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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회


제 2 장

3


다리부러진 초라한 장수꼴이 되여 선장실에 들어박혀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오까모도는 내 어찌하여 박진우를 비롯한 조선사람들을 모조리 교수대에 매달거나 오미나또비밀함선대피굴에 수장하지 못하고 이런 수치를 당했단 말인가 하고 가슴을 쳤다. 분통이 괴여올라 참을길 없던 그는 《내 눈이 멀어도 분수없이 멀었지. 저런 무지막지한 진우놈을 수재라고 길들여 잠시라도 써먹으려 했으니.》하고 후회하고 한탄했으나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하자 《두고보자, 기어이 네놈을》하고 또 이발을 사려물었다. 권총도 견장도 빼앗긴 참을수 없는 수치를 삭일길 없던 그는 술을 병채로 입에 대였다가 도로 상우에 내려놓았다. 술이나 마신다고 복수가 되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쳤던것이다.

마침 상우에 놓고 갑판에 나간 덕분에 빼앗기지 않은 해군단검이 눈에 띄였다. 그는 으스러지게 단검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시퍼렇게 날이 선 단검을 뽑아들었다.

(이걸로 그놈을 당장…)

치를 떨던 그는 자기가 무모한 객기로 개인복수나 하려는것이 못내 어리석다는것을 깨달았다.

(조선놈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

그는 높아진 파도의 덕을 입어 배가 뒤집히거나 좌초되게 하여 징용자들을 죽이려고 한것이 심히 우둔했다는것을 깨달았다.

(우연을 바라다니…)

그는 자기의 어리석은 생각에 랭소를 퍼부으며 단검을 칼집에 도로 꽂고 다시 으드득 이발을 갈았다. 그래도 박진우에게 당한 수치가 좀체로 사그러지지 않았다.

(내 그놈을 너무 허술히 봤어, 너무도…)

침대에 몸을 던진 오까모도는 요람처럼 흔들리는 속에서 박진우를 나꿔채던 때를 뼈아프게 돌이켜보고있었다.

그때 난 그놈의 도고한 자세를 기분나쁘게 건드리지 않고 제딴에는 능숙하고 여유있게 올가미를 씌우겠다고 군복이 아니라 사복을 하고 대학에 찾아갔댔지.…


× ×


그날은 박진우가 졸업론문을 변론하는 날이였다.

무라야마 미사꼬는 박진우를 축하해주려고 교문으로 들어섰다.

아직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처녀가 찾아가는것이 좀 쑥스러워진 미사꼬는 교정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만 해묵은 아름드리 나무뒤에 숨지 않을수 없었다.

뜻밖에도 교사의 높다란 돌계단으로 사복차림의 오까모도 나미오와 이야기하며 내려오는 박진우를 발견했던것이다.

박진우는 벗어쥔 사각모를 옮겨쥐기도 하고 구겨쥐기도 했다. 가벼운 한숨을 내쉰 미사꼬는 공교롭게도 오까모도와 맞다든것이 싫었다. 단 둘이 만나 마음껏 속삭일 기회를 놓친것도 아쉬웠지만 혹 그가 자기를 보고 처녀가 분수없이 사랑에 빠져 미쳐돌아간다고 놀려줄가봐 부끄러웠다.

나무뒤에 숨은 그 녀자는 내려오는 그들을 끈덕지게 주시하였다.

오까모도는 손짓을 해가면서 내려왔고 박진우는 흥분을 삭이지 못해서인지 구겨쥔 모자를 더 세차게 움켜쥔채 따르고있었다.

그런데 어이하랴.

그들 두사람이 곧추 자기가 있는 나무를 향하여 한걸음 두걸음 다가올줄이야.

미사꼬는 그들의 눈에 띄우지 않게 아름드리 나무밑둥을 에돌았다.

