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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 회


제 8 장. 흑막속의 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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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청따갑게 울리는 자명종소리에 겐따는 눈을 떴다.

벌써 동창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

번거로운 상념에 잠들지 못하고 침대우에서 이리디굴 저리디굴하던 겐따는 삼경이 지나서야 풋잠에 들었었다. 온몸이 노근하고 몹시 피곤하였으나 그냥 잠자리에 누워있을수 없었다.

겐따는 세면장에 가서 급히 세면을 하고나서 어제 저녁에 마시다 남은 식은 우유 한고뿌를 마신 후 집을 나섰다. 밤에 도적고양이처럼 나타났다가 인사도 안하고 사라졌다고 아버지는 노여워하겠지만 어쩔수 없었다.

비와호반에서 있은 모임에 대해 아침 첫시간에 보고를 해야 했다.

급히 차를 몰았던탓에 겐따는 청사에서 밤을 보낸 사람들이 깨여날 무렵 정문안에 들어설수 있었다. 장교식당에 가면 아침식사를 할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나 겐따는 사무실로 향하였다. 상급에 보고할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하여 정리해야 했다.

출근시간이 되기 바쁘게 전화종이 울리였다.

정보부장 오노 다께시소장의 전화였다.

《언제 왔는가?》

아침인사를 드리는 겐따에게 정보부장은 마깝지 않아하는 어조로 물었다.

겐따는 어제밤 집에 들리지 않고 청사에 곧바로 왔어야 할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무슨 일이 있은 모양이다.

정보부장은 아무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겐따는 급히 정보부장방으로 향하였다.

《밤새 편안하십니까?》

전화로 방금 아침인사를 하였으나 겐따는 정보부장 방안에 들어서며 다시 문안인사부터 하였다. 정보부장은 상우에 펼쳐놓고 들여다보던 문건에서 얼굴을 들었으나 아무말을 하지 않고 왼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천정을 가리켜보이였다. 웃층에 군령부차장이 있다. 군령부차장한테로 가라는 뜻이였다.

겐따는 직계상관인 정보부장에게 《태양연구》모임진행정형을 보고드리려고 하였으나 그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제 군령부차장이 《노구찌공업지구》에서 하는 《겡시 바꾸단》사업은 해군대신과 자기가 직접 보겠다고 한데 대한 반발심에서 그럴수도 있었다.

로숙한 정보일군인 오노소장은 관계되지 않은 일에는 절대로 머리를 들이밀지 않기로 유명하다. 정보일군은 자기가 알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미주알고주알 따져야 하지만 관계없는 일은 애당초 알려고 하지 말라는 지론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는 아래사람들에게 비밀을 다루는 정보관은 몰라서 사고를 치기보다 필요이상 많은것을 아는데서 더 많은 사고를 낸다고 자주 말하군 하였다.

늘 일에 볶이우는 정보부장은 어제밤도 밝혔는지 피로하고 지친 기색이였다.

겐따는 전화로 정보부장한테 밤새 안녕한가고 문안인사를 한 후 방에 찾아가서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 후 물러서지 않으면 안되였다.

겐따는 어제밤 잘 자지 못하여 헝클어지였던 자기 머리가 긴장감으로 가득찬 청사안의 분위기에 압착되는가 싶었다.

군령부차장은 그대로 아침부터 바빠했다. 군령부차장은 어제밤을 청사에서 보냈는지 그의 책상앞에도 문건이 무둑히 놓여있었다. 군령부차장은 보던 문건을 밀어놓고 겐따의 보고를 듣기 시작했다. 《태양연구》모임진행정형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받은 후여서 군령부차장은 별로 흥미있어하지 않았다.

겐따가 연구모임이 진행된 순서와 참가한 사람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하려 하였으나 군령부차장은 중간에서 말허리를 툭 끊어버리고 자기가 관심하는바를 물었다.

《사람들이 연회를 만족해하던가?》

군령부차장은 연회나 동석식사같은 부차적인 세부들에 대하여 이전같으면 간섭하지 않을것이다.

겐따는 질문의 문제점을 명확히 리해하지 못하였으나 간단명료하게 답변했다.

《풍성한 료리를 보고 참가자들이 모두 감지덕지해하였습니다.》

겐따의 대답에 군령부차장은 가볍게 웃었다.

《다까마쯔노미야친왕께서 황성연회 못지 않게 잘 차려주라고 하시였네.》

겐따는 《태양연구》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을 위한 연회음식에 대하여 친왕까지 관심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본영과 황실에서 관심을 가지고있는것이여서 군령부차장도 연회에 대해 물었을것이다.

