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3 회


제 1 장

3


부에서 소집한 기업소책임자들의 모임에서는 올해보다 훨씬 높아질 래년도인민경제계획수행대책에 대한 문제가 토의되고있었다.

회의실 문가에 앉아있는 몸이 비대한 어느 공장 지배인은 창문을 열어놓았다가 여러곳에서 자기한테로 책망의 눈길이 모여드는것을 알아차리고 문을 절반만큼 닫아버렸다. 아직도 대낮에 거리에 나가면 해빛이 잔등을 내려지지지만 이렇게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바람이 싫은것이다. 2층에 위치하고있는 이 회의실에서도 그 우듬지가 보이지 않게 키높이 자란 백양나무가 잎사귀를 조용히 흔들고 그 저편으로 비낀 파랗다 못해 초록빛이 도는 하늘에는 밭이랑을 련상시키는 구름이 널렸다.

잠시후 부장이 회의를 결속하기 위해서 연단에 나섰다. 리진오는 부장이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습관적으로 쓸어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하자 지난 년초에 공장사업을 지도하러 내려왔던 때의 그가 상기되였다. 그날 소재더미에 걸터앉아 로동자들에게 담배를 권하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부장은 여불없이 인심좋은 동네아저씨같은 인상이였다. 그런데 지금 연단에서 이야기하고있는 그의 얼굴은 대리석을 쪼아 다듬은것 같아보였다.

부장은 주어와 술어만으로 말한다고 소문이 난것처럼 길지 않는 말로써 회의참가자들의 눈앞에 제2차 7개년계획의 웅장한 규모며 계획기간에 우리 나라 경제를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함에 있어서 기계공업이 수행해야 할 방대한 과업을 형상적으로 선명히 그려놓았다.

《우리 기계공업이 올해보다 15프로나 증가된 래년도의 국가계획을 수행하자면 우리는 말그대로 비약해야 합니다. 그럼 그 비약의 발판을 어떻게 마련하겠는가?》

리진오는 부장이 첫째요, 둘째요 하고 꼽아가며 이야기하는것을 수첩에다가 《로력관리》, 《기술혁신》 하고 적으며 공장에서 무엇을 해결해야 할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고있었다.

어떻게 하여야 그런 비약이 일어날수 있겠는지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부장이 뜨락또르공장의 일이 잘된다고 칭찬했지만 사실은 월계획을 겨우겨우 수행하고있는 형편이다. 앞으로의 비약은 고사하고 이번달 생산도 어떻게 결속되겠는지 걱정이였다. 가공직장들에서는 소재가 떨어지지 말아야겠는데… 설비들은 모두 말썽없이 돌아가는지, 강재를 실은 차가 어제저녁까지 도착하지 않았으면 야단이다.

자석에 붙은 쇠붙이에 다시 쇠붙이가 달라붙듯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공장에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회의며 사업조직들이 래일 오전까지 계속된다니까 예정대로 래일 저녁에나 돌아갈수 있을것이다.

그는 문득 집을 떠날 때 안해가 부탁한 일들이 떠올랐다. 오늘 밤에는 부에서 특별히 마련한 문화사업이 있을 예정이라니까 거리에 나갈수 있는 시간은 래일 점심때뿐이다. 어느 시간에 그 부탁들을 들어주겠는가?

(《전기로통론》이라고 했지?)

그는 《잊지 않고있군요.》 하고 말하던 안해의 은근한 목소리를 회상하며 생각했다.

회의는 12시가 채 되지 못해서 끝났다.

안해의 부탁도 부탁이지만 점심시간에 한정빈국장부터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가방안에 수첩을 넣는데 모임을 사회하던 부부장이 뜨락또르공장 기사장은 곧 부장실에 가라고 했다

(무엇때문에 부를가?)

그는 부장이 찾을수 있는 여러가지 경우를 생각해보며 긴장한 마음으로 복도에 나섰다.

회의가 예상외로 일찍 끝나서 각 공장 지배인과 기사장들은 짬시간에 볼일들을 보느라고 복도 량켠에 늘어선 해당 관리국들에 밀려들어가 청사가 들썩하게 떠들어댔다. 사무실이 시장처럼 되여버리자 복도에 나와서까지 사업들을 토의하고있었다.

관리원아주머니는 담배재를 흘리며 떠들고있는 지배인들에게 차마 잔소리는 못하고 이마살을 찌프리며 쓰레받기에 재를 쓸어담는것으로써 비위생적인 행동에 경고를 주고있었다.

조용할줄 알았던 부장실도 역시 사람사태였다. 서기실에서는 지배인들이 젊은 서기에게 부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하고있었다.