그들이 나무밑에 있는 돌걸상에 와앉자 그 녀자는 멎는듯한 심장을 희고 갸름한 열손가락으로 얼른 감싸쥐였다. 뿜어져나오려는 거센 숨도 겨우 삼켜버렸다.

다행스러운것은 오까모도가 얼마나 열을 올리며 력설하는지 두사람 다 자기따위에는 관심을 돌릴 정신적여가가 없는것이였다. 그래서 그 녀자는 주고받는 이야기를 장애없이 엿듣게 되였다. 남의 말을 귀동냥하는것이 무례하고 도덕에 심히 어긋난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리를 피할수 없어 그냥 서있었다.

박진우가 어떻게 생각하고있는지도 모르면서 사랑을 고백하려고 무모하게 생각해온 미사꼬에게 있어서 어찌보면 엿들을수 있는 기회가 차례진것은 호기심으로 한껏 부풀어오른 그 녀자의 속심을 만족시켜주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였다.

이것 또한 차례진 행운이라고 제편에 유리하게 해석한 미사꼬는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너무도 뚜렷하건만 한마디라도 놓칠가봐 귀를 한껏 강구었다.

《이미 말했지만 나는 군이 제출한 항만건설에 대한 졸업론문도 읽었고 또 오늘 군이 변론하는것도, 교수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는것도 다 들었소. 군이 보기 드문 유망한 기술자라는것을 확신했단 말이요. 그래서 난 군과 초면이지만 우리 업체에 취직시키려고 왔소. 생각이 어떻소?》

말투로 보아 오까모도의 권고는 집요한것 같았다.

그 녀자는 왜 그런지 그 권고가 제일처럼 기뻤다.

지금은 전시라 졸업해도 취직이 막연한 때인데 대학에까지 찾아온 오까모도의 선의가 얼마나 고마운가.

어쨌든 박진우의 운명은 벌써부터 휘황한 래일이 약속되고있으니 얼마나 찬란하며 양양할것인가. 한가지 석연치 않은것은 오까모도가 업체를 운운하는것을 보면 해군에 초모하겠다는것인지 아니면 군속으로 그 어떤 비밀자리에 채용하겠다는것인지 하는것이였다. 고급기술자이며 해군성 주임참모인 오까모도대좌가 《전시동원령》을 몽둥이처럼 내휘두르면서 징병해가도 말못하는 세월일진대 저렇듯 저저이 권고하는걸 보면 박진우를 강제로 징집하자는것도 군속으로 끌어가자는것도 아닌 선망의 대상임에 틀림없는것 같았다.

생각해보라. 박진우가 대학을 아무리 최우등성적으로 졸업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시동원령》이 그 점을 참작이나 한다더냐. 머나먼 남양전선과 바람세찬 북지전선이 그를 하나의 보통병사로 끌어가도 말 한마디 못할 판국이요, 징용에 걸어 해도 볼수 없는 탄광막장에 처박아넣어도 할 소리가 없는 살벌한 때가 아닌가.

그런데 오까모도가 저렇듯 데려가지 못해 침을 흘리는것을 보면 박진우는 확실히 수재다.

또 한가지 석연치 않은것이 있다면 오까모도가 왜 군복차림으로 오지 않고 사복차림을 했을가 하는것이였다.

그 녀자는 그 의혹도 가볍게 털어버렸다. 지금은 전시라 군복이 너무도 잘 어울리지만 교정에 찾아오자니 군복보다도 사복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던것이다. 게다가 문벌이 뜨르르하고 례의에 밝은 오까모도가 군복차림으로 신성한 교정에 드나드는것이 비정상적이며 비도덕적이라는것을 어이 모르겠는가.

미사꼬는 박진우를 값높은 존재로 봐서 그런지 오늘따라 오까모도 나미오의 행동거지와 언행도 죄다 좋게만 보였다.

