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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1 회


제 1 장

1


연청색하늘은 재빛구름으로 얼룩졌다. 창공을 뚫고나가기라도 할듯 어디선가 날아오른 한쌍의 새가 마침내 기운이 진했던지 고개를 박으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곤두박질치더니 별찌처럼 사라져버린다.

땅우에서는 려객들을 부리운 렬차가 달아오른 몸을 식히지도 못하고 다시 떠나야 하는것이 힘겨운듯 헐떡거린다. 역홈은 사람들로 붐볐다. 바바리아고원의 무덥고 건조한 계절이 다가오고있는것이다.

렬차의 기적소리는 서글픈 하소연같은 메아리로 사라져간다. 뾰족탑들사이에 자리잡은 종루의 시계가 12시를 가까이하고있다.

역사를 나선 한사람이 인파를 헤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정수리까지 벗겨진 이마에 깊은 주름 두개가 자리잡았다. 침울하면서도 거만한 본색을 지닌 눈동자가 떠인 수북한 눈섭꼬리가 재빛을 띠여서인지 사색적인가 하면 위압감을 주고 네모진 억센 턱은 건장한 육체와 조화를 이루며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도 엿볼수 있게 하는 사나이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조차 돌리지 않은채 생각에 잠겨 걷는다.

유럽의 학계에서 권위있는 학자이며 첨단기술개발의 앞장에 선 연구소를 가지고있는 서상록이다. 이 사람의 성격은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연구사업외에는 사회적인 교제가 빈곤한 사람이지만 정구와 경마를 즐기는 체육애호가이며 조형예술에 대한 독특한 감각도 가지고있어 회화와 조각작품도 창작할만큼 재능을 갖추고있었다.

건늠길을 건너 보리수나무들이 줄지어선 공원옆의 보도를 따라걷던 그가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더니 주춤거려댔다.

한 녀인의 모습이 눈가에 다가들었던것이다.

중년기도 저무는듯싶은데 차림새는 수수하지만 고상한감을 준다. 여름철이 다가들자 녀자들은 벌써 짧은 옷들을 입고 다닌다. 유럽의 로출증은 젊은이들속에만 있는 증상이 아니다.

연회색양복을 입었을뿐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녀인은 누군가가 자기를 향해 걸어온다는 육감을 받았던지 고개를 돌렸다. 어딘가 피로가 어린 얼굴이지만 이목구비가 또박또박 그려놓은것만 같다. 깨끗한 흰자위에 담긴 유난히도 검은 눈동자가 옆으로 쏟아질듯 기울어졌다. 이어 입귀가 조금 열리며 소리없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찾은건 꼭 만나야 할 일이 생겼다고 생각되기때문이예요.》

《나도 예견한바요.》

《그렇군요.》

무심히 이야기를 나누는 두사람의 얼굴에는 서로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것이 알렸다. 서상록이 한손으로 앞을 가리키자 녀인은 그 무언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따라섰다.

상록수들사이에 봇나무들이 정갈한 자태를 드러내며 두사람을 맞아준다. 풍화된 돌길의 틈새마다에 돋아난 풀들이 얼기설기 금을 그었다. 가지와 잎새들을 헤치고 해빛이 스며들어 조을고있는 길을 따라 조금 가니 강변이 나타났다.

서상록은 낯익은 곳에 이르자 주변을 흥심없이 둘러보고나서는 자그마한 바위우에 조심스럽게 앉더니 려송연을 피워물었다.

강기슭에 선 녀인이 허리를 굽히며 손을 물속에 잠그더니 가볍게 저어댔다. 동그란 파문이 그려지는것을 이윽토록 지켜보던 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무엇을 준비하고있겠지요?》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말마디들은 예리했다.

서상록은 얼떠름한 표정을 그려보이지만 일부러 멍청이처럼 보이려는것 같이 느껴질 행동거지를 취했다.

《애가 몇살인지 아세요?》

서상록은 말없이 머리만 주억댔다. 고개는 들지 않았지만 남자의 움직임과 표정을 감득하는지 녀인의 얼굴로는 가느다란 비웃음이 흘러갔다.