《안됐지만 저녁에들 만나도록 하십시요. 부장동진 어제밤도 꼬박 새웠는데 점심시간에라도 휴식을 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배인들에게 납득시키던 서기는 리진오에게 얼굴을 돌렸다.

《저, 뜨락또르공장 기사장동지십니까? 어서 들어가보십시오. 부장동지가 기다리십니다.》

리진오는 뻐스줄에서 제 순서보다 앞질러 승차하는것처럼 미안한 생각이 들어 지배인들에게 머리를 가볍게 숙여보이고 방에 들어갔다.

부장은 그를 반갑게 맞으며 공장관리운영경험이 없는 동무에게 큰 공장사업을 맡겨놓고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되였다고 사과의 말부터 했다.

일군들은 보통 찾아온 사람과 이야기하면서도 손 아니면 눈은 다른 일을 하기가 일쑤이지만 수첩을 펴놓고 공장형편을 묻던 부장은 피우던 담배까지 재털이에 끄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무네 뜨락또르공장은 래년초부터가 아니라 당장 래달부터 비약해야겠소.》

이렇게 허두를 뗀 부장은 열정이 넘치는 젊은 기사장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그제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농촌에 대한 현지지도를 마치고 돌아오시는 길로 피로도 푸실 사이없이 관계부문 일군들을 부르시여 협의회를 소집하시고 농업에서 종합적기계화를 실현하여 농민들을 힘든 일에서 해방할데 대한 과업을 하루빨리 앞당겨 수행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씀하시였다고 했다.

수첩을 보며 어버이수령님께서 주신 교시의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던 부장은 잠시 이야기를 중단하고 창밖에서 조용히 잎을 흔들고있는 백양나무에 눈길을 던졌다. 나무가지에 앉은 참새들이 야단스럽게 떠들어대고있었다.

수첩을 펴놓고 적고있던 리진오는 갑자기 근엄해진 부장의 안색에서 다음이야기를 추측해보고있었다.

마루바닥에 네모나게 깔려있던 해빛이 어느새 책상우에 기여올라와 명암이 선명한 두 부분으로 갈라놓았다.

이윽고 부장은 수첩을 밀어버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올해에도 우리 농촌에는 대풍이 들었다고 농사작황을 상세히 말씀하시더니 글쎄 그런 농촌을 두고 기쁨대신에 무거운 마음으로 평양에 돌아오셨다고 하시더란 말이요. 어째서 마음이 무거우셨는지 아오? 농촌녀성들이 아직도 일부 힘든 일을 하고있는걸 보셨던것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수령님의 존안에 얼마나 어두운 그늘이 비껴있었던지 우리는 그때 어쩔바를 몰라했소. 뜨락또르공업을 담당하고있는 우리들은 농촌테제가 제시한대로 7만~8만대의 뜨락또르를 이미 농촌에 보내주었으니 우리가 할바를 다했다고 생각하고있었더랬소. 그런데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생각이 깊으신 음성으로 〈올해 풍년 역시 힘든 짐을 진 대가로 얻어진 풍년이요.〉 하고 재삼 외우시는것이 아니겠소.》

부장은 협의회가 진행되던 그때를 회상하며 자책에 잠긴 긴숨을 내뿜었다.

《이보우 기사장동무,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동무네 공장에 커다란 믿음을 표시하시면서 그 공장에서 래년봄까지 뜨락또르를 얼마나 더 증산할수 있겠는가고 절절한 음성으로 물으시였소.》

《그래서요?》

리진오는 가슴이 높뛰여 더 말을 못하고 온몸이 귀가 되여 부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부장의 입은 당대 열릴것 같지 않게 꾹 닫겨있었다. 그리고 약간 옆으로 째진 눈은 엄격하면서도 그윽해보였는데 그 눈매만으로는 수령님께 어떤 대답을 드렸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오랜 세월 세파에 부대낀 사람의 특유한 감각으로 상대의 마음속을 가늠해보던 부장의 눈에는 마침내 안도와 만족의 미소가 피여났다. 영예롭고도 어려운 과업을 앞에 놓고 경솔한 말을 하지 않는 젊은 기사장의 심장의 무게가 마음에 들었던것이다.

이윽고 부장은 안락의자팔걸이에 놓여있는 젊은 기사장의 커다란 손에 혈관이 두드러진 자기의 손을 올려놓으며 대답하였다.

《념려마오, 2천대를 증산해내겠다구 보고올렸소.》

《고맙습니다, 부장동지!》

리진오는 벌떡 일어서며 나직이 웨치였다. 그는 격동된 마음을 다르게는 표현할수 없었던것이다.

