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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 회

21. 강강수월래


《여기다 세워라!》

곡진의 말에 등개는 돛줄을 다시 감았다.

추진력을 잃은 《바다의 제왕》은 포구를 채 벗어나지 못하고 스르르 멈추어섰다.

《자, 그럼 섬오랑캐놈들이 배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어디 시험을 해보자. 등개야, 포에 화약을 재워라!》

《알았소이다.》

등개는 2층갑판우에 설치된 화포옆으로 달려가 아구리에 화약을 쑤셔넣었다.

《장탄!》

곡진의 말에 등개가 둥근 포알을 들어다가 포아구리로 밀어넣었다.

《장탄하였소이다!》

《조준!》

《조준했소이다!》

《좋네, 발사!》

쾅- 하는 요란한 소리가 철갑으로 둘러막힌 공간을 들었다놓았다.

《제길할, 배를 이따위로 만들다니!》

곡진은 화포 한발의 발사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우직우직 소리를 내며 당장 기울어질것처럼 흔들거리는 배를 둘러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따위를 가지고 뭐 우리 거북선과 붙어보겠다구!》

곡진은 코웃음을 쳤다.

《장주어른, 그래도 이 포만은 쓸만 하외다. 저걸 좀 보시오이다. 적선이 불타고있소이다.》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니 포구안쪽은 아예 수라장이였다.

《바다의 제왕》에서 발사된 불뭉치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아다께부네가 속안에서 불이 당겼는지 검은 연기를 꾸역꾸역 뿜어내고있었다.

《이놈들이 우리 화포는 또 언제 훔쳤노? 과연 날도둑놈들이로다.》

곡진은 또다시 화포에 화약을 재우며 이렇게 투덜거렸다.

등개와 곡진은 포구에 있는 침략선들을 모조리 까부실 작정이였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가득 몰켜있는 왜적의 싸움배들을 보고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그들이였다.

《저 침략선들을 모조리 까부시고 돌아가도 늦지는 않아!》

곡진의 말에 등개는 적극 호응하였다.

《조준!》, 《발사!》의 련이은 구령에 이어 《바다의 제왕》에 설치된 화포는 련속 불을 뿜었다.

대마도의 해안은 삽시에 아비규환이 되여버렸다.

바람까지 불어쳐 배전을 맞비비며 웅크리고있던 아다께부네들은 걷잡을수 없는 화염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바다의 제왕》에서는 우뢰같은 소리와 함께 계속 불덩이들이 쏟아져나왔다. 섬오랑캐놈들은 거대한 불길앞에 넋을 잃고말았다. 놈들은 불난 강변에 덴 소 날뛰듯 갈팡질팡하였다.

《그만! 등개, 이젠 그만하자구. 저 불이면 아마 대마도 전부라도 태워버릴거네. 그만하구 이젠 돛을 펼치자구. 더이상은 〈제왕〉께서 견딜것 같지 못해.》

곡진이 등개에게 하는 말이였다.

등개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정시킨 돛줄을 풀기 위해 웃층 갑판으로 뛰여올라갔다.

《〈제왕〉이란게 이따위야! 이래가지고 우리 거북선의 발뒤꿈치에나 따라가겠어?》

돛줄매듭을 풀며 등개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장주어른, 이제 돌아가면 통제사어른이 무척 좋아하겠지요? 장주어른을 모셔왔다구 나에게 상을 내릴지도 몰라요! 하긴 쓰지 못할 이따위 물건짝을 얻어왔다구 나무람하실지도 모를 일이구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개는 마지막 남은 돛줄매듭을 풀어제끼며 아래층 갑판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헌데 귀가 어두운 곡진이 잘 듣지 못했는지 대답이 없었다.

(키를 보러 갔는가?)

등개는 돛을 펼쳐 바람을 가득 잡고는 배전에 붙어있는 고리에다 단단히 비끄러매놓았다.

《장주어른!》

아래층 갑판으로 통하는 계단에 발을 내디디며 등개가 곡진을 불렀다.

《어디 있소이까, 장주어른?》

그러나 곡진장주는 대답이 없었다.

《장주어른!》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돌아보는 순간 등개의 눈앞에선 무수히 많은 별찌들이 춤을 추었다.

《앗!》

털썩 쓰러진 등개는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관자노리로 뜨거운것이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

등개는 끝내 의식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가.

귀에 익은 파도소리에 정신을 차린 등개는 온몸이 바줄에 꽁꽁 묶여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옆에 있는 곡진도 손과 발이 묶인 상태였다.