겐따는 물어보는대로 답변이나 하다가는 상급에 꼭 보고하고 결론받아야 할 문제들에 대해 말할 기회를 놓쳐버릴것 같아 초조해지였다.

군령부차장은 매눈같은 안목을 가지고있었다. 그는 지지부진한 부차적인것이 아니라 벼리줄을 당기고 요진통을 찌르는 능력이 있었다.

《니시나는 모임에 참가하지 않았지?》

겐따는 문이 닫겨버릴것 같아 조마조마해하다가 제스스로 활짝 열리는 바람에 기뻐하는 사람처럼 주저없이 대답했다.

《예, 니시나 요시오박사는 〈태양연구〉모임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겐따의 말에 군령부차장은 미간을 약간 쪼프리더니 자기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그럴수밖에 없어.》

평범한 말속에 담긴 의미는 컸다.

어제 품들여 조직한 《태양연구》모임은 아라가쯔네 연구조와 니시나네 연구조가 서로 합심하기를 바라 조직되였다고 할수 있었다. 군령부차장은 지난 시기 해군부에서 《F연구》라고 하던것을 《태양연구》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힌것도 이것때문이였다. 군령부차장의 말에서는 노리는바 목적을 이루지 못할줄 알면서도 《태양연구》모임을 조직하고 요란한 연회를 차려놓았다고 하는 의도가 알리였다.

군령부차장이 잠시 자기 생각에 잠기자 겐따는 맞춤한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

《아라가쯔 붕사꾸박사가 두가지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첫째로, 필요한 우라니움을 하루빨리 더 많이 확보해달라는것.

둘째로, 과학자, 기술자들이 도이췰란드에 가서 우라니움을 연구하는 학자, 기술자들을 만나게 해달라는것입니다.》

군령부차장은 랭소를 머금고 아이들처럼 도리머리를 저었다.

《누가 오라고 한답데?》

《미국이나 영국에는 못 가도 동맹국에는…》

겐따는 아라가쯔의 말을 그대로 옮기였다.

《학자님들은 똑똑하고 현명한것 같아도 생각이 외곬이고 바보들이란 말이야. 정치와 전쟁은 꼬물만큼도 모른단 말이야.》

군령부차장은 의거하지 않으면 안될 학자들에 대한 멸시감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루즈벨트가 쓰딸린과 련합전선을 펴는게 그들이 고와서 그러는줄 아나? 그들을 방해하기 위해서구 그들이 미워서지.…

미국은 련합전선을 형성하면서 알쏘스특공대를 조직했어.

알쏘스특공대는 우라니움관련학자들과 원자탄제작에 필요한 기술과 원료, 자재를 덮쳐서 미국으로 끌어가는데 활동목적이 있고 또 단 한사람이라도, 그 무엇이건 단 한가지도 공산측에 넘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조직했단 말이야.

미국에서 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대부분이 모두 도이췰란드나 유럽에서 떠나간 사람들이란 말이야. 지금 미국에서 핵연구의 주타격방향에 서있는 훼르미도 이딸리아사람이지만 녀편네가 유태인이여서 쫓겨났지. 아라가쯔나 니시나는 우리 일본의 핵연구에서 종자수닭인데 잘못하면 종자닭까지 모가지 비틀리운단 말이야.》

군령부차장은 세계적범위에서 벌어지고있는 우라니움연구형편을 환히 알고있었다.

세계를 휩쓸고있는 대전은 단순한 령토쟁탈전이 아니라 더 위력한 무기를 가지기 위한 싸움이기도 하였다.

겐따는 군령부차장이 《노구찌공업지구》사업과 관련한 안보사업을 조직하면서 여기에 해군안의 방첩과 첩보전반을 보는 정보부장마저 개입시키려 하지 않는 리유를 지금에야 희미하게나마 알수 있었다.

《태양연구》는 전쟁에 관계되는 단순한 전술문제가 아니라 대일본제국의 운명을 거는 정치군사전략상의 기본문제였다.

겐따는 자기자신도 공감하는바 문제를 아라가쯔의 이름을 팔아 내비치려다가 말꼭지를 떼기 바쁘게 코를 떼우고말았으나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겐따는 호지로가 써보낸 편지구절이 떠올라 이때가 자기의 립장을 밝힐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였다.

