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7 회


제 1 장

7


2공무직장에서 기대공으로 일하고있는 은하는 점심고동이 울리자 손을 씻으려고 얼른 세면장으로 갔다. 짧은 점심시간에 직장장을 만나자면 서둘러야 했다.

그 녀자의 뒤를 따라 단발머리처녀들이 세면장에 쓸어들어와 참새들처럼 재재거리기 시작하였다.

《좀 조용해!》

은하가 뒤를 돌아보며 핀잔을 주었지만 얼마전에 공장에 들어온 《참새》들은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떠들어댔다.

《은하동진 회관에 안나오나요?》

뒤에서 고운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올가을에 기동예술선동대에 뽑힌 눈에 쌍까풀이 크게 진 어린 처녀가 선망의 눈매로 바라보고있었다.

요즈음 회관에서는 제대군인들과 중학교졸업생들을 환영하는 예술소조공연을 준비하고있는데 은하는 독창과 중창에 출연하기로 되여있는것이다. 어제도 회관에 나가지 않았고 또 오늘도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은하는 어린 처녀의 맑은 눈앞에서 그렇게 대답할수 없었다.

《나가야지.》

《어제 모두들 얼마나 기다린줄 알아요?》

그때 세면장밖에서 상고머리 부직장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동무, 좀 빨리 나오라구.》

부직장장은 녀성들의 세면장에 들어갈수 없어서 밖에서 급한 소리를 하고있었지만 은하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머리를 빗었다.

《시집가는 날도 아닌데 무슨 치장을 그렇게 오래 해. 넌 치장을 안해도 너무 이뻐서 탈이다.》

《값부터 치르는걸 보니 또 무슨 일을 시키려는 모양이군요.》하고 은하는 문밖을 내다보며 웃음의 소리로 받았다.

《됐다, 됐어. 그만하고 어서 나오라구.》

《곧 나가요.》

은하는 그렇게 대답하고도 거울앞에서 한참 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처녀시절에는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경황이 없을 때에도 제 얼굴 다스리는 시간은 내는 법이다.

(남들은 저 눈을 부러워하지만 너무 커. 무대에서는 어울린다고 하지만…)

무대생각이 떠오르자 저도모르게 한숨이 나갔다. 오늘아침 선희기사한테서 배우선발사업이 다 끝났으니 다음기회를 기다릴수밖에 없다는 소식을 들은것이다.

코는 녀자 코치고 알맞춤하고 도도록하고 입도 저만 하면 밉지 않게 생겼는데 좀 흠이라면 이마가 멋없이 넓은것이다.

(이마를 가리우게 머리를 해달라고 했는데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니까.)

은하는 마치 자기 머리단장때문에 극장에 가지 못하게 된것처럼 미용사에게 눈먼 화를 냈다.

처녀시절은 자기자신을 모르는 시절이다. 자기자신을 모르기에 자기의 사고와 행동을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는 때가 있는것이다.

은하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였다. 그 녀자는 다음배우선발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모욕을 느끼고 당장 평양에 가서 제 목청을 견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창가수도 별치 않더구만. 훈련을 하기탓이지 뭐!)

《빨리 나오라는데두!》

은하는 부직장장이 다급한 소리를 한 다음에야 밖으로 나왔다.

《왜 그러시나요?》

주강직장에서 기중기의 긴급보수가 제기되였다는것이다. 작업지시서에는 부속품가공이 7시간분으로 적혀있는것을 5시간동안에 깎으라는 말에 은하는 눈을 흘기며 웃었다.

《아이참, 엉터리야. 난 그렇게 못해요.》

《쟈, 이거 잘 추던 춤도 멍석 펴놓고 추라면 못 추겠다고 한다더니 이러지 말라구. 급한 모퉁이를 은하가 막아줘야지 단발머리들에게 맡기겠나?》

하기는 부직장장이 그렇게 말할만도 하였다. 리진오가 새 기사장으로 임명되여 첫 사업으로 보조직장들을 꾸릴 때 규격품직장에서 일하던 은하는 지난해 절삭경기에서 특등을 한 고급기능공이라고 뽑히워서 2공무직장에 조동되여온것이다.

《글쎄, 예비부속품을 매일 깎고있는데 왜 이런 중요한 부속은 깎지 않고있다가 늘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지급〉이라구 떠들어대는지 모르겠군요.》하고 은하가 볼부은 소리를 했다.

