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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제5장


3


탄부들을 석탄증산에로 불러일으킨 김일은 허룡, 림병욱과 청천강화력발전소건설장으로 향하였다. 그는 림병욱으로부터 김정일동지에게서 걸려온 전화내용을 전달받았다. 병욱이 김정일동지로부터 호된 추궁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니 병욱에게 미안스러웠다.

《부관, 아까는 내가 동무에게 큰소리를 쳤는데 용서하라구.》

《제가 뭐 용서하구말구가 있습니까.》 병욱은 볼부은 어조로 말하였다.

《흠, 부관이 내게 의견이 많은것 같구만. 허서기도 나와 일하기가 힘들지?》

《괜찮습니다.》

승용차는 마가을의 한산한 벌을 끼고 달리고있었다. 김일은 생각에 잠겨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하였다.

《동무들이 나와 함께 일한지도 이젠 10년이 가까와오는구만.》

김일은 허룡이나 림병욱과 헤여져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

내각 제1부수상시절부터 함께 사업하는 과정에 정이 든 사람들이다. 하지만 김일은 이 두사람이 다 자기에게 매여있기보다는 더 맞춤한 직위에서 큰일을 할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라는것을 알고있었다. 당에서 선발해보낸 일군들이 아닌가.

허룡은 혁명렬사유자녀로서 만경대혁명학원을 다니던 소년시절부터 수령님과 김정숙녀사의 사랑을 각별하게 받은 사람이다, 학원시절 총명한것으로 널리 알려졌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였다, 나를 따라다니면서 정치, 경제 각 분야 사업에 관여하면서 눈도 많이 텄지, 나 한사람에게만 매여있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야, 림병욱인 또 어떤가. 고지식하면서 날파람있는 충실한 군관이다, 그 어떤 책임적인 사업을 맡겨도 실수없이 해낼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에게서 비판을 자꾸 받으니 나에 대한 불만이 많을거야.

김일은 그동안 정이 든 서기나 부관을 보다 적중한 위치에로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울적해졌다.

물론 그들과 헤여질 생각을 한것은 즉흥적인것이 아니였다. 이 훌륭하고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자기에게 매여있는것을 괴롭게 여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적은 이미전이였다. 그것이 림병욱이 김정일동지의 호된 비판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더는 미룰수없는 문제처럼 다가들었을뿐이였다.

(리별이란 힘이 든거야. 하지만 나 혼자만을 생각해서야 안되지. 젊은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해.)

이윽고 김일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동무들이 그동안 나를 따라다니느라 고생들을 했지.》

허룡과 림병욱은 여느때없이 애정이 느껴지는 김일의 말에 놀라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김일은 원체 무뚝뚝한 사람이여서 조만해서는 감상적인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이였던것이다.

《난 동무들을 잘 알고있소. 내 서기나 부관을 그만두고 한단위씩 맡고나가 본때있게 일을 해제낄만 한 능력들을 가지고있지.

허동무에게 말한다면 사실 1부주석의 서기라는게 간단한 자리는 아니요. 하지만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갈수 없는 조건에서 일정하게 제한성을 가지고있소. 허서기의 동창생들중엔 한다하는 간부들이 많은데 자존심이 상하는 때가 더러 있을게요. 나 한사람에게 매여있으니 오죽 답답하겠소. 나도 이젠 동무들을 더 붙들어두고싶지 않소.》

김일은 곁에 앉은 허룡의 손을 꼭 잡았다.

《떠나갈 생각이 있으면 제기하오. 내 다 들어주겠소.》

허룡은 불시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말하였다.

《1부주석동지, 저는 마지막까지 1부주석동지를 따라다니겠습니다.》

《괜히 그러는게 아닌가. 난 일없소. 솔직하게 말해보오.》

《솔직한 말입니다. 아직까지 1부주석동지곁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래?》

김일은 허룡을 이윽히 보다가 슬며시 눈길을 돌리였다.

