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53회


제5장


5


당시 혁명전적지건설돌격대 평양시련대는 삼지연혁명사적관, 혁명사적관부대건물, 혁명사적관온실, 혁명사적관원림조성, 기존근로자답사각보수, 백두산혁명전적지에서 정점 휴계실보수, 백두교, 편의봉사망, 무두봉대학생각 그외에 삼지연읍지구에서 읍중학교 등으로 해서 방대한 대상들을 맡아 건설하고있었다.

현철이가 속한 대대는 삼지연혁명사적관지구의 건설을 담당하였다.

현철은 자신이 소유하고있는 건설부문의 전문지식과 신통한 판단력, 성실한 성격으로 인차 대대에서 지휘관들과 동무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 능력이 두드러지는 존재로 되였다. 그는 입대한지 몇달후에는 대대시공참모로 일하였고 1년이 가까와올무렵에는 대대참모장으로 임명되였다.

돌격대에서의 현철의 눈부신 발전은 설미를 경탄케 하고 기쁘게 하였다. 그러나 현철과 설미의 관계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지속되고있었다. 현철은 마치 지난날의 인연은 잊어버리기라도 한듯 설미를 정중하게 대하였고 류다른 감정표현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온 정신을 일에 몰두하는것만 같았다. 그럴수록 설미는 은근히 속을 앓았다.

한번은 설미가 솜을 두툼하게 둔 벙어리장갑을 마련하여 남들이 보지 않는 기회에 현철에게 주었다. 보통작업장갑이 아니라 정성이 엿보이게 바느질을 잘한 깨끗한 장갑이였다.

현철은 놀라운듯 장갑을 보다가 설미에게 뜨거운 눈길을 보냈다.

《현철오빠, 작업장갑이 다 해졌더군요. 그래서…》 설미는 어쩐지 부끄러워나서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였다.

《나같은 놈을 다 생각해주니 고맙구만.》

《그건 무슨 말이예요?》

설미는 현철의 말투가 이상스러워 깔끔하게 눈을 치떠보았다. 그러나 현철은 더이상 깊이 속을 터놓을 생각이 없는듯 건성 웃음을 짓고 말을 돌리는것이였다.

《아니, 그저 그렇다는 소리요. 이번엔 동무의 성의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장갑을 받겠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날 위해 마음을 쓸 필요는 없을것 같소.》

괴로운듯 긴 한숨을 내쉬고 자리를 피하는 현철의 태도가 의혹을 자아내고 또 자신이 무시당한듯싶어 괘씸하기도 한 착잡한 심정을 안고 설미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있었다.

(현철오빠가 이제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것일가? 혹시 그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것일가?)

그후 현철은 설미가 준 장갑을 끼지 않았다. 설미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남에게 주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서운함을 금할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떤 행사가 제기되여 돌격대원들이 깨끗한 복장으로 모여섰는데 그때 현철이 설미가 준 그 장갑을 끼고 나왔다. 그것을 본 설미는 기쁘기가 그지없었다. 현철은 작업할 때는 끼지 않고 소중히 건사했다가 특별한 날들에만 끼고 다니였던것이다.

그날 밤 설미는 잠들지 못하였다. 그는 눈앞에 그려지는 현철을 향해 자꾸자꾸 물었다.

《오빠, 어디 대답해봐요. 오빤 날 사랑하지요?》

그런데 현철은 웃고만 있을뿐 벙어리처럼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설미는 현철의 진속을 알고싶었으나 좀처럼 그럴만한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가 먼저 현철이를 조용한 곳으로 불러낼만 한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현철은 대대의 일부 력량을 데리고 공사에 필요한 막돌들을 시급히 확보할데 대한 과업을 받았다. 후방참모인 한설미가 대대와 떨어져 작업하는 그들의 식사를 보장할 임무를 받고 동행하게 되였다.

그들은 삼지연에서 멀리 떨어진 수림속에서 막돌원천을 찾아냈다.

