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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회


제 2 장

10


한정빈국장과 헤여진 리진오는 퇴근차비를 하고 종합청사를 나섰다.

썰렁한 바람이 종합청사앞마당에 널린 락엽을 굴리고 담밑에서 귀뚜라미가 무엇인가 애원하듯 애절하게 울고있다.

그는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도 한정빈국장이 일으킨 가슴속의 선풍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것 같아서 공장구내를 걷기 시작하였다.

(책임을 진다구?!)

생각만 해도 겁이 나서 온몸의 피가 머리에 모이는것 같고 가슴이 떨리였다. 생산이 최근의 형편처럼 계속된다면 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할수도 있는것이다. 그렇게 되면 온 공장의 수천의 비수같은 눈이 심장을 겨누어 쏘아댈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고집하는가?! 신념이지! 신념을 배반하는자는 인간추물이다. 생활은 좋은 결과일 때는 나쁜 과정에 대해서 묻지 않아도 나쁜 결과일 때는 좋은 과정과도 타협하지 않는다구?!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의와 결백, 성실과 진실은 언어학상의 개념으로만 남아있게 된단 말인가?! 천만에!

리진오는 어느새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현지지도사적비곁에까지 왔다. 공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가 집안에서 충격적인 일이 생기면 말없이 현지지도사적비를 찾군 하던 아버지모습이 생각났다. 2천대증산전투가 시작되기 전날도 아버지는 여기에 왔었다.

올봄에 애솔을 옮겨다심은 현지지도사적비구역은 한결 더 아늑해졌다.

래년에는 나무를 더 심고 구역을 확장해서 공원처럼 더 잘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한번 주위를 돌았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공장에 오셨다는 환희로운 소식을 접했던 때로부터 어느새 20년이 됐는데 마치도 그날에 있었던 일이 어제일처럼 선명히 떠오른다.

…그것은 1958년 가을이였다. 그해 가을 서학산에 단풍이 유난히 빨갛게 불탔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온 리진오는 가방을 방안에 던지고 서학산에 다람쥐를 잡으러 가려다가 어머니에게 들키고말았다.

《공장에 밥 날라가야지. 어디로 빠지려는거냐?》

어머니가 밥보자기를 주며 국물이 쏟아지지 않게 바로 들고가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는 담을 돌아서기가 바쁘게 잊어버리고 밥보자기를 휘휘 휘두르며 공장으로 떠났다. 그의 옆주머니에서는 참새를 세마리나 쏴잡았다고 그 표시로 손잡이에 홈을 세개 판 고무총의 줄이 매달려 춤을 추었다.

그 시각에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공장에 도착하시였고 그가 공장의 후문으로 들어갔을 때는 벌써 수령님께서 사무실에도 들리지 않으시고 곧바로 로동자들이 뜨락또르부속품들을 깎고있는 현장에 도착하시였다.

공장에 들어서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진오는 시험제작직장에까지 어떻게 달려갔는지 몰랐다. 그는 밥보자기를 든채로 쏜살같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 바람에 밥보자기에서는 꼭지를 채 막지 않고 틀어놓은 수도물처럼 국물이 흘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어느 기대옆에선가 로동자들과 담화를 하고계시였는데 그 주위에 수행한 일군들과 공장일군들 그리고 수많은 로동자들이 겹겹으로 둘러서서 진오는 도저히 수령님의 존안을 뵈올수가 없었다. 사람들 틈을 뚜지고 앞으로 나서려고 버둥거렸지만 무정한 어른들은 그냥 그자리에 바위처럼 서서 움직일줄 몰랐다.

그렇다고 수령님께서 말씀하고계시는데 비켜달라고 고함을 칠수도 없는 일이였다.

수령님께서는 기대옆에 쌓여있는 다듬이돌만 한 기통머리곁에 가시였다.

지배인이 그 기통머리를 만들기 위해서 로동자들이 간고분투하고있는 정형을 말씀올리고있었다. 주물공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겨우 성공해서 가공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가공도중에 백선과 가스구멍들이 발견되여 그냥 오작을 내고있었다.