등개는 겨우 포구멍이 뚫린 곳으로 고개를 쳐들어 밖을 내다보았다.

(앗, 부산포!)

배는 부산포를 가까이하고있었다.

그때 등뒤에서 갑판을 밟는 소리가 찌꾹찌꾹 들려왔다.

돌아보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쥬스께가 서있었다.

《왜, 놀라운가? 네가 그럴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가끼누마 쥬스께는 배반자들을 절대로 그냥 두지 못하는 성미야. 이제 부산포에 가닿으면 너희들의 피로 제돌을 씻을테다. 나를 발로 차던진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이렇게 말이다!》

쥬스께는 후닥닥 달려들어 등개의 몸을 사정없이 내리밟았다.

《윽!》

꽉 깨문 입술사이로 피가 나왔다.

《마음의 준비를 하구있으라구. 이제 곧 배는 부산포에 도착하게 되네.》

등개를 묶은 바줄상태를 다시한번 보고나서 쥬스께는 키가 있는 고물쪽으로 사라졌다.

옆에서 《으음-》 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장주어른!》

등개의 부름에 곡진장주가 눈을 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곡진장주는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듯 했다.

《배가 부산포쪽으로 접근하고있소이다. 바다에 차던졌던 그 왜오랑캐놈이 다시 살아났소이다. 다 제 불찰이오이다.》

등개의 두눈은 붉게 충혈되였다.

배가 이미 퍼그나 부산포에 가까이 접근한것 같았다.

《장주어른, 정말 면목이 없소이다. 장주어른을 구원한다는게 오히려…》

《그런 소리 말라구. 이 늙은일 찾아 거기까지 와준것만도 정말 고마우이. 자네 같은 사람을 손녀사위로 맞게 된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네.》

《장주어른!》

등개는 곡진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자,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용기를 내게.》

곡진은 조금 기여가더니 멈추고 머리우를 가리켜보였다.

거기에는 철갑으로 둘러막혀 어두컴컴한 갑판을 밝히려고 기둥에 꽂아넣은 홰불이 있었다.

(그렇지!)

등개도 꿈틀꿈틀 그리로 기여갔다.

《어서 내 등에 오르게!》

등개는 이를 악물고 곡진의 잔등에 기여올랐다.

곡진은 무릎을 이마가까이로 끌어당기며 등개를 웃쪽으로 밀어주었다.

《어서!》

힘이 진해가는 곡진의 안타까운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등개는 불똥이 뚝뚝 떨어지는 홰불밑둥에 이마를 대고 힘껏 우로 밀기 시작했다.

《어서!》

곡진의 재촉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불똥이 등개의 볼이며 머리카락에 마구 떨어져내렸다.

(안된다. 이놈들!)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키를 잡고있던 쥬스께가 이상한 눈치를 채고 그쪽으로 달려왔다.

《아니?!》

쥬스께는 놀랐다.

바로 쥬스께의 눈앞에는 불뭉치를 쳐든 곡진과 등개가 돌장승처럼 버티고 서있었던것이다.

불에 타 끊어져버린 포승끈들이 그들의 발치에 널려져있었다.

험하게 화상을 당한 등개의 얼굴은 마주보기조차 섬찍했다.

《어… 어쩌자구 그래?!》

쥬스께의 눈이 퉁방울이 되였다.

《여기까지 데려다주어 정말 고맙네. 부산포에 온걸 환영하네.》

등개의 입에서는 무뚝뚝한 말마디가 흘러나왔다.

그제서야 쥬스께는 그들의 발밑에 놓여있는 화약상자들을 가려보았다.

《설마 자네 지금…》

《그래. 암만 그래두 조선제일의 장주와 장공이 부산포를 방문하는데 이쯤이야 터뜨려주어야 인사가 아닐텐가!》

불똥이 화약상자곁에 떨어지면서 뿌직뿌직 소리를 내였다.

쥬스께의 눈은 화등잔만큼 커졌다.

《가만, 등개! 너무 격해서 그러지 말라구. 우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눠봅세. 그 불뭉치만 밖으로 집어버린다면 내 자네 소원을 뭐나 다 들어줄수 있네.》

쥬스께는 간절한 눈빛으로 등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등개는 요지부동이였다.