《우리도 미국에서 하는것처럼 하면 될게 아닙니까?》

군령부차장은 겐따의 당돌한 말에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불난 집에서 그 집 물건을 꺼내오기가 쉬울게 아닙니까? 〈겡시 바꾸단〉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과 설비, 물자들을 가져오잔 말입니다. 도이췰란드에 필요한걸 주면서 말입니다. 중수나 금 같은건 우리 흥남에서도 얼마든지 줄수 있습니다.

노구찌공업지구에 있는 흥남제련소에서만도 금을 1년에 5톤 생산한다고 합니다. 흥남에서 만드는 중수량이 우리 본토에서 만드는 중수보다 많습니다.》

군령부차장은 처음 겐따의 말을 들으며 불손기마저 느끼였으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였다. 머리가 팽팽 도는 젊은이임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불을 모르고 결패가 있는 이런 젊은이들한테 굴레를 잘 씌워놓으면 불길을 헤치고 내달리는데서 한몫할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외무성을 통하여 세계각국에 나가있는 대사관들과 외사기관들에 정보망을 꾸릴데 대한 지령이 내려간지 오래였고 도이췰란드를 비롯한 유럽각지에 여러가지 모자를 쓰고 군부대표들이 수없이 나가있었다.

외화를 뿌리는데 비해 열매가 적은것이 문제였다.

겐따는 군령부차장이 자기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있음을 눈치채고 분별없이 날치는 야생말처럼 자기가 내세운 목표를 향해 내달리려고 하였다.

《우리 흥남에 있는 도이췰란드 히멜신부가 인차 돌아온다는 련락이 왔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적극 리용도 하고… 오는 사람을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것이 아니라 마중도 가고… 상해는 우리 일본군의 점령지역이니까 중국의 상해에만 가도 여기 일본이나 조선에서 하기보다 정탐사업을 얼마든지 폭넓게 벌릴수 있을것입니다.》

군령부차장은 겐따가 《노구찌공업지구》에 붙박혀있기보다 여기저기로 싸다니고싶어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군령부차장의 속생각을 들여다보기라도 한것처럼 겐따는 자기 말에 못을 박았다.

《저는 흥남본거지에 앉아서 작전을 해야겠지만 흥남에 필요한 물자나 설비, 기구들을 끌어들이는 일에 첩자들을 좀 내보내였으면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물색해둔게 있는가?》

군령부차장의 물음에 겐따는 이모 하나꼬가 떠올랐다. 하나꼬이모는 미국류학을 다녀왔을뿐아니라 도이췰란드말도 알고있었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기 얼마전인 1940년 11월말경 미국에서 월슈와 도라우트라는 두명의 신부가 일본에 왔다. 이들은 산업조합중앙금고의 이가와 다다오리사를 만난 후 그의 소개로 종교의 탈을 쓰고 《일미국교타개책》을 가지고 왔다. 고노에수상이 두 미국신부에게 흥미를 표하였기때문에 륙해군의 상층인물들과도 만났다.

이때 제기된 안이 루즈벨트대통령과 고노에수상이 얼레쓰커나 하와이에서 회견하고 일미량국간의 현안을 일거에 조정한다는것이였다.

이 안대로 한다면 일본과 미국 두 나라사이에 걸려있는 문제들이 풀리고 친선이 유지될것 같았지만 얼마후 태평양전쟁이 일어났다.

하나꼬이모는 미국에서 두 선교사가 왔을 때 통역으로 나섰던바 있었다. 이런 하나꼬이모고보면 도이췰란드와 사업하는데서 한몫을 할수 있을것이다.

겐따는 자기의 속생각을 서뿔리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노구찌사장이 흥남을 개척한지 20년이 넘는데 공업지구에 왜 사람이 없겠습니까. 심복으로 써먹거나 필요에 따라 리용할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줄 압니다.》

겐따는 자기의 진속은 나타내지 않고 자기의 속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군령부차장은 겐따의 왕성한 사업의욕과 엉뚱한 발기들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고 하였다.

《상해나 한구는 우리 점령지역이니까 그런 곳에는 얼마든지 보내줄수 있어. 호떡이나 빼주 얻어먹으러 다니지 않고 우리의 〈겡시 바꾸단〉에 보탬을 주기 위해서라면 말이야.…》

군령부차장은 부하들을 다루는데 능하였다. 총과 칼로 위협하고 두 눈알이 삐여져나올 정도로 호되게 욕질하여 다불러댈뿐아니라 간을 녹여 자기스스로 따라오게 만들줄도 알았다.

