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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림은 성근으로부터 송수옥이 돌아왔다는 련락을 받고 금방 공중높이 날아오를듯 한 기분에 떴다.

그는 날이 어슬어슬 저물자 은해와 함께 물레방아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철림은 수옥의 손을 꼭 잡고 놓을줄 몰랐다.

은해의 눈에는 눈물이 반짝이였다.

《우린 늘 걱정했는데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은해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였다.

수옥의 얼굴은 그사이에 더 감실감실해지고 보다 진중해보였다. 은해에게는 친언니처럼 느껴지고 철림이한테는 친누이처럼 느껴지는 다정다감한 수옥이였다.

그들은 수옥의 인솔하에 떠나간 혜신반일회 회원 일곱명이 모두 조선인민혁명군에 입대하였다는 감격적인 소식을 듣고 환성을 올렸다. 문득 철림의 눈앞에는 인민혁명군 군복에 총을 멘 일곱명의 얼굴들이 하나하나 삼삼히 밟혀왔다.

(우리 조직에서 단련된 일곱명의 동무들이 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인민혁명군대오에 서게 되다니?!)

그의 가슴은 더없는 긍지와 자랑으로 한껏 부풀어올랐다.

《지금 인민혁명군 입대청원자들이 전국의 곳곳에서 계속 늘어나고있습니다. 그뿐이 아니예요. 장군님의 원대한 작전적방침을 받들고 수많은 소부대와 정치공작원들이 북부조선일대는 물론이고 중부, 남부지역에까지 파견되여 전국적판도에서 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리고있어요!》

철림은 수옥의 말에 더 참지 못하고 격정을 터뜨렸다.

《야, 신바람나누만요! 우리 혜신반일회두 그 투쟁의 한고리겠지요!》

《옳아요!》

수옥은 이불짬에서 《3. 1월간》을 꺼내였다.

《동무들, 조국광복회기관지인 〈3.1월간〉 창간호가 나왔어요!》

철림은 《3.1월간》을 받아들고 흥분되여 읽었다.

《1936년 12월 1일 창간사… 〈우리 조선이 강도 왜놈들에게 강점되여 2천 3백만 백의민족이 일제의 망국노예로 된 후 우리들의 생명과 인권은 개나 돼지만큼도 못하였다.〉 … 〈3. 1월간〉 주필 리동백…》 철림은 극도로 격동되여 자신을 걷잡지 못하였다.

《수옥동지, 당장 등사하겠습니다!》

은해도 그에 열렬히 호응해나섰다.

《등사원지에 내가 빨리 쓰겠어요.》

글씨를 곱게 쓰면서도 속필인 은해는 자신만만해서 말했다.

《이 잡지는 벌써 국내각지에 널리 보급되고있어요. 우리도 많이 등사해서 우선 회원들에게 빨리 나눠줘야 하겠어요. 그리구 혁명가요보급사업두 더 활발하게 벌려야 하겠어요.》

《삼룡리 야학생들에게 혁명가요를 배워주었더니 인츰 동네녀성들과 아이들속에 보급되더군요. 제일 쉬운 선전사업이 혁명가요보급 같습니다.》 철림은 노상 흥분에 떠 말하였다.

수옥은 그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성근을 통하여 대강 들었으나 철림으로부터 더 상세한 보고를 받았다.

수옥은 변호연을 쫄딱 발가놓던 이야기가 나오자 한참동안 웃었다.

《그저 한번 수를 써본건데…》

철림은 실책을 범하기라도 한듯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니예요. 혁명가는 천번중 단 한번의 그런 기회에는 그렇게 결단성있게 단호히 행동해야 돼요. 아마 은해동무는 잘 모를거예요. 철림동무가 제 한 일이 돼서 사실대로 말 안했겠으니까. 마치 연극의 절정 장면 같아요. 지금 그놈이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꼬리를 감춘것 같은데 그놈이 경태동무의 뒤를 밟은것만으로도 놈들이 우리 사업의 실마리를 잡은셈이예요.》

철림은 자책감에 짓눌려 머리를 들수가 없었다.

수옥은 대뜸 신경태를 조직에 잘못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림이가 보다 큰 비밀을 노리는 호연놈을 중도에서 덜미를 잡은것만도 천만다행이였다. 지금 적들이 잠잠해있는것도 이 예상외의 사실을 미처 모르거나 대번에 큰 뿌리를 거머쥐려는 흉계의 잠복기간으로 예측되였다.

수옥의 얼굴표정은 시종 온화하고 부드러웠으나 마음속에서는 온갖 의혹과 불안이 소용돌이를 쳤다.

