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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경태와 호연은 마치 미리 약속이나 한듯이 남들 먼저 똑같이 등교했다.

호연은 늘 하던대로 밖에 나가 흑판지우개를 지시봉으로 말끔히 털어 들고 들어왔다. 그는 첫날부터 선손을 걸군 하여 번번이 교장이나 교원들로부터 모범학생으로 칭찬을 받았다. 공부깨나 하고 이러한 평판으로 환심을 사고있는 그를 색다르게 볼 사람은 없는것이였다.

책상우에 책을 펼쳐놓고 뒤적거리던 경태는 문득 철림의 말이 떠올라 반롱조로 물었다.

《여 호연이, 너 왜 그 번화한 도회지를 버리구 이런 답답한 시골 대장쟁이집에 얹혀사니?》

그의 밑도 끝도 없는 물음에 호연은 가슴이 철렁했다.

(저 싱거운자가 왜 하필 뻔한 질문을 갑자기 할가? 혹시 저치가 무슨 냄새를 맡은것일가?)

한순간 그의 머리속에는 갖가지 의혹이 한꺼번에 번개치듯 했다. 그러나 그는 시치미를 뚝 따고 짐짓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여, 너 머리가 좀 돌잖았어? 뻔히 알면서 별걸 다 새삼스럽게 묻누만. 너한테 누가 뭐랬나?》

언제인가 철림이 뚱딴지같이 《너는 도대체 누구냐?》 하고 직판 묻던 일이 지꿎게 뇌리에 갈마들어 오금이 저려드는 판에 오늘은 또 경태의 의뭉한 질문이 그의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거 뭘, 대장간주인이 삼대외독자라는 말두 있어.》

경태는 책장을 빨락빨락 번지며 속이 켕기여하는것 같은 그의 모양을 히죽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따위 허튼소리들 말래라. 너야 우리 집안사정을 뻔히 알구있으면서두 그런 왕청같은 헛나발을 옮겨? 어스크레한 뒤구석에서 그따위 족보를 캐는건 어떤 작자야?》

호연이 화가 동하여 별안간 이렇게 거칠게 내뱉자 경태는 그만 얼떨떨해졌다.

《내 부모를 한꺼번에 잃구 신세가 하두 막부득해서 이딴데 와 얹혀사는거지 뭐, 이 잘난 퀘퀘한 시골군에 오구싶어 왔겠니? 제발 다시는 아픈 가슴을 긁지 말라구.》그는 자기의 립장이 미궁속에 빠졌을 때에는 진실의 가면을 더 두껍게 쓰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짐짓 눈물이 그렁해서 울먹이며 말하는 그의 거동에 경태는 감동되여 눈을 슴벅이였다.

호연은 경태쯤은 식은죽먹기로 업어넘길수 있지만 네가 누구냐라는 질문과 변영근이 삼대외독자라는 말에는 속이 떨리였다.

히라오까와 변영근이밖에 알수 없는 이 내막이 어떻게 드러나게 되였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였다. 자기가 경태의 뒤를 캐듯이 어떤 그림자와 같은 인물이 자기의 밑뿌리를 캐고있는게 분명하다고 짐작하였다. 이 경태가 혹시 사람의 알속을 칼로 도려내듯 하는 학급장의 암시를 받은게 아닐가?

(그러나 아직은 떨게 없어. 경태야 이미 그물에 든 고기나 다름없지 않는가. 내 말 한마디면 당장이라도 올가미에 걸려 자기를 말짱 드러낼건 뻔하다. 좀 더 참자. )

한편 호연의 노죽에 넘은 경태는 도리여 철림을 탓하였다. 무슨 일에서나 빈틈이 없는 그가 어찌되여 이런 허튼 소문을 사실로 믿는지 모를 일이였다. 어느 누구와도 친숙하고 다정다감한 철림이가 유독 호연이만은 미심쩍어하고 딴눈으로 찌글써하게 보는것 같았다. 그가 호연의 가슴아픈 처지를 딱히 몰라서일가?

호연이 눈물 머금고 한 말은 경태의 마음속에 그에 대한 동정심을 잔뜩 불러일으키였던것이다.


사흘후였다. 호연은 오전수업을 마치는 마지막종소리가 울리기 바쁘게 경태의 손목을 꽉 잡고 교실 뒤구석쪽으로 끌며 귀속말로 간절히 청탁하였다.

《경태, 오늘 저녁만은 꼭 하숙집에 있어주게.》

《그건 왜?》

경태는 시답지 않은 투로 물었다.

《내 미리 말 안하겠는데 오늘만은 나를 위해서 꼭 어기지 말구 시간을 좀 내주게.》

《오늘은 좀 바쁠것 같은데…》

그는 야학에 반드시 나가야 할 일때문에 딱해하며 미적지근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호연은 속으로 그가 야학때문에 그러는줄 알면서도 우정 왈칵 증을 내며 끈지게 굴었다.

