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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회

9. 회남이


등개는 이전에 돌산도에서 회남이를 한번 본적이 있었다.

몇해전, 그러니까 섬오랑캐놈들의 1차침입이 좌절되고 《강화담판》의 미명아래 일시적인 태평시기가 이루어지던 바로 그해말 돌산도 장공마을근처에 절름발이 회남이가 지팽이를 짚고 나타났었다.

《곡진장주어른을 찾아왔는데 혹 알고있거들랑 어느 집인지 좀 가르쳐주시구려.》

고모를 만나보느라고 돌산도에 왔다가 다시 수영으로 돌아가던 등개는 자기를 불러세운 절름발이청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후렁후렁한 저고리안으로 넌지시 드러나보이는 구리빛가슴팍이며 무어라 말할수 없이 틀이 진 몸가짐이 시원시원한 그의 성격을 말해주는듯싶었다. 그런가 하면 오목한 눈이라든가 찌프러진 량미간, 도드라진 이마와 잘근잘근 씹어대는 입술을 보느라면 이 친구의 고집이 보통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주어른은 어째서 찾으시는거요?》

등개는 생전처음 보는 사람이 삼보녀네 할아버지를 찾아왔다는데 호기심이 동하여 거꾸로 그에게 물음을 들이댔다.

그러자 그 절름발이의 눈살이 대뜸 꼿꼿해졌다.

《알면 대주고 모르면 그냥 가오. 꼬치꼬치 캐묻는게 성가신 사람이구만.》

아하, 이건 오히려 제편에서 역증이다.

일이 그쯤 번져지니 절름발이에 대한 등개의 호기심만 더욱 커졌다.

《왜 찾는가 묻는데 곱게 대답이나 할노릇이지 역증을 낼건 또 무어란 말이요!》

등개의 그 말에 절름발이는 홱 머리를 돌리더니 무섭게 쏘아보았다.

《지금 나하구 여기서 시비를 가르자는게요?》

《시비면 시비, 못 가를건 또 뭐요. 내 비록 당신처럼 한가한 사람은 아니오만 정 소원이라면 바쁜 일 다 제쳐놓고라도 얼마든지…》

보매 어느 한쪽도 호락호락 물러설것 같지 않았다.

절름발이는 땅바닥에 지팽이를 쿡 박아세우더니 넓은 천으로 둘러감은 허리띠를 풀어 다시금 꽉 동여맸다.

(이것 보지, 정말 해보자는거야?)

등개는 공연히 절름발이의 비위를 긁어주었다는 생각이 피끗 들었다.

성미가 괴벽할것 같은 이 친구가 만약에 자기에게 행패질이라도 하려든다면 사내자존심에 도망은 칠수 없는노릇이고 그렇다고 지팽이가 없으면 제 몸도 유지 못할듯 한 이런 사람에게 팔을 걷고나서서 버릇을 가르칠수도 없는노릇이였다. 게다가 몇번 당해보았지만 이런 류의 사람들은 여느 다른 사람보다 자존심이 몇배로 강해 조금만 저보고 어쩌는것 같으면 발끈발끈 성을 내며 대들기가 일쑤였다.

(젠장, 일이 시끄럽겐 되였군.)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팽이를 쥔 절름발이와 몸싸움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당신 속이 정 풀리지 않는 모양인데 우리 저걸로 시비를 갈라봅시다그려.》

등개는 마을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돌장승의 발치에서 굵은 나무몽둥이를 하나 주어들었다.

《그걸로 어찌자는거요?》

등개는 시치미를 뚝 따고 이렇게 말했다.

《맨손으로 이 나무를 두토막 내는 사람이 가타부타 할것없이 이긴걸로 칩시다.》

절름발이는 등개가 내미는 나무몽둥이를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보더니 머리를 기웃기웃거리며 이리저리 뜯어보는것이였다.

(어때? 이만한 굵기면 손을 들고 나앉는게 좋을것 같은데…)

등개가 보기에도 제가 내민 그 나무몽둥이는 보통 굵직하지 않았다. 자기가 꺾자고 해도 힘개나 뽑아야 할것이였다.

허나 절름발이도 배짱이 여간만 아니였다.

《좋소. 나부터 하겠소!》

절름발이는 팔을 쑥 걷어올리며 몽둥이를 들고 나섰다.

(물러서지 않겠다? 좋아, 사내라는건데… 어쨌든 이 친구 마음에 들어.)