《원 참, 우리 둘공무가 보수정비해야 하는 설비가 얼마나 많다구 어느 구석의 약한 고리가 언제 터질줄 미리 안다는거냐?》

《아무리 그렇더래도 주강소재가 모자란다구 아우성인데 주강직장의 중요설비 예비부속이야 먼저 갖추어놓아야 하지 않아요?》

《자 자, 그런 비판은 다음에 하구, 이건 주강직장의 기중기보수에 쓸건데 한번 솜씨를 보이라구. 저녁때까지 고쳐놓지 않으면 전기로가 멎게 된다구 주강직장장이 으르렁거리고있어.》

《전기로가요?》

은하는 김기룡이네 로의 전기로공들이 맥을 놓고 앉아있는 모습이 련상되여 되물었다.

《전기로가 돌아가지 못하면 주강직장이 월계획을 못하게 되구 주강이 소재를 대주지 못하게 되면 가공에서는…》

은하는 부직장장의 판에 박힌듯 한 《연설》을 막아버리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하지만 18시까지 끝낸다구 믿지는 마세요.》

《그러지, 믿지는 않겠지만 18시에 수리가 시작되리라 믿구 가겠소.》

그 녀자는 상고머리부직장장의 능청스러운 소리에 웃음을 터뜨리는것으로 동의를 표시했다. 그리고 직장장을 만나려고 사무실로 종종걸음을 쳤다. 평양에 가기 위해서 직장장에게 휴가를 신청할 생각이였다.

직장장은 밑이 질긴 문화회관 관장과 마주앉아 이야기판을 벌려놓고있었다.

은하는 잠시 기다릴 작정으로 사무실과 널판자벽을 사이둔 방에 들어갔다.

그 녀자는 떠드는 어린 처녀들에게 손가락을 입에 대보이고 저쪽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회관관장은 직장장에게 예술소조원들의 련습시간을 보장해달라는 소리를 하고있었던것이다.

《자넨 정치사업을 소홀히 하는것이 탈이야.》

《사시춘풍》이란 별명으로 불리우는 회관관장은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호인다운 목소리로 충고를 주고있었다.

《그러니까 임자도 말하자면 정치사업을 하고있다는 소리로군.》하고 오선달직장장은 비양조로 말했다.

《허허… 그렇네.》

《하여간 자넨 정치사업을 하니까 단련을 받을것도 없고 좋겠네.》

《우리에겐 경제사업을 하는 자네들로서는 리해하지 못할 고충이 있다네.》

《말도 말게. 우린 요즈음 젊은 기사장이 설비보수체계가 섰느냐 안섰느냐 하고 조여대는 통에 진땀을 뽑고있다네.》

《듣자니까 기사장이 2천대증산과제를 수행하자면 생산을 높은 수준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투쟁을 벌려야 한다구 했다던데 그러자면 자네네 공무의 역할이 커야지.》

《흥, 높은 수준으로 정상화? 말은 좋지.》

오선달직장장이 야유조로 말하자 회관관장은 큰소리로 웃고나서 점잖게 충고하였다.

《그렇게 뒤소리하면 되나.》

《뒤소리? 래일 대책을 토론하는 확대참모회의가 있다는데 나는 그 회의에서도 지금 한 말을 곱씹을 작정일세. 기대며 사람이며 생산에 총동원하지 않고 정상화타령이나 해가지구 그 높은 과제를 수행하면 내손에 장을 지지게, 장을 지지라구!》

《자네 입비뚤어진 소리 하는걸 보니 아직 사상동원이 안됐군. 건전하게 사고하라구. 생활을 늘 그렇게 삐뚤서하게 보다가 어느때건 그 혀바닥신세 단단히 질걸세.》

은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끝이 없을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서버렸다.

(우리 직장장은 옹졸한 사람이야.)

어느 편의 주장이 옳고그른지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오선달직장장이 야유조로 말하고있다는 리유 하나만으로도 그가 주장하는 인해전술은 좋지 않은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때 다시 찾아올 생각으로 방을 나온 은하는 얼른 점심을 먹었다. 운동장에서는 배구를 하느라고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녀자는 거기에 유혹되지 않고 기대곁으로 갔다. 괴롭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는 기대를 잡는것이 상책이라는것을 잘 아는 은하였다.

부직장장이 부탁한대로 절삭시간을 단축하려고 손을 부진런히 놀렸지만 《독창가수로 될수 있는 기량이 있다면 몰라두.》하고 선희기사가 전해주던 말이 자꾸 떠올라 일을 방해하군 하였다.

한참후 허리를 편 은하는 현장 나들문쪽을 쳐다보았다. 혹시 김기룡이가 전기로의 불이 꺼질수 있으니 부속을 빨리 깎아달라는 구실을 대고 찾아올수도 있지 않을가싶었던것이다. 불현듯 극장문제를 김기룡이와 토론해보았는가고 묻던 선희기사의 말이 상기되였다.

