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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제5장


1


김일은 너부죽한 얼굴에 밝은 웃음을 띠우고 한영덕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있었다.

《이젠 산골마을에도 다 전기가 들어갔단 말이지?… 인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당에 감사를 드리고있다면 더 바랄게 없지 않소?》

《그렇습니다.》

송수화기에서는 한영덕의 굵직하고 잘 울리는 목소리가 기분좋게 울려나오고있었다.

《1부주석동지, 전기선을 해결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내 중앙인민위원회에서 파동수집운동을 벌렸다는 얘기를 다 들었습니다.》

《영덕동무가 인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데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었다면 나도 기쁘오. 수령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소. 내 보고드리겠소.》

한영덕과의 전화를 끝낸 다음 김일은 깊은 생각에 잠기였다.

그는 나라의 전력사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새로운 공장, 기업소들이 많이 일떠서면서 전력수요는 계속 높아지는데 나라의 발전능력이 그에 따라서지 못하고있는것이였다.

수령님께서는 긴장한 전력문제를 풀기 위해 발전소건설을 다그쳐야 한다고 여러차례에 걸쳐 경제부문 일군들에게 간곡하게 말씀하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산골마을들에 전기가 들어갔다는것을 아시면 필경 기뻐하실테지만 나라의 전력사정을 두고 더욱더 마음을 쓰시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주저되였다.

그러나 실태를 그대로 보고하는것이 전사의 자세이라고 생각한 그는 그날 저녁 수령님께 한영덕이 한 일에 대하여 전화로 말씀올리였다.

《한영덕동무가 역시 괜찮은 동무요.》 하고 수령님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사람이 채심하고 달라붙으니 본때있게 일을 제낀단 말이요. 인민경제대학에서 공부시키길 잘했소.》

김일은 뜨거운 격정에 사로잡히였다. 어느 일군이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했다는것을 아시면 제일로 기뻐하시는 수령님, 더우기 지난날 자신과 함께 싸워왔고 또 과오를 범하여 걱정도 끼쳐드렸던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그 사실이 무엇보다 그이를 기쁘게 했으리라.

《영덕동무에게 내 인사를 전해주시오. 비판을 좀 받았지만 사실 영덕동무는 인민군대의 강화발전과 혁명을 위해 공로를 많이 세운 동무입니다. 일을 하느라면 실수할 때도 있고 비판도 받게 되는거지요. 완성된 사람이 있습니까. 사람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발전하게 되는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지난날을 돌이켜보아도 전쟁시기에도 그렇고 사회주의건설시기에도 수령님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하여 걱정을 끼쳐드리고 비판도 받았습니다.》

《됐습니다. 난 김일동무에 대해 만족하게 생각합니다. 가만… 한영덕동무 생일이 박두한것 같은데…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아마 이달 25일일거요.》

김일은 수령님의 사랑과 비상한 기억력에 감동되여 가슴이 시큰거리였다.

《옳습니다. 이달 25일입니다.》

《글쎄 그렇다니까. 영덕동무를 평양에 불러다 생일상도 잘 차려주고 축하도 해줍시다.》

김일은 두손으로 정중하게 받쳐들었던 송수화기를 놓고나서도 감격에 사로잡힌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이처럼 크고도 다심하신 사랑을 베풀고계시는 위대한 수령님을 위해서 우리 전사들이 한목숨 서슴없이 내던진들 무슨 한이 있겠는가.)


한주일후에 수령님을 모시고 당중앙위원회 경제일군협의회가 열리였는데 여기서 전력문제가 다시금 중요하게 론의되였다. 이 자리에 김일도 참석하였는데 집행석에서 말씀하시는 수령님의 어두운 안색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긁었다.

《…화력발전소건설을 다그치고 발전설비들의 보수정비를 잘해야 합니다.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최근에 계속 가물이 들어 수력발전소들을 만부하로 돌리지 못하고있습니다. 올해갈수기에 전력부족으로 공장들을 제대로 못 돌렸습니다. 래년도에도 우려됩니다. 전기가 인민경제의 생명선입니다.》

회의실에 모여앉은 일군들은 무거운 표정이 어린 얼굴들을 수굿하고 수령님의 말씀을 사업노트에 적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발전소들의 건설을 다그쳐야 한다면서 계속하여 말씀하시였다.