《너희 천조대신이라는 귀신한테 빌기나 해라. 지금은 그편이 더 나을것이다.》

《제발 그러지 말게. 자네 하란대로 다 하지. 배를 저쪽으로 다시 돌리라나, 응? 말만 하게. 어디로 돌리라나? 돌산도? 아니면 대마도? 가고싶은 곳이 있을게 아닌가!》

하지만 등개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눈앞에 원쑤들을 놔두고 조선군사가 가긴 어데로 가겠는가!》

쥬스께의 등골로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살아야 한다!)

쥬스께의 머리속엔 그 한생각뿐이였다. 헌데 어디로 어떻게 도망을 쳐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좋기는 아구리가 휑하니 뚫려있는 이물쪽이 제일 가깝지만 거기로 나가는 길은 등개가 가로막고있었다. 나들문으로 통하는 길에는 화약상자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아까 악을 쓰며 비집고 들어왔던 포구멍으로 다시 빠질 생각도 해보았지만 구멍이 너무 작아서 절반도 못 벗어난채 등개에게 덜미를 붙잡힐것 같았다.

(제길, 어떤 놈이 배를 이따위로 만들었어!)

쥬스께는 후닥닥 돌아서 웃층 갑판으로 올리뛰였다. 이제 터질 화약상자로부터 한발자국이라도 멀어지고싶었다.

(살길은 돛대를 타고 빠지는 길이다!)

쥬스께는 젖먹은 힘까지 짜내여 돛대에 매여달렸다. 안에서 밖으로 내뻗은 돛대덕분에 쥬스께는 간신히 지붕우로 기여오를수 있었다. 이젠 발밑에 촘촘히 꽂혀있는 창끝들을 피하여 바다에 몸을 날리면 그만이였다. 쥬스께는 몸을 옹송그려 뛰여들 차비를 하였다.

바로 그때 큰 파도에 밀린 배가 기우뚱하니 기울어졌다. 그통에 쥬스께는 손이 미끄러져 돛대에서 나떨어지고말았다.

《으악!-》

조선수군의 거북선을 모방하여 등짝에 주런이 꽂아놓은 뾰족한 창끝은 쥬스께의 가슴을 사정없이 꿰질렀다.

쥬스께의 비명소리는 배안에까지 들려왔다.

《장주어른, 포구가 가까이 왔소이다.》

이물쪽에 난 커다란 구멍앞에 서서 앞을 내다보고있던 등개가 곡진에게 하는 말이였다.

등개의 어깨너머로 포구에 가득 들어찬 왜적들의 싸움배가 한눈에 안겨들었다.

순간 곡진의 얼굴에는 비장한 빛이 넘쳐흘렀다.

《등개, 부디 날 용서하라구.》

《예에? 그건 무슨…》

허나 곡진은 등개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를 콱 밀쳐버렸다.

《앗, 장주어른!-》

배전을 치는 파도소리가 등개의 웨침소리를 삼켜버렸다.

(자넨 여기서 죽으면 안될 사람이야. 꼭 살아서 통제사어른을 찾아가라구. 왜적들을 무찌르고 우리 삼보녀랑 부디 행복하게 잘살라구.)

곡진의 두눈으로 굵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달밝았다 계명산천에

달밝았다 강강수월래


손에 홰불을 든 곡진이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불빛을 받아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또박또박 힘을 주어 노래를 부르는 그의 눈앞에 휘영청 떠오른 달빛아래서 해녀들과 어울려 춤을 추던 삼보녀의 모습이 어려왔다. …

포구에 몰켜선 왜적들은 가까이로 다가오고있는 정체불명의 커다란 배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그러다가 괴상한 짐승대가리모양을 한 《바다의 제왕》이 거침없이 다가들어 제놈들의 배를 거의 들이받을 순간이 되여서야 비명을 지르며 황황히 내빼는것이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다의 제왕》은 왜적의 싸움배들사이에 그대로 들이박혔다.

무시무시한 폭음이 울린것은 그 다음순간에 있은 일이였다. 거대한 불길과 잇달아 련속 둔중한 폭음이 부산포앞바다를 뒤흔들어놓았다.

《바다의 제왕》에서 번진 불길은 옆에 있던 왜적배들을 통채로 집어삼키였다. 부산포의 바다는 쇠물가마처럼 설설 끓어번지였다.

성난 파도가 기슭으로 밀려와 아비규환의 왜적무리를 통채로 덮쳐버렸다.

그 시각 꽃바당에 서서 멀리 동쪽하늘아래만 바라보고있던 삼보녀의 발치에도 흰 파도가 왈칵 끼쳐들었다. 그의 두볼로는 맑은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삼보녀는 고개를 떨구고 손에 들고있던 등개의 편지를 다시금 펼쳐들었다.

