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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회

11. 의심


등개가 배무이장에서 일한지 며칠이 안되여 한산도에 건너갔던 팔동이 불쑥 나타났다.

《등개!》

《팔동이!》

등개와 팔동은 서로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돌아갔다.

《자네 우후에게 대들었댔다며? 그 성미는 여전해.》

《말말게. 하마트면 군률에 걸려 목이 잘리는줄 알았네. 통제사어른이 아니였다면 자넬 두번다시 못 볼번 했어.》

팔동이는 등개를 잡았던 두팔로 그를 밀쳐내였다.

《흥! 그따위 소린 하지도 말게. 제가 감히 어디라고 군률을 들먹인단 말인가! 먼저 군률에 걸어 죄를 따질 사람이 누군데?》

《죄를 따지다니, 그건 또 무슨 가을뻐꾸기같은 소린가?》

《아, 거… 당포해전때 돌격기가 올랐는데도 저 혼자 살겠다구 몸을 사렸던게 누군줄 알아? 응당 맨 앞장에 서야 할 장수가 왜적의 탄환이 비발치듯 하자 그게 무서워 뒤걸음쳤거던! 그때 우후나으리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지구 내 손을 붙들고 뭐랬는지 아나? 〈팔동아, 팔동아! 이거 갑자기 아래배가 뒤틀리는구나.〉 …그리곤 싸움이 끝날 때까지 아래갑판에만 처박혀있었지. 흥! 내 이 말은 아직 누구에게도 발설을 안했다만… 군률을 따질려면 응당 이것부터 따져야지. 안 그런가? 똥묻은 개주제에 누굴 보구…》

팔동은 제잡담 혀를 끌끌 찼다.

《에끼, 그럼 나도 개란 말인가?》

등개가 발끈하여 주먹을 내흔들자 팔동은 얼른 자라목을 해가지고 그의 허리를 그러안았다.

《얼른 그 주먹을 내리우라구. 그렇지 않으면 또 간지럼을 피우겠어!》

간지럼이라는 말에 등개는 갈비살이 꿈틀거렸다.

등개는 팔동이를 콱 밀쳐버리고 일어나 냅다 저쪽으로 뛰여갔다.

《서라!》

팔동이도 덩달아 모래불로 뛰여갔다. 두손을 쳐들고 뛰고 쫓아가는 등개와 팔동의 뜀박질은 한동안 계속되였다.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 둘 다 모래불에 쓰러지고말았다. 그리고는 가쁜숨을 고르느라 씩씩거렸다.

《제길, 이게 무슨 꼴이야. 철딱서니가 없는 애들처럼…》

《왜, 또 겨드랑이가 근질근질한가?》

손가락을 빼든 팔동이 등개를 《위협》하였다.

《저리 치우지 못해, 며칠 나가있더니 아주 버릇이 고약해졌군.》

《요즘 녀석들은 웃어른을 존경할줄 모르는게 탈이라니까.》

《챠아, 수염턱이 아직 까칠한게 무슨 웃어른이야?》

팔동은 정색해진 등개를 바라보았다. 이제 더 빈정거렸다간 등개의 주먹 두어개쯤은 건사할것 같았다.

《아아, 그러지, 그러지. 손자의 말도 들을 때 가선 들어야 한댔으니까.》

《이걸 그저…》

등개가 다시 주먹을 쳐들어보였다.

《하하하!》

서로 웃고 떠드는 그 모습은 다정스러웠다.

《갔던 일은 어찌되였나?》 하고 등개는 물었다.

팔동은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바로잡으며 점잖게 말을 받았다.

