 말이요.》

리진오는 결국 주태섭부기사장에게도 강봉학직장장에게 그러했던것처럼 화를 내지 못하고말았다. 아니, 늙은 부기사장이 하는 일을 방해할것 같아 인사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당비서동집니까? 전기로현장에서 전화합니다.》

《그런걸 난 여태 안 온줄 알구 기다렸구만.》

그는 출장지에서 돌아오는 길로 현장에 나온 사유를 어떻게 설명할것인가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지금 진행되고있는 보수전투이야기는 하지 않고 시험생산을 진행한 김기룡이네 1호로의 상태가 어떤지 해서 여기에 먼저 들렸노라고 대답하였다.

(내가 책임지면 되지.)

당비서까지 걱정을 시키고싶지 않았던것이다.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됐소?》

박철산당비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잘됐습니다.》

《국장동무하구 론쟁을 하지 않았소?》

《만나보지도 못한걸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박철산당비서의 침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장이 아래의견도 듣지 않고 사업한다구 부장동지한테 비판을 받은 모양이요.》

《내가 부장동지 만났을 때까지 그런 이야긴 없었는데요.》

《부장동지가 동무를 만난 후 전화를 걸어왔더군. 그래서 공장사업을 지도하러 내려온 국장으로선 주강소재가 너무 긴장하니까 복선을 칠수밖에 없었다구 내가 이야기했소.》

그들은 더 묻지도 않았고 길게 대답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말로써, 그 억양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리해할수 있었던것이다.

이윽고 수화기에서 당비서의 활기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기사장동문 어제저녁에 학부형회의가 있었다는걸 모르겠군.》

《무슨 문제가 취급되였답니까?》

《우리 집사람이 그러는데 스케트장을 만든다누만. 우리 공장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지 않소.》

《절대다수 학생이 우리 공장 종업원들의 자녀들인데 우리가 도와줘야지요.》

《그래서 급한 고비나 넘기고 도와주겠다구 했소.》

《일이야 항상 바쁘지요. 어느날이든 저녁때 소풍하는겸 가서 와닥닥 기초라도 파줍시다.》

《어떻게 말이요?》

《우리 〈풍년〉호를 여라문대 끌고가서 땅을 파헤치면 굴착작업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풍년〉호가 어디 있소?》

《조립한 다음에 시운전을 하느라고 공연히 시운전장을 빙빙 돌게 있습니까? 시운전에 쓰는 기름만큼씩만 쓰면서 땅을 파자는겁니다.》

리진오는 방금 떠오른 말을 한것이 아니라 인철이녀석의 스케트날에 방바닥이 한심하게 된걸 보았을 때부터 계획해왔던것이다.

《그것참 그럴듯 하우!》

밖을 내다보며 전화를 하던 리진오는 다시 전화를 하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다급히 송수화기를 놓았다. 3호로에서 예상보다 빨리 본격적인 로보수작업이 시작된것이다.

뜨거운 로벽에 올라가 장대로 벽을 허문 전기로공들은 로속에 들어가 뜯어낸 벽돌을 로밖에 들어내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자, 이번엔 내 차롈세.》

《차례구 뭐구 있나, 들어가는게 제 차례지.》

전기로공들은 로속의 고열을 견디여낼수 없어서 2~3분을 사이두고 겨끔내기로 로속에 들어갔다.

리진오가 전기로공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로속에 들어가 한바탕 고열과 싸우고 나와 탄산수를 마시고있을 때였다. 각이한 목소리들이 로속에 대고 아우성쳤다.

《직장장동지, 나오시오.》

《빨리 나오시라요.》

방금 로에 들어갔다 나온 김기룡이 다시 로속에 들어가 늙은 직장장의 팔소매를 잡아채서 끌어내왔다.

《정신이 있습니까? 나이를 생각해야지요.》 하고 《좌상》전기로공이 땀을 훔치고있는 강봉학직장장을 나무랐다.

《허허, 허긴 좀 뻐근한걸. 정말 나이는 속이지 못하겠어.》

리진오는 최근에 그처럼 명랑하게 웃는 강봉학의 얼굴을 처음 본다.

로동은 사람을 젊게 만드는것이였다.

뒤에서 청년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얼굴에 발라요.》

처녀의 목소리에 《이거 뭐야?》 하고 묻는다.

기사장의 조카 영진의 목소리였다.

《화상 방지하는 약.》

《난 그런거 안 발라.》

《왜?》

《부상을 당해야 전투에 참가한 멋이 있는거야.》

깔깔 웃어대는 소리.

《내가 로에 얼마나 들어가있었어?》

《한 1분 될가?》

《뭐 1분? 사람 놀리는거야?》

모욕을 느낀 영진의 대답이다.

《아니, 한 2분 될가?》

처녀는 웃으며 제 말을 정정했다.

리진오는 그들의 다툼질이 마음에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영진이가 한다하는 전기로공의 모습으로 의젓하게 서있었다. 이제 장대를 잡은지 두달이 되나마나한 영진이였다지만 그의 머리우에 놓인 방열모며 번뜩이는 보안경, 목에 건 수건이며 불찌에 구멍이 뚫린 로동화며 전기로공으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것을 다 갖추었다. 다만 아직 침착하지 못한 눈과 매듭이 없는 가는 손가락이 전기로공으로서의 위풍에 손상을 줄뿐이다.

리진오는 그들의 어깨를 동시에 두드리며 언쟁을 말렸다.

《1분이면 어떻구 10분이면 어떠냐?》

기중기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영진이와 처녀는 이렇게 말하는 기사장의 목소리가 갈려있다는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갑자기 로에서 아우성이 일어났다.

《교대장이 쓰러졌다!》

《뭐요?》

《빨리 비켜!》

《교대장동지, 정신차려요!》

리진오가 로속으로 달려들어가기 전에 전기로공들이 자기네 교대장을 안아들고 로속에서 나왔다.

김기룡은 미처 허물지 못한 벽을 마저 허물려고 다시 로속에 들어갔는데 너무 오래 지체한데다가 발을 헛디디여 로바닥쪽으로 떨어졌다는것이다. 요행 바닥에서 일하는 동무들의 등을 스치며 떨어져서 큰 부상은 입지 않은것 같다.

누가 재빨리 병원에 알렸는지 전기로공들이 교대장을 업거니 옆에서 부축하거니 하며 계단을 내리는 사이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강봉학직장장은 벌려놓은 일때문에 따라가지 못하고 목젖이 꿈틀거리게 침을 삼키다가 환자를 배웅하느라 우두커니 서있는 전기로공들에게 버럭 소리쳤다.

《뭘 그러구들 서있어? 자, 시작하자구!》

구급차에 탄 리진오는 김기룡의 곁에 앉아 교대장을 배웅하는 동무들을 바라보았다. 숭엄한 모습들이였다. 그는 문득 어제 새 주조법의 운명을 두고 마음과 싸우던 일이 떠올랐다. 자기의 정신적창조물을 부정한것을 그 무슨 큰일로 치부했던 자기와 생명까지 내대면서도 그것을 남들이 알가봐 몰래 전투를 벌린 저 사람들, 그 둘사이에는 정신적측면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

그는 차중에서 응급처치를 받고있는 김기룡을 내려다보기가 괴로와 외면하고 몰래 눈구석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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