히라오까가 자기의 눈과 귀격으로 고보에 박아넣은 호연놈을 통해 조직의 비밀을 어느 정도 뽑아쥐였겠는지? 또 영란이와 찬숙의 뒤처리를 꾸며내는것을 두고서도 놈들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게 께름했다.

혹시 음흉한 놈들이 그들의 출발무렵과 사이또 등의 실종계기와 련관시켜보며 무슨 음험한 꿍꿍이를 하고있는게 아닐가?

《우리는 놈들의 책동이 일시 즘즘할수록 놈들의 동태에 눈을 더 밝히고 경계심을 조금두 늦추어서는 안됩니다. 놈들을 결코 머저리로 봐서는 절대 안돼요. 놈들이 멍텅구리라면 우리 투쟁이 힘들겠어요?》

철림이와 은해는 수옥이 심중히 하는 말을 심중하게 새겨들었다.


은해는 등잔불밑 강판우에 원지를 놓고 철림이가 《3. 1월간》을 불러주는대로 바지런히 받아쓰기 시작했다.

수옥은 그들의 모습을 미덥게 바라보면서 머리속에 련속 꼬리를 물고 갈마드는 착잡한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갔다.

경태는 이미 고등계의 낚시에 물렸다. 그는 임의의 시각에 체포될수도 있다. 그런 경우 조직의 비밀은 그의 입에 달려있게 될것이다. 물론 그를 믿어야 한다. 그도 호연놈의 정체가 발가지는것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심각한 교훈을 찾았을것이다. 또 철림이도 그에게 심중한 충고를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두마디의 충고나 비판으로 그의 정신적바탕을 바로잡아줄수는 없을것이다.

…수옥이도 한때 XX시의 네거리 려관집 심부름군으로 가장하고 정치공작을 하다가 밀정인 려관집주인놈의 밀고로 경찰서에 구금된적이 있었다. 수옥은 철창속에서도 두려운것이 없었다.

그는 살아도 깨끗하게 살며 죽어도 깨끗하게 죽고 너절하게는 살지 않겠다는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라야 혁명을 할수 있다고 하신 장군님의 말씀을 생명처럼 간직하고 적들과 굴함없이 싸웠던것이다. 이 귀중한 말씀만 심중에 새기면 적진을 뚫고나가는 아슬아슬한 고비도, 지하공작의 위험천만한 고비도 두렵지 않고 자신만만해졌다. 이렇듯 고귀한 진리는 자기스스로가 심장으로 깨닫고 터득하여야 신념으로 되는거지 한두번의 설복과 주입으로는 진실로 자기의것이 될수 없는것이였다.

그렇다면 동지들을 위해서 경태를 피신시켜볼가? 아니, 그것은 안될 일이였다. 아직은 학생인 그를 어디에 무슨 리유를 만들어 어떤 방법으로 피신시킬수 있겠는가. 철림동무의 경우라면 마음놓고 그렇게 할수도 있겠지만 경태동무는 그의 가정환경이나 그자체의 준비정도가 그에 따르지 못할것이였다. 자칫하면 그것이 오히려 더 복잡소동을 일으켜 문제를 보다 엄중한 사태에로 몰아갈수도 있었다.

이튿날 오후 송수옥은 철림이와 단둘이 마주앉았다. 두팔굽을 앉은 책상우에 얹은 수옥은 만날적마다 인정넘치고 삽삽하게 굴던 여느때와는 달리 오늘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철림은 마음이 바싹 긴장되여 고개를 수굿하고 묵묵히 앉아있었다.

마당에서는 망 보는 겸 장작을 패는 성근의 걸싼 도끼질소리가 들리였다.

한참동안 있다가 수옥은 엄숙하게 말꼭지를 떼였다.

《철림동무, 솔직히 말해보라요. 그래 철림동무는 신경태동무의 무엇을 보고 그를 혁명앞에 보증해나섰나요?》

순간 철림은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 일전에 은해의 칼끝같은 질문과 신통히도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되자 호흡이 꺽 막히였다. 이 숨가쁜 물음에 선뜻 입을 열지 못하는 그를 저으기 안타까운 눈길로 지켜보던 수옥은 좀 갈린듯 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요새 자신을 심각히 자책하는 철림동무의 심중이 몹시 괴로우리라고 짐작해요. 그럼 내가 그 심중을 대신해서 말해볼가요?