《결코 무관심할 당신이 아니예요. 그것만은 알수 있어요.》

《우리 가정의 유산은 그애일거요.》

서상록은 자기가 준비해온 말을 하고있었다. 녀자의 반응은 민첩하고 날카로왔다. 물속에서 손을 걷은 녀인이 잽싸게 물기를 털어버리고나서 머리를 홱 저어댔다.

《어울리지 않는 말은 하지 말아요. 한번도 그애를 찾은 일 없는 당신이 올해에 들어와 두번씩이나 걸음을 했어요. 대학에.》

녀자의 눈길이 처음으로 남자에게 향했다. 누를길 없는 불만과 혐오감이 어린 눈동자에는 조소가 배였다. 그 눈빛은 속심을 감추지 말라는 요구를 담고있었다. 압도당한 심리로 해서인지 서상록은 두손을 벌려보이며 당황해하면서도 어리숙한 난색을 지었다.

《목적이 뭐예요?》

《순수한 학술교류로… 두번짼 초빙강의를 하려고 갔소. 우리 지연이가 한학년을 뛰여넘어 이젠 졸업론문을 준비하더구만. 당신 수고가 심장에 닿는걸 감지했소.》

《당신은 우리라는 단어를 나와 애앞에서는 쓰지 말아야 해요. 그 까닭은 구태여 말하지 않겠어요.》

서상록은 대응할 언어가 없는지 눈빛이 한층 침울해졌지만 자신을 잃어서는 안되였기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횡설수설해댔다.

기업경쟁이 극대화되고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초점을 모으고있는것은 첨단기술개발에서 이채를 띨수 있는 두뇌다. 따라서 인재에 대한 쟁탈전은 어느 나라 어느 기업체나 생존공간으로 삼고있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의 가치가 날로 증대된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다.

두손을 모아잡고 선 녀인이 말했다.

《여전하군요. 당신은 비록 물질분해의 명수이기는 하지만 영원히 자기만은 분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할거예요.》

머리를 주억댄 서상록은 행동거지와는 다른 말을 했다.

《변할줄 모르는 당신의 견해에 머리를 숙이오. 인간은 세계속의 한 부분이요. 그 이상은 될수 없다는거요. 완고성이란 선대들이 물려준 타성일뿐이요.》

녀인의 턱이 약간 쳐들리며 앞에 앉은 남자를 도전적으로 노려보았다.

《내앞에서까지 강의를 할 생각은 마세요. 사람은 어디까지나 사람이예요. 진리와 량심, 도덕을 거역하지 못하는 인간일 때에만 과학앞에서도 성실할수 있는거예요. 내가 또 안할 말을 하는군요.》

서상록은 눈시울을 좁히고는 능청맞은 웃음까지 지으며 녀인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엿볼수 있게 하는 얼굴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선들이 얼마나 부드러운가. 이런 얼굴을 두고 어느 한 모퉁이도 빈 곳이 없다고 말할것이다. 흠이라면 코끝이 약간 들리운것인데 경박해보이는가 하면 도고한감을 주는게 싫지 않았다.

그는 조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때아닌 장소에서 어울리지 않는 감상도 하는 사람이였다.

《당신이 우려하는 그 준비라는것에 대해 마음쓰지 말기를 바라오.》

서상록은 안심하라는 표현으로 두손을 쳐들어보였다. 그 침울한 얼굴에 새겨진 의미있는 웃음을 마주한 녀인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머리를 설레설레 젓고나서 말했다.

《믿어보지요. 우린 지금껏 자기주장대로 살아왔어요. 당신의 간섭이 오늘에 와서는 더욱 필요가 없어요.》

무정하다고 해야 할 말이지만 서상록은 그조차 탓하지 않았다. 이쯤하게 대하는것쯤은 적응력이 생긴듯 했다.