저녁녘에 막돌들을 한자동차 실어보내였다. 돌격대원들은 다음차가 올 때까지 계속 막돌들을 채취하였다. 그런데 자동차는 더는 오지 못하였다. 도중에 고장이 났던것이다. 돌격대원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차를 기다렸다. 우등불을 피우고 노래를 하며 시간을 보내였다. 한설미가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닦은 강냉이 반키로정도 가져온것이 있었는데 대원들은 그것으로 조금 요기를 할수 있었다. 주민지대와 멀리 떨어진 곳이여서 어디 가서 먹을것을 얻어올수도 없었다. 누구나 이제 좀 있으면 차가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배고픔을 참으며 기다렸다. 밤이 깊어 대원들은 우등불곁에 누워 잠들기 시작하였다. 현철은 자기가 정황판단을 잘못하여 대원들을 고생시킨다는 자격지심으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할것인가. 여기서 자동차를 기다리며 밤을 보내야 하는것인가? 아니면 걸어서라도 떠나야 하는가. 그 먼길을 어떻게…)

그는 우울하게 우등불만 바라보고있었다. 한설미가 옆에 다가와앉았다.

《참모장동지, 얼굴색이 나쁘군요. 어디 아픈게 아닙니까?》

설미는 현철이가 자기를 엄숙하고 정중하게 대하는데 못 견뎌 오빠를 대하듯 하던 말투를 고치고말았었다.

《난 지금 자신을 타매하고있소. 대원들이 나때문에 저녁도 굶고 한지에서 자고있지 않소.》

《그게 참모장동지의 잘못으로 되는겁니까? 후방참모인 내 책임도 크지요.》

《그러니 우린 다 죄인인셈이구만.》

현철은 싱긋 웃었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듯 한 진실한 웃음이였는데 설미는 현철의 그런 웃음을 보는것이 기뻤다. 설미와 다투고 갈라진 후에 현철은 설미와 마주서서는 조만해서 웃지 않았고 웃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례의적인 웃음에 불과했던것이였다.

눈보라가 터졌다. 이깔나무들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눈보라의 아우성소리와 엇갈리며 무시무시한 울부짖음처럼 들려왔다.

《후방참모동무.》 현철이가 조용히 말하였다. 《무섭지 않소?》

설미는 우등불만 바라볼뿐 대답이 없었다. 현철이 피뜩 설미를 돌아보았다.

《내 소리가 듣기 싫은 모양이구만.》

《예, 듣기 싫습니다.》 설미는 새침해진 어조로 말하였다.

《듣기 싫다면 입을 다물겠소.》

《하나 묻자요. 참모장동지는 이젠 내 이름을 잊은게 아닙니까?》

《아니, 그건 무슨 소리요? 내가 한설미를 잊다니… 원, 괴이한 소릴 다 하는군.》

《그런데 동지의 입에선 언제나 후방참모라는 소리만 나오는군요. 난 동지가 날 이름으로 찾는 소리를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랬던가, 허허…》

현철은 허거프게 웃었다. 우등불의 너울거리는 화광이 현철의 서글픈 얼굴을 비치였다.

《난 동무가 떠나간 후에 자신을 신랄하게 돌이켜보았소. 난 동무를 찾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소. 다시는 한설미를 다정하게 부를 자격이 없다고 말이요.》

마침내 현철이 자기 속을 터놓는다고 생각하니 설미는 눈물이 나왔다. 현철에 대한 사랑과 동정이 가슴을 아프게 허비였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내가 인정없는 녀자라고 생각하겠지요?》

《난 동무를 탓하지 않소. 난 나자신만을 탓해왔소.》

설미는 호―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그는 안타깝게 장갑낀 손을 비틀어댔다. 이윽고 설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오빠에게 졌어요. 내가 먼저 이런 말을 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어요. 난 언제까지나 오빠가 나를 찾아와 나를 변함없이…》

설미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리였다. 《사랑》이라는 그 말을 하기가 서슴어졌던것이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있던 설미는 용기를 낸듯 번쩍 머리를 쳐들었다. 설미는 장갑을 벗고 손으로 눈물을 씻어내고 계속하였다.

《난 언제까지나 오빠를 기다리고있었어요. 날 비웃지 말아요. 난 용감하게 고백하겠어요. 난 지금까지 한번도 현철오빠를 잊은적 없어요. 내 마음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한적이 없어요.》

설미는 두손에 얼굴을 묻었다.

《이젠 마음대로 하세요, 오빠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오빠가 싫다고 해도 내 마음은…》

현철은 굳어진듯 앉아있었다. 지나친 흥분으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난 널 잊으려고 했댔어.》

마침내 현철에게서 지난날과 같은 말투가 나오자 설미는 불시에 눈물이 솟구쳐나왔다.