《무슨 일에 밤낮 그리도 바쁜가. 좌우간 나의 첫 부탁을 정 안 들어주면 우리 우정두 끝나는거루 알라구. 내 하교때 먼저 집에 피끗 들렸다가 인츰 하숙에 가겠어.》

호연은 이렇게 단단히 오금을 박고는 서둘러 밖에 나갔다.

경태는 그의 청탁이 너무도 간곡하기에 좌우간 세림으로 떠나기 전에 좀 눌러있어보기로 작정했다.

아닌게아니라 그가 하숙방에 이른지 얼마 안되여 호연은 무슨 보꾸레미를 두손에 각각 들고 헤벌거리며 나타났다. 그는 움쭉 허리를 펴고 일어나 바삐 받아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건 뭔가?》

《알아맞춰보게.》 하고 호연은 히물거리였다.

경태가 보꾸레미를 주물러보니 그릇같은것들이 손에 잡히고 신문지에 감싼 술병들이 삐죽삐죽하였다.

《경태, 오늘이 내 생일이야. 그래서 내 한상 내는거야.》

경태는 놀랍게 물었다.

《아니, 뭐? 제 생일에 제가 한상 낸다는거야? 이야말루 듣다 처음이로군. 》

경태는 아무래도 별스러워 버벙해 서있었다.

《허허, 무던한 우리 삼촌이 내가 자네와 가깝다는걸 알구 혼자 적적하게 쇠기보다 친구와 겸상을 하구 회포나 나누라며 손수 차려주시더군.》

《그래! 너 삼촌이 정말 괜찮구나.》

경태는 그의 그럴듯한 구변에 넘어 이렇게 감복해하면서도 떠날 시간이 림박해오자 사뭇 난처해졌다. 그러나 다음순간 이러나저러나간에 저녁밥을 먹고 떠날바에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되였다.

하숙집녀인은 밥상을 들고들어와 수저를 놓아주었다. 호연은 보꾸레미를 끄르고 남비며 놋주발, 놋대접 등 음식그릇들을 꺼내놓았다.

《에구, 학생이 정말 용수다. 큰잔치상같이 차려왔구만.》

그들은 곧 《생일상》에 마주앉았다. 경태는 마침 속이 어지간히 클클하던김에 깨가루고물을 뿌린 쉬움떡, 소갈비, 편육 등 구미가 동하는 음식에 내심으로 흐뭇해졌다.

《호연이, 너 오늘 날 꼴 먹이는게 안야?》

《꼴은 무슨 꼴. 이런 멋두 없이야 무슨 친구지간이겠니. 자, 한잔 들기부터 하자구.》

호연이 백학주병을 들어 잔에 따르려 하자 경태는 펄쩍 뛰며 술병을 밀막았다.

《오늘 이것만은 절대 안돼. 그리구 오늘에야 네가 당자인데 너부터 우선…》

《여여, 시시하게 너무 그러지 말라구. 액체식사없이야 분위기가 돋구어지나. 조금만 들라구. 생일상 들구온 사람 체면을 좀 봐서라두 자, 자. …》

경태는 속이 떨리여 거듭 사양하다가 그의 검질긴 성화에 못이겨 한잔 들어마셔버렸다.

지내 센 술을 마신탓인지 식도에 불이 홧홧 이는듯 했다. 호연은 거퍼 서너잔 들이키고는 경태앞에 소갈비접시를 옮겨놔주었다. 그들은 부지런히 먹어댔다.

경태는 이왕 입을 댔던김에 감질이 나서 몇잔 더 축을 내자 방안이 빙글빙글 돌았다. 취기가 오르자 경태는 사뭇 걱정스럽던 야학 생각도 머리속에서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아차, 내 하나 놓친게 있어. 이 방에 종종 오군 하는 그 미인 말이야.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어야 제격인걸 그랬어.》 하고 호연은 자기 이마를 손바닥으로 찰싹 치며 아쉬워했다.

《너 벌써 취한게 아니야?》

《취하기야 뭐. 좌우간 넌 난놈이야. 어디서 그런 상당한 미인을 나꾸챘어? 괜찮아.》

《여, 그따위 실없는 소린 그만하구 또 부으라구.》

호연은 두번째 술병을 기울이였다.

《이제야 진짜 경태답군. 경태, 너 날 숙봐선 안돼. 나두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철림? 흥, 무슨 말라빠진 철림이야… 엥, 술맛 없어지겠다. …》 호연은 혀꼬부라진 소리로 련속 주절대였다.