등개는 흥그러운 마음으로 절름발이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몽둥이를 손에 든 절름발이는 그것을 툭툭 손바닥에 두드려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는것이였다. 그러더니 몽둥이를 곧바로 세우고 그 밑둥아리를 두손으로 꽉 틀어잡는것이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무엇인가 한참 념불 같은것을 외우고는 번쩍 눈을 뜨고 추켜들었던 몽둥이를 천천히 눈앞에 가로눕히는것이였다. 이어 천천히 모아잡았던 두손중의 한손을 몽둥이의 다른 한끝으로 이동시켰다.

이윽고 그의 목에 피줄이 살아올랐다.

《윽!》

힘쓰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따라 툭- 하고 나무가 부러져나갔다.

《?!》

등개는 깜짝 놀랐다.

토막이 난 몽둥이를 량손에 하나씩 갈라쥔 절름발이는 거친 숨을 내불며 등개를 바라보았다.

《히야, 자네 대단한 근력을 소유하고있소그려!》

등개의 감탄은 진심이였다. 과히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였다.

《그쯤한걸 가지고 뭘 그러오. 보매 그쪽도 두부근육같지는 않은데.》

그 말에 등개의 얼굴빛은 순간에 달라졌다.

《어디 하나 맞춤한 놈으로 골라보시오.》

등개는 자기는 나무몽둥이를 아예 세워잡고 찢을 잡도리였다. 강궁을 당기느라 억세게 단련된 두팔로 본때를 보여주리라 단단히 결심했다. 벌써부터 팔뚝에 불끈불끈 힘이 솟는것 같았다.

《옛소, 이걸로 해보오.》

절름발이가 내미는것을 받아들던 등개는 《이건 뭐요?》 하고 화를 냈다.

그의 손에 쥐여진것은 절름발이의 지팽이였다.

《이걸 어쩌라는거요?》

등개는 지팽이를 다시 절름발이에게 내밀었다.

《자넨 좋은 사람같구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거긴 나쁜 사람이란 말이요?》

등개는 세상에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다는 투로 절름발이의 말을 받아넘겼다.

《회남이라 불러주오. 한때 나도 바다에서 배를 타던 사람이요. 악귀같은 섬오랑캐놈들이 조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그만 다릴 다쳐 이렇게 배에서 내리게 되였소그려. 헌데 배놈이 바다를 버리고 가면 어데로 가겠소. 그래 배를 만드는 장공이 될 결심을 품게 되였소. 소문을 들으니 배무이술에선 돌산도의 곡진장주님을 따를만 한 사람이 없다더구만. 그래 이렇게 제잡담하고 나선 길이요.》

절름발이는 사람좋게 웃었다.

그러니 등개의 마음도 스르르 풀리는듯 했다.

《그런것도 모르고 공연히 자네의 기분을 거슬리게 했구려. 이거 미안하게 되였소. 실은 우리 고모가 바로 곡진장주네 옆집에서 살고있다오. 저기 마을로 들어가면서 한 댓채 그냥 지나치느라면 우물이 나지는데 그 다음에 있는 집이 바로 곡진장주님의 집이요. 이거 마음 같아서는 같이 가면 좋으련만 내 길이 바빠놔서…》

《일없소. 바쁜 사람 지체시켜 참 미안하오. 이렇게 마주친것도 인연이면 인연인데 거기 함자나 알구 헤여집시다.》

회남이의 이 말에 등개는 아차! 하고 이마를 쳤다.

《내 정신 좀 보오. 항상 이렇다니까. 그럼 통성명을 틉시다래. 내 이름은 등개요. 경오년(1570년) 9월생이구.》

《저런! 난 경오년 정월생이요. 앞으로 날보고 형님이라고 불러야겠소.》

《제기랄, 팔자에 없는 동생이 생겨서 기쁘시겠소.》

등개와 회남이는 돌장승이 서있는 마을어귀 나무그늘밑에서 큰소리로 웃으며 한바탕 떠들고나서 그만 제 길들을 찾아 걸음을 놓았었다.

그후 며칠이 지나서 섬에 건너갔던 등개는 회남이라는 절름발이가 이 섬에 전혀 나타난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삼보녀에게 물어보니 어느날 어둑새벽에 알지 못할 사람 하나가 문밖에서 서성거리는걸 보긴 봤는데 들어오지 않고 곧장 돌따서 어디론가 사라졌다는것이였다.

그때 등개는 별 이상스런 사람도 다 있다고 속으로 혀를 차고는 인연이 되면 언제든 다시 만날 때가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후 회남이란 존재는 점차 등개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불쑥 땅속에서 솟아나듯 회남이가 나타난것이다.