무드기 쌓여있는 오작난 제품들을 바라보시던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주물을 책임지고있는 강봉학에게 나직이 외우시였다.

《실패를 거듭했단 말이지.》

《…》

작업반장 강봉학은 아무런 대답을 드리지 못하고 머리를 숙이였다.

《그런데 왜 작업장도 좁은데 여기다 쌓아두고있소? 밖에 내가지 않구…》

《저, 오작을 냈다구 변상하라구 해서 분발하느라고 밖에 내가지 않았습니다.》

《뭐, 변상?…》

이렇게 되물으시는 어버이수령님의 음성은 엄하시였고 안광에는 분노의 빛이 번뜩이시였다.

《…》

온 현장은 숨을 죽이고있었다.

《누가 변상을 하라고 했소?》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일군들을 돌아보시며 엄하게 물으시였다.

진오는 얼마전에 키가 그리 크지 않은 중절모 쓴 사람이 와서 변상을 하라고 땅땅 호통을 치던 광경을 목격했던 일이 떠올라서 왜 강봉학아저씨도 그렇고 아버지도 말씀드리지 못하고 가만있을가 하고 생각했다.

그날 그 젊은 사람이 늙은 아버지에게 얼마나 건방지게 굴었다구, 내가 저앞에 나가있으면 아버지대신 원수님께 몽땅 말씀드리겠는데…

《아버지, 어서 말씀드려요!》하고 진오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상동무, 누가 그렇게 찬물을 끼얹는지 알아보시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노하신 음성으로 준절히 말씀하시였다.

《아마도 뜨락또르를 만들지 말고 사다 쓰자고 하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였을거요. 우리는 광석이나 철을 팔아먹고 기계는 사오는 식으로 나라살림을 할수 없소. 우리는 그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뜨락또르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어야 하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강봉학을 바라보시며 갈린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래 그렇게 모욕하는 사람을 가만두었단 말이요?》

잠시후 걸음을 이으시려던 그이께서는 손끝에 붕대가 감긴 강봉학의 손을 보시고 물으시였다.

《손을 다쳤소?》

《아, 아닙니다.》

강봉학은 험하고 기름묻은 손을 감추고 어쩌고 할 사이가 없었다.

그이께서는 강봉학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우에 올려놓으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 험한 손에서 실패를 거듭한 로동자들의 고심을 헤아리시며 가슴아프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이 손을 가지고 그냥 일을 하고있단 말이요?》

《보긴 그래도 괜찮습니다.》

《참겠지.》

《아닙니다. 전쟁때에 대면 엿먹기입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의 손에 자신의 자애로우신 손을 덮어싸주시고 중앙에서 온 수원들을 돌아보며 말씀하시였다.

《이 동무들은 나를 믿고 이 고생을 하는데 나는 크게 도와주지 못하고있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은 뜨락또르를 꼭 만들어놓겠습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격정이 스민 음성으로 외우시였다.

《고맙소. 난 동무들을 믿소!》

진오는 사람들짬으로 강봉학아저씨가 눈굽을 훔치는것을 보았다. 큰형이 전사했다는 통지서를 보고 주먹으로 눈물을 찍어내는것을 본 후로는 처음이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다음작업장으로 걸음을 옮기고계시였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계시는데 무어라고 말씀하시는지 영 들을수가 없다. 비록 이야기는 듣지 못하더라도 어른들뒤에서나마 원수님을 뵐수만 있다면 그런대로 참을수 있겠는데 앞은 절벽이다.

《락동강에서 전사한 아들생각이 나서 뜨락에 살구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진오는 어버이수령님께서 이렇게 외우시는것을 들었다. 그런데 어째서 갈린 음성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리해가 되지 않았다.

