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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18 회


제 2 장

9


《여보 계획과장동무, 얼굴이 노래가지고 수산기만 돌리지 말구 현장바람을 쏘이는것이 어떻겠소. 그럼 오히려 능률이 날거요.》

《기술과장동무요? 우리 현장에 나가서 옛날처럼 땀을 흘려봅시다. 기관본체의 모래털기가 걸렸다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잖소. 기사들을 모두 데리고 나오우.》

공장에 내려온 다음날부터 생산형편을 료해하느라고 현장에 들어박혀있던 한정빈국장은 마침내 생산지휘를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하고 기사장을 만나러 종합지령실에 왔는데 소재가 딸려서 기관본체흐름선이 멎는다고 아우성이여서 분공장에 나가고 없는 기사장을 대신해서 이렇게 팔소매를 걷고 각 부서에 대고 소리쳤다.

공장형편을 료해한 한정빈은 2천대증산이 높은 과제이기는 하지만 공장의 잠재력으로 보아 보조, 간접부문의 모든 물적, 인적력량을 총동원해서 그것을 직접생산부문에 투입하면 점령 못할 과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래서 그는 총동원의 우월성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기사들과 사무원들을 현장지원에로 불러일으킨것이다.

《기사장동무가 오거든 내 2주물 모래털기장에 나갔다고 일러주우.》

한정빈은 계획지령장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종합지령실을 나섰다.

그는 자기가 독단으로 사업조직을 한것을 기사장이 어떻게 생각할가 하고 더듬어보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허참, 랑만적인 친구라니까!)

현장에서는 일정계획을 련일 미달하고있는데도 기사장은 어떻게 할 작정인지 기술자, 로동자들을 계획수행에로 총집중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생산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소리만 한다. 당앞에서 생산을 책임진다는것이 무엇인지 또한 그것이 자기의 정치적생명과 어떤 련관이 있는지 몰라서 그렇게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고있는것이 아닌가싶기도 하였다.

국장이 공장에 와서 처음으로 지시하는 일이여서 비생산부서의 책임자들은 군소리없이 아래일군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와서 주물직장의 모래털기장에는 사람들이 들끓었다.

한정빈은 지원자들속에 어울려 그들과 함께 모래털기작업에 나섰다.

사방에서 망치질이였고 거기에 조형의 모래다짐기소리까지 어울려 현장은 금속성의 소음으로 귀가 아팠다. 출선을 시작한 용선로에서는 화려한 불꽃들이 무수한 포물선을 그렸다.

2주물직장장은 지원자들이 온것을 뒤늦게 알고 현장에 나타났다. 성미가 늘어진 그는 《원, 이런 고마울데라구야.…》 하고 입이 함지만하게 벌어졌다. 참모부에 로력지원을 아무리 요구해도 꿈쩍을 하지 않더니 난데없이 호박이 차례진것이다. 그래서 그는 통계원을 시켜 단물을 사오게 하고 그것을 들고 지원자들을 찾아다니며 머리를 조아렸다.

모래털기작업에 숱한 사람이 달라붙어서 푹푹 일자리가 났다.

한정빈은 지원자들의 작업정경을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다시 망치를 잡았다. 지난날 공장에서 사업할 때는 무시로 로동자들의 일판에 섭쓸려 땀을 흘리고 밤에는 밤대로 온 공장안을 드달려다니여도 힘든줄 몰랐는데 망치질 몇번에 팔이 쑤시고 어깨가 아파났다. 그러나 그는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목에 건 수건으로 연방 땀을 훔치며 일손을 다우치였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났다.

《일하시는 뒤모습을 보니 이젠 틀렸습니다.》

분공장에 갔던 리진오가 나타나서 하는 말이였다.

《허허, 하긴 그 말이 옳은가보우.》

한정빈은 소재에 걸터앉으며 허리를 툭툭 건드렸다. 기사장이 자기 망치를 집어들고 일을 하려고 하자 그는 얼른 말리였다.

《손에 묻히지 마오. 좀더 하구는 아주 끝내겠소.》

그는 독단으로 자기가 조직한 돌격작업에 기사장이 리해를 표시해주는것이 고마와 피로가 일시에 가셔지는듯 하였다.

지원자들이 군데군데 모여앉아 떠들어대며 휴식하는 곳으로 조형공처녀들이 단물을 날라왔다.

《주물직장처녀들은 하나같이 절색이로구만.》

지원자들은 처녀들이 주는 단물을 받으며 저저마끔 한마디씩 하였다.

《그러기말이요. 우리 공장 미인은 다 주물에 모인것 같군.》

《미인들만 골라서 배치했으니 그럴수밖에.》

《정말?》

《원, 귀가 항아리만 하군.》

《정말이라우.》하고 가공준비실의 매부리코기사가 말했다.