좌수영의 섬돌밑에서 우후의 심복들이 내려치는 강매에 아예 혼절해버린 등개를 겨우 거적에 싸서 돌산도 그의 고모네 집에 엎어놓은것이 불과 사흘전이였다.

등개는 맞은 여독이 퍼렇게 올라 볼기짝에 초약을 한가득 바른채로 회남을 맞았다.

《이게 회남형 아니요!》

《허, 날 잊진 않았구만.》

회남은 등개가 첫눈에 자기를 알아보는것이 무척 기뻤다.

회남의 갑작스런 출현과 자기의 안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게 된것이 못내 점직하여 등개는 이판사판이다 하고 능청부터 떨었다.

《엄살은 그만 부리라구. 볼기짝이 그만한것도 다행일세. 안 그런가, 동생?》

《제길! 형님대접받기 그렇게 좋으면 어디 실컷 그래보우. 헌데… 왜 그때 말도 없이 사라졌소?》

등개는 상처투성이의 볼기짝을 비스듬히 움직이며 회남을 쳐다보았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네. 갑자기 이 삐걱다리가 말썽을 일으키는데 괜히 일손바쁜 장공들에게 짐만 될것 같아서… 그래서 내절로 물러나고말았네.》

《그렇소? 그럼 지금껏 어디에 몸을 담고있었나?》

그 말에 회남이는 벌쭉 웃었다.

《꼬치꼬치 캐묻는 성가신 버릇은 여전하구만. 이래저래 세상을 돌아다녔지. 아무리 병신이기로서니 내 몸 하나 건사 못할가, 허허허!》

회남은 껄껄 크게 웃는데 등개는 허거픈 웃음을 지어보였다.

《헌데, 듣자하니 그 곡진장주어른이 왜적들에게 랍치되여갔다면서?》

불쑥 꺼내든 곡진장주소리에 등개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건 어데서 들었소?》

《자네 왜 이러나? 내 다리는 남들만 못해도 이 두귀쪽만은 그래도 아직 성성하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온 자네 약혼녀가 수영에 불리워가 욕을 봤다는 얘기도 들었네.》

회남이의 말에 등개는 《후유-》 하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불었다.

어디서 주어들었는지 회남은 모든걸 알고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때문에 이 목이 뎅겅하고 달아나는줄 알았네. 무슨 정신에 내가 그랬는지…》

《자네도 참… 그 성미를 고치지 않았다간 앞으로 더 큰 욕을 볼수도 있어.》

회남이는 혀를 끌끌 찼다.

《내가 뭐 어쨌다고 그러오? 아마 자네가 내 처지에 빠졌대도 달리는 행동하지 못했을걸.》

등개는 허공에 대고 주먹을 내흔들었다.

《참, 거 삼보녀를 구원해온게 누구라구?》

《아, 송원서. 관포만호 송이첨어른의 자제라우. 그 만호나으린 임진년 바다싸움에서 그만…》

등개의 말에 회남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음, 그거 안됐구만. … 헌데 어떻게 되여 왜적의 배에 함께 타구있었다오?》

회남의 호기심은 정말로 끈질길 정도였다.

《기구한 사연이 있었더구만. … 제길, 궁금하면 직접 가서 물어보우. 이제 보니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사람 성가시게 하는 재주는 자네두 나만 못지 않소그려.》

회남이는 그 말에 히쭉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네 약혼녀를 구원해주었다니 대체 어떤 사람일가 궁금해서 그러지.》

《원, 알구싶은것두 많다.》

등개는 공연히 손을 홱 내저으며 입만 다시였다.

《그나저나 행처를 모른다는 그 도해첩이 문제지. 그걸 찾아야 곡진장주나 삼보녀에게 루명을 들씌우지 못할텐데…》

《쩌쩌, 도해첩얘기까지 다 알구…》

그 말에 회남이는 화가 난듯 말했다.

《자네 정말 날 밥병신 취급할셈인가?》

《챠, 이런… 내가 잘못했네. 아, 잘못했다니까!》

등개는 우격다짐으로 회남이의 무릎을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쯤한 일에 뭘 그다지나… 형님이란게 체통에 어울리지 않소그려.》

《허허허…》

회남이는 종내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그통에 등개도 허허- 웃었다.

《제길, 그나저나 그 도해첩이란게 뭔지 알수 없단 말이요. 리순신장군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곡진장주어른한테 분명 거북선도해첩이 있은듯 한데 그걸 감춘 장소는 누구도 모르니 그걸 어찌 찾겠나?》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니 우후라는 량반이 아예 곡진장주어른을 역적으로 몰아붙일 잡도리라던데… 그렇게 되면 자네 약혼녀는 또 어찌되겠나? 도해첩을 찾아 바치는 길만이 루명을 쓰지 않을 유일한 출로일세.》

《말이야 쉽지. 헌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도해첩을 대체 어디 가서 찾아낸단 말인가?》

회남이는 대답은 않고 그 물건이 마치 방안에라도 있는듯 사방을 둘러보기만 하였다.