그 녀자는 권고를 받은 박진우의 동정을 훔쳐보았다. 지극히 고맙게 여겨야 할 박진우건만 그는 어째서인지 고개만 푹 떨구고 일언반구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미사꼬는 그런 태도가 민망스러우리만치 밉고 안타까왔다. 난딱 뛰여들어 어서 대답을 하라고 간참도 하고 독촉도 하고싶었으나 아직은 그렇게 할 명분도 없거니와 녀자로서 더구나 애숭이로서 남자들의 틈에 끼워 사사건건 론할 그런 용감성만은 가지고있지 못했다.

《군이 우리 업체에 취직하기만 하면 변론한 졸업론문을 부두건설에 지체없이 받아들여 열매를 맺도록 해주겠소. 기술론문이 종이장우에 머물러있어서야 무슨 재미가 있소. 군이 기왕 항만건설을 전공했으니 내 동업자로서 너무 기쁘고 대견해서 그러는거요. 우리 업체에 군과 같은 기술자가 없어서 권고하는것도 아니요. 군도 선배들과 함께 있게 되면 더 배울 기회도 아울러 마련된셈이 될텐데.…》

심사숙고하던 박진우가 드디여 숙였던 머리를 쳐들었다.

시종일관 침묵으로 대해오던 그에게서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것은 아마 선배들에게서 더 배울수 있다는 말보다도 제 론문을 현실에서 꽃피울수 있다는 유혹일것이라고 그 녀자는 짐작하였다.

(저 사람은 틀림없는 수재다. 수재와 바보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했지. 지금 그가 어리숙해보이면서도 대답을 질질 끄는것은 바보가 돼서 그러는게 아니다. 이리 재여보고 저리 재여보면서 선뜻 결심을 내리지 않는것도 수재들에게서 흔히 보게 되는 진지한 측면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미사꼬가 가슴을 조이며 어서 대답했으면 하고 기다렸으나 한동안 신중해진 안색으로 오까모도를 주시하던 박진우는 또 고개를 떨구고말았다.

《깊이 생각하는것은 군의 자유이지만 대답은 속히 그리고 꼭 해야 하네. 전시이니만치 질질 끌 여유가 없거던. 그럼 다시 만나게 될 그때까지 기다리겠네. 군의 성적과 품행은 학교와 교수들을 통해서 다 알고있으니 그건 걱정하지 않네.》

오까모도는 매우 점잖고 성근하게 립장표명을 하였으나 박진우앞에서 해군성 주임참모라는것만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 점에 박진우도 미사꼬도 주목을 돌려야 했건만 그들은 차례진 행운앞에 그런 사소한것쯤은 쉽게 흘려버렸다.

오까모도가 박진우의 한쪽어깨를 의미있게 꾹 누르고 서서히 교문쪽으로 갔으나 그는 여전히 머리를 푹 떨구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박진우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어있던 나무에서 발끝걸음으로 살짝 빠져나온 미사꼬는 오까모도가 교문을 나서자마자 잰걸음으로 뒤쫓아 그의 손을 덥석 잡아쥐였다.

그리고 앞뒤 맥락도 닿지 않는 소리로 《아저씨, 전 다엿들었어요. 그가 분명 수재지요?》하고 헤덤비며 두서없이 물었다.

한동안 심한 의혹과 긴장감으로 꼿꼿이 서있던 오까모도가 뒤늦게야 미사꼬를 알아본듯 너그러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비꼬는듯한 야릇한 웃음을 머금으며 《누군가 했지. 무라야마 미사꼬였구나. 어데서 번개처럼 나타났나?》하고 손끝으로 그 녀자의 코등을 가볍게 찔렀다.

무척 다정한 웃어른다운 티를 내고싶었던것 같았다.

《글쎄, 제 다 들었다지 않아요.》

미사꼬는 어리광을 부렸다.

《뭘 다 들었다는거냐?》

오까모도의 눈길에는 한찰나 의혹과 경계심이 엇갈렸다.