《설미, 난 네게로 향하는 사랑을 죽여버리려고 했댔어.》

그러나 이 말은 현철의 가슴속에서만 울리고 종시 입밖으로는 나오지 못하였다. 설미에게서 사랑의 고백을 듣는 이 순간 왜선지 기쁨이 아니라 설음이 북받쳐올랐다. 그는 뜨거운것이 자기의 두눈에 고이는것을 느끼였다.

《오빠는 내가 막 밉겠지요?》

현철은 쓸쓸하게 웃었다.

(왜 이럴가? 내가 왜 이럴가? 너는 설미를 사랑하지 않는가.)

《설미, 난 너외에 그 어떤 녀자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난 두려웠어. 난 너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었어.》

《나도 주저했어요. 그건 지금도 같아요. 우리가 결혼하면 과연 행복할수 있겠는가. 나야 오빠 아버지를 난처한 처지에 빠뜨린 녀자가 아닌가요?》

《아버지는 한번도 설미를 욕하지 않았어. 아버지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있으며 당원들앞에서 자기비판도 솔직하게 했어. 난 이런 아버지를 사랑하며 또 존경해. 지금 아버지는 중요한 사업을 책임지고 외국에 나가있소.》

《그래요? 정말 당의 신임을 크게 받았군요.》

《정말 그래. 하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이고 난 나야. 부모들은 자식의 모든것을 책임지지 못해. 그건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난 생각해.》

《옳아요.… 난 언제나 현철오빠의 그러한 주견이 마음에 들었어요.》

무슨 생각엔가 잠겨있던 현철은 솜옷안주머니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였다.

《난 이걸 언제나 가슴에 품고다니고있어.》

설미는 현철이가 내놓는 사진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어떻게 이 사진이 오빠에게 있어요?》

《김일 1부주석동지가 나에게 보내준거야. 난 이 사진을 품고 백두산으로 달려왔어. 난 그분이 허서기동지를 통해 보낸 이 사진을 보면서 백두산으로 청년들을 부르는 시대의 목소리를 들었어.》

《오빠, 그런걸 난… 난 오빠가 나를 찾아온것이라고 속단했던적이 있었어요. 부끄러워요.》

현철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춥지?》

현철은 설미에게 자기의 솜옷을 벗어 씌워주었다. 설미가 거절하자 성을 내였다.

《난 춥지 않아, 하지만 네가 이 솜옷을 쓰지 않는다면 난 너무나 추워 견디기가 힘들거야.》

《그럼 쓰자요.》

설미는 현철의 솜옷을 어깨에 걸치면서 생긋 웃었다.

《벌써 내 몸이 화끈해지기 시작해, 몸이 달아오른단 말이야.》

《정말이예요?》

《정말이야. 어디 내 손을 만져봐.》

현철은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다. 설미가 조심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사랑에 못이겨 현철의 뻣뻣하고 거칠한 손을 자기의 볼에 가져다대였다.

《오빤 거짓말쟁이야. 이 손이 얼마나 차. 그러지 말고 함께 쓰자요.》

설미의 요구에 의해 현철은 그와 솜옷을 함께 걸치였다.

동무들은 지쳐서 잠들었다. 서로 그러안고 자는 사람, 꼬부리고 누운 사람, 나무에 기대앉아 코를 고는 사람…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보이였다.

현철은 슬그머니 설미의 어깨를 꽉 그러안았다.

설미의 두눈에서는 다시금 눈물이 슴새여나왔다. 그것은 행복의 눈물이였다.

《정말 좋은 밤이예요. 평생 오늘을 잊을것 같지 못해요.》


장종학은 근 1년만에 사업차로 조국에 돌아왔다. 이제 몇가지 실무적인 문제들을 처리하고는 다시 외국으로 가야 하였다. 긴급한 일처리들을 하고난 다음 그의 발걸음은 백두산에로 향해졌다.

백두산은 해방전 그 어두운 세월속에서 언제나 동경하던 성산이였다. 김일성장군님의 발자취가 스며있는 백두산지구의 혁명전적지들을 꾸리는 사업에 무엇으로든 기여하고싶었다. 아들 현철이가 돌격대원이 되여 그 건설사업에 참가한다는것을 알게 되였을 때 그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래서 부모들의 몫까지 합쳐 일을 잘하라고 회답편지에 당부도 했었다.

