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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회


제 2 장

2


조형장에 나가 숨을 죽인 섞음망을 본 리진오는 격분해서 시퍼런 얼굴로 2공무직장을 향해 떠났다. 섞음망의 사고를 제때에 퇴치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허약한 체질로 증산전투에 들어선 생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것이다.

(노랭이같으니!)

그는 중요한 설비의 부속품마저 그 예비를 마련하지 않고있는 오선달직장장에게 속으로 귀먹은 욕을 드립다 퍼부었다. 지난봄 기사장으로 사업하기 시작한 후 그는 첫사업으로 설비보수체계를 철저히 확립하기 위해서 기능공대렬도 꾸려주었고 이빠진 기대들도 마련해주었는데 3개월분 예비부속은 고사하고 어째서 중요한 설비들의 부속들을 하나도 마련하지 못해서 말타고 버선깁는 식으로 사고가 난 다음에야 부속을 깎는다고 야단을 치는것인지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리진오는 성냥을 켜다가 두가치를 부러뜨린 다음에야 이런 격분상태로 2공무직장에 가면 주강직장에서처럼 또다시 뜻밖의 일을 저지를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진정하려고 담배연기를 천천히 들이빨았다. 갑자기 창백해졌던 강봉학직장장의 얼굴이며 퍼런 혈관이 두드러진 그의 손에서 담배가치가 삽시에 부스레기로 되여버리던 모양이 번갈아 눈앞에 떠올랐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여 늙은 직장장을 모욕하는 결과를 빚어냈는가? 자기는 직장장에게 응당 해야 할 말을 하였고 응당 요구해야 할것을 요구하였는데 일이 그 모양으로 되였다고 자신을 변명하고싶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노엽혀서는 안될 사이가 아닌가.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구내보도에는 퇴근차림의 로동자들이 널렸고 확성기는 오늘 낮교대에서 혁신적성과를 이룩한 작업반들을 소개하고있었다.

리진오는 하루의 로동을 만족하게 총화하고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부러웠다. 저 사람들처럼 근심과 걱정이 없이 퇴근해서 맑은 대동강물에 낚시줄을 드리우고싶었다.

(저 사람들이 이 속을 안다면 비웃을테지…)

2공무직장 앞마당에서는 직장종업원들에게 도루메기를 공급하느라고 숱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법석 떠들어대고있었다. 철이르게 도루메기가 났다고 아주머니들만아니라 나이많은 남정들까지 바께쯔를 얻어들고 둘러섰다.

《자, 어서들 오소. 김동무도 오고 박동무도 오소. 은어라고 불렀다가 보잘것없이 생겼다고 도루 제 이름대로 메기라고 불리우기는 하지만 그것은 배부른 착취자들이 룡트림이 나서 하는 소리라 불에다 살짝 구워서 그 맛을 보면 가던 며느리도 돌아선다는 도루메기요. 금순동무네는 몇키로더라?》

수리반의 풍각쟁이로 소문난 수리공이 구변좋게 주어섬기는 소리에 뜨락은 마치 무슨 잔치나 하는 집처럼 흥성거린다.

이런 복새판이여서 촉수낮은 외등이 달린 뜨락초입의 으슥한 그늘에 나타난 기사장을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나도 한몫 주시오.》

웬 아주머니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들어가 흥정을 붙이였다.

《뭐, 조립직장에서 왔다구요? 누가 전보를 쳤소? 소재부문의 직장이라면 우리가 설비보수를 담당하였으니까 혹시 모르겠지만 조립직장이야 우리와 사돈의 팔촌이 아니요?》

《조립직장 괄세마시우. 도루메기재세하면 조립한 뜨락또르 빌려달랄 때 우리도 모르쇠합네다!》

조립직장의 중년부인은 물러나지 않고 비위좋게 맞받아 넘기고있었다.

《그러지 말고 짐싸가지고 우리 공무에 오시오. 우리에게 오면 도루메기뿐이겠소? 사시장철 신선한 남새에 봄과 겨울철에도 실과가 차례지고 랑군님 좋아하는 인삼주까지 공급해서 집안엔 웃음꽃 활짝 피여나고 애들은 좋아서 뛰고… 에라, 모르겠다. 회계원동무, 이 동무에게 한몫 선심씁시다.》

《아이구 참,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외상을 놓는다고 하세요?》

《아무렴 떼먹기야 하겠소? 에라, 모르겠다. 구름장에 치부하는셈치구 자, 어서 받수다. 다음은 누구요?》

반쯤 나들문이 열린 사무실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소리가 흘러나와서 리진오는 걸음을 멈추고 문밖에 멎어섰다.