《저 와세다의 박진우씨말이예요.》

《아, 이제야 알겠구나. 그 졸업론문말이지? 참, 전에도 말했지만 그는 수재가 틀림없는것 같구나.》

오까모도 나미오가 호기심을 담고 되물어서야 미사꼬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듯 박진우가 생명의 은인이라는것을 또다시 못박으며 애인으로 삼고싶다는 심정까지도 숨김없이 좔좔 쏟아놓았다. 그리고 박진우의 취직을 꼭 성사시켜달라고 부탁했다.

《내 그럴줄 알았다. 마침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 아니 아직은 제 생각뿐인걸요 뭐.》

헤덤비며 종알거릴 때와는 달리 그 녀자는 수집게 얼굴을 붉혔다.

《글쎄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그는 너의 생명의 은인이 아니냐. 네가 그 은인을 잊지 못해 련인으로 삼겠다는것은 너무도 응당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넌 그가…》

오까모도는 그 녀자의 기쁨넘치는 눈을 이윽토록 여겨보았다.

《그가 어쨌다구요?》

이상한 예감이 든 미사꼬가 서둘러 물었다.

《뭐 별건 아니지만 넌 그가 반도인이라는것을 알고있겠지?》

미사꼬는 그의 질문에 왜 그런지 반발심이 욱 치밀었다.

《내선일체가 아니나요. 제가 그를 사모한다고 해서 국시에 어긋나는건 아니지 않나요?》

수집어하던 그 녀자가 총알처럼 내쐈다.

《하하, 내선일체 팔광일우란 말이지? 암, 그거야 국시구말구.》

오까모도는 갑자기 너털웃음을 쳤다. 이 철부지야, 그것이 뭐 결혼이나 사랑을 위한 국시인줄 알았더냐. 그건 조선을 비롯하여 전세계를 타고앉으려는 《대동아공영권》을 합리화하는 위선적이고도 기만적인 구호야 하고 툭 털어놓고 쏴주고싶었으나 곧 생각을 돌렸다. 미사꼬를 사환군으로 써먹으면 박진우를 헐하고 말썽없이 나꿔채리라 타산했던것이다. 물론 미사꼬따위 애숭이를 부려먹는것이 큰 도움으로 되는것은 아니다.

정 박진우가 응하지 않을 때에는 강제징용이라는 몽둥이를 휘두르면 그만이다. 오미나또군항건설에 징용된 천수백명 조선사람들을 현장에서 다스리는데 조선인기사 박진우를 내세워 써먹는것이 합리적인것이다. 그는 능력있는 기술자로서 징용자들을 가혹하게 교묘하게 혹사할 촉수역을 담당해낼것이다. 아니 담당하도록 내몰아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반도인》인 주제에 일본의 발달한 항만건설기술을 소유한것자체가 그리 달가운 일이 못된다.

수재로서의 그의 뛰여난 두뇌는 장차 일본의 최신기술을 습득하는것으로써 만족하지 않을것이다. 길러준 개한테 발뒤꿈치를 물린다고 그는 필경 우리의 기술진을 딛고 올라서려 할것이며 종당에는 짓뭉개버리려고 벼를것이다.

오리와 닭은 다같이 가금이지만 서로 엄격히 구별되는것이다. 그렇다면?

오까모도 나미오는 무시무시하다고 할만큼 치떨리는 계획을 세웠으니 그것은 미사꼬에게 박진우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애인으로 삼으라고 부추기는것이다.

미사꼬를 꼬드겨 그가 박진우를 잡아쥐면 수재인 그를 충실한 사냥개로 길들이리라. 몇점의 고기덩어리만 던져주어도 사냥개는 주인을 따를뿐아니라 맹수의 멱을 물고 죽을지살지 모르고 싸우는 충견이 되는 법이다.