《여, 너 갑자기 철림의 말은 왜 꺼내면서 그래?》

《그치가 날 얼간이루 본단 말이야. 그치의 눈은 신통히 렌트겐눈같애. 내 기분 잡쳐서 …》

경태는 취중에도 그의 말을 꺾으며 큰 비밀이라도 말하듯 목소리를 죽여가며 경고하였다.

《여, 쓸데없는 싱거운 소리만 말구 내 말 좀 명심해들으라구. 너 철림을 주의해야 돼. 너를 달리보거던. 철림은 간단치 않은 사람이야. 말하자면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이거지. 또 (주먹을 곧추 질러보이며)이것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이거야. 너같은건 단매에 사등뼈 부러져… 그러니 입부리를 함부루 놀리지 말아야 해. 또 마시자.》

호연은 그 말에 등골이 서늘해져 눈이 퀭해있다가 얼없이 소갈비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또 한잔 쪽 소리나게 들이키더니 《그러니까 그가 무슨 거두쯤이라두 되는거지?》 하고 딴소리를 하듯 넘겨짚었다.

《그쯤 알아두라구.》 하고 경태는 《나그네설음》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호연은 그가 철림에 대하여 꺼리는것을 느끼고 화제를 슬쩍 돌리였다.

《나는 경태가 진짜 부러워. 앞으로 고보나 졸업하면 그 1등미인 진설향과 아기자기한 가정을 이루겠지. 뼈가 녹을거야. 실컷 향락을 누리라구. 실컷 쾌락속에 잠겨있으라구.》

《여여, 추접스러운 말은 그만해.》

《추접스러워? 뭐가 추접스러워? 원… 책을 보니 인생은 한갖 봄꿈이래. 그러니 쾌락과 향락속에서… 자, 또 마시자. …》

경태는 그를 새삼스럽게 힐끗 바라보았다.


×


설향은 락엽이 흩날리는 석탑공원의 긴걸상에 은해와 나란히 앉아 말하였다.

《은해, 난 네가 부러워.》

《나한테 네가 부러워할만 한게 뭐가 있니?》

《아니야. 언제나 네 얼굴에 차넘치는 생기, 나는 그것이 부러워. 자기 생활에 대한 보람과 희망이 없이야 그렇게 생기가 떠돌수 있니? 너는 생활이 무척 즐거운거지?》

은해는 차분한 심정에 잠겨 흥심없이 대꾸했다.

《즐겁기까지야 뭐. 너나 같지 별루 다를거야 있니?》

《너 고민에 빠져본적이 있니?》

《얘, 세상에 고민없는 사람 어디 있겠니? 그렇게 끔찍이 사랑해주던 오빠를 잃구 가슴이 터져와서…》

《아, 의로운 일에 나섰던 오빠에 대한 고민이라문야 뭐…》

《설향이, 네 고민을 내가 대신 말해볼가? 가까운 벗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무시당하는것 같은 야속함, 영란이, 찬숙이랑은 날로 생기발랄해지는데 자기는 학우들속에 에워싸여있으면서도 마음은 텅 빈듯한 외로움과 허무감… 그래, 어때? 편차가 없니?》

《편차없어. 넌 어쩌면 내 마음을 제 마음처럼 알고있니?》 설향은 혀를 내둘렀다.

《보통학교에서 녀고까지 한책상머리에서 자라오는데 그만한것두 모를가?》

설향은 돌연 은해의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곳곳이 바로앉으며 생각깊은 어조로 하소했다.

《아니야, 넌 아직 내 고민을 다 말 못했어. 나의 그중 큰 고민은 지금처럼 우리 서로 곁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점점 멀어지는거야.》

은해는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린듯이 단도직입적으로 선뜻 말하였다.

《그건 네가 나와 사상적벗이 못되기때문이야.》

《뭐? 사상적벗?》

설향은 무척 놀라운듯 눈이 휘둥그래지며 되뇌였다.

은해는 서슴없이 자기의 생각을 터놓았다.

《너 전번에 숨가쁘게 들이댔댔지? 너와 나 다른게 뭐냐, 내 너보다 못한게 뭐냐, 너처럼 되자면 어떤 자격과 조건이 필요한가. … 설향이, 너야 모든데서 나보다 월등하지. 인물 잘난데다 성미두…》

《얘, 그런 새빠진 소린 관둬. …》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너를 속박하는 자기 울타리를 벗어나는거야.》

《뭐, 자기 울타리?》

《너는 물론 나와 달리 손끝에 가시물 한번 묻히지 않구 온실의 꽃처럼 자란데두 있지만 그보다도 너는 지내 자질구레한 감정의 구속에서 헤여나지 못하고있어. 찍어말하면 소부르죠아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러있어.》

《소부르죠아적사고?》

《너는 솔직히 속으로 우리를 원망은 하면서도 네가 스스로 이 길에 선뜻 나설 결심을 못하고있지? 그건 집안에 미칠 후환이 두려워서겠지. 또 네가 우상처럼 의지하는 경태씨도 네가 이 길에 나서는걸 바라지 않겠지?》

설향은 좀 망설이다가 힘들게 대꾸하였다.

