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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회


11. 팔씨름


긴긴해도 기울었다. 사람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술청안에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남은 사람중에는 그나마도 여기저기 쓰러져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사람이 많았다. 법근이도 쓰러진 축의 하나였다. 임욱경이와 한번 검술을 겨루어본다고 뽐내던것도 다 잊어버리고 코를 골았다.

임욱경이도 어지간히 취한 모양이였다. 돌아오는 잔을 사양치 않고 받아온 그는 지금은 잔을 받아든채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서 혼자소리로 《이런 고마울법이… 이런 고마울법이…》 하고만 있었다. 그때 《별장님! 우리 팔씨름이나 한번 합세다.》 하며 나앉은 사람이 있었다. 전주복이였다. 사람들이 하나둘 물러앉고 빠져나가서 지금은 거의 맞방치질이나 다름없이 큰상에 마주앉아 임욱경이와 잔을 주고받던 전주복이는 잔을 든채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아서 어깨를 후두두 떠는 임욱경이가 금시 또 흑흑 느껴울것 같기도 해서 몹시 송구해졌던것이다.

《팔씨름? 그래봅세다.》

임욱경이는 금시 히죽이 웃으며 들었던 잔을 쭉 들이키고나서 주복이와 같이 큰상을 맞들어 치워놓았다.

《야- 임별장하구 쇠주머구하구 팔씨름이다!》

문밖에서 기웃거리던 아이들이 떠들었다. 우선 동네아이들이 달려왔다. 취해서 쓰러졌던 사람들중에도 퍼떡퍼떡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는이들이 있었다. 이웃아낙네들까지도 주인댁네와 같이 부엌문설주에 삐쳐서서 들여다보게 되였다. 어느덧 앞뒤문에는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들로 꽉 차게 되였다.

3간통간방이 좁달만치 다리들을 내뻗고 임욱경이와 전주복이가 마주 엎드린 방가운데는 맞거머쥔 두주먹이 한덩어리가 되여 불끈 솟았다.

목이 점점 다밭아지고 굵어가는 두사람의 머리는 차차 수그러졌다. 그대신 더욱 높이 솟아오르는 주먹과 팔뚝에는 매듭이 진 칡넝쿨같은 피대가 툭툭 튀여올랐다. 비켜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못지 않게 깔힘이 씌였다. 통나무를 결어트는듯 한 두팔뚝은 어느 하나든 으쩍 소리를 내며 퉁겨지고야 결판이 날것 같았다. 빽걸린 두팔뚝은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끙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런 침묵에 오히려 어떤 긴장을 느꼈던지 코를 골던 사람들까지도 거의다 일어나 앉았다. 법근이만은 눈을 떴다가 《아, 자식 한다는짓이…》 하고 쯧쯧 혀를 차면서 돌아누웠다.

마침내 일시에 큰숨을 내쉬는 사람들의 와- 소리가 났다.

《졌소.》 하며 임욱경이가 먼저 일어나 앉았다.

그는 또 곧 일어서며 말했다.

《저리 나가봅세다.》

주복이는 그를 따라 안뜰로 나갔다. 뜰 한가운데 놓여있는 떡돌을 임욱경이가 먼저 들었다 놓는다. 전주복이도 들었다 놓았다. 이번에는 임욱경이가 들고 허리를 폈다가 놓았다. 주복이도 그렇게 했다. 임욱경이가 이번에는 떡돌을 번쩍 들어 머리우에까지 추켜올렸다가 내려놓았다. 주복이도 지지 않았다. 결국 비기고만셈이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이번에는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 떡돌이 번쩍번쩍 들릴 때마다 혀를 차고 웃기도 했다. 구경군들은 《자, 이번엔…》, 《또 이번에두…》 하는듯 한 임욱경이보다도 그에게 지지 않을뿐아니라 오히려 더 가분가분히 쳐드는 주복이에게 더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시 긴장했다. 닁큼 방안으로 뛰여들어갔던 임욱경이가 검을 들고 나왔다. 그는 제 승벽을 누를수 없는 모양이였다.

《자-》

검을 뽑은 그는 그것을 전주복에게 들려주고 자기는 옆에 빨래줄을 뻗쳐세운 장대를 지끈 분질러서 한토막을 들고 마주섰다.

주복이는 어리둥절했다. 제 손에 들린 검날과 멀찍이 둘러선 사람들을 번갈아 볼 때 《이 자식아! 이번엔 네가 졌다, 져서-》 하는 법근이의 큰소리가 들렸다. 법근이가 떡돌에 놓여있는 집에 검을 꽂아 돌릴 때 임욱경이도 껄껄 웃었다. 방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다시 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몇순배째 돌아오는 잔을 받아든 법근이는 문득 《아뿔싸!》 하고 무릎을 쳤다.

《깜빡 잊었군. 임별장과 한번 겨뤄본다던걸… 아까는 그만 임별장이 남에겐 검을 주고 이편은 나무때기를 들고나서는 바람에 기가 눌려서 그런 생각두 못했소.》

《아까는 내가 정말 애놈들같이 승벽을 부렸나부웨다.》

임욱경은 주복이를 보며 웃었다.

《너는 검을 들려주는데두 한번 내리쳐보지두 못해?》

법근이는 주복이를 보며 핀잔을 주듯 했다. 주복이는 손부터 내저었다.

《그러다 사람을 조금이라두 다치면 어떡할라구… 말말아, 난 김매다 호미날에 지렁이만 찍혀두 밥맛이 없다.》

《거 혹게 나와 같소우다.》

이러한 사투리를 쓰는 임욱경은 압록강변의 벽동사람으로 전주복이와 같은 한 농민의 아들이였다. 어려서부터 군적에 들어 소위 강변 토병이 된 그는 예전부터 압록강을 넘나들며 우리 국경지대를 로략질하는 녀진들과 비록 규모는 작으나 자주 일어나는 많은 전투에서 단련된 우리 군사중의 한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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