《전 연장작업 못하겠어요. 싫어요. 글쎄 왜 나만 자꾸 해야 하나요?》

처녀의 목소리뒤끝에 상고머리부직장장이 사정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보오, 동무가 하지 않으면 누가 그걸 빠른 시간에 제끼겠나? 섞음망이 제때에 돌아가지 않으면 온 공장이 멎어서는데 어쩌겠소.》

《그렇게 급한걸 오늘 처음 아시나요?》

《챠, 이거 낸들 어떻게 하느냐 말이야.》

《왜 어떻게 못해요? 저따위 놀음 벌려놓지 않으면 이런 일도 안생기지요?》

《뭐, 저따위 놀음이라니?》

《그럼 저 도루메기가 동해에서 날개가 있다구 우리 직장에까지 날아왔겠어요?》

《허참, 그거야 우리 직장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닌가 말이야.》

《우리 직장을 위해서요?》

처녀는 코웃음섞인 대답을 했다.

《자, 시간이 없어.》

《몰라요. 저게 무슨 우리 직장일이예요? 예비부속품 깎을 대신에 수산사업소걸 만들구나서 그대신 내가 연장작업으로 봉창하라는거예요?》

무슨 말인가 계속되고있었으나 도루메기판에서 떠드는통에 더는 들리지 않았다.

리진오는 그 《연장작업》이라는 말이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

후방부에서 보장한 생선인줄 알았는데 결국 예비부속이 도루메기로 변신한셈이다. 그는 당장 저 암을 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에 들어갔다.

방금 부직장장에게 항의하던 처녀는 기사장에게 머리를 숙이더니 슬그머니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똑똑한 처녀구만요.》

리진오는 상고머리부직장장과 마주앉으면서 말했다.

《오경숙이라구 지난여름에 규격품직장에서 온 치절공입니다.》

공무직장의 능력을 높여주기 위해서 각 직장에서 고급기능공들을 선발배치했을 때 온 동무라는 말이였다.

《보십시오, 부직장장동무!》하고 리진오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다른 직장에서는 동무네 둘공무를 진심으로 도와주려구 저렇게 똑똑한 동무를 보내주었는데 동무네는 왜 이 모양입니까. 남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제 맡은 설비보수정비라도 제대로 해서 직장들의 기대가 서지 않게 해주어야 할게 아닙니까?》

부직장장은 밖에서 떠들썩 웃어대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당황한 눈길을 창밖으로 던지였다.

《섞음망 고장난데 갔댔습니까?》

《예, 가보았습니다.》

《보수하는데 몇시간이나 걸리겠습니까?》

《서너시간후엔…》

《치차가 고장인데 무슨 4시간 걸립니까. 4시간이면 몇대분의 소재를 조형하지 못하게 되는지 알고나 있습니까?》

《특별대책을 세웠으니까 단축할수 있을겁니다.》

《퇴근해야 할 처녀를 붙들고 사정하는게 무슨 특별대책이요? 어린 처녀한테 구차한 소리 할것없이 우리 함께 현장에 나가 기대를 잡읍시다.》

《아, 아닙니다. 우리가 책임지고 시간을 단축하겠습니다.》하고 상고머리부직장장은 당황해서 만류하였다.

《직장장동무까지 우리 셋이서 달라붙으면 더 단축할거요. 근데 직장장동문 어디 나갔습니까?》

《글쎄 어디 갔는지 하여간 직장장동무가 돌아오면 토론해서 제깍 보수해놓겠습니다.》

《그럼 어떤 대책을 취하는가 두고봅시다. 직장장동무가 돌아올 때까지 예비부속품창고나 좀 봅시다.》

부직장장은 뒤가 켕기는지 앞서지 못하고 뒤를 사리였다.

《저, 정돈이 잘 안돼서…》

《있는 그대로 구경합시다.》

창고안은 부직장장이 당황하리만큼 정돈이 되여있지 않았고 먼지투성이다. 창고에는 예비부속만 아니라 다른 물건들까지 무질서하게 널려있어서 발을 옮겨놓기조차 어려웠다. 게다가 천정에는 붉은 고추를 달아매놓은듯 촉수낮은 전등이 달려있어서 부직장장은 기사장의 앞에서 발더듬을 하며 길을 냈다.

한참만에 눈이 밝아진 리진오는 묵묵히 창고의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물었다.

《예비부속이 모두 이것뿐입니까?》

부직장장은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라 말을 못하고 높은 장에 쌓여있는 부속들을 바라보고있었다.

《부속의 종류가 모두 이것뿐인가 말입니다.》

《갖추어놓느라고 한것이 그렇습니다.》

《중요부속은 없고 거의다 축류들과 카프링류들뿐이 아닙니까?》

축류와 카프링류들은 깎기 쉬운것이다.

《…》

《이렇게 깎기 쉬운 부속을 잔뜩 깎아놓고 계획초과상금을 탔겠구만요.》

리진오는 이렇게 말하려다가 부직장장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그는 이미 창고를 살피는것이 아니라 제 생각에 잠겨 말없이 부직장장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하여도 어떻게 자기 량심을 속이고 그런 추행을 할수 있는지 도무지 리해가 되지 않았다. 명예란 그렇게 매혹적인것인가? 공명심이란 량심이 썩은 토양우에서 움트고 자라난 식물과 같이 혐오스러운것이다.