이것은 거의 법칙이다. 이 호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어코 홀쳐내야 한다. 박진우와 같은 조선놈 수재를 물색하려고 내 전국의 대학을 얼마나 뒤졌더냐. 여기서 미사꼬는 몇점의 고기덩어리와 같은 존재이다. 그년은 일본녀자라는 종주국민족의 존엄도 줴버리고 《반도인》인 박진우에게 반하여 미쳐돌아가는 얼간이다. 그 얼간이년에게는 애인으로 삼고 결혼을 약속하게 하고 훌륭한 생활조건을 담보해준다는 미끼만 던져도 박진우를 나꾸어채기에 아마 물불을 가리지 않을것이다. 기필코 미사꼬는 이런 역을 훌륭히 해내리라.

박진우, 방금 만나본 그놈은 식민지청년인 주제에 자존심이 정도이상 강한자이다. 하긴 보기 드문 수재니까.

거절할런지도 모른다. 그땐 징용에 끌어내리라. 오미나또군항건설은 첫째가는 군사비밀이므로 조선징용자만 내몬다. 박진우 그놈도 조선사람이다. 조선사람만 채용한것은 군사비밀을 담보하자는것이다. 죽여버린자들의 입은 영원히 벌려지지 않으니까.

그러므로 박진우를 징용에 걸어 끌고가서 한껏 써먹을대로 부려먹다가 공사가 끝난 다음 비밀을 고수한다는 명목밑에 조선인징용자들과 함께 죽여버리리라.

그렇게 할 명령은 이미 극비밀리에 받아놓았으니까.

그러면 오미나또의 비밀함선대피굴은 명실공히 자기의 명예를 날릴 영원한 독점물로 남아있게 될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해군성안에서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지어 항만건설기술자들가운데서도 이 기술분야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군부와 기업체들의 각광을 독점하다싶이 한 자기를 두고 헐뜯는 뒤소리와 시새움이 얼마나 많이 나돌고있는가. 이런 때 일본사람이 아닌 조선사람의 기술까지 빼여내여 자기의 창조물에 보탬을 받은 다음 죽여버리면 장차 이 오까모도는 일본의 항만건설기술을 대표하는 주요인물로 뚜렷이 떠오르게 될것이 아닌가.

오까모도의 이런 검은 속을 알바 없는 미사꼬는 요구대로 박진우를 쉽게 응하도록 해주면 그와 단란한 가정을 이룰 밑천도 넉넉히 마련해주고 훌륭한 생활조건도 보장해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귀가 항아리만큼 커졌다.

상상밖에 화려하게 펼쳐질 호화가를 그려보며 그 녀자의 마음도 몸도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랐다. 미사꼬자신도 졸업반이고보면 박진우와 같은 수재와 결혼만 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 녀자는 어머니가 돈이 없다는 단 한가지 리유로 아버지와 자기를 버리고 달아난 그 어린시절을 괴롭게 상기해보았다.

박진우, 그는 당당한 기술자이다. 의심할바없이 장래가 촉망되는 수재다. 그런 그가 오까모도의 담보로 높은 보수와 호화주택의 혜택을 입으며 자기와 가정을 이룬다면 내 무엇을 더 바랄게 있겠는가 하고 그 녀자는 생각하였다. 게다가 그는 음악가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자기의 음악세계를 리해해줄 정도의 인간을 련인으로 만난다는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쎄 반도인이라는 치명상때문에 좀 아쉽기는 하지만 미사꼬, 네가 그걸 나무람하지 않겠다니 그게 무슨 흠이 될고.》

심히 들뜬 미사꼬는 오까모도의 구슬림에 넘어 그 어떤 사리도 가려볼 리성을 잃었다.

《그의 취직은 아마 네 수완에 달린가보구나. 그럼 안녕히…》

꼬드긴 오까모도가 사라지자 미사꼬는 되돌아 성급히 교문으로 달려갔다.

그의 뒤모습을 바라보던 오까모도는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띠웠다.…

그렇게 잡아쥔 놈에게 오히려 덜미를 잡히다니…

오까모도는 박진우가 코앞에 나타나기나 한것처럼 또다시 단도를 잡아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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