《그렇다면 정말 고맙소, 이 변변치 않은 사람을 따라다니겠다니…》

김일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림부관은 어떻소? 나때문에 힘들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에게서 자꾸 비판을 받는데 좀 억울할거야.》

운전사옆좌석에 앉은 병욱은 눈굽이 달아올라 눈을 슴벅거리고있었다.

《1부주석동지, 다시는 그런 말씀 하시지 마십시오. 1부주석동지가 진정으로 우리가 싫어지면 그땐 두말없이 쫓아버리십시오.》

《허허… 그러니 아직은 내가 싫지 않다는 소리로구만. 고맙소.》

김일은 앞좌석에 앉은 병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는 가슴에 무겁게 실려있던 큰 부담이 봄눈 녹듯 사라져버리는것만 같았다.

《난 별로 난데는 없는 사람이지만 사람복은 있는것 같소.》 김일은 느슨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그해말에 우리 나라에는 례년에 없던 강추위가 들이닥치였다. 이로하여 마침내 전기와 증기생산에 들어간 청천강화력발전소 보이라착화용 중유압동관계통이 얼어들었다. 착화가 지연되면 보이라본체를 비롯한 전반계통에 치명적영향을 줄수 있었다.

김일은 발전소의 모든 사람들이 온갖 수단을 다해 물과 기름관으로 이루어진 전반계통의 동결방지를 위한 투쟁에 떨쳐나서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자신이 불망치를 들고 수백메터의 관로를 녹이는 로동자들속에 뛰여들었다. 증기가 뽀얀 속에서 작업복을 입고 검댕이가 묻은 얼굴로 젊은 로동자들과 함께 불망치를 든 김일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내였다. 발전소건설장에 나와있던 중앙의 지도일군들도 불망치들을 들었다.

김일의 곁에는 국가시운전지휘부 책임일군이 서있었다. 전력공업부 부부장의 직책에 있는 그는 나라의 수력건설사업에서 공로를 세운 사람이였다.

해방후 우리 나라 국장에 발전소가 있는것을 보고 전기기술자가 될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일이 지난날 각지의 발전소건설을 추진시켜나가는 과정에 안면관계도 깊어지게 되였다. 웅기발전소를 건설하던 때 김일이 지도차로 내려와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그가 냅다 달려왔는데 김일이 찌프린 얼굴로 보다가 물었다.

《동문 왜 뛰여다니는거요?》

《차가 낡아서 자꾸 고장납니다. 지금 수리중이여서…》

《지배인의 차바퀴가 제대로 굴지 않으면 일하기 힘들겠는데…》

《일없습니다. 난 어려서부터 륙상에 소질이 있었습니다. 달리기선수였지요.》

그후 김일은 발전소지배인을 하던 그의 차를 새것으로 바꾸어주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리고 그를 만나면 《달리기선수》라고 부르군 했다.

지금 김일의 곁에 서있는 달리기선수는 그 별명과는 딴판으로 배가 좀 나왔고 동작이 굼떠보이였다. 왜서인지 그는 김일에게 자기의 속을 털어놓으려고 하였다.

《…이번에 1부주석동지와 여기서 함께 일하면서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뭘 배웠다는거요?》 김일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뭐라고 할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그 측면이라고 할가요.… 어쨌든…》

《됐소. 날 춰주는 소리를 할려면 그만두시오.》

《난 자기비판을 하려고 하는겁니다. 사실 전 강산호동무와 가까운 사이입니다. 산호동무에게서 그 소릴 못 들었습니까?》

《못 들었소. 동무가 산호와 가깝든 말든 내게 무슨 상관이요?》

《내 산호동무가 1부주석동지에게서 혼쌀난 얘기를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산호동무가 잘못 나가게 된데는 제 잘못이 많습니다. 영천시에 온천치료를 갔다가 산호동무에게 아빠트보수 같은건 제껴놓고 우선 료양소와 휴양소를 잘 꾸려보라고 권고한것이 바로 저였으니까요.