지원물자들을 가득 실은 소형뻐스를 타고 삼지연까지 오느라니 밤이 되였다.

그는 평양시련대를 찾아갔다. 이왕이면 아들이 있는 련대에 지원물자를 가져가고싶었다.

나이지숙한 부련대장이 위풍있는 행색의 장종학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련대장은 출장중이라고 하였다.

《아직 저녁식사를 못하셨겠군요.》 부련대장이 우선우선하게 말하였다.

《괜찮습니다. 뭐 싸가지고온게 있는데 대충 먹겠습니다.》

《오시느라고 수고했는데 함께 식사나 합시다.》

부련대장은 한사코 장종학을 지휘부식당으로 잡아끌었다. 배도 어지간히 고팠기에 못이기는체 하고 따라갔다.

풍성치는 못하나 깨끗하고 조촐한 음식들이 식탁에 차려져있었다. 부련대장은 술 한병도 꺼내놓았다.

《이 추위에 몸이 얼었겠는데 한잔씩 합시다.》

《술은 내가 가지고온것도 있습니다.》

《그건 후에 하기로 하고 우선 이 술을 마셔보십시오.》

장종학은 부련대장과 마주앉았다. 더운 방에서 알콜이 몸에 퍼지니 몸이 훈훈하게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백두산지구에 오니 술맛도 별로 좋아지는것 같습니다.》 하고 장종학은 말하였다.

《그렇지요? 백두산에 와보기 전에야 조선을 안다고 말할수 없지요. 인생을 살았다고 할수도 없구요.》

장종학은 이 부련대장이 명담을 하고있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장종학이 백두산에 처음 와보는것은 아니였다. 이전에 답사차로 왔던적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말년에, 더우기나 외국에 나가있다가 와서 백두산을 대하는 감정이 이전과는 달랐다. 그는 조종의 산 백두산앞에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총화받는것만 같은 심정이였다.

이때 련대참모라고 하는 애티나는 얼굴의 돌격대 지휘관이 들어와 3대대의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이동작업을 하러 갔던 대원들이 돌아오지 못하고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그래서?》 부련대장이 마뜩잖게 말을 던졌다.

《3대대에서는 련대에서 자동차를 한대 보내줄것을 제기합니다.》

《이 사람들이 쩍하면 우에다 손을 내밀내기야. 지금 련대에 놀고있는 자동차가 어디 있소. 자체로 대책을 세우라고 하시오.》

련대참모는 무엇인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 부련대장이 흘겨보자 건성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장종학이 부련대장의 말이 어쩐지 귀에 거슬렸지만 괜히 남의 일에 삐치는것만 같아 모르는척 하였다. 오래간만에 조국에 왔는데 매사에 자중하는것이 좋을것이다. 자칫하다간 인사도 모르는 사람으로 오인되기가 십상일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평양시련대에 지원할 생각을 하였습니까. 건설부에서 사업하는분이라면야 폭이 넓지 않겠습니까?》 하고 부련대장이 물었다.

《실은 내 아들이 여기 평양시련대에 있습니다. 장현철이라고 혹시 알겠는지…》

《장현철이라구요? 그 3대대 참모장 아닙니까?》

《3대대인줄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대대참모장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 참모장이 맞습니다. 그 장현철참모장이야 인재지요. 우리 련대의 보배입니다.》

부련대장의 말에 장종학은 저도 모르게 사기가 올랐다.

이때 밖에서 법석하는 소리가 나더니 한사람이 다급한 걸음으로 뛰여들어왔다.

《부련대장동지, 1부주석동지가 오셨습니다.》

부련대장이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데 솜옷차림의 김일이 찬바람을 안고 들어섰다.

《이밤에 무슨 술이요?》

김일의 성난 목소리가 방안을 드르렁 울리였다.

김일은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건설사업을 지도하면서 여러곳을 돌다가 밤중에 삼지연에 들어왔다. 그는 길가까이에 장현철과 한설미가 소속된 대대가 있음을 상기하고 거기에 들리였었다. 대대병실은 비여있었다. 직일관은 대대가 나무모를 뜨러 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음을 김일에게 보고하였다. 대대장은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는중이라고 하였다. 김일이 대대장에게 련대지휘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였는가 알아보니 도와달라고 제기했는데 자체로 해결하라고 했다는것이였다. 하여 김일이 련대지휘부를 찾아온것이였다.

