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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 회


제 4 장

6



강봉학직장장이 초저녁에 집에 들어서자 그의 마누라는 뜻밖이여서 어데가 말째서 일찍 왔느냐, 어쨌느냐고 부산을 떨며 저녁상을 차렸다. 잠시후 강봉학은 상을 물리기 바쁘게 일어서서 채양이 주글주글한 로동모를 꾹 눌러썼다.

《아니, 왜 또 일어서시우?》

그의 마누라는 서운한 어조로 물었다.

《강연회에 가야 하우. 늦어지겠으니 먼저 자우.》

래일 김기룡이네 로에서 재차 시험생산이 진행되기에 오늘밤은 늦게까지 그들의 준비를 돌보아주어야 할것 같아서 일찍 집에 돌아와 밥을 먹은것이다.

《거울이나 좀 들여다보시구려.》

《봐야 강봉학이겠지.》

사실 요즈음 강봉학은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해서 전혀 제 몸 돌보고 어쩌고 할 사이가 없었다. 시라소니라는 뒤소리며 해임소문이며 그는 60평생에 이렇게 커다란 심리적인 타격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였다. 특히 시험생산이 실패한 날 국장한테서 받은 모욕은 날과 함께 더욱 아프게 가슴을 허비였다.

해임소문을 들은 옛친구들은 나이가 원쑤라고 한탄했고 박철산당비서는 헛소문에 귀기울이지 말라고 위안했다. 그러나 기사장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날 밤 사무실에 찾아온 리진오는 오히려 성이 나서 목청을 높이였다.

《아니, 호랑이라던 직장장동지한테서 한숨소리가 새나오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요?》

강봉학은 걱정과 위안보다 기사장의 비판이 속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그는 언제 어데서나 동정을 바라지 않았고 동정에서 위안을 얻어본적도 없었다. 해임이요 뭐요 하는 말이 국장의 입에서 나왔다는것을 알았지만 국장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있는것을 국장이 입밖에 냈을뿐이라고 생각하였고 원망할것은 그런 소리가 나오게 만든 자신이라고 새겨버렸다.

《직장장동지까지 그러면 난 어쩌랍니까?》 기사장은 분해서 소리쳤다.

《한숨을 쉬려거든 아주 공장에서 나가버리십시오.》

(내가 왜 나가, 망할 친구같으니!)

아마도 그때부터였을것이다. 그의 눈은 다시 번뜩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대낮의 호수의 물면에서 볼수 있는 그런 밝은 반사광이 아니라 야밤의 하늘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우등불의 불빛같은 열기띤 빛이였다.

강봉학은 마누라가 주는 숭늉을 얼른 마시고 집을 나섰다. 서학산에서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내리여 보도의 먼지와 락엽을 날리였다.

그는 길가에 손바닥만 한 쇠붙이가 나딩구는것을 보자 그것을 주어들고 걸었다. 세갈래길을 꺾어돌던 그는 건너편 화물자동차가 서있는쪽에서 떠드는 소리가 나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사짐을 나르는 차였다.

왜 갈가마귀떼처럼 떠드는고? 시계를 본 그는 스적스적 자동차곁으로 갔다. 뜻밖에 자기네 직장의 김기룡이며 완성작업반 청년들이 차에서 이사짐을 내리고있었다.

《아니, 누가 이사를 하는가?》

직장장이 가까이 가자 김기룡이 당황해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최문렬동무 이사짐입니다.》

《최문렬이?… 제대군인?》

《예.》

《아니, 어느 집을 받았어?》

《저…》

짐을 멘 동무들이 기사장사택쪽으로 가는것을 본 강봉학은 짚이는데가 있어서 목청을 돋구어 어디로 이사짐을 나르느냐고 따져물었다. 완성반 반장이 나서서 최문렬이네와 전날 어머니에게서 편지가 온 동무네가 당분간 기사장사택에 들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강봉학은 이야기를 채 다 듣기도 전에 얼굴이 험악해지여 고함쳤다.