얼마후 그가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오선달직장장이 나타나서 부산을 떨며 의자를 권했다.

《오신지 오랩니까? 현장에 좀 나갔다 오느라구.》

오선달은 마치 추운데서 떨다가 방에 들어온 사람같이 손을 비비며 대답하였다. 겸손의 표시다. 리진오는 그 행동이 보기 싫어서 잠시 외면했다가 물었다.

《직장장동무, 도대체 어째서 어제는 저기, 오늘은 여기 하구 자꾸 기대가 멎어섭니까?》

《글쎄말입니다. 기대공들이 설비를 애호하자는 구호만 웨치지 기름마저 제대로 주지 않으니 말 못하는 기대라도 어디 견디여내는 재간이 있습니까?》

흔연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였다. 조금이라도 자책하는 빛이 얼굴에 떠돌았으면 리진오는 자제력을 잃지 않았을것이다.

《남을 꺼들지 마시오!》하고 리진오는 소리쳤다.

《왜 예비부속을 제때에 마련하지 못하는가 말입니다.》

이런 정도의 비판에 놀랄 오선달이 아니였다.

《우리가 어디 한두직장의 설비만 담당하고있습니까?》하고 그는 천연스럽게 발명하였다.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그렇게 평가하면 의견이 있습니다. 하고 오선달은 제사 억울하다는듯 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다른 직장동무들이 집에 돌아가 밥을 먹을 때까지도 우리 직장사람들은 기름투성이가 되여 일을 계속하고있습니다.》

《기름투성이라구요?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하는데 왜 필요한 예비부속은 갖추지 못하오? 도대체 어째서 예비부속품창고가 텅 비여있는가 말이요?》

《아니, 텅 비다니요?》

《비지 않구. 거기에 뭐가 있소?》

그는 철면피한 오선달의 얼굴을 보느라니 방금전에 치절공이 하던 말이 생각나 창밖을 가리키며 그 말을 그대로 반복하였다.

《그래 저 도루메기가 날개가 있어서 동해에서 예까지 날아왔소?》

오선달은 눈섭 한오리 까딱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공장 후방부만 믿다가는 후방사업 못하겠는걸 어떡헙니까? 후방사업이 잘돼야 일도 잘되겠기에 하는수없이 하는거지요.》

《그런 말하기 량심에 부끄럽지 않소?》

《량심이요?》하고 오선달은 제편에서 발딱 성이 나서 기사장을 흘끔 쏘아보고 창밖에 대고 소리쳤다. 《여- 공급이구 뭐구 싹 걷어치우라구!》

밖에서는 직장장이 약이 올라 고함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냥 떠들며 웃어댄다.

《직장장동무, 좀 가만있수다.》

상고머리부직장장이 듣다 못해 년장자의 자격으로 충고를 주고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는 서리찬 침묵이 떠돌았다.

《왜들 떠드오? 빨리 끝내오, 빨리…》밖에 나간 부직장장이 화를 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창밖의 어두운 허공을 바라보고있던 오선달직장장이 두덜거렸다.

《사람을 너무 모욕하지 마십시오.》

《직장장동문 모욕이 아니라 규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동문 2천대전투를 방해하고있단 말입니다.》

《아니, 내가요? 내가 방해해요?》

오선달은 기사장이 문제를 날카롭게 세우자 뒤가 켕기는지 눈이 둥그래서 웨쳤다.

《예비부속을 마련해놓지 않아서 기대들을 세우게 하는것이 방해가 아니고 뭐요?》

《예비부속품을 푼푼히 쌓아두자면 로력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자, 좀 보십시오.》

오선달은 부산스레 로력통계를 꺼내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정사정때문에 결근한 사람이 1명, 사회동원이 3명, 휴양이 4명, 휴가가 10명인데 래일이나 모레부터 들어가야 할 휴가자가 5명이라고 한다. 년초부터 매달 계획적으로 조직하지 않아서 무데기휴가를 조직하는 판이다.

《이 다섯은 보류하시오.》

《그럼 년말까지 휴가를 다 주지 못하게 됩니다.》

《하여간 중지하고 정상적으로 조직하시오.》

《저, 그럼 은하동무만은 승인해야겠습니다.》

평양에 다녀올 일이 있다는데 꼭 보장해야겠다는것이다. 오선달은 떠보는듯 한 눈길로 기사장을 쳐다보았다. 당비서가 친딸같이 관심하는 은하인데 어쩌는가 보자는 눈빛이다.

리진오는 은하가 가망없는 극장문제때문에 휴가를 신청했다는것을 알기에 즉석에서 대답했다.

《지시대로 하시오!》

《당비서동지까지 알고있는데요?》

당비서가 알고있다는것은 오선달이 이 자리에서 지어낸 말이다. 젊은 기사장은 자기 결심을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시대로 하시오!》

《허참, 어간에서 립장이 난처해서…》

《왜 어간에 서있겠소. 제자리에 서서 제머리로 사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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