한고향마을에서 태여나 철없고 그지없이 순진하던 시절부터 각별하게 맺어지고 오랜 세월 굳어진 그 우정이야 어느때든지 덞지 않고 변치 않으리라고 믿었겠지요. 그래서 자신처럼 믿고 선뜻 보증한거구요.》

철림은 자책에 젖은 누긋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옳습니다. 제 마음을 정확히 보셨습니다.》

《혁명가는 응당 사람을 믿어야 해요.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것처럼 자본가의 밑천은 돈이지만 혁명가의 밑천은 사람이예요. 또 혁명도 사람을 위한것인것만큼 마땅히 사람을 믿어야지요. 하지만 무엇을 귀중히 여기고 무엇을 기준으로 믿어야 하는가가 중요한것이예요. 또 일단 믿었으면 투쟁을 통해 검열하고 진실로 이끌어주어야 하는거예요.》

《저는 성근동지와 은해동무의 비판을 받은 후에야 늦게나마 자신을 심각히 반성하고 수옥동지앞에 제 과오를 툭 터놓고 자기비판을 하려던참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침…》 철림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철림동무, 혁명의 리익과 원칙을 떠난 사랑과 우정은 하등 쓸모없고 진정한것이 못돼요. 공부를 많이 한 동무이니 잘 알겠지만 사랑과 우정은 그 어떤 값눅은 선심이나 신세갚음이 아니예요. 또 혁명가는 사사로운 감정에 눌리여 분별을 잃어도 안되구요. 아무리 자별하고 두터운 우정도 장군님만을 따르려는 사상감정과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백해무익한거예요. 그러니 결국 경태동무는 철림동무의 동지가 아니라 한갖 동반자였을뿐이예요. 또 혁명가는 남을 자신처럼 믿는다는 말도 함부로 번져서는 안되는거예요. 그 말은 동지의 개인적운명도, 정치적생명도 목숨으로 담보할수 있는 뜨거운 심장속에서만 우러나올수 있는 말이기때문이예요.》

《…》

《물론 인민혁명군입대자들과 원호물자의 움직임을 그에게 비밀로 붙인것은 잘한거예요. 그러나 호연놈의 수상한 기미를 챘을 때 경태동무를 왜 제때에 돌려세우지 못했나요. 장군님께서는 동지를 얻으면 천하를 얻고 동지를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철림동무는 왜 그를 진정한 혁명동지로 만들지 못했나요. 그를 동지로 얻기 위해 품은 도대체 얼마나 들였는가요? 사람도 꾸준한 교양과 조직적단련을 받지 못하면 버려둔 쇠붙이처럼 녹쓸기마련이예요. 보라요, 그에 대한 눈먼 우정이 궁극에 어떤 결과를 빚어내게 했나요.》

수옥의 어조는 시종 부드러우면서도 비판은 더없이 랭혹하였다. 최철림도 그속에 흐르는 동지적사랑과 안타까운 진정을 가슴 뜨겁게 느끼였다.

《더구나 철림동문 조직의 책임자예요. 앞으로 그 어떤 값싼 인정과 미련에 사로잡혀 혁명적원칙을 잠시도 저버리는 일 없기를 바래요. 그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혁명적원칙을 한치도 어길수 없고 또 그것을 떠나서 한시도 살수 없는것이 우리 혁명가들이예요.》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창밖에 눈을 주었다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었다.

《이번에 철림동무가 그의 잘못을 알면서도 방임해둔건 그의 사상적병집과 타협한거나 다름없어요. 물론 나도 철림동무를 진정으로 돕지 못했어요.》

《아, 아닙니다. 전적으로 저의 잘못입니다.》

철림은 펄쩍 뛰며 송구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숨막히게 침침한 밤이였다. 철림은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였다.

오늘 혁명동지의 그렇듯 준렬하면서도 다심하기 이를데 없는 비판을 받고보니 여직껏 마음속에 서리였던 구름이 삽시에 말끔히 가셔진듯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이 명실공히 혁명가다운 풍모를 갖추려면 아직 멀었다는것을 뼈에 사무치도록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오늘에야 비로소 값싼 우정과 혁명의 원칙에 대하여 심각히 돌이켜보게 되였다. 솔직히 성근이와 은해의 진정넘치는 충고가 있기 전까지는 내가 자신을 너무나 모르고 살지 않았는가! 호연놈의 정체가 발가진 다음에야 비로소 경태를 짭짤하게 비판을 좀 하였지만 그것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한낱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것이였다. 그는 경태를 정식 조직에 받아들인 다음에도 몇번 정체불명의 호연놈과 헤식게 놀아대는 그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럴적마다 제가 먼저 뭘 정색해서 그러는가, 네 당부대로 네 낯이 깎이지 않게 내 할바를 빈틈없이 하겠으니 제발 괜한 걱정을 말라는 그 너스레에 넘군 했었다. 혁명적원칙성, 그것 없이는 옳고그른것도 분간을 못하고 나중에는 혁명사업에 저해를 준다는 수옥의 말은 얼마나 정정당당한 진리인가!