그는 조금도 노엽지 않게 여기며 제 생각을 주어섬기기 시작하였다. 앞에서 이미 비난을 받았음에도 그는 수재들의 장래에 대하여 그럴듯하게 장식을 해댔다. 뛰여난 두뇌를 가진 대학졸업생들은 인재에로 가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것은 졸업론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것이다. 그러자면 반드시 지도교원을 잘 만나야 하고 권위있는 연구기관들과 기업체들의 관심을 모아야 하는것이다. 당신도 이에 대해서는 알고도 남음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딸의 장래를 담보하자면 이런 객관적인 조건들에 주목을 돌려주기를 바란다고 진심어린 어조로 당부했다.

녀인은 마침내 지구성을 잃고 남자의 이야기에 지루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너무도 잘 아는 사내한테서 귀찮을만큼 들어온 설교를 당하는것으로 심리와 기분상태가 참기 어려운 계선에 이른것이다.

그는 찬바람이 이는 어조로 한정없을것 같은 이야기를 동강냈다.

《그만하세요. 지긋지긋하군요. 약속은 하면서 바라지 않는 행위를 계속하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아요. 다시말하지만 애의 장래에 간섭할 생각을 마세요.》

서상록은 말허리를 잘리우고서도 시무룩이 웃었다. 그로서는 이 녀인한테서 이러루한 랭대는 너무도 받은탓에 유감스럽지도 않았다. 어떻게 하나 자기의 은페된 속심을 이모저모로 정당화하여 앞으로의 기회에서 우세를 차지할 생각만을 하고있었던것이다.

《지연의 나이가 21살이고 인생의 기로에 다가서고있지 않소. 나로서는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싶을뿐이요.》

《안돼요. 필요없다는걸 재삼 강조해요. 당신은 앞에서 가정이라는 말을 했어요. 가장 단순한 그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이 당신이라는걸 언제 가면 인정하겠어요? 아니, 영원히 당신은 자기를 찾지 못할거예요. 왜냐하면 자기나름의 만족으로 하여 정신적라태상태에 빠져들었기때문이예요. 따라서 우린 당신의 도움을 받을수 없으며 받아서는 안되는거예요.》

녀인의 음성은 선언조로 울렸다.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쪼프린 얼굴조차 굳어져버렸다.

서상록은 상대의 심리가 극한에 이르렀다는것을 감수하면서도 한걸음 더 내짚을 궁리를 하였다. 이것은 그의 성격이기도 했다. 모든 실험은 극한점이라고 해서 주저앉지 말며 계속하여야 한다고 간주하는 서상록은 집요한 인간이였다.

《여보, 나에게 최소한 권리를 부여해줄수도 있지 않소. 이건 애의 앞날을 위해서도…》

더이상 남자를 바라볼념을 하지 않으며 녀인은 돌아서서 걸음을 내짚었다. 한손을 쳐들어올렸다가 내리그으며 력점을 찍어 말했다.

《아무런 의무도 진적 없는 당신이기에 권리 또한 부여할수 없어요. 당신의 그 무슨 권리행사는 성밖에 물려받은것 없는 딸의 인생을 파괴하는 행위로 이어질수 있다는것에 대해 난 너무도 잘 알고있어요. 가겠어요. 와주어 고마워요.》

녀인의 인사를 받으며 서상록은 높지는 않아도 뿌리가 든든한 코마루를 내리쓸며 침울한 웃음을 지었다.


구배가 심하지 않은 령길을 따라 각양각색의 승용차들이 딱정벌레무리처럼 기여오르고있다. 철란간을 두른 도로에는 속도를 제한하라는 표식이 눈에 뜨인다. 그러거나말거나 질주패들은 경적을 울리며 앞차를 선행하여 내달린다. 마주 내려오는 차들의 주인들이 그런 차들을 만나면 차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주먹을 내흔든다.

저런, 저건 또 무슨 재주를 부리는가. 물매미같은 감색승용차 한대가 꼬리를 휘저어대며 술주정뱅이걸음을 해댄다. 위험천만하게 란간대를 들이받을듯이 달리다가는 주로를 벗어나 마주 오는 차들이 급정거를 하면서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게 한다.

정말 볼만 한 자동차교예를 하지 않는가. 저러다가 허공으로 날아오를지도 모른다.