《도해첩이야 보통책처럼 생겼을테지. 없는건 못 찾아두 있기만 하다면야 그걸 찾아내는것은 문제도 아닐걸세. 단지 그걸 언제, 어떻게 찾는가가 문제일뿐이지.》

갑자기 등개의 낯에 화기가 돌았다.

《어랍쇼. 자네도 도해첩에 꽤 관심이 큰것 같은데… 혹시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는게 아니요?》

《하하하! 하긴 나도 그 도해첩에 영 무관심한건 아니지. 헌데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면 방도가 떠오르는 법이라네. 자네 약혼녀가 조금 거들어준다면 도해첩을 쉽게 찾을수도 있고.》

등개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짓고있었으나 그러면서도 회남의 말에 뭔가 짚이는것이 있어 묻는 말이 예리해졌다.

《그건 대체 무얼 념두에 둔 소리요?》

《말해달라나?》

《물론.》

《그럼 가까이 오게.》

회남이는 등개의 귀에 대고 몇마디 수군거리였다.

《뭐요? 자네 정말…》

등개는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쳤다.

《그것도 방도요? 참 어이가 없군.》

《왜 그러나? 그만하면 꽤 괜찮아보이는데.》

등개는 이내 도리머리를 저었다.

회남이가 내놓은 방도라는게 듣고보니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는것이였다. 글쎄 할아버지인 곡진장주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삼보녀가 아무 책 하나를 자기가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어디다 감춰두면 둘이서 그것을 찾아보자는것이였다. 그렇게 여러번 해보느라면 엉뚱한 곳에서 진짜 도해첩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것이였다.

《아이들 숨박곡질같군.》

《그럼 자네한테 더 좋은 방도가 있나? 있으면 어서 내놓으라구. 들어보구 좋으면 그대루 해보자니까.》

그러나 등개에게 그런 방도가 있을리 만무하였다.

대답이 궁해진 등개는 다시한번 회남의 제의를 곰곰히 따져보았다.

(정말 그렇게 한번 해봐? 혹시 그러다가 회남이 말처럼 진짜 도해첩을 찾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다음순간 등개는 자기가 래일부터 배무이장에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는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구. 자네도 말하지 않았나. 방도는 간단해야 한다구… 그렇게 찾을것을 많이 만들어놓으면 눈길이 분산되지 않겠소. 이미 도해첩은 숨겨졌으니 모두 곡진장주의 립장에 서서 그 도해첩을 찾아보는게 훨씬 더 빠를것 같소. 우선 중요한 문제는 아래마을 의원댁에 가서 삼보녀를 만나는것이네. 아무래도 이 일은 자네가 해줘야 할것 같네. 아다싶이 난 래일 아침부터 배무이장에 나가야 하니까. 어떤가?》

《그럽세, 그야 뭐 어렵겠나.》

회남이의 말에 등개는 한결 마음이 개운해지는듯 했다.

어느덧 돌산도 장공마을에도 밤이 찾아와 모든것을 어둠속에 덮어버리였다.

한낮의 시름들은 다 잊고 등개와 회남이는 솔곳이 잠에 들었다.

꿈에서 등개는 삼보녀집 장농뒤에서 도해첩을 찾아내였다. 도해첩을 찾아들고 막 기뻐하는데 창호지를 찢으며 누군가의 팔이 쑥 들어오더니 등개의 손에 쥐여진 그 도해첩을 덥석 뺏아들고 눈깜빡할 사이에 사라져버리였다.

(아, 도해첩!)

깨여나보니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히 돋아있었다.

(휴, 꿈이였구나.)

등개는 소매로 이마를 쑥 훔쳐내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려고 이불을 뒤척이였다.

문득 등개는 옆에 누운 회남이를 쳐다봤다.

(저런?)

등개는 깜짝 놀랐다. 이불밖으로 나온 회남이의 팔이 자기쪽을 향해있었는데 그 손모양이 꿈에서 본 그 손과 흡사했던것이다.

(수군에 있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했지. … 불쌍한 친구야. … 후- 그나저나 팔동이 이 친구가 빨리 와야 할텐데…)

등개는 턱밑까지 이불을 바싹 끄당기고는 조금 뒤치락거리다가 이내 다시 굳잠에 들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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