《그 값싼 우정이 철림동무의 정치적판단력을 무디게 했구 그 값싼 우정이 조직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지 않았나요. 철림동무는 남들의 문제를 보는 눈은 그리도 예리한데 자신을 보는 눈은 왜 그렇게두 무디여졌는가요?》

수옥이의 말은 재삼 흉금을 아프게 찔렀다.

가령 나에게 경태를 진실로 사랑하고 그를 위해 임의의 순간에 생명도 바칠수 있는 각오가 돼있었더라면 그따위 자질구레한 잔정에 매여 혁명의 리익에 배치되게 살아오지 않았을게 아닌가!

내 이제 와서 그 아무리 자신을 타매하고 통탄한들 무슨 소용인가! 철림이! 이제부터라도 몇십배, 몇백배로 분발하자! 생명보다 귀중한 혁명동지들을 위해 나의 온넋을, 가장 열렬한 사랑을 아낌없이 바치자! 오로지 이 길만이 진정 혁명가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길이다!

다음날, 어디에 수색을 나갔던 허순사가 돌아오던 길에 슬그머니 성근의 집에 들리였다. 본시 체소한 그는 전보다 더 초줴해보였다.

올적마다 환대를 받는 그는 감지덕지해하며 성근에게 경찰서안의 새소식을 여담삼아 들려주군 했다.

《아이구, 허순사가 오늘은 어찌된 일이유. 이젠 우릴 통 잊은줄 알았더니…》하고 성근은 일부러 몹시 반가와하는척 했다.

그는 보철한 누런 이발을 드러내고 쓰겁게 웃으며 말 말라는 식으로 손을 홰홰 내저었다.

《문형, 말두 마우. 요즘은 장창 들볶이우는데 통 죽을 맛이우. 이놈의 직업을 바꾸든가 무슨 마련을 봐야지.》

성근은 허순사만 나타나면 의례히 술상부터 차렸다.

그는 큰잔으로 물 마시듯 거퍼 들이키더니 큰 비밀이라도 알리듯 쉬쉬하였다.

《아직두 사이또의 종적을 못 찾은것때문에 서장이 도경찰부장한테 묵사발되게 두들겨맞았다우. 서장이 혹시 공산군의 랍치가 아닌지 하고 한마디 꺼내다가 또 된욕감태기 썼수다. 빠가, 머리가 그렇게 석두니까 눈을 시퍼렇게 뜨구두 코앞에서 제 사람을 떼우지. 공산군이 그따위 형사나부랭이나 특무부스레기같은 서푼짜리나 랍치할것 같은가! 앙! 어디 가 사살됐어두 여우나 까마귀 먹다 남은 흔적이라두 있을게 아닌가? 그래서 미우라가 낯이 시꺼멓게 질려가지구 몰아대는통에 말두 마우. 보산면, 남석면일대까지 숲이건 골짜기건 개울바닥이건 몽땅 뒤졌수다.》

《그래 찾긴 찾았수?》 성근은 생판인듯 시치미를 떼고 이렇게 물었다.

《찾을게 뭐요. 끔찍한 일이지. 게다가 금산군에서는 십여명이나 공산빨찌산에 가담하려고 강을 넘었는데 그가운데 한명을 겨우 붙잡았다더군. 점점 더 무서워지는 판국이우.》

《나머지는 무사히 강을 넘은게구먼.》 성근은 또 반죽을 쳤다.

《국경경찰이라는게 밤이면 두더지처럼 포대안에 꾹 박혀 눈먼 총질이나 해대니 그 눈먼총알에 맞은 한명이 붙잡힌셈이지, 참…》

허순사는 누가 엿들을세라 문밖의 동정을 흘끔흘끔 살피며 안주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구 문형, 고등계에 사이또후임으루 사찰과에 있던 사와다 히로미찌가 들어앉았수다. 송곳눈에 몸통이 되바라진게 만만치 않은 형사요. 그것두 사이또처럼 조선순사같은건 제발바닥같이 여기는 작자라우. 흥, 고등계것들이 잡범이나 다루는 여느 순경들을 우습게 보며 우쭐대더니 요새는 코가 납작해졌수다. 제깟것들이…》

허순사는 취기가 잔뜩 오르자 버릇대로 평소의 맺힌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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