《재협동무만 아니라 우리모두가 그 가렬처절했던 락동강전투를 잊지 말아야 하오. 거기서 얼마나 많은 이 나라 아들딸들이 조국을 위하여 젊음을 바치였소. 그들은 현대적전투기술기재로 무장하고 유생력량으로 보아도 우세한 적들이 앞에 있었지만 무엇이 없다거니 무엇이 적다거니 하는 말 한마디도 없이 락동강도하전투를 벌렸소. 나는 불타는 락동강의 정신이 이 공장에 그대로 살아있는것이 정말 기쁘오.》

앞으로 뚫고나가려고 갈팡질팡하던 진오는 얼핏 어버이수령님께서 《막내는 학교에 다니겠구만.》하고 다정히 말씀하시는것을 들었다.

《예, 학교에 다닙니다.》

진오는 그것이 자기를 두고 아버지가 올리는 말이라는것을 깨닫는 순간 《원수님, 저는 여기 있습니다.》하고 소리칠번 하였다.

《작은 아이는 꼭 대학에까지 보내도록 합시다. 그래서 제 형들이 못한 공부를 시킵시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생각이 깊으시여 하시는 말씀이지만 진오는 기뻐서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원수님말씀대로 공부 잘하겠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웨치던 진오는 불현듯 저쪽으로 우회하며 어버이수령님께서 가시는 쪽으로 먼저 가있으면 그이께 인사를 올릴수 있으리라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벌써 그렇게 해야 하는건데.)

진오는 다람쥐처럼 날쌔게 기대사이를 지나서 제관작업반쪽으로 달려갔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그사이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크랑크축을 기계의 도움을 받다 못해 새끼를 꼬아서 연마하는 작업장에 머무시여 가슴아프신 표정으로 그것을 쓸어만지시였고 작은 부속을 깎는 녀성들의 작업장에 가시여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격려의 말씀을 해주시더니 마침내 수원들을 거느리시고 제관작업장으로 오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제관공들한테서 메로 두드려 복잡한 제관품을 만들고있는 정형을 보고받으시다가 밥상의 간장종지처럼 어른들틈에 끼여있는 진오를 보시였다.

《누구의 아들인데 눈이 저렇게 반짝이는가. 어서 이리 오너라.》

로동자들이 힘겹게 일하고있는 모습을 보시여 어두운 빛이 어리시였던 어버이수령님의 존안에 밝은 미소가 피여나시였다.

진오는 로동자들이 등을 밀어주어 한발자욱 나서며 손을 쳐들어 활달하게 소년단인사를 올렸다.

《아까 말씀드린 제 막내입니다.》

리재협이 아들의 단정치 못한 옷주제를 보고 송구한 마음으로 말씀드렸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진오가 든 밥보자기를 바라보시며 《아버지밥을 가져온게로구나.》하고 대견해서 말씀하시였다.

《허허… 그런데 국물이 다 쏟아졌구만. 어머니가 밥그릇을 잘 들고가라고 이르었겠는데 보자기를 보면 국물을 쏟드렸다구 책망하지 않겠니?》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제야 진오는 밥보자기를 직장사무실에 놓고올걸 그랬다고 그것을 슬그머니 뒤에 가져갔다.

《아직은 장난이 재미있을 때지.》

그이께서는 이렇게 외우시며 그 밥그릇을 좀 보자고 말씀하시였다.

《어서 좀 보자꾸나.》

그이께서는 로동자들이 기름묻은 옷채로 휴식하군 하는 쇠의자에 허물없이 앉으시여 밥곽을 여시였다.

강냉이를 그리 많이 섞지 않은 밥이였지만 얼핏 보기에 온통 노란 밥이였다. 산나물을 무친 찬그릇까지 한참 내려다보시였다. 그 어떤 고통을 참고계시는듯 한 표정이시였다.

이윽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진오를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집에서는 강냉이를 더 많이 섞어먹겠지?》

진오는 어버이수령님께서 가슴이 아프시여 그렇게 말씀하신다는것을 깨닫고 서둘러 《아닙니다.》하고 말씀올렸다.