《일이 공교롭게 되여 통제사어른은 못 만났지만 대신 죽은줄 알았던 내 형을 한분 만나보았네.》

《응, 형이라는건?!》

《챠, 이런 까마귀골이라구야. 내 말했지, 우리 가문에 대맹선을 타는 형이 한분 있다구… 이종사촌말이야!》

《아하… 헌데 그 형님께서 어쨌다는건가?》

《알고보니 그 형님이 바로 경상우수영에 적을 둔 령선이더군.》

《어이쿠, 할아버지때부터 짠물에 쪘다 했더니 가문팔자에 없는 령선님이 다 나오구…》

등개는 령선이라는 말에 어지간히 놀랐다. 수군에서 령선이라면 보통 세줄이 아니였던것이다. 수군이라 하면 괴춤에 주척으로 3치정도의 둥근 패쪽을 찼다. 그 한쪽면에는 아무 포구의 수군 아무개라고 이름과 년령, 용모의 특징과 거주지를 밝혀쓰고 다른 한쪽면에는 그것을 만든 년월일을 쓰며 량쪽에다 전자(고대글씨)로 화인장(불도장)을 찍었다. 다같이 최하층의 군졸이면서도 이 둥근 패쪽을 찬자라야만 수군이라 일러주며 수군은 그 소임을 대대로 물려 내려갔다. 일단 수군이 된자는 다른 신역을 지지 않아도 되였다. 수군은 일단 배에 오르면 령선의 지휘를 받았다. 령선은 배 한척을 맡은자이다. 그런 배 10척을 통령선이 통솔하고 30척이면 천호가 이끌었다.

전란초기 왜적이 풍우같이 밀려든다는 소문만 듣고도 병사니, 절도사니 하는 금관자, 옥관자를 단 량반들이 제 혼자 살겠다고 황급히 줄행랑을 놓는통에 군통솔체계는 일시 마비되였다. 그러던것을 삼도수군통제사 리순신이 수적으로 적은 군선들과 수군들을 휘동하여 남해의 물목을 타고앉아 도요또미 히데요시가 오래동안 다져온 《수륙병진》의 기도를 꺾어놓았다. 그 첫 싸움에서 목숨걸고 싸운 사람들은 다 평범한 수군들이였다.

그제서야 선조왕이 막급한 사태에 대처하여 량인이나 천민들속에서도 출중한 싸움인재를 발탁하라는 어지를 내리여 그 바람을 입어 등개나 팔동이 그리고 팔동이의 이종사촌 같은 천민들이 그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감투를 쓰게 된것이였다.

팔동은 바람결에 시끄럽게 날리는 머리털을 입김으로 내불며 하던 말을 차근히 이어나갔다.

《자네가 부탁한대로 관포만호 송이첨의 아들에 대해 형님에게 직방 물어보았더니 아 글쎄, 우리 형님이 그 집 래력을 소상히 알고있는게야.》

《그래?!》

팔동은 등개의 애타하는 얼굴을 마주보며 마른침을 꿀떡 삼켰다.

《송만호의 자제들속에 원서라는 이름을 가진 글도령이 있었다네.》

《있었다는건? 그럼 지금은 없다는건가?》

《글쎄…》

《무슨 얼빠진 소린가, 바로 말하라구!》

가랑잎에 불달리듯 하는 등개인지라 벌써 량미간에 내천자가 그려졌다.

그런 꼴이 보기 좋았던지 팔동이는 일부러 말꾸레미를 늦추었다.

《허어, 그 못돼먹은 성미… 내 말을 들으라구. 송이첨어른이 장렬하게 전사하자 원서도령이 기어이 원쑤를 갚겠다고 혈서까지 써놓고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네. 그후로 종무소식이네. 혹 부산포에서 보았다는 사람이 있지만 죽었다는 말도 있고… 왜적들을 잡으러 승냥이굴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니 죽었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한노릇 아닌가. 그래 형님도 그 글도령이 살아있단 얘길 듣고는 눈물을 다 흘렸네. 형님의 말을 들어보니 자네 약혼녀를 구해준 그 젊은이가 관포만호 송이첨어른의 둘째도령이 확실해. 생김새도 그렇구… 또 그가 자네에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맞는걸 봐선…》

《음- 팔동이, 이번 길에 정말 고생많았네. 내 잊지 않고 자네 좋아하는 막걸리를 한사발 내겠네.》

등개의 그 말에 팔동은 피씩 웃었다.