저것 보지, 이젠 앞발을 쳐들고 두바퀴로만 달릴 잡도리를 하지 않는가. 볼만 한 광경에 눈들을 팔고있는데 뒤차축의 오른쪽바퀴가 빠져달아나는것이 보이자 사고의 원인을 알게 된 목격자들이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감색승용차는 균형을 완전히 잃고 오른쪽으로 기울어들며 란간대를 들이받았다. 이어 차문이 열리더니 운전사라고 해야 할 처녀가 튀여나오며 산비탈로 굴러떨어져 내려가는것이 언뜻 보였다.

달리던 차들이 멎어서고 경적소리가 사방에서 아우성치듯 울리기 시작했다. 경황이 없는 속에서도 제일먼저 차에서 뛰여내려 란간대를 날아넘듯 하는 사람은 나이가 있어보이는 녀성이였다. 보기 드문 헌신성을 발휘하는것이다. 우르르 밀려온 사람들이 산비탈아래를 내려다보며 제나름대로 소리를 치는가 하면 휘파람을 불어댔다.

이윽하여 구원자인 녀성이 부상당하여 의식을 잃은 처녀를 등에 업고 안깐힘을 쓰며 올라오다가 마침내 손을 내밀었다.

《좀 도와주세요!》

남자들이 손을 내밀어 녀성의 두팔을 잡아당기면서 등에 업힌 처녀를 란간너머로 조심히 옮겨왔다. 어디서 출혈하는지 의식을 잃은 처녀의 몸은 선혈로 얼룩졌다.

《조심히, 조심히 눕혀요. … 됐어요. 병원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할가요?》

다급해난 녀성이 누구에게라 없이 묻자 차를 돌려세워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나왔다. 부상자를 태운 승용차는 오던 길을 되돌아서서 화재사고현장으로 달리는 소방차처럼 경적을 다급하게 울리며 거침없이 질주를 했다.


뮨헨비행장에서는 반시간도 못되는 사이에 두대의 대형려객기가 리륙하고 석대가 착륙하였다. 이 세상 어느 대륙에도 임의의 시각에 날아갈수 있는 장소가 여기다. 항공역사는 려행하는 사람들로 뒤붐빈다. 주차장은 주차장대로 차량들이 넘쳐나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지경이다. 차머리를 마주 댄 운전사들이 저마다 길을 비키라고 경적을 울려댄다. 혼잡속에서 사람들도 차들도 정신들을 못 차리고 헤덤비며 아우성이다. 그속에서도 다행히 차들이 빠져나가면 기다린듯 수자를 보충하며 새로운 차들이 덮쳐드는것이다.

주차장옆에는 각종 음료매대들과 함께 차들을 청소해주는 작은 세척장도 있었다.

자연이 아닌 인간이라는 생명유기체들이 내뿜는 열파로 하여 쫓기운 어떤 손님들은 활엽수가 만들어주는 그늘밑으로 찾아들어 땀을 들이고있다.

역사의 출구쪽에 시선을 준채 한 남자가 점잖은 풍채를 자랑하며 서있다. 연청색줄무늬가 간 넥타이를 맨 사나이의 얼굴에서 특징적인것은 맵시있게 다듬은 재빛코수염이다. 이 사람이 국제인도주의단체에서 일하는 바클리다. 그는 상급의 호출을 받고 이 장소에 나온것이다.

어딘가 시선을 집중하고있던 바클리는 재빛수염을 쓸며 짧게 휘파람을 내불었다.

저게 누군가. 그의 눈이 역사를 나서는 한사람을 포착하고는 이상한 놀람과 흥미로 반들거렸다.

다국적기업체인 에쎈의 거두가 어떻게 되여 저 사람과 동행하는것인가. 어디서 오는 길일가.

이런 의혹을 앞세운 그는 모를 세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에쎈회사의 총사장 지그프리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사람은 명현이라는 동양사람이였다.

민족별 조선사람, 뮨헨대학 졸업생, 경제학자이다.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는것은 저 인물이 유럽지역에서 살고있는 조선사람들속에 영향력을 지니고있는것이다.