어느새에 변질이 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요즘 생각이 많습니다.》

《그렇소?》

김일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달리기선수를 돌아보았다. 세월의 흐름속에 어느덧 새까만 머리칼이 반백이 된 그는 심중한 얼굴로 불똥을 뚝뚝 떨구는 불망치를 바라보고있었다.

(이번 시운전을 치르느라 이 동무가 수고가 많았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동문 솔직해서 내 마음에 드오. 참다운 일군이라면 스스로 자기를 반성하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게 좋소. 한가지 충고를 준다면 몸까기를 잘해서 달리기선수답게 더 젊어지시오.》

《고맙습니다. 충고를 명심하겠습니다.》

《이젠 관들이 다 녹은것 같소. 로동자들을 철수시킵시다. 그리고 동문 나와 함께 취수구류입구쪽에 가보자구. 강물이 얼어들어 물량이 작아지면 큰일이요.》

잠시후 김일은 국가시운전지휘부 책임일군과 같이 급한 걸음을 옮기였다. 수령님께 이미 생산보고를 올린 조건에서 그는 운영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분투하고있었다.

그날 밤 나지막한 현장지휘부가설건물의 한 방에서 김일은 발전기의 고르로운 동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평양하늘이 어려오는 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수령님, 청천강화력발전소에서 이미 가동한 발전기들이 순조롭게 돌아가고있습니다. 전기가 나오고 증기가 생산되고… 그리고 우리 일군들도 성장하고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밤이면 늘 수령님께 마음속으로 보고를 드리군 하였다.


전권대표로서의 자기의 임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한 김일은 평양을 향해 청천강화력발전소를 떠났다.

승용차들은 얼마간 달리다가 조용한 강기슭에 멈춰섰다. 점심시간이 된것이였다. 부관과 서기들이 주먹밥들을 들고 차안에서 나왔다. 그들은 지방출장을 다니면서 이렇게 식사하는적이 많았다. 김일은 무척 검소하고 사치를 모르는 사람이였다. 삭정이를 주어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았다.

《1부주석동지, 평남도당 책임비서가 동석식사를 하자고 할 때 어째서 달아났는지 아십니까.》 허룡이 주먹밥을 먹으면서 말하였다.

《뭐 급한 회의가 있어서 가야 한다지 않았던가?》

며칠전에 평남도당 책임비서가 청천강화력발전소건설장에 왔던적이 있었다. 식사시간이 되여 김일이 식사를 같이하자고 했을 때 그는 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피했던것이다.

《사실은 말입니다. 그 사람이 1부주석동지와 함께 식사했대야 별로 먹을만 한게 없다면서 뺑소니친겁니다, 하하.》

《그걸 허서기가 어떻게 아오?》

《그 사람은 나와 만경대혁명학원을 함께 다닌 친구지간입니다. 내가 1부주석동지가 식사에 청한다는 말을 했더니 〈그 아바이하고 식사를 해야 된장국에 풋고추 몇개이겠는데 그래가지고 내가 초기를 만나지 않겠나.〉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나도 〈하긴 그래, 자네같이 대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피하는게 상책이야.〉하고 조언을 주었습니다.》

좌중에는 즐거운 폭소가 터지였다.

김일이 고급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생파나 된장, 군감자와 같은 소박한 음식을 즐긴다는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였다.

《허, 녀석들…》 김일도 웃으면서 말하였다.

《세상에 잘먹어서 오래 산 사람은 없어. 사람은 검박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해. 우리 수령님께서 지금도 가끔 강낭죽을 쑤어 달게 드신다는것을 모르오?》

점심식사를 끝내자 차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산을 낀 도로에서 솜옷을 입고 털모자를 푹 내려쓴 로인이 강대나무 두대를 바줄에 매여 끌고가는것을 보게 되였다. 김일은 차를 세우게 하였다. 로인은 어깨를 구부정하고 서서 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숨이 차서 헐썩거리며 어리둥절한 눈으로 옆에 스르르 멈춰서는 승용차들을 쳐다보았다.

김일이 차문을 열었다.