그의 흥분이 옮겨진듯 부장 역시 제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잠시 방안을 거닐었다.

얼마후 자리에 앉은 부장은 2천대증산전투에서 걸릴수 있는 협동품문제며 특수자재들 그리고 수송문제 등 하나하나 꼽아가며 그런것들은 다 부에서 직접 풀어주겠다고 했다.

《그외에 무엇이 걸릴것 같소?》

《…》

리진오는 대답을 못했다. 문득 2천대를 증산하자면 매달 300대를 더 증산해야 한다는 수자가 떠오르자 너무나 아름찬 일같아 당황해서 다른것을 생각할 정신적여유가 없었던것이다.

그의 안색의 변화를 읽은 부장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혼자소리같이 외웠다.

《하긴 힘들거요. 현재의 로력과 설비를 가지고 그렇게 증산한다는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리진오는 부장이 자기를 위해서 걱정하고있다는것을 잘 알지만 제가 당황한 꼴을 보였고 그래서 동정을 받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짐이야 더 실을수 있는 공장입니다.》

《그러니까 그 짐을 어떻게 끌겠는가 하는것이 문제란 말이겠소?》

《그렇습니다. 부장동지, 지휘가 문제입니다.》

부장은 담배를 피울 대신 담배부스레기가 터져나오게 그것을 주무르고있는 젊은 기사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객관적조건이 아니라 자기의 능력을 먼저 걱정하는 사람은 믿어 실패가 없다는것을 잘 아는 부장이였다.

《아니요. 난 동무를 믿소!》 하고 부장은 확신성있게 말했다.

《몇달동안에 공장의 생산을 정상화의 궤도우에 올려세운 기사장이 그쯤한 짐을 끌지 못할리 없을거요. 자신을 믿소.》

부장은 보온병에서 차물을 따라서 차잔 하나를 그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아침에 떠다놓은 물이여서 점심시간이 다된 지금은 퍼그나 식었지만 그는 습관적으로 후후- 불며 리진오를 건너다보고있었다.

《어서 드오. 아직 뜨뜻한것이 좋구만.》

부장이 권하자 리진오는 차물을 랭수마시듯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더 부을가?》

《하나 더 주십시오.》

리진오는 사양하지 않고 차잔을 내밀었다.

《조반을 설친게 아니요?》

차물을 부으려던 부장은 보온병을 제자리에 놓으며 말을 이었다.

《어서 식당에 가오.》

《식당이 아니라 공장에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원 성미두, 서두르지 말고 래일 오전 협의회까지 참가하면서 부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는지 차근차근 생각해보오.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겠소.》

마침내 복도에서 점심종소리가 울렸고 급한 걸음소리들이 들려왔다. 리진오는 문득 서기실에 앉았던 지배인들이 부장에게서 많은 시간을 빼앗고있는 자기를 원망하고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앉아있기 거북해서 공연히 자리를 고쳐앉았다. 그러나 부장은 자기 생각에 잠겨 조용히 설레고있는 창밖의 백양나무를 쳐다보다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새 이야기를 꺼냈다.

《참, 동무가 오래동안 연구하던 새 주조법이 소재생산에 도입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성공을 축하하오.》

《아닙니다. 아직 시험생산단계에 있습니다.》

《알고있소. 그만하면 완성되였다고 봐도 무방하오. 하여간 기쁜 일이요. 그러지 않아도 새 전투에 들어서면 소재가 결정적으로 걸릴수 있겠는데 조형문제는 마음을 놓을수 있으니 얼마나 큰 짐을 던셈이요.》

《그게 무슨 큰거라구 그러십니까? 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긴 예견할수 없는 애로들이 앞을 막아나설수 있을거요.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구 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걸 생각하라구.》

리진오는 잠시후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에야 그의 얼굴에 피로가 실려있는것을 보았고 어제밤을 새웠다고 하던 서기의 말이 생각났다.

《참, 그 장난꾸러기아래에 동생이 생겼소?》

《없습니다.》

《그럼 집안이 조용하겠구만. 부인은 공장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소문난 수재였다니까 기사로 된 후에는 단단히 한몫 하겠지!》

《기사의 활동이 대학시절의 시험점수에 비례하는건 아니지요.》

《허허, 방패를 둘러대는걸 보니 부인을 잘 도와주지 못하는 모양이군. 부인이 자기 생활을 창조하도록 도움을 주오. 자, 그럼 믿소.》

리진오는 부장이 어째서 그러한 충고를 주었을가 하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문을 나서기 바쁘게 2천대증산과제생각이 그런 잡념을 흩날려보내고말았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