지그프리트는 명현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게 분명했다. 명현이 한손을 저으며 부정하면 게르만족늙은이가 턱을 쳐들어올렸다가 내리며 긍정한다. 경제학자의 어떤 론리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바클리는 먹이를 포착한 맹견처럼 두사람을 노려보았다.

명현은 큰 키에 비해 몸은 여위여보이나 강기가 있는 사내라는것이 첫눈에 알렸다. 낯색은 온화하고 친근감을 주며 얼굴에는 조용한 미소가 흐르고있다. 호감을 주는 형의 남자지만 쉽게 범접할수 없는 상대라는감이 든다.

저 사람은 서상록과 가깝고도 먼 사이다.

나는 그것만은 알고있거던. 흥미있어. 명현이 어떻게 되여 여기에 나타났는가.

지그프리트와 동행한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갈마들자 재빛수염쟁이는 킁킁 코소리까지 냈다.

명현은 여러차례나 평양을 방문한 인물이다. 저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견해와 주장을 당당하게 표명하여왔다.

나는 해외에서 살고있지만 조선민족의 한 성원이다. 겨레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는것이 나의 의지이다.

그는 지상을 통해 이렇게 여러번 언명한바도 있다.

명현과 나란히 선 지그프리트는 지금 무엇을 암시하는가.

이 재빛코수염을 가진 사나이는 남다른 후각과 기민한 판단력을 갖추었다고 해야 할 인간이였다.

흥미있거던. 이거야말로 관심을 돌려야 할 대상들이란 말이야.

바클리는 자기의 판단에 기초한 행동계획을 어느새 머리속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지그프리트가 평양을 방문했다고 가정할수도 있지 않는가.

놀라운 일인가? 천만에, 억만장자인 저 령감태기는 대통령들도 주저할 일들을 어렵지 않게 여기는 인물이거던. 먹을알을 찾아내는데서는 귀신같은 령감이 미국의 가혹한 제재대상인 조선을 찾아갔다는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명현과 작별인사를 나눈 지그프리트가 마중나와 대기하고있던 자기의 리무진차에 오르는것을 지켜보던 바클리는 저자는 거들먹대며 살아가는데 내 꼴은 뭔가 하는 시기심이 치밀어올라 발을 굴러댔다. 하늘에 대고 주먹질하는 격인 자기가 가소로와 그는 맥빠진 웃음을 킬킬거리고나서 무슨 생각이 나선지 명현의 모습을 서둘러 찾아보았다.

그의 머리속에서는 새로운 추리들이 가지를 치는것 같지만 시야에서 흐르는 명현으로 하여 점점 몽롱한 의식으로 변해갔다.

려객기가 도착하였지만 자기가 만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바클리는 속으로 화를 냈다.

불러놓고는 제편에서 시간을 어기다니. 아래사람 알기를 헌신짝만큼 여기는게 아니고 뭔가. 반대로 내가 늦었다면 아마 초절임하자고들었을게다. 에이, 고약한 녀석이거던.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게 하는 흡혈귀같은 상통이 나타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바클리는 상면장소에 더이상 서있을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느린 걸음으로 주차장구역에 들어섰다. 네가 시간을 어겼으니 난 간다 하는 심사로 움직이는데 등뒤에서 경적소리가 울리더니 웬 차머리가 엉덩이를 밀어대기에 그는 밸이 꿈틀거려 고개를 홱 돌렸다.

바클리는 그 순간 머리칼이 곤두서고 온몸으로 얼음물이 흐르는것 같아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차안에 앉아있는 상전을 알아보았던것이다. 자기의 판단이 틀렸다는것을 알아차렸다. 상전이 비행기편으로 오리라고 여겼는데 이미전에 와서 자기의 행동을 주시하고있었다는것을 확인하게 되자 두려움부터 앞섰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면이 진행되지 않았다는것은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것을 암시하는것이였다.

승용차의 차창유리가 소리없이 내려지더니 안에서 낮으나 소름이 돋게 하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바클리선생,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어서 타십시오.》

어떻게 된 일인가. 자기의 판단이 어방없이 빗나가는 형세를 감득한 바클리는 상전의 전에 없는 호의에 이끌려 차안으로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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