《로인님, 어디 가십니까?》

《집으로 가지 어디 가겠습네까?》

《집이 어데바루입니까?》

《이 도로를 따라 쭉 내려가면 마을이 있습네다.》

《나무를 끌어다줄테니 어서 차에 타십시오.》

김일의 지시를 받은 수행성원들이 로인이 끌고가던 두대의 강대나무를 승용차뒤에 비끄러맸다.

승용차들은 다시 달리였다. 김일은 옆좌석에 송구하여 몸을 옹송그린 자세로 앉은 로인에게 물었다.

《나이도 어지간한데 로인님이 화목을 하러 다녀야 합니까?》

《어쩌겠습니까? 젊은것들이야 나라일을 할래기 바빠 돌아가는데 나도 육신을 놀려야지요. 아직은 나도 일없습네다. 겨울에야 화목이 많이 들지 않습네까.》

마을어귀에서 강대나무를 떨구어주었다. 로인은 여전히 어리둥절하여, 그러나 고마움이 짙게 어린 눈길로 김일이 탄 승용차를 바래우면서 손을 흔든다.

승용차를 타고가면서 김일은 허룡과 병욱에게 말하였다.

《인민들이 아직도 고생이 많소. 수령님께서 전기문제에 마음을 쓰시지 않게 되였나 보란 말이요. 청천강화력발전소를 조업하면 안주시민들에게 겨울에도 뜨뜻하게 온수난방을 보장해줄수 있다고 기뻐하신 수령님이시였소. 전기만 풀려 전기난방화를 실현하면 인민들이 힘들게 화목을 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김일의 깊은 사색을 싣고 달리던 승용차들은 영천시에 들어섰다. 김일이 전에 문제시되였던 그 아빠트들을 보고 가자고 하였던것이다.

려관앞에서 차를 세우고 내리니 마치 새로 건설한 아빠트들처럼 외장재를 새로 바른 6층짜리 아빠트들이 눈에 띄였다. 김일은 자기가 말한대로 4층짜리를 6층짜리로 증축하였다는것을 대뜸 알아보았다.

김일은 그중의 한 아빠트에서 인민반장을 찾았다. 몸집이 체소하고 이악하게 생긴 중년의 녀인이 달려나왔다.

김일은 자기 소개를 하고나서 인민반주민들의 생활형편을 알아보았다. 인민반장녀인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였다.

《비가 와도 물이 새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도공사를 다시 하여 물도 잘 나옵니다. 증축을 해서 살림집도 새로 생겨 주민들이 좋아합니다. 우리 행정위원장동지를 좀 표창해주십시오.》

《그건 인민반장아주머니가 의견을 제기하는겁니까?》

《내가 혼자 제기하는게 아니라 주민들의 반영이 그런겁니다.》

《그렇다? 그래, 행정위원장이 시내 인민들앞에서 자기가 일을 잘못하여 인민들에게 불편을 준데 대해 사죄를 했습니까?》

《하지 않구요. 그걸 들으면서 우리 당이 제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일이 아빠트의 한 집을 보자고 인민반장과 함께 6층으로 올라갔다. 김일이 들어간 집은 군제지공장에 다니는 로동자가 세대주라는데 두칸의 방이 아담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여있었다. 위생실의 물탕크에는 물이 철철 넘치였고 회가루칠을 한 방들과 부엌의 천정에도 물 흐른 흔적이 없었다. 그제야 김일의 얼굴에는 슬며시 미소가 피여올랐다. 문득 그의 눈에 부엌구석에 놓여있는 자그마한 나무난로가 띄였다.

《이 난로는 무엇하는데 쓰는거요?》 김일은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인민반장이 나서서 자랑삼아 말하였다.

《이건 우리 군 철제일용에서 나오는 제품입니다. 나무 몇가치를 넣으면 식구 네명분의 밥을 20분이면 할수 있습니다. 주민들에게서 너무 호평이 좋아 다른 군에서도 와서 사갑니다. 난 우리 친척들에게 다 사서 보내주었습니다.》

《아주머니, 인민반장이 말하는게 다 사실이요?》

김일은 쓰기 편리하게 생긴 가벼운 난로를 들고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집주인녀인에게 물었다. 김일의 머리속에는 영천시로 오는 길에서 만났던 로인이 생각났다.