《쳇… 자네 약혼녀한테서 그 턱을 받아먹었네. 그래두 또 내겠다면야 사양하지 말아야지.》

팔동의 입에서 갑자기 삼보녀소리가 나오자 등개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건 무슨 소린가, 삼보녀한테서 턱을 받아먹었다는건?!》

《흥, 방금은 제 살점이라도 떼줄것처럼 너스레를 떨더니만 약혼녀소리 한마디에 이렇게 태도가 싹 달라지네그려.》

팔동은 괜히 딴전을 부리면서 등개의 약을 올려주었다.

《어서 말하라구, 삼보녀가 뭘 어쨌게… 맞아보겠나?》

등개가 주먹을 추켜들었지만 팔동은 더욱 씨물거렸다.

《진정하라구, 자네 약혼녀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그럼 뭐야?》

팔동이는 등개가 주먹을 내리우자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산도에서 돌아온 저녁이였다. 같은 배를 타고있는 늙은 수군이 찾아와 우후가 팔동이를 찾는다는 전갈을 알려주었다.

그가 한산도를 다녀온것은 우후도 모르는 일이라 팔동은 어딘가 미심쩍어하였다. 이틀동안 배가 아프다고 핑게를 댔는데 우후가 그걸 눈치챈 모양이다. 늘 사람의 속을 찌르는것 같은 우후의 세모진 눈이 벌써부터 기분나쁘게 안겨왔다.

(혹시 어느 놈이 밀고를?)

팔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수군의 뒤를 쫓았다.

그날 우후를 만난것은 뜻밖에도 팔동이 잘 아는 길거리주막집의 뒤골방에서였다.

팔동이는 볼수록 뺨치고싶은 관기같이 예쁜 주모로 하여 이 주막집을 수없이 찾아들었어도 호사한 뒤골방은 처음인지라 얼굴이 지지벌개져 그처럼 좋아하는 도깨비장물도 마실념을 못하고 꿔온 보리짝처럼 무료히 앉아만 있었다.

《왜, 술맛이 없는게지? 아니면 내게 뭘 꺼리는게 있든가…》

《나으리, 그럴리가 있겠소이까. 제가 군교로 된게 뉘 덕이라고…》

팔동은 얼굴에 어색한 빛을 띠우며 뒤더수기를 쓱쓱 긁었다.

《알긴 아는구나. 그때 통제사령감이 너희들을 발탁시키려 할 때 내가 끝까지 반대를 했었다면 너희들은 결코 군교로 되지 못했을거다. 난 법도에 어긋나는 일을 보고는 못 참는 성미니까. 그러나 난 그러지 않았어. 그게 왜서인줄 알아?》

대답을 재촉하는듯 팔동을 쳐다보는 우후의 세모진 눈이 뱀처럼 차거웠다.

팔동이는 무어라 대답을 못 찾고 두눈만 껌뻑거렸다.

《전부터 너를 눈여겨보아왔는데 제법 입도 무거운듯 하고 또 그만하면 쓸만 해보이더구나. 그냥 시골구석에 처박아두기는 아깝다 그 말이야. 내 말 알아들었나?》

우후의 물음에 팔동은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굽석거렸다. 전부터 보아왔다는것은 아마 우후가 싸움마당에서 뺑소니를 쳤던 당포해전을 두고 하는 말일테고 입이 무겁다구 하는건 그것을 여직 누구에게도 발설치 않은것을 보고 그러는것일테지만 자기를 그냥 시골구석에 처박아두기 아깝다는 말만은 도무지 리해할수가 없었다.

우후는 팔동의 이런 아리숭한 마음을 어느새 알아차렸는지 계속 지껄였다.

《내게 찰싹 붙으면 넌 팔자를 완전히 고칠수가 있어.》

《예에, 팔자를요?!》

《그래, 내가 조만간 한성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그때 반드시 너를 함께 데리고 갈 생각이다. 나만 따라나서게 되면 네 팔자쯤 고치는건 일두 아니다. 어때?》

우후는 음흉한 눈길로 팔동을 쳐다보았다.