《좋아. 어제밤 생각이 많아 자지 못했겠는데 장교숙소에 들어가 휴식하면서 생각해둔 안들을 정리해 제기하라. 어디 가지 말고 휴식하며 대기하고있으라. 다시 찾을테니까.》

겐따는 비와호반에서 진행된 모임에 참가하여 생각되던바들을 상급에 모두 제기하였고 반승낙을 받은터여서 기분이 좋았다.

겐따는 군령부차장의 방에서 나와 사무실로 가지 않고 자기의 행처를 밝힌 후 숙소로 향했다.

겐따는 조용한 숙소에 들어앉아 흥남으로 돌아가기 전에 군령부차장한테 제기하여 승인받을 몇가지 문제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나서 간밤의 피곤이 몰리여 숙소에서 낮잠을 자던 겐따는 군령부차장의 호출을 다시 받았다.

그날 오후 겐따는 해군대신, 군령부장과 차장을 따라 궁성부로 향했다. 궁성부에서 부른 사람은 대본영 해군참모 다까마쯔노미야친왕이였다.

겐따는 지금까지 대본영에 들어가본적 없었고 《천황》은 물론 황족사람들을 만나본적 없었다.

1943년 10월 메이지신궁 외원에서 학도출진의식이 진행되였으며 《제군들은 그 끓어번지는 령혼, 그 젊은 육체, 청신한 피 그 모두는 이 나라의 보배이다. 그 모든것을 대군의 위업을 위해 바침은 황국에 사는 제군들이 나아갈 유일한 길이다.》고 연설을 하던 도죠자신은 이미 나떨어졌다.

사냥군은 잡아들이는 사냥물이 없으면 사랑하던 충견도 없애버리고만다.

겐따는 《천황》에게 충성을 다하는 표본인가싶던 도죠마저 쓸모없는 페물이 되여버렸건만 오늘 자기가 《천황》의 친동생을 직접 만나보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무득했다.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다까마쯔노미야친왕앞에 선 겐따는 그를 대하는 첫 순간 웬일인지 마음이 허전해옴을 금할수 없었다.

다까마쯔노미야친왕은 마흔살이 채 되지 못한 한창나이였다. 항상 내심에 차있는 불만을 함부로 내뱉지 않으려는듯 그의 입은 인위성이 느껴질 정도로 꾹 다물려있었고 그의 두눈에서는 이 세상에서 《천황》 한사람을 내놓고 누구든지 눈아래로 보는것이 당연하다고 자부하는가싶은 거만기가 느껴졌다.

이 세상과 다른 딴세상 사람처럼 상상해오던 친왕은 마주서고보니 어딘가 여물지 못하고 부실한데가 있는것 같은 인상마저 느껴지였다.

마흔살이 다되도록 자식이 없다는 소문이 돌아 이런 인상을 주는지도 모른다.

친왕은 해병학교시절에 특별관사에서 지내며 강의의 대부분을 혼자서 수강하는 특별대우를 받았으나 훈련에서 다른 학생들과 같이 취급해주기 바란다고 하여 자기 역시 《천황》의 신하임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인상이야 어떠하든 《천황》의 친동생이 대본영 해군참모로 있다는 사실은 해군에 있어서 자랑이 아닐수 없었다.

이번에 도죠를 실각시키는데서 다까마쯔노미야친왕이 적지 않은 역할을 놀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친왕은 해군대신과 군령부장을 비롯하여 해군성에서 온 사람들을 례의있게 맞아주며 차를 대접하였다.

누구나 차를 즐겨마시지만 차는 겉치레에 지나지 않아 혼례식같은 인생중대사때에는 내지 않는것이 일본에서 관례로 되여있다.

겐따는 대본영에 와서 난생처음으로 차를 마시게 된것이 결혼식같은 인생중대사보다 더 중하게 여겨지였지만 이를 미흡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친왕이 베푸는 친절이여서 감지덕지해하였다.

차를 한모금씩 마시고났을 때 다까마쯔노미야친왕이 자기가 좌중에서 제일 웃사람이라는 고자세로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비와호연회에 니시나 요시오가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친왕은 해군대신이나 군령부장을 통해 비와호에서 조직된 《태양연구》모임에 대한 보고를 들은 모양이였다.

겐따는 좌중에 비와호반의 모임에 직접 관계한 사람이 자기뿐이여서 앉았던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공손히 대답했다.