김일의 눈길이 장종학에게 와멎었다. 김일의 반달모양의 숱진 눈섭이 쭝긋거리고 언것처럼 푸르죽죽해진 얼굴에 놀란 표정이 어리였다.

《아니, 장종학동무가 아니요?》

《예, 접니다.》

장종학은 뜻밖의 장소에서 김일을 만나게 되여 반가움보다 먼저 가슴이 후두두 떨리였다.

《언제 귀국했소?》

《한 일주일 되였습니다. 이제 인차 또 출국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 나타났소?》

《예, 지원물자를 가지고왔습니다. 좀전에 도착하여 부련대장동무와 식사를 하던중이였습니다.》

《식사를 하던중이라.… 식사야 해야지.》

김일은 눈길을 부련대장에게 돌리였다. 그의 시퍼런 얼굴에는 다시 서슬이 올랐다.

《동문 뭘하는 사람이요?》

《예, 전 부련대장입니다.》

부련대장은 왜서인지 후들후들 떨면서 대답하였다.

《내가 말하자는건 부련대장이라는 사람이 여기서 뭘하고 앉아있는가 하는거요.》

《예, 전 이 손님이 지원물자를 가지고왔기에…》

《동무! 3대대에서 자동차가 고장나 련대지휘부에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데 팔짱끼고 앉아 뭘하고있소? 대원들이 이 추위에 한지에서 떨고있다는걸 모르는가? 그들은 저녁도 먹지 못했단 말이요.》

《당장 자동차가 없기에…》

《그게 부련대장이 하는 소리요? 참 한심하오.》

김일은 더 말할 기분이 없는듯 문을 닫고 나갔다. 부련대장과 장종학이 허둥지둥 그의 뒤를 따랐다.

김일은 제잡담 련대지휘부로 들어가 앞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죄스러운 낯빛을 한 부련대장이 그앞에 차렷자세로 섰다.

《항일빨찌산들은 김일성장군님을 받들어모시고 왜놈들과 싸울 때 모두 한가마밥을 먹었소.》

김일은 두주먹으로 앞상을 꾹꾹 누르며 말하였다.

《대원들이 굶으면 지휘관도 굶었소. 그 누군가가 못 먹으면 모든 대원들이 강냉이 한알도 목구멍으로 쉽게 넘기지 못했소. 그런 동지애가 없었다면 간고한 시련을 이겨내면서 조국해방을 이룩하지 못했을거요.

여보 부련대장, 동무들이 여기 백두산에서 단순한 건설을 하고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오. 항일빨찌산들의 정신세계를 따라배우고 그들이 이룩한 혁명전통을 길이 빛내이자고 당에서 혁명전적지건설사업을 내밀고있는게 아니겠소.》

《제가 잘못했습니다. 고치겠습니다.》

《고치오. 그리고 빨리 대책을 세우시오. 련대지휘부에 남아있는 자동차가 없다니까 전화로 각 대대들을 찾소. 다른 대대의 자동차라도 기동시켜야지.》

《알겠습니다.》

부련대장은 덤벼치며 전화통을 끌어당기더니 송수화기를 들었다.

잠시후 김일의 승용차는 자동차 한대를 앞세우고 3대대 대원들이 나무모를 뜨고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김일은 옆좌석에 앉은 장종학에게 말하였다.

《장동무,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인사가 안됐소. 용서하오.》

《별말씀을… 난 지금 바늘방석에 앉은것 같습니다.》

《그 부련대장이란 사람이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사람같지 않거던. 물론 동무도 부련대장과 함께 있었으니 3대대에서 자동차를 좀 보내달라는 소리를 들었겠지?》

《예.》

《그런데 왜 곁에서 보고만 있었소? 왜 따끔히 한마디 해주지 못했소?》

장종학은 이마에 내배는 땀을 닦았다.

《손님의 립장에 있다보니 부련대장에게 싫은소릴 하기가 딱했습니다.》

《손님의 립장? 아니, 외국에 갔다왔다고 해서 손님의 립장을 운운하는거요 뭐요? 듣기가 거북하구만.》

김일은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해 목소리를 높이였다.