《나 같은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아니 될 말이 아닌줄로 아오이다.》

팔동이는 맘에 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건 너한테 달렸지. 내 말만 잘 들으면 고생거리가 순간에 달라지는게구… 또 기생 따라주는 술잔도 받아볼수 있지.》

우후는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제 턱수염을 배배 꼬았다.

《우후나으리, 정말 고맙소이다.》

팔동은 넙죽 엎드려 절까지 하였다.

《절까지야 무슨… 그래, 내가 너를 믿어도 되겠느냐?》

《나으리, 그야… 여부가 있겠소이까.》

《좋아, 아주 좋아. 그렇게 나오리라 생각했다. 응, 자, 어서 마셔라.》

팔동이는 그제서야 막걸리가 찰랑거리는 뚝배기사발을 쳐들었다.

우후는 뾰족한 하관에 몇오리 남지 않은 짧은 턱수염을 내리쓸며 팔동이 막걸리사발을 비우기를 기다렸다.

팔동이 말끔히 마셔버린 뚝배기사발을 상우에 내려놓기 바쁘게 우후의 심사 뒤틀린 소리가 들렸다.

《너도 보았다싶이 이번에 통제사령감의 명으로 그 계집을 곱게 놔주었다만 내 눈은 결코 속이지 못한다. 두고봐라. 이제 그 계집은 틀림없이 제 할애비가 숨겨둔 도해첩을 찾아쥐고 왜나라로 도망치려 할게다. 그 계집이 도해첩과 함께 사라져버리고나면 모든것은 끝장나고만다. 그러니 너는 빨리 군사들을 이끌고 돌산도로 건너가 그 계집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있다가 도해첩을 찾기만 하면 제꺽 붙잡아다 내앞에 끌어오너라. 내 말을 알아들었느냐?》

《그러니 저더러 삼보녀를…》

우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계집을 다시 붙들어야 하겠다. 넌 아이적부터 등개라는 녀석과 친한 사이였다니 네가 주변에서 어슬렁거려도 추호의 의심도 사지 않을게다. 그러니 이 일에 너만 한 적임자가 없어. 이번에 네가 정말로 내게 쓸모있는 일을 한다면 너는 출세의 지름길을 찾게 될것이다. 단 한가지 명심할것은 절대로 이 말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된다는것이다. 만일 그 계집이 눈치를 채고 그로 하여 나라의 국보가 행여 왜적들의 손으로 빠져나가는 날에는 되려 귀양길이나 가게 될것이니까.》…

어깨숨을 톺는 등개의 눈언저리가 이지러졌다.

《그러니 지금 삼보녀를 감시하려 여기에 왔단 소린가?》

등개의 눈은 팔동을 노려보는듯 했다.

《마저 들어보게나.》

팔동은 우후의 령을 거역할수 없어 배를 타고 돌산도로 건너오게 되였다. 그러나 도해첩이 왜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감시를 한다는것이 말은 그럴듯 해도 어디까지나 친구의 약혼녀를 몰래 살펴야 하는 일이였던지라 팔동에게는 어딘가 당당하지도 못하고 또 껄끄럽게만 생각되였다. 출세의 길이 아무리 간절하다고 해도 친구의 약혼녀를 섬겨바치고 립신양명을 얻을 생각은 꼬물만큼도 없었다.

《그래 난 에라, 모르겠다. 직접 찾아가서 툭 털어놓구 말해줘야 하겠다 하구 곡진장주의 집엘 찾아갔네. 그런데 그 집에 사람들이 많아서 차마 말을 꺼낼수가 없었네. 대신 삼보녀가 전어를 구워주기에 그저 자네에게 받을 인사삼아 그냥 받아먹구 나오구말았다네. 어때, 내가 잘했지?》

팔동은 우습강스럽게 한쪽눈을 찡끗해보였다.