《정신들 있어, 엉? 연구하라는 소재증산대책은 연구하지 않구 이따위짓을 연구해? 망할녀석들 같으니, 빨리 짐들을 도루 실어!》

이번에는 김기룡이 나서서 기사장동지가 우겨서 짐을 실어왔다고 설명했지만 강봉학은 들은척도 안하고 차를 자기네 집으로 돌리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성미가 늘어진 완성작업반 반장이 직장장곁에 붙어서서 우길것이 따로 있지 글쎄 그러지 않아도 비좁은 직장장동지네 집에 어떻게 이사짐을 끌고간다고 그러느냐고 사정했지만 강봉학은 막무가내였다.

《그런줄 알면서 왜 이사짐을 실어오는가 말이야?》

《기사장동지가 그 동무의 안해에게 이사오라구 했다구 말하지 않았습니까.》

《말같지 않은 소리 그만둬. 직장장인 내가 눈이 시퍼래서 살아있는데 당장 집들이를 해야 할 기사장사택에 우리 직장 사람을 넣어? 운전사, 빨리 차를 돌리라구.… 아니 운전사, 자넨 왜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처럼 눈이 머룽머룽해가지구 쳐다만 봐? 자넨 우리 집이 어디 있는지 몰라? 엉?》

이런 때 뜻밖에 리재협로인이 나타나서 운전사를 닦아세우고있는 강봉학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여보게 봉학이, 남이 들으면 싸우는줄 알겠네그려.》

청년들은 숨이 나갔다. 공장안에서 자기네 직장장이 두려워하는 오직 한사람인 교관로인이 나타나서 자기네 처지가 구원된것이다.

《여보게 반장, 짐임자는 어디 있나?》

리재협로인이 물었다.

《집에 들어가있습니다.》

리재협로인은 차우에 올라앉은 청년들에게 빨리 짐을 끌어내리라고 이르고 가벼운 짐짝 하나를 들었다.

《아니, 형님까지 내 뺨을 칠 작정이요?》

강봉학은 리재협로인의 손에서 짐을 빼앗으며 성을 냈다. 기사장사택에 자기네 직장사람을 들이면 제 얼굴이 어떻게 되느냐고 하는 말이였다.

《허허, 내가 자네 뺨을 치는것이 낫지 자네가 내 뺨을 칠수야 없지 않나, 엉?》

리재협로인으로서도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다는 대답이였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펄펄 성이 나서 고아대던 강봉학은 더는 말을 못하고말았다.

《허참! 일이 우습게 되는군.》

《차를 집앞으로 바싹 들이대라구.》

리재협로인이 운전사에게 소리치자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뒤걸음쳐서 집쪽으로 굴러갔다.

청년들이 저쪽에서 짐짝을 부리는 사이에 두 로인은 이미 부려놓은 짐짝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두개의 불이 겨끔내기로 밝아졌다스러졌다 하였다.

《날이 찬데 왜 밤에 나와다니시우. 그러다가 또 눕지 않겠소?》 강봉학이 걱정했다.

《괜찮으이, 듣자니까 자네 요새 어깨가 처져다닌다구 하더군.》

《누가 그따위 소리 합디까?》

리재협로인은 다시 담배를 두어모금 빨고나서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허긴 늙었다는 소리 들을 나이도 됐지.》

《늙긴 왜 늙어요.》

《허허, 속은 살아있구만. 제가 늙지 않겠다구 해서 늙지 않을수만 있으면 오죽 좋겠나? 주강소재 모자란다는 아우성이 들리기 시작한지 언젠데 자네가 늙지 않았으면 왜 아직 그걸 해결하지 못하는가? 소시적 강봉학이 같으면 그런 소리를 그냥 듣고만 있겠는가?》

《두고보시우.》

《시험생산에서 실패했다지?》

《처음인걸요.》

《물엿생각을 하라구. 그럼 어깨가 처지지 않을걸세.》

강봉학은 지난날이 생각나서 가슴이 쩌릿해졌다. 그것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잊지 못할것이였다.