《그래, 동무는 이 나라 공민이 아니요? 외국에서 살다가 돌아오니 그래 원칙도 의분도 다 줴버렸소? 물론 혁명전적지건설사업에 지원하러 불원천리 찾아온것은 장한 일이요. 그런 면에서 난 동무를 높이 평가하오. 하지만 오늘 밤 일은 잘한것 같지 않소.》

《제가 잘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자꾸 변변치 못하게 구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장종학은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그는 정말 자기자신이 저주스러웠다.

《장동무, 명심하오. 원칙은 하나요. 여기서 부주석의 립장이 다르고 평범한 로동자의 립장이 다르고 또 동무처럼 오래 조국을 떠나 살다가 온 사람의 립장이 다를수 없는거요. 난 장종학동무를 예나지금이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오. 수령님을 따르는 그 깨끗한 마음이야 변함없는 동무가 아니요.…

여긴 백두산이요. 후손만대를 두고 우리가 지켜가야 할 성산이란 말이요. 가는 곳마다에서 백두의 혁명정신이 숨쉬는 곳에서 그 부련대장처럼 산다면 어떻게 하겠소. 백두의 혁명정신을 지켜싸워야 할 때는 언제든지 투사가 되여야 하는거요.》

장종학은 뜨거운 불망치가 머리를 후려치는듯 하였고 그 어떤 전류같은것이 온몸을 줄달음치는것만 같았다.


새벽이 푸름푸름 밝아올 때 현철은 대원들을 깨웠다.

《동무들, 자동차가 무슨 이상이 생긴것 같소. 대대까지 행군해갑시다.》

현철의 말은 대원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떠납시다.》

《백두산이 우리를 지켜보는데 주저할게 뭡니까.》

돌격대원들은 발구들에 막돌들을 싣고 길을 떠났다. 허기진 몸들이였으나 씩씩하게 혁명가요들을 부르며 행군해갔다.

이때 눈보라속을 뚫고 자동차가 마주왔다. 운전칸에서 대대장이 뛰여내렸다.

《동무들, 미안하오. 자동차가 고장났댔소.》

대원들이 와 소리치며 달려갔다. 대대장을 얼싸안고 돌아가는데 김일이 그뒤에서 불쑥 나타났다.

《돌격대원동무들, 수고합니다.》

대원들이 놀라서 주춤거렸다. 장현철이 앞으로 나서며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1부주석동지, 평양시련대 3대대는 지금 삼지연혁명사적관공사에 필요한 막돌들을 운반하는중입니다.》

《반갑소, 참모장동무.》

김일은 현철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도장을 찍듯이 툭 쳤다.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그의 습벽의 의미를 잘 알고있는 장종학은 후대에로 이어지는 투사의 신념과 의지를 느끼였다.

(김일동지는 여전하구나.)

이윽고 김일은 대원들 한사람한사람의 손을 잡아주며 큰소리로 말하였다.

《모두 장하오. 혁명가요를 부르며 행군해오는 동무들을 보니 빨찌산의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오.》

김일은 한설미의 손을 잡고 미덥게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그러안았다.

《설미야, 너도 빨찌산녀대원같다. 배고프지?》

《아저씨, 아직 견딜만 해요.》

설미는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고있었다.

김일의 모습을 장종학은 뜨거운 감동과 깊은 자책속에 바라보고있었다.

(인생의 여러 고비들에서 당신은 나를 이끌어주었고 지금도 역시 나를 이끌어주고있습니다.

당신의 생애는 수령에 대한 전사의 의리는 한생의 어느 한순간이라도 망각하지 말아야 하며 처음부터 마지막순간까지 언제나 줄기차게 흘러야 함을 참된 삶의 진리로 가르쳐줍니다.)

이윽고 장종학은 몰라보게 성장한듯싶은 아들을 향해 다가갔다. 아들옆에는 그지없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설미가 서있었다. 종학에게는 백두산의 품에서 자식들의 키가 커지고 몸이 한결 좋아진듯이 느껴졌다.

《현철아.》

현철은 아버지를 보고 와뜰 놀랐다가 《아버지!》하고 환희에 찬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예요?》

현철은 종학의 두팔을 꽉 잡고서 온통 웃음꽃이 핀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듯 설미를 찾았다.

《설미.》

설미는 얼굴을 붉히며 주밋거리고있었다.

종학은 너그럽고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설미에게 말하였다.

《설미야, 네가 현철이와 함께 있었구나.》

《아버님.》

설미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다가 그만에야 종학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모두들 용쿠나, 정말 장하다.》

이렇게 뇌이는 장종학의 두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