《아버지와 형님의 점심밥을 골라담고나면 어머니에게는 강냉이만 차례질게다.》

그이께서는 진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근엄하신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진오야, 조금만 참아라. 이제 아버지네들이 뜨락또르를 만들어 그것이 온 나라에 퍼지게 되면 우리모두 흰쌀밥을 먹게 된다. 그날을 위해서 아버지와 이 아저씨들은 손이 터지고 피멍이 지여 아프지만 꾹 참고 일하고있단다.》

리재협이며 강봉학이며 몇몇 로동자들이 가슴이 끓어나서 외면하고 눈구석을 훔치였다.

이윽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진오의 바지자락에 국물이 흐른것을 손수건으로 훔쳐주시며 말씀하시였다.

《아버지를 잘 도와드려야 한다. 아버지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고계시는지 너두 잘 알고있지.》

어머니 아니면 그 누구도 옷이 어지러워진것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진오는 수령님의 그 념려에 감격해서 주먹으로 눈귀를 문대였다. 그리고 어머니앞에서처럼 솔직하게 대답을 드리였다.

《우리 형님은 더 힘든 일을 하고있습니다.》

어린것의 뜻밖의 대답에 주위사람들은 모두 아연해졌다.

《아닙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수령님.》

진오의 형 진태가 당황하여 동생의 말을 정정해서 말씀올렸다.

《아이들의 눈이야 속이지 못하지. 그래 진태동무는 무얼 만들고있소?》

《뜨락또르바퀴의 테를 만들고있습니다.》

《그 육중한것을 두드려서 만드는 모양이구만.》

모두들 철없는것이 그이께 걱정을 끼쳐드렸다는 생각에 어쩔바를 몰라하고있는데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진오를 품에 안아주시며 약간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네가 바로보았다, 바로보았어!》

진오는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속에 담긴 뜻을 알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다. 지각없는 어린 진오는 오히려 신이 나서 말씀드리였다.

《원수님, 큰 프레스만 있으면 꾹 눌러서 만들수 있습니다.》

진오는 갑자기 아버지가 잔등을 건드리며 나무라는 신호를 해서야 이야기를 중단하였다. 그제야 그는 주위사람들이 당황하고있다는것을 눈치챘다.

(어떡허면 좋담?!)

진오는 눈을 깜박거리다가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이 한걸음 나서며 《원수님! 제가 크면 프레스를 꼭 만들겠습니다.》하고 말씀드렸다.

그의 아버지 리재협은 당황해서 아들의 손을 잡아당기였는데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어린것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다가 근엄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이 애가 내 마음에 드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에겐 기계가 있어야 합니다. 온 나라를 기계의 수풀로 덮어야 합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진오의 얼굴을 자애로운 눈길로 더듬어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지금은 너의 형님도 그렇구 너의 아버지도 그렇구 대단히 힘들게 일하고있다. 그러나 앞으로 너의 대에 가서는 일이 헐하게 될게다. 기계들이 수풀처럼 일어서서 사람이 일하는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일하는 기계를 살피게 될게다. 그때에 가서는 일하는 모습만 달라지게 될뿐아니라 사람이 사는 모습도 달라지게 될게다.

그때 가면 너는 아버지와 아저씨들이 무엇을 위해서 고생을 참고 일했는지 알게 될게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때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예언하시고 구상하신대로 이미 기계의 수풀, 기계의 바다가 이 공장에 펼쳐졌다.

그런데 그때 수령님께서 사람이 사는 모습도 달라질것이라고 예언하신것은 어떤 형의 인간을 두고 하신 말씀인가? 리진오는 어느모로 보나 자기는 수령님께서 바라시는 풍격을 다 갖추지 못한 인간인것만 같았다. 그이께서 예언하신 그런 인간이 이 공장의 생산을 지휘하였더라면 공장형편이 이 지경으로 되지 않았을것이며 설사 공장앞에 난관이 가로놓였다 하더라도 그런 인간은 지금의 자기처럼 고뇌속에서 허덕이지 않을것이다.

어떻게 이 난국을 뚫고나갈것인가? 왜 나는 그것을 모르는가?

리진오는 어버이수령님께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그날을 회상하며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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