(일이 이렇게 된바에야 차라리 이야기하지 않기 잘했어.)

락제점수 받은것을 다른 동무들이 몰랐으면 하는 소녀시절의 심정이였다.

저녁때까지 그 녀자의 눈은 자꾸 나들문쪽을 헤매였다. 오라는 김기룡은 나타나지 않고 주강직장의 키꺽다리 설비부직장장이 와서 싱거운 소리를 늘어놓았다.

《됐어요, 알겠어요. 제시간에 해드려요.》하고 은하는 부직장장을 쫓아버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지 않기때문에 바로 김기룡이야.…)

은하는 문득 자기 주위를 맴돌며 지나친 관심을 돌려주고 필요이상의 친절을 보여주고있는 청년들의 얼굴을 더듬어보았다. 그가운데는 어느모로 보나 청년들속에서 단연 삐여지게 훌륭한 동무도 있었지만 그런 청년들한테서조차 김기룡에게 있는 그 무엇인가 현시대 청년으로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것이 없는것만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은하도 딱히 몰랐지만 바로 그것때문에 그에게 믿음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쇠밥이 련속 시계태엽처럼 달달 말리여 떨어진다. 그 쇠밥을 바라보는 처녀의 눈앞에는 처음으로 김기룡을 알게 된 그날에 벌어졌던 일들이 어제처럼 떠올랐다.

…공장에서 절삭경기가 열렸을 때였다. 각 직장의 한다하는 기대공들이 모인 경기에서 은하는 다른 동무들보다 훨씬 앞서 로동기준량을 돌파했다.

경기심사위원회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 은하에게 특등상을 새로 만들어 수여하였고 특등상의 영예를 축하하여 로동자들이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문화회관이 떠나갈듯 한 박수를 받으며 어떻게 꽃목걸이를 걸고 제자리에 돌아왔는지 몰랐다.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한 청년이 꽃묶음을 들고 은하앞에 나타났다. 함박꽃 한송이가 향긋한 들국화에 싸여있는 꽃묶음을 안겨준것은 주강직장의 1호로 교대장 김기룡이였다. 제자리에 와앉은 은하는 옆에 놓은 그 소박한 꽃묶음에서 풍기는 향기가 이상하게 가슴을 흥분시켜 모임이 끝날 때까지 여러번 그것을 들고 찬찬히 쳐다보았다. 방금 서학산기슭에 가서 꺾어온듯 한 청아한 꽃이였다.

모임이 끝나고 회관밖에 나왔을 때 뜻밖에도 꽃묶음을 안겨준 김기룡이 기다렸다가 따라오면서 어려운 부탁이 있다고 말했다.

은하는 우람차보이는 체격이며 험상궂어보이리만큼 선이 굵직굵직한 그의 얼굴에 위압감을 느끼며 무슨 부탁이냐고 물었다.

《꼭 들어주겠다는 대답을 받고야 이야기하겠소.》

은하는 회관에서 나온 동무들이 모두 자기네들을 쳐다보는것만 같아서 가로등을 피해 골목길로 들어서며 어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빨리 이 옹색한 자리를 벗어나야 했던것이다.

김기룡은 한참 갑자르다가 뜻밖에도 동무의 얼굴을 그릴수 있게 모델로 되여달라고 하는것이였다.

《한 댓새만 수고해주시오.》

은하는 그를 할긋이 흘겨보았다. 자기에게 접근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청년들이 필요이상의 친절을 베풀고 바라지 않는 호의를 보이군 했는데 김기룡의 이 부탁 역시 그 친절과 호의의 변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특히 그의 비위를 거슬리게 한것은 로력적성과를 자기의 목적달성에 리용했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손에 들고있는 들국화의 소박한 향기가 갑자기 역겨워졌다.

《전 그럴 시간이 없어요.》

이렇게 싹 잘라버린 은하는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 몇걸음 가다가 꽃묶음을 내던지였다.

(별꼴 다 본다니까.)

한껏 즐거워야 할 총화모임날 저녁퇴근길을 은하는 울적한 마음으로 걸었다.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후 김기룡은 생활의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얼굴을 나타내군 하였다. 공연이 있을 때 무대에 나가면 어김없이 관객석의 앞자리에 그의 얼굴이 보였다.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고 사흘이고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앞자리에 그가 앉아있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얼굴을 들면 창가에 그의 얼굴이 나타나기도 하였고 기술학습때 지명당해서 대답하지 못해 쩔쩔매는 자기 꼴을 그는 렴치없이 구경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기룡은 그렇게 따라다니며 얼굴을 보는것으로 만족하였을뿐 다른 청년들처럼 치근덕거리지 않았고 말도 건네려고 하지 않았다.