첫 뜨락또르를 만들 때 벌집같이 까다로운 기통머리의 주물을 성공하기가 헐치 않았다. 시험을 계속해야겠는데 조형에 필요한 물엿이 없었다. 종파나부랭이들은 아이들에게 먹이지 못하는 물엿을 마구 태워버린다고 반국가적행위로 몰아 검찰소일군을 부른다 어쩐다 야단을 쳤다. 주물작업반 반장이였던 강봉학은 하는수없이 반원들과 협의해서 하루에 두끼만 먹고 한끼분의 강냉이를 모아 그것으로 물엿을 달여 시험을 계속하였다. 물엿을 달이는 날 막내녀석이 손가락을 입에 넣고 아버지가 물엿을 주려니 하고 기다렸는데 《무정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숟갈도 주지 않고 물엿가마를 박박 긁어가지고 공장에 나가버렸다. 그렇게 해서 끝내 성공한것이다.

강봉학은 그날을 회상하다가 웅근 목소리로 말했다.

《소재를 자체로 해결하지 못하면 내 강가성을 갈겠수다.》

《흐흐… 이제야 강봉학이다운 소릴 하는군.》

강봉학은 리재협로인이 무릎을 짚으며 일어서는것을 팔소매를 잡아당기여 앉히였다. 그리고 엷은 구름에 가리운 달을 한참 바라보다 물었다.

《형님, 전에 4천대 투쟁할 때 전기로보수를 몇시간에 했던가요? 아리숭하구만요.》

《뚱딴지같이 왜 갑자기 그걸 묻나?》

《알아야 할 일이 있어서요.》

리재협로인은 강봉학직장장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한참 눈여겨보다가 대답했다.

《급해맞을 때는 한 대여섯시간에 후닥닥 해치웠지. 제가 하구두 다 잊었나?》

《여섯시간이 무슨 후닥닥이요?》

리재협로인은 그가 주강소재생산을 다그치기 위해서 그때모양으로 불속에 들어가 로를 보수할 궁리를 하는것 같아서 지금이 어느때라고 그런 꿈을 꾸느냐고 타일렀다.

《그런것, 저런것 가리게 됐는가요?》

리재협로인은 강봉학의 모험을 제지시킬수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덧붙여 말했다.

《여보게 봉학이, 자넨 그때처럼 반장이 아니라 직장장이야. 직장장이 로동자들을 그런 모험에 내몰수 없지 않나?》

《내몰다니요?》하고 강봉학은 로인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내가 앞장서지 누굴 내몰아요?》

《자네가?… 아니, 자네가 뭐 서른이나 마흔소리 들을 땐줄 아는가?》

리재협로인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허 웃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요.》

《마음과는 달라.》

《그까짓 오래나 살아서 뭘하겠소.》

리재협로인은 더 권하지 않았다. 강봉학이 일단 결심하면 그 누구도 그것을 고치게 할수 없다는것을 잘 아는 로인이였다. 자기가 강봉학의 처지에 놓였다 해도 그런 결심을 내렸을것이다.

《그냥 앉아있겠나?》

리재협로인이 허리를 툭툭 치며 먼저 일어섰다.

《집에 들어가서 꼬락서니를 보고 가겠수다.》

《고함은 치지 말라구.》

《다 쑤어놓은 죽 어찌겠소.》

《그럼 난 먼저 가네.》

결국 강봉학은 이사하는데 참녜하느라고 강연회에 늦어져버렸다.

그가 문화회관에 들어서자 강연회가 방금 시작되여 그는 허리를 굽히고 뒤자리를 차지했다.

《여보게, 제목이 뭔가?》

강봉학은 앞에 앉은 사람한테 물었다. 천성적으로 높은 목청이여서 주위사람들이 모두 쳐다본다.

《〈이상기후현상의 영향에 대처하여 래년도 농사차비를 철저히 하자〉.》

그는 얼른 제목을 적고 얼굴을 들었다. 강사인 박철산당비서는 변덕스러운 이상기후현상의 영향으로 세계도처에서 사람들이 불란리, 물란리를 겪고있으며 농사를 망치여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비틀거리고 굶어쓰러지고있는 형편을 자료를 들어가며 이야기하고있었다.

(그러니까 2천대를 더 생산해야지.) 하고 강봉학은 생각하였다. 이번 시험생산은 어떻게 되겠는지? 박기사가 연구하는것까지 계획대로 되면 발편잠을 자겠는데.

