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어버이의 사랑에 목메여 부른 심장의 노래
《
올해 들어 내 나이도
백두광명성이 높이 솟아오른 민족대경사의 2월명절을 맞고보니 겨레와 인류를 위해
사람이
1984년 가을 어느날 군산의 어느 한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던 내가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마을의 좌상인 백로인이랑 여러 어른들이 우리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가는 말을 들어보니 나를 친형처럼 따르는 명진이가 해변가에서 동네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그것이 《보안법》에 위반되는것이여서 경찰에서 잡아갔다는것이였다.
그길로 나는 백사불구하고 경찰서에 찾아가 명진이를 데려내왔다.
경찰서를 나선 나는 명진이를 위로해줄양으로 그에게 집안형편이랑 물어보면서 두루 말을 붙였다. 그의 집에는 윁남전쟁에 끌려갔다가 페인이 되여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버지와 어린 녀동생뿐이였다. 이태전인가 돈을 벌겠다고 집을 나간 어머니는 종무소식이였다.
《어머니소식은 아직 모르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명진이는 《왔어요. 어머니랑 같이 이북쌀로 밥도 지어먹구요.》라고 하면서 어머니와 온 집안이 공화국에서 보내온 구호미를 안고 울었다는것이였다.
다 알다싶이 그때 공화국에서는 수재로 고통받는 남녘겨레들을 위해 구호미를 비롯한 막대한 구호물자를 보내주어 세상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었다. 그 구호미덕에 돈벌이를 갔던 어머니가 돌아오고 온 가족이 모여 공화국의 구호미를 붙안고 울었다는 그의 말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1984년 여름 남조선에 들이닥쳤던 수재는 례년에 없는것이였다. 련일 무더기비가 멎을줄 몰랐고 범람하는 강물은 도로, 다리를 끊어버리고 숱한 사람들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등 이남땅의 모든것을 페허로 만들어버렸다. 수재는 날을 따라 더욱 확대되였으나 당국은 구제조치는 취하지 않고 집과 가산을 잃고 기아와 고통에 우는 수재민들더러 《자조정신》을 발휘하라는따위의 나발만을 줴쳤다.
어떤 곳에서는 100명나마 되는 수재민들에게 담요 5장을 던져주고는 《제비를 뽑아 나누어가지라.》고 하여 수재민들의 격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오죽하면 항간에서 수재를 두고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고 하였겠는가. 군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악몽의 지옥에서 허덕이는 우리들에게 구세주의 해빛이 비쳐왔다. 불행에 우는 동포들의 아픔을 가셔주려고 공화국에서 막대한 식량과 천, 의약품과 세멘트를 비롯한 구호물자들을 보내주었던것이다. 그때 동네사람들은 구호물자를 제일먼저 받은 백로인의 집에 모여와 공화국에서 보내온 하얀 쌀을 움켜쥐고 격정의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백로인은 감격에 목메여 우는 사람들에게 《이북에는
후날 안데 의하면 그때 공화국에서도 련일 무더기비가 내렸는데
그때에는 가슴뜨거운 그 사연을 미처 다 몰랐어도 사람못살 세상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 어려울수록 제 민족이 제일이다.
모름지기 명진의 집식구들도 뜨거운 혈육의 정,
나는 어쩐지 명진이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싶어 해방동 월명산공원으로 갔다. 마음속 격정을 터놓고싶었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충동을 나누고싶었던것이다. 그런데 명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것이였다.
시내물 굽이굽이 어데로 가나
넓고넓은 저 바다 품으로 가네
내 마음 훨훨 어데로 가나
구름너머 그리운
나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명진이가 어떻게 이 노래를…
공화국에서 창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그 노래는 이북바로알기운동을 통하여 운동권에서 은밀하게 퍼지고있었다.
내가 놀란것은 그때문만이 아니였다. 명진이가 잡혀갔던것이 이 노래때문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어린 마음에 민족의
명진은 그 노래를 부른것으로 하여 이태만에 만난 어머니와 하루밤도 변변히 지내보지 못하고 경찰서에 끌려갔던것이다. 이제 돌아오는 길로 또 그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큰 봉변을 당할것은 뻔한 일이였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명진이였지만 세상이 다 들으라는듯이 큰 소리로 부르고 또 불렀다. 심장의 노래는 철쇄로도 묶을수 없다는 말의 진가를 나는 어린 명진이의 절절한 얼굴표정을 통하여 새삼스럽게 느끼였다.
그렇다. 그것은 심장의 노래였다. 가정의 운명을 지켜주고 불행을 가셔준 따사로운
그때로부터 스무해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오늘 북과 남의 우리 겨레는 21세기의
새들은 저 산너머 어데로 가나
보금자리 정다운 품으로 가네
내 마음 훨훨 어데로 가나
구름너머 그리운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회원 리우갑
(《로동신문》 2005년 2월 25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