《일은 이렇게 된거라네. 우리 소재부문 직장들에는 아직 일부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공정들이 있어서 거기서 일을 하면 작업과정에 얼굴이 어지러워지지 않소. 얼굴이 잘생기지 못한 처녀를 그런데다 보내면 더 볼품없게 되여 좋지 않은 영향을 줄수 있다구 로동과장동무가 소재부문에는 되도록 잘생긴 처녀들만 골라서 배치한단 말이요.》

《허긴 얼굴이 처녀들에게야 아주 중요한 문제지.》

《동무, 그게 정말이요?》

단물을 마시던 한정빈국장이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제가 직접 들은걸요.》

《허허, 로동과장이 보기엔 도끼로 막 다듬은 나막신같이 생겼는데 인간성이 보통아니군.》

《좋은 과장입니다.》

리진오는 이렇게 대답하고 가공준비실의 이야기군을 건너다보며 물었다.

《내 생각엔 로동과장동무가 우리 기사들을 은근히 비판하며 그런 조치를 취한것 같은데 동무생각엔 어떻소?》

《왜 우릴 비판한단 말입니까?》

매부리코기사는 눈이 둥그래졌다.

《우리 기사들은 처녀들을 그처럼 괴롭히고있는 락후한 생산공정들을 개조하지 못하고있지 않소.》

매부리코만 아니라 모여앉은 기사들모두가 가슴이 찔리워 얼굴이 벌겋게 되였다.

(하여간 보통친구가 아니라니까!)

한정빈은 단물을 마시며 속으로 외웠다.

모래털기작업을 끝낸 한정빈은 자기가 사업하고있는 사무실에서 기사장과 마주앉았다. 그는 그사이 공장형편을 료해하면서 생각한 의견들을 체계화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한정빈은 공장에 내려온 다음날부터 공장실정을 료해하느라고 직장들을 찾아다니며 파고들어서 요즈음 직장장들사이에서는 《국장동지한테서 땀을 뽑았소?》하는 인사들이 교환되였다.

국장은 현장들만 아니라 창고들도 뒤져보았고 합숙호실들도 찾았다. 그래서 기사장은 지금 국장이 주는 의견들을 하나도 귀밖으로 흘려보낼수 없었다.

안락의자에 앉았던 리진오는 국장이 자기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문제며 혹은 걸린 문제들에 대한 기발한 대책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앞상에 나앉아 《가만, 좀 천천히 이야기해주십시오.》하며 부지런히 적었다.

《곧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내 불찰입니다.》하고 대답하며 쓰던 리진오는 때로 얼굴을 번쩍 쳐들고 자기의 견해를 내세우기도 하였다. 그렇게 의견이 대립되면 서로 자제하고 양보하며 합의를 보았고 혹은 차후에 더 토론하자고 뒤로 미루기도 하였다.

그러나 화제가 공장의 모든 력량을 직접부문의 생산에 내몰아 돌격전투를 벌리겠는가, 생산을 높은 수준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겠는가 하는 문제에 옮겨지자 서로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고 또 그것은 한시도 미룰수 없는 일이여서 날카로운 론쟁을 계속하였다.

전화소리, 타자기소리 그리고 복도에서 주고받는 목소리로 하여 소란스럽던 종합청사는 조용해졌다. 어느새 밤이 깊어진것이다.

《물론 동무말대로 매개 단위에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생산의 조직과 지휘를 과학적으로 한다면 생산을 높은 수준으로 정상화할수 있겠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언제 기술혁신이요 과학화요 하며 앉아있겠소?》

한정빈은 공장의 모든 력량을 직접생산에 투입하고 장단을 몰아치지 않으면 높은 증산계획을 수행할수 없다는것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긴 이야기를 하였다.

《예술이 생활에 의거할것을 요구하는것처럼 생산지휘도 역시 생활에 든든히 발을 붙일것을 요구한단 말이요. 공장의 현실태로써는 생산을 높은 수준으로 정상화하는것이 어렵다는걸 이번달 생산실적이 잘 보여주고있는데 왜 그것을 고집하는지 모르겠소. 생활의 흐름은 거역하지 못하는 법이요. 생활이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기 흐름에 태워가야 할데로 날라가고마는 법이요.》

자기의 긴 이야기가 리진오에게 그 어떤 충격도 주지 못했다는것을 깨달은 한정빈은 입을 다물었다.

(허긴 보통 고집쟁이가 아니지.…)

생각에 잠겼던 리진오가 이윽고 침묵을 헤치였다.

《전 국장동지의 립장을 리해할수 없구만요.》

《뭐, 립장?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요?》

리진오는 용기를 잃을가봐 한정빈의 시선을 피해서 창밖을 내다보며 대답하였다.