《삼보녀. 사랑하는 삼보녀…

이 편지를 보게 될즈음이면 난 아마 곁에 없을거야. 그러나 걱정은 하지 마. 장주어른을 모시고 꼭 돌아오겠어. 늦어도 보름달이 뜨기 전엔 돌아올수 있을거야. 보름달이 떠오르면 그때 우리가 늘 만나군 하던 도래굽이에서 날 기다려줘.

이 편지를 가지고 가는 회남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는 통제사어른이 보낸 비밀군관이래. 뒤산 무덤들이 다 파헤쳐진 그날 돌장승곁에서 그와 만났었거던. 그가 말하길 왜적들이 돌산도를 기습하기 3일전에 벌써 도해첩은 통제사어른에게 장주어른이 보냈다더라. 그것도 모르고 우린 회남이를 의심했었지.

나쁜 놈은 송원서였어. 아마 그놈은 왜적의 간자이거나 진짜 섬오랑캐놈일지도 몰라. 좌우간 이번 길에 그놈의 정체가 드러날테지. 그놈의 뒤를 캐느라고 회남이 남몰래 수고도 많이 하고 의심도 많이 받았어. 그러니 앞으로 만나면 잘 대해주고 사과의 말도 해줘.

팔동이 그녀석은 술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지 원래 심성은 착한 놈이야. 언젠가 날 보구 조용히 말해준게 있는데 자기는 화가 나서 술을 마신다구 하더라. 부모의 원쑤를 갚겠다고 칼을 들고 나섰는데 〈강화〉니 뭐니 하면서 싸움을 못하게 하니 아마 속에 불이 일어 그러겠지 뭐. 이제 떠나면 그 친구가 무척 보구싶을것 같애. 화술이 나쁘다고 말도 못해주었는데… 까짓거, 이제 만나게 되거들랑 말해줄수 있겠지 뭐.

그리고 예전처럼 내 없는 동안 우리 고모님을 잘 돌봐줘.

어머니를 대신해서 고생도 많이 한 우리 고모님인데 제대로 된 자식구실 한번 못해드린게 항상 마음에 걸렸어. 그래도 삼보녀가 곁에 있으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수 있어.

삼보녀!

이제 며칠 안 있으면 보름달이 뜰텐데 〈강강수월래〉를 또 한번 추는게 어때? 춤을 추는 삼보녀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더라. 정녕 그 모습은 일생 잊어버릴것 같지 못해.

언제부터 삼보녀가 춤을 출 때 우등불을 지펴주겠다고 약속하구선 아직 한번도 지켜주지 못했어. 이번에 돌아가선 만사를 제쳐놓고 꼭 내 손으로 불무지를 커다랗게 만들어줄게. …

앓지두 말구 아프지두 말구 울지두 말아. 자꾸 울면 얼굴이 못쓰게 된다고 하더라. 이 담에 돌아와서 얼굴이 못쓰게 된걸 보면 내 마음이 어떨가. 부디 몸을 잘 돌봐.

보름달이 뜨거들랑 바다가에 나와서 예전처럼 〈강강수월래〉를 신나게 불러주렴. 그러면 삼보녀가 부르는 노래소릴 듣고서, 네가 추는 춤가락을 보고서 내가 찾아갈테니. …》

편지를 쥔 손이 스르르 미끄러져내렸다. 삼보녀의 고운 얼굴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남해가에 밤은 깊어도 해녀들이 부르는 《강강수월래》의 노래가락은 잦아지지 않았다.

어깨둥실 춤을 추는 삼보녀를 보며 팔동과 회남도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부르는 그 노래는 님에 대한 노래였고 애국에 대한 노래였으며 승전에 대한 노래가락이였다.

활활 타오르는 우등불주위로 손에 손을 잡은 해녀들이 얼싸절싸 춤을 추며 빙빙 돌고돌았다.

삼보녀의 허리춤에 매여달린 표주박도 저 혼자 달싹대며 춤을 추었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들어 밤새도록 우등불과 무슨 말을 속삭이는듯 했다.

바다우에 솟은 보름달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치고있었다. 어쩌면 멀지 않아 삼보녀를 만나게 될 등개의 환한 얼굴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왜적을 쳐이긴 싸움터마다에서 쿵쿵 울리던 자랑스런 승전고같기도 한 보름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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