친왕은 사실을 확인하려 물어보았으나 니시나 요시오를 탓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이번에 륙군일변도로 나가던 도죠내각이 실각되고 륙해군에서 합동하여 〈태양연구〉를 다그치기로 하였지만 이 중대사를 해군에서 담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일본은 해양국가다. 대동아맹주의 꿈을 실현하는데서 해군이 앞장서야 한다. 해군이 제구실을 하지 못해 태평양전쟁국면이 기울어졌으니 해군이 〈태양연구〉로 전국을 바로잡아야 한다. 군력과 국력을 추세우는데서 해군이 핵심적역할을 해야 한단 말이다.》

친왕은 대본영 해군참모로서 말하고있었다.

친왕은 좌중을 천천히 둘러보고나서 앉은 자세로 말을 계속했다.

《노구찌공업지구에 나가있던 구마모또의 유서편지를 천황페하께 상주한것도 우리 해군이 〈태양연구〉에서 주역을 놀아야 하기때문이다. 이것은 천황페하의 뜻이기도 하다.》

앉아있던 좌중은 자리에서 모두 일제히 일어나 머리를 숙여보이였다.

친왕도 사람들을 따라 일어나 《천황》페하께 례의를 표하고나서 모두에게 앉으라고 한 후 다시 동을 이었다.

《내가 오늘 제군들을 만나자고 한것은 이 점을 똑똑히 알려주기 위해서다. 앞으로 〈태양연구〉에서 조선반도가 중요한 역할을 놀아야 하기때문에 해군에서는 여기에 각별한 관심을 돌려야겠다.》

해군대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가볍게 숙여보이는것으로써 그렇게 하겠다는 자기의 의사를 표하였다.

《노구찌 흥남지구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것만큼 〈태양연구〉를 다그치는데 필요한 조건과 조치를 시급히 모두 취해야겠다.》

친왕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해군대신과 군령부장이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해군자체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면 제기하라. 천황페하께 상주하여 칙령을 받도록 하겠다.》

해군대신과 군령부장, 차장이 모두 머리를 숙여보이는 바람에 겐따는 자신이 참녜해나설 일이 아니였으나 자기 혼자 앉아있기 멋하여 일어나 함께 례의를 표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끝으로 강조할것은 비밀을 철저히 담보하라는것이다.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사람외에는 누구도 〈태양연구〉의 내막을 알게 해선 안된다. 〈태양연구〉의 성과는 전적으로 비밀을 담보하는데 있다. 제국과 운명을 같이해야 할 필요한 사람들외에 누구도 〈태양연구〉에 대해 모르게 하라. 오늘 모임에서 〈태양연구〉와 관련해 이야기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절대비밀이다.》

회견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대본영을 나서던 때 겐따는 니시나 요시오조에서 우라니움보장을 책임지고있는 이모리가 했다는 말이 새삼스레 생각났다.

지질학자 이모리가 우라니움문제와 관련하여 궁성부에 갔을 때였다.

황족의 어린애 하나가 흰돌을 들고 이모리에게 다가와 이것이 우라니움인가 물었다고 하였다. 그 황족아이가 들고있는것은 일반화강석이였다. 지질학자 이모리는 황족아이들까지 우라니움에 대해 알고있고 관심이 높은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고 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겐따는 일종의 우스개소리로 꾸며낸 이야기이려니 생각하였지만 오늘 회견에 참가하여 그것이 사실이고 자기가 관여하는 《태양연구》에 대본영이 얼마나 관심이 큰가 하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을수 있었다.

지질학자 이모리의 말은 지나가는 소리처럼 력사의 갈피에 남았으나 절대비밀로 붙여진 이날 대본영회견에 대해서는 력사의 갈피속에 깊이 숨겨지였다.

이날의 회견에서 《천황》의 둘째동생이 《태양연구》사업의 비밀에 대해 특별히 강조한것은 사업내용보다도 이 사업에 《천황》과 황족, 왕족이 관계되여있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것을 막자는데 있었다.

이날의 회견을 조직한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후날 《태양연구》가 만인의 규탄을 받게 되고 인류력사에 특대형범죄행위로 락인되여도 《천황》한테는 아무런 책임이 없게 하며 설사 일본제국이 무너져도 《천황》이 살아있으면 다시 소생할수 있고 대동아맹주의 꿈도 실현된다는 타산에서였다.

그러고보면 어딘가 어리숙해보이는 《천황》의 동생한테 앞날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해야 할것이다. 《천황》의 뜻을 어기면 살수 없는 회견참가자들이였고 대일본제국의 신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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