《바라지 않아. …》

사실 설향은 경태와 만난 후 생각을 많이 굴려보았다. 자기를 끔찍이 위해주는 경태가 진실로 그것을 바라지 않았고 설사 그 길에 나선다 해도 만약 잘못되는 경우 자기 하나를 믿고사는 아버지, 어머니의 처참해질 운명이 모질게 그의 발목을 비끄러매는것이였다. 그래서 안타까이 망설이며 지금껏 용단을 못 내리고있었던것이였다. 워낙 그는 활달한 반면에 남들 같으면 무심히 스쳐버릴 일도 지나치게 속에 새겨두고 무던히 자기를 괴롭히는 버릇이 있었다.

《보려마, 그걸 바라지 않는것은 너와 동지적관계가 되는것을 바라지 않는 뜻이 아니냐. 그래 동지적관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너희들 관계가 굳건할것 같니? 넌 언제까지 경태씨의 그림자로만 살겠니?》

《은해, 천하없는 새침데기가 요새 룡이 됐구나.》

《괄랭이던 너는 왜 뻐꾸기꼴 됐니?》

《뭐, 뻐꾸기?》

《다른 새둥지에다 알을 낳아키우는…》

《호호호, 그러니 날 더부살이존재로 보는구나.》 하고 그는 은해를 한대 쥐여박았다.

《은해, 만일 철림씨가 곁에 있다면 어떤 립장을 표명했을가?》

《두말없이 너더러 투쟁에 나서라구 할거야. 그는 누구보다두 너를 깊이 동정하구 직접 돕지 못하는걸 안타까와하고있어.》

《그들은 그렇게두 극진한 사인데 왜 생각은 그리 다를가?…》

《철림씨는 겉은 경태씨처럼 현란하지 못하구 수수해두 진짜 존경이 가는 청년이야. 무슨 일에서나 남을 위하는 마음이 앞서구 투명하구… 또 얼마나 천진한지 그와 마주서면 내 마음도 금시 순박해지는것 같단다.》

《그를 사랑하니?》

《야, 학생이 무슨 사랑타령이야. 그저 존경할뿐이야.》

《그 존경이 사랑의 첫걸음은 아닐가?》

《너 또…》

《그처럼 인정많고 동정심 많은 청년을… 장차 주저말구 마음껏 사랑하라!》

《호호호, 이제야 〈꽃바람〉의 본성이 나오누나.》

《그 본성까지 잃으면 내 진설향이 아니지.》

은해는 수심에 잠겨있던 그가 활기를 도로 찾은것이 기뻤다.

《설향아, 너는 본시 괄량이구 사내번지긴데 왜 자기 전도문제에서는 그렇게 쪼물짝하구 주접이 들어?》

설향은 호 한숨을 짓고 또 시들한 소리를 했다.

《글쎄, 왜 그래지는지 나두 자기를 잘 모르겠어.》

《너 경태씨를 너무나 자기를 의탁할 기둥으로 여기는게 아니야? 네가 주동에 서면 못 쓴대? 솔직히 네 운명은 네가 책임지지 그가 책임져 줄것 같아서 그래? 가만 보면 네가 꿈꾸는 가정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 못 나는것두 네탓이지 그의탓만 아닌것 같아.》

설향은 그 말의 속뜻은 다 새기지는 못했지만 은해가 높은 연단우에 서있는듯 돋보였다.

《넌 진짜 대단해졌구나. 한책상에서 매일 같이 공부하는데 어느 짬에 누구의 교양을 받기에 수준이 그렇게 상당해졌니?》

은해는 인정많고 눈물이 헤픈 그를 자신처럼 믿고싶었다. 그래서 다감한 표정으로 감동에 겨워 말하였다.

《설향이, 난 옥중생활도 겪구 백두산에서 일제놈들과 싸우던 한 혁명가를 만난적이 있어. 그 동지는 혁명의 본질은 사랑이라구 했어.》

《뭐, 혁명의 본질은 사랑?!》

《그 동지는 인간을 사랑하기때문에 혁명에 나서시였다는 김일성장군님의 고귀한 뜻을 심중에 새기고 백두산에서 싸웠대!》

《참말 뜻이 깊은 말씀이시구나!》

《그 사랑은 남녀간에 국한되는 값눅은 사랑과는 근본 다른 숭고한 사랑이야. 우리는 그 사랑을 간직하구 살아야 해. 그래야 희망도 생기구 왜놈들도 두렵지 않게 돼. …》

설향은 전혀 귀에 선, 그러면서도 이를데없이 흉금을 울리는 은해의 말을 사뭇 감심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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