그제야 은하는 그가 접근을 위한 수단으로 꽃묶음을 마련한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 대한 이상한 관심이 생기였고 날이 감에 따라 그가 찾아와서 무슨 이야기든 건네주기를 은근히 기다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는 집요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체 어떤 청년일가?

은하는 동무들을 통해서 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것을 알아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전연부대에서 복무하다가 부상당하여 제대된 후 공장에 배치되여왔다는것, 자기보다 세살 우이며 외아들이라는것, 60이 지난듯 한 어머니가 합숙에 찾아왔었는데 말이 없는분이더라는것, 특히 그의 흥미를 끈것은 보통 성미가 거칠다고 하는 전기로공인 그가 아름답고 고상한것이 특징인 조선화를 그리고있다는것이였다.

그러나 이 《정탐》은 처녀들이면 의례 관심을 가지는것을 알아보는것으로 끝이 났지 그들의 관계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지난해 예술소조원들이 집체적으로 평양견학을 갔을적의 일이였다.

여러곳을 참관하고 마지막으로 미술작품들이 전시된 축전장에 들어간 소조원들은 모두 그림과 공예품들을 주의깊게 보며 지나갔다. 은하는 조금 뒤떨어져 그림을 감상하고있었는데 앞서 구경하던 어린 처녀가 되돌아와서 호들갑스럽게 소리쳤다.

《빨리 와요. 저기 은하동지 얼굴이 그려져있어요!》

그 처녀가 얼마나 크게 소리쳤는지 관리원한테서 문화성이 없다고 주의를 받았다.

아닌게아니라 은하는 그림속에서 자기 얼굴을 보았다.

꽃다발을 든 처녀가 출강하는 쇠물을 환희에 넘쳐 바라보는 장면이였다. 그래서 작품제목을 《환희》라고 이름지은것 같았다. 작자명은 **뜨락또르공장 전기로공 김기룡이라고 적혀있었다.

은하는 모델로 되여달라고 그토록 부탁하는것을 자기에게 접근하기 위한 비렬한 수단으로 생각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를 쓴 그에게 얼마나 모욕적인 시선을 던지군 하였던가. 경솔했던 지난날의 일을 뉘우치며 공장에 돌아오는 길로 그에게 만나줄것을 제의하였다.

은하는 경솔하게 생각했던것을 진심으로 사죄하였다.

그러나 김기룡의 말은 뜻밖이였다.

《동무가 내 청대로 모델로 되여주었더라면 나는 동무의 평범한 얼굴을 그리는것으로 그쳤을뿐 각이한 정황하에 있는 동무의 얼굴은 보지 못했을거요. 각이한 감정상태에 있는 동무의 얼굴을 관찰할수 있었기때문에 〈환희〉의 주인공이 태여났단 말이요. 그러나 원형의 풍부한 감정세계를 제대로 형상해내지 못한것 같소.》

그날 그들은 밤이 깊을 때까지 강가를 거닐었다.…

그때로부터 해가 바뀌였다. 그런데 김기룡의 태도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것이다. 다정한 동무, 그것이 둘사이의 관계의 전부였다. 다른 총각들처럼 녀성호실에 와서 불러내갈 생각도 하지 않았고 더우기 일생에 단 한번밖에 하지 않는다는 그 말은 물론 그와 비슷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전기로와 기대, 노래와 그림, 미래와 희망 이런것들이 그가 말하군 하는 화제의 전부였다. 그래서 김기룡이 자기에게 관심을 돌린것은 오직 그 그림때문이였던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은하는 교대종소리와 함께 주강에서 부탁한 부속을 다 깎았다. 제가 깎아놓고도 의외에 일을 빨리 끝마치여 혹시 미흡한데가 없나 해서 반짝이는 부속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때마침 강봉학직장장이 현장에 들어섰다. 저무는 해빛을 등에 지고있어서 그런지 류달리 장대한 모습이였다. 기중기를 빨리 보수해주지 않아서 오선달직장장과 한바탕 해보려고 오는 길이였는데 의외에도 빨리 부속을 깎은것을 본 늙은 직장장은 입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원, 이런 보배덩이라구야.》

그는 부속과 처녀를 번갈아보며 (우리 기룡이가 반할만도 하다니까.)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십시오, 곧 보수해드린다구 하지 않았습니까.》

2공무직장 부직장장이 가까이 오며 이런 소리를 했지만 강봉학직장장은 대답대신에 은하의 어깨를 뚜덕뚜덕 두드려주며 말했다.

《내 은하동무 시집갈 때 단단히 셈을 차립세.》

은하는 직장장 보기가 민망해서 빨갛게 물든 얼굴을 돌리였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