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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제5장


6


1979년 여름 김일은 또다시 몸이 불편하여 겨우 청사에 출근하고있었다. 옆에서 나날이 축가는 김일의 모습을 보는 허룡은 마음이 아프기 그지없었다. 수령님과 김정일동지의 사랑속에 여러번 사경에 처했다가 소생한 김일은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전심전력 분투해왔다. 그런데 다시금 건강이 심상치 않으니 그 당자의 심정이야 얼마나 괴로우랴.

어느날 점심시간이였다. 허룡은 김일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정문가를 거닐고있는것을 보았다. 허룡이 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퍽 지났다.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것일가? 그 어떤 고민으로 식사시간마저 잊고있는것이 아닐가? 혹은 그 어떤 사색을 무르익히고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사야 제때에 해야 할것이 아닌가. 허룡은 김일에게 점심시간에 대해 귀띔해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조심히 곁으로 다가갔다.

《1부주석동지, 식사시간이 되였습니다.》

김일은 힐끔 허룡을 보더니 다시 뒤짐을 지고 거닐었다.

《식사를 하러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일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허룡에게 말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외국수반을 맞이하러 비행장에 나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소. 수령님께서 대외사업하시느라 점심식사를 제때에 못하시는데 전사가 어찌 먼저 식사하러 갈수가 있겠소.》

허룡은 가슴이 뜨겁게 젖어들었다. 아, 그런걸 그 어떤 고민을 하고있다고 생각했으니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놈인가. 김일은 자나깨나 오직 한 생각, 그저 수령님 생각뿐이였던것이다.

《서기동무가 전화를 걸어 수령님께서 돌아오시였는지 알아보오.》

김일은 수령님께서 돌아오시였다는것을 알고서야 차에 올랐다.

김일이 집에 들어서니 뜻밖에도 맏손자 박광선이 달려나와 맞이하였다.

《할아버지, 앓으신다더니 어떻습니까?》

광선은 인사말을 하며 근심어린 눈길로 김일의 병색짙은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자강도의 어느 한 공장에 3대혁명소조원으로 파견되여가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행동거지가 퍽 진중해지고 육체적으로도 숙성해진듯싶은 광선의 모습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김일은 맏손자가 사랑스러웠으나 잔정을 표시할줄은 몰랐다.

《넌 어떻게 되여 평양에 왔느냐?》

김일은 손자가 혹시 할아버지를 등대고 사업규률을 위반한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것이였다.

《만수대동상에 설치할 전광판을 만들어가지고왔습니다.》

《네가 어떻게 그런걸 만들 생각을 다 했느냐?》

《3대혁명소조로 평양을 떠나기 전날 할아버지와 함께 만수대동상을 찾아가지 않았댔어요? 그때 할아버지가 어떻게 하면 만수대동상을 더 밝고 환하게 모실수 있을가고 걱정하시던 모습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있었거던요. 전광판에 대한 착상은 내가 했지만 공장 로동자, 기술자들이 다 합심하여 달라붙어 만들었습니다. 오늘 설치를 다 끝냈는데 공장에 돌아가기 전에 할아버지가 앓는다는 말을 듣고 병문안을 하자고 들렸습니다.》

김일의 누렇게 뜬 얼굴에 금시 환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네가 용쿠나. 내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너희들이 만들었다는 그 전광판이라는걸 가서 봐야겠다.》

김일은 광선이와 함께 밤중에 승용차를 타고 만수대언덕으로 향하였다.

만수대언덕에 오르니 수령님의 동상 량옆에 설치된 전광판이 안겨왔는데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수령님의 동상이 더 빛나게 되였다.

김일은 만족하여 맏손자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광선아, 용타.》

김일은 다시금 칭찬의 말을 하였다.

《그러고보니 네게도 빨찌산의 피가 흐르고있는게 틀림없구나. 우리 손자들이 그만하면 괜찮아. 충선이도 군사복무를 잘해서 표창휴가를 받고 집에 온다고 하더라.》

《우리 3대혁명소조에서는 지금 만수대언덕의 잔디깎는 기계도 새로 설계하였는데 지금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생각들이 기특하다. 네가 가면 그들모두에게 내 인사를 전해다구. 빨리 제작해서 만수대를 관리하는데 리용하면 얼마나 좋겠니.》

김일은 맏손자의 어깨를 슬그머니 그러안았다. 이젠 다 자란 손자의 억센 육체를 몸에 느끼니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며칠후 김일은 삼지연대기념비제막식이 진행된다는 통보를 받게 되였다. 삼지연대기념비제막사를 김일이 하는것으로 예정되여있었댔는데 건강상리유로 림춘추부주석이 하기로 되였다고 한다.

《그렇게 됐구만.》 하고 허룡에게 나직이 뇌이는 김일의 얼굴에는 서글픈 미소가 어려있었다.

아픔과 슬픔이 김일의 가슴을 마구 긁어대고있었다. 백두산지구혁명전적지건설사업이 진행되던 그때부터 늘 마음을 쓰며 짬만 있으면 백두산지구로 가서 건설정형을 알아보고 지도하던 김일이였다. 삼지연대기념비가 건설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신념과 의지, 비상한 예지에 탄복하면서 고마움을 느끼던 김일이였다. 삼지연대기념비가 하루빨리 완공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대기념비가 완공되기만 하면 그 제막사를 꼭 자기가 해야겠다고 벼르기도 했던 김일이였다.

그런데… 고대하던 그날이 왔는데 병든 몸이라 평양을 뜨지 못하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다음순간 김일은 주먹을 꽉 부르쥐며 생각하였다.

(아직 내가 다된 사람은 아니다.)

허룡은 긴장한 눈길로 여느때없이 흥분한 김일을 지켜보았다. 김일은 침통한 낯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결심을 가다듬고있었다.

(비록 제막사는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삼지연으로 갈것이다.)

김일에게는 제막식참가자들에게 꼭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 그것은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언급되지 않을 그런 말이였다.

(아직 기력이 남아있을 때…) 하고 그는 다시금 생각하였다.

《허서기, 삼지연대기념비제막식에 내 꼭 가겠으니 그리 알라구. 물론 제막사를 하자는건 아니야. 그저 내 그 제막식에 꼭 가고싶어서 그래.》

김일의 말이 얼마나 절절하였던지 허룡은 감히 반대의 말을 할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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