《국장동진 당면한 생산만 알고 공장의 장래운명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뭐, 내가?》

《그렇습니다.》

리진오는 당면생산이 바쁘다고 설비보수력량까지 생산에 투입하면 설비들은 혹사되여 증산전투가 끝나면 생산은 급격히 하강선을 그을것이라고 력설하였다.

《그건 그때 가서 대책을 취하면 되지 않소.》하고 한정빈은 타일렀다.

《증산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게 된다는걸 몰라서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우?》

《책임을 지게 된다고 공장의 래일을 희생시킬수야 없잖습니까?》

《아니, 뭐 공장의 래일을 희생시킨다구?》

날카로운 두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치였다.

《용서하십시오. 전 생각하는걸 숨김없이 말했습니다.》

《동문 날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릴 하는거요? 다른 사람도 아닌 동무가 날 그렇게 모욕하는 법이 어디 있소, 엉?!》

잠시후 한정빈은 체신머리없이 큰소리를 친것을 후회하며 담배를 빨아댔다. 리진오의 박대에 대한 실망보다 이런 박대를 받아야 하는 스스로의 처지가 서글프게 생각되였다.

저기 저렇게 도도한 표정으로 앉아있는것이 과연 그 옛날 서학산에 가서 밤을 털어달라고 조르던 그 리진오라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무엇이 둘사이를 이렇게 멀리 갈라놓았는가?

창밖의 허공을 내다보던 리진오는 공손히 선생의 욕을 먹고있는 학생처럼 머리를 수굿하고 앞상에 놓인 재털이를 빙글빙글 돌리고있었다.

(고집쟁이같으니! 새가 셈을 센다고 우길 때도 내가 졌으니까 이번에도 내가 져야지.)

풀썩풀썩 담배 한대를 다 태운 한정빈은 어조를 바꾸어 타이르기 시작하였다.

《이보우 진오,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 어떻게 전투를 하겠소? 앞날을 생각하지 않는다는건 동무가 아니라 내가 할 말이요. 동무는 이것이 당에서 받은 처음과제인데 어떻게 하나 수행해놓고보아야 할게 아니요. 너무 우기지 말라구. 생산을 높은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방법으로 증산계획을 수행할수만 있다면야 리상적인거지. 내 말 귀담아들으라구. 생활은 좋은 결과일 때는 나쁜 과정에 대해서 묻지 않아도 나쁜 결과일 때는 비록 좋은 과정일지라도 타협하지 않는단 말이요.》

한정빈국장은 긴 이야기를 하였지만 리진오는 인내성있게 듣고있었다.

빙빙 돌리던 재털이를 제자리에 놓은 리진오는 국장의 책상에 놓인 문건을 건너다보았다. 그가 완성한 새 주조법을 다른 기계공장들에 일반화할데 대하여 쓴 의견서였다. 리진오는 렴치불구하고 그쪽으로 바싹 나앉으며 국장이 부장앞으로 제출할 문건을 들여다보았다.

남의 창조물을 자기의 연구성과처럼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면 차후에 문제가 제기되여 책임을 질수도 있는 그런 문건을 쓰지 않을것이며 쓸 생각도 하지 않을것이다.

가슴이 뭉클해진 리진오는 국장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분노하고있을줄 알았는데 그 얼굴에는 수심의 짙은 그늘이 비껴있었다.

그는 국장에게 무례한짓을 한것만 같아서 마주앉아있기가 송구하였다. 국장에게 사죄하여야 한다는 도덕적의무를 강렬하게 자각하였지만 그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사죄하여야 할것이 무엇인지 딱하게도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후 리진오는 아프도록 세차게 손을 깍지껴서 앞상에 올려놓으며 무엇인가 사죄하고싶은 마음까지 겸해서 말했다.

《무조건 증산계획을 수행해놓겠습니다.》

《무조건 수행하자면 옳은 방도를 선택해야 하우. 동문 아무래도 자신을 과신하고있는것 같소. 사업에서는 물론 생활에서도 자신을 과신하면 실패하기마련이요. 은하의 휴가문제만 해도 그렇지. 내가 이야기해서 휴가를 주게 했다는걸 알면서 동무가 그것을 취소하는 법이 어디 있소. 그것도 자기과신의 표현이란 말이요. 만약에 내가 비법적인 일을 강요했다고 하는 경우라도 동무만은 체면상 그렇게 할수 없지 않소. 내 권고를 잘 생각해보오. 새 주조법을 연구할 때의 실패는 동무 혼자의 실패로 끝났지만 기사장의 실패는 리진오의 실패로 그치는것이 아니라 공장의 실패로 되고 우리 공업의 실패로 된다는걸 잊지 마오.》

리진오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물랭각기 이음짬에서 증기를 보내오는 메마른 딱딱소리가 방안의 정적을 깨뜨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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