《에끼, 싱거운 자식!》

등개는 팔동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툭 치였다. 그리고는 《허허…》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말았다.

《헌데, 그 집에 사람이 많다는건?》

《마을사람들이 달라붙어 집을 수리하고있었네. 거기에 송원서도 있더구만. 아마 이젠 몸이 다 나은것 같애.》

《송원서가?》

《그 글도령이 보기와는 다르던데. 기운개나 쓰더구만.》

《그런가?》

등개는 삼보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가 날 얼마나 원망할가. 헌데 나는 종일 배무이장에만 붙박혀있으니…)

그러나 지금의 등개로서는 삼보녀를 도울 방도가 없었다.

《다 리해할걸세. 자네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아닌가. 그리구 이 팔동이가 우후나리의 덕분에 돌산도에 뻐젓이 드나들게 됐으니 집수리는 걱정말게.》

등개는 어느새 자기의 속마음까지 헤아리는 팔동의 말이 고마왔다.

《고맙네.》

《고맙기는… 참 등개, 자네 회남이란 사람을 아나?》

《회남이? 다리를 저는 사람 말이지. 깊이까지는 몰라두 안지는 퍽 오래되였네. 갑자기 그건 왜 묻나?》

팔동이는 말없이 이마살을 찌프리고 땅바닥만 내려보았다.

《무슨 일인데? 어서 말하라구.》

등개가 영문을 몰라하며 한편으론 속이 달아 다우쳐물었다.

《이번에 돌산도에 갔다가 거북바위근처에서 웬 절름발이가 어물거리길래 붙잡아서 따져물었더니 자네 이름을 대더구만. 어떤자인가?》

《글쎄… 내보기엔 사람이 듬직하던데. 경상도수군에 있다가 부상을 당했다더군. 마음도 순진해보이구.》

팔동은 대뜸 인상을 찌프렸다.

《수군에 있었다는건 누구의 말인가? 거 내보기엔 그닥 어진 사람같지 않던데… 눈빛이 좀 달라. 자넨 사람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도해첩얘기를 다 나누었더군.》

팔동의 핀잔에 등개는 어지간히 기분이 상하였다.

《내가 보기엔 회남인 좋은 사람일세. 덮어놓고 의심하면 쓰나.》

《거야 마찬가지지. 자넨 왜 날더러 송원서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나?》

등개는 그 말에 심중한 낯빛을 하고 조용히 말했다.

《그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때 알지 못할 사람을 덮어놓고 섬에 들일수는 없지 않아.》

《그가 관포만호 송이첨의 아들이라는거야 이번에 확인되였지. 회남이라는 그 사람도 자네가 믿는다니 나도 내 생각을 거두겠네.》

분명 팔동의 말속에는 또 다른 말이 있었다.

등개가 그만한것쯤 눈치 못 챌리 만무하였다.

《자넨 지금 나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지? 뜸은 그만 들이구 어서 말을 하게. 아니라고는 말고…》

등개의 두눈을 한동안 마주보던 팔동이 역시 신중한 어조로 말을 뗐다.

《난 자네를 보는 순간부터 이 말을 꺼낼가말가 생각이 많았네. 생사람에게 함부로 감투를 씌우는건 좋지 않지. 하지만 임잔 너무 사람들을 좋게만 대하거던. 그러다 큰코 다칠수 있네.》

사실 팔동은 등개에게 이 말을 하고싶지 않았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것이 없는 혼자만의 추측이기때문이였다. 그것이 틀린것이라면 백번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만에 하나 그 추측이 옳은것이라면 회남이를 남같지 않게 생각하고있는 등개나 삼보녀에게는 큰 불행일것이였다.

(차라리 다 말해주자. 털어놓고나면 내 속도 좀 가벼워지겠지…)

무엇이나 가슴에 품고있는 성격이 아닌 팔동은 이제 자기가 하는 말을 등개가 어떤 감정에서 듣게 되겠는지 속으로 가늠해보며 제가 보고 느낀것을 모두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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