《예, 나도 이 난로를 이웃군에 사는 동생네 집에 보내주려고 사놓은겁니다. 사실 이런 난로를 만들게 하고 대대적으로 생산하게 한건 우리 행정위원장동지입니다.》

이때 밖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김일이 왔다는 통보를 받고 달려온 강산호가 급하게 집안에 들어섰다. 산호의 얼굴에는 이전에 보던 그런 활기가 넘치였다. 인민반장녀인이 산호를 보고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행정위원장동무, 오늘 와보니 영천시에 자랑이 많구만.》 하고 김일은 산호에게 웃는 얼굴로 말하였다. 《아빠트가 마음에 드오.》

김일은 산호에게 난로를 쳐들어보이며 계속하였다.

《그리고 난 이 난로도 마음에 드는걸. 나무 몇가치면 인차 밥을 지을수 있다는데 이게 얼마나 좋소. 나도 이런 난로를 좀 살수 있게 행정위원장동무가 도와주지 않겠소?》

《무슨 그런 롱담을 다하십니까?》 산호는 피식 웃음을 흘리였다.

《롱담이 아니요. 정말 난로를 가져갈 생각이요.》

《아니, 1부주석동지에게 이런 난로가 무엇때문에 필요하겠습니까?》

《이런 난로를 전국에 보급해야겠소. 지금 연료문제가 얼마나 긴장한가. 연료를 적게 들이면서도 효률성이 큰 이런 난로가 있으면 주부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소. 특히 주민들이 리용하기가 편리할거요.…

관계부문 일군들을 모여놓고 방식상학을 하도록 내 조직사업을 하겠소. 영천시에서 설계도면과 난로견본들을 가지고와서 사람들에게 선전사업을 해야겠소.》

《알겠습니다.》

잠시후 밖으로 나온 김일은 산호의 팔을 잡아 슬그머니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끌고가더니 다정하게 말하였다.

《네가 그동안 수고많았다. 난 오늘 기쁘다.》

김일의 수척하고 주름많은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어리여있었다.

그것은 자식이 해놓은 일을 보고 만족해하고 대견스러워하는 아버지가 짓는 흐뭇한 웃음과 비슷한것이였다.

산호는 코마루가 찡해지고 가슴이 뭉클거리였다. 왜선지 그에게는 아직 얼굴을 보지 못한 친아버지가 환생한다면 김일이처럼 저렇게 웃을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던것이다.

이윽고 김일은 화제를 돌리였다.

《그래, 현철이는 평양에 올라갔느냐?》

《예, 이제는 한달이 되였습니다. 그런데 현철이의 고민이 심합니다. 결혼하기로 약정되였던 한설미가 등을 돌려댔다는가봅니다. 곁에서 보기가 얼마나 처량하던지.》

《그래?》

김일의 얼굴에 그늘이 지였다. 그는 강산호문제때문에 현철이와 설미사이에 마찰이 일어난것을 알고있었지만 그후 그들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악화되였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었다.

얼마나 다정하고 미더운 청춘들이였던가. 만수대대기념비건설장에서 그리고 대성산혁명렬사릉건설장에서 사랑을 아름답게 꽃피워가던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였다.

《현철이 일이 안됐구만.》 김일은 혼자말처럼 조용히 말하였다.

그때 그의 눈앞에는 왜서인지 전쟁이 끝난 후 중국에서 귀국하는 진성봉을 맞기 위해 평양역에 나갔을 때 보았던 어린 소년 즉 그림을 그리고있던 귀여운 장현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진하고 공상적이고 희망이 풍부하던 소년과 고민에 지쳐 허우적거리는 오늘의 장현철이가 뚜렷이 대조되면서 가슴이 아릿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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