…강연회가 끝난 후 밖에 나온 강봉학은 자재과장을 붙들어세우고 주물모래가 떨어져간다는 이야기를 벌려놓았고 기관직장장한테 잡히여 한참 주강소재단련을 받다가 직장으로 향했다.

퇴근하던 장난꾸러기청년들 한패가 천천히 지나가는 지게차에 매달리여 운전공처녀에게 성화를 시켰다. 작업을 방해하는데 약이 오른 운전공처녀는 차를 냅다 몰다가 급정거했다. 그 바람에 적재함우에 탔던 청년들은 서로 이마를 짓쪼았고 운전대곁에 매달렸던 청년은 저만큼 나딩굴어 웃음판이 벌어졌다.

그때 로동안전원이 그옆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운전공처녀는 《보복》을 받았을는지도 모른다.

장난꾸러기청년들은 로동안전원에게 덜미를 잡히지 않으려고 냅다 달아났다. 그러더니 앞에 가는 자기 동무들사이에 끼여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하고 노래를 부른다.

(저 시절은 언제 지나가버렸누?)

강봉학은 청년들을 부럽게 바라보다가 직장에 돌아갔다.

강연회가 끝나는 길로 참모부서 일군들과 간접부문 일군들 여럿이 현장에 와있었다. 당위원회에서 주강소재문제를 푸는것이 2천대증산과제수행에서 돌파구를 여는 길이라고 강조한 후부터 주강직장현장에 수다한 일군들이 문돌쩌귀에 불이 나게 찾아온다. 공장기동예술선동대원들은 매일 현장에 와서 나팔을 불어대는가 하면 일년내내 얼굴을 보기 어렵던 공급과장까지 안경알을 번들거리며 사무실에 찾아와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는가고 물었다.

강봉학은 그 모든 일을 부질없는 소동으로, 시끄러운 일로 여겼다. 과장이나 실장들이 들고다니는 그 수첩장과 그 나팔소리속에서 어떻게 쇠물이 더 흘러나온다고 하는가?

용해장으로 올라가려던 강봉학은 무춤 걸음을 멈추었다. 어제그제 공급과장이 직장에 왔다간 후 생긴 현장이동판매점에 청년들이 모여있었다.

(저것 보지, 벌떼처럼 달라붙었군. 같은 값이면 나이지숙한 아낙네라도 판매원으로 보낼것이지 하필이면 왜 저렇게 예쁜 처녀를 보내여 총각녀석들이 떨어질줄 모르게 하느냐 말야, 가뜩이나 로력이 딸린다는데.)

강봉학은 1호로의 전기로공들이 쇠물을 뽑으면서 시험생산준비를 다그치고있는 용해장에 올라갔다.

그는 용접하는 동무의 옆으로 가서 쭈그리고앉아 손으로 용접광을 가리우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으니 일을 서두르지 말라구.》하고 참견했다.

용접공이 용접면을 벗으며 직장장아바인 그러시다가 그 말 잠꼬대하지 않겠느냐고 롱으로 받아넘기여 현장에는 웃음이 터지였다.

《곰곰히 하라구. 시험생산에 성공하면 내 한상 푸짐하게 차림세.》

강봉학이 용접공의 실팍한 잔등을 갈기고 일어서는데 처녀가 달려와 정문에서 전화가 왔다고 알리였다.

《잘못 받은게 아니야?》

이렇게 군소리를 하며 송수화기를 든 강봉학은 삽시에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참모부일군들이 모두 자리를 뜨고 없어서 직장장을 찾았다고 하면서 우리 공장에서 주강소재가 딸린다고 다른 공장에서 도와주려고 사람들이 왔다는것이다.

강봉학은 귀구멍을 우비고 고함쳤다.

《뭐라구?》

《다른 공장에서 주강소재 도와주려구 사람이 왔다니까요.》

강봉학은 우리안에 든 호랑이처럼 펄펄 뛰였다.

《뭣이 어쩌구 어째? 우린 그런 도움을 청한 일이 없다구 말하라구. 두말 말구 그렇게 말하라는데! 공장안에 한걸음이라도 들여놓았다가는 임자 정갱이를 분질러놓겠어.》

강봉학은 목에 피줄을 세우고 기승스럽게 소리쳤지만 송수화기를 놓자 갑자기 맥이 빠진듯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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