《기존설비로 다음해 전기문제를 풀기 위한 주공대상은 북창화력입니다. 새 건설로서는 다음해 청천강화력발전소와 웅기(당시)화력발전소의 조업을 당겨야 전기문제가 해결됩니다. 청천강화력발전소는 올해말까지 1호기와 3호기를 먼저 조업해야겠는데 지금형편을 보면 긴장합니다.》

수령님께서 그 건설을 발기하시고 몸소 현지에서 터까지 잡아주신 청천강화력발전소는 공사가 시작된지 몇해 잘되였지만 아직까지 조업을 못하고있었다.

(내가 경제사업을 맡아보던 총리시절에 일을 쓰게 하지 못한 후과가 아니겠는가.)

김일이 이런 자책에 잠겨있는데 수령님께서는 좌중을 둘러보시며 저력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씀하고계시였다.

《…다음해 전력문제를 풀 방도는 명백합니다. 지시문이 중요한게 아니라 조직사업이 중요합니다. 화력건설과 발전설비보수정비를 다그치기 위해 발전소들에 전권대표를 파견하여야 합니다. 전권대표는 발전소건설과 발전설비들에 대한 보수정비를 직접 틀어쥐고 모든 사업을 다음해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돌격전에 복종시켜야 합니다.…》

(내가 수령님의 어깨에 실린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맡아나서야 한다. 내가 할 도리를 해야 한다.) 하고 김일은 마음속으로 다짐하였다.

수령님께서 각 발전소들에 전권대표로 파견할 일군들에 대해 언급하시자 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중히 말씀올리였다.

《수령님, 저를 청천강화력발전소에 보내주십시오.》

수령님의 얼굴에는 놀라는 기색이 어리였다. 이어 그이께서는 도리머리를 저으시였다.

《김일동무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 그만두는게 좋겠소.》

《일없습니다. 제가 올해안으로 발전소조업을 하도록 내밀겠습니다.》

수령님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자 김일은 속이 달아올라 다시금 절절하게 제기하였다.

《나라의 전력사정이 긴장한 이 시각에 1부주석이 사무실에나 앉아있어서는 뭘하겠습니까. 전 아직도 기력이 살아있습니다. 얼마든지 전권대표로서의 사업을 감당할수 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김일의 건강이 우려되시는듯 심중한 안색으로 그냥 그를 바라보시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할수 없지. 김일동무가 일단 결심하고 나섰으면 그땐 나도 별수 없소.》

그이께서는 미소를 띠우시였다. 김일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변함없이 믿음을 주시는 그이께 고마움의 인사를 마음속으로 올리였다.

《하지만 김일동무는》 하고 수령님께서는 안심이 되지 않으시는듯 강조하시였다. 《절대로 자기 몸을 혹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여 김일은 청천강화력발전소건설장에 전권대표로 나가게 되였다.


한영덕의 부부가 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고 평양으로 올라왔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몸소 나서시여 한영덕의 생일상을 훌륭하게 차리도록 조치를 취하시여 그들부부는 옥류관에서 60돐생일상을 받아안게 되였다. 항일투사들을 비롯한 동지들이 함께 생일잔치에 참가하여 영덕을 축하해주었는데 김일은 그날 수령님의 선물인 그이의 존함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그들부부에게 전달하였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한영덕에게 김일은 뜨겁게 당부하였다.

《수령님을 위하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위하여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충성을 다합시다.》

김일이 밤이 되여 집으로 돌아오니 맏손자 박광선이 찾아와 기다리고있었다.

《네가 오래간만에 우리 집에 왔구나.》

김일은 대견스런 눈길로 대학생복을 입은 광선의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외할아버지 정두환을 닮은 광선은 후리후리한 키에 얼굴의 이목구비도 또렷하고 영민한 미남자로 자랐다. 광선은 씩 웃으면서 말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강도에 3대혁명소조로 파견되게 되였습니다. 집떠나기 전에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자고 왔어요.》

《우리 광선이가 벌써 대학을 졸업하게 되였구나. 세월도 빠르군.》

김일은 광선에게 식사를 시킨 다음 그를 데리고 저택을 나섰다.


《광선아, 너 생각나니? 만수대대기념비를 건설할 때 네가 날 많이 따라다녔댔지. 어떤 땐 네가 현장에서 로동자들의 일손을 도와주고 밤에 나랑 같이 지휘부에서 자기도 했고…》

김일은 깊은 감회가 어린 눈으로 만수대대기념비를 바라보았다.

《그때 일이 기억에 생생해요. 지휘부에 있던 한사람이 나에게 할아버지의 〈꼬마부관〉이라고 했지요.》 하고 광선은 말하였다.

김일은 집안의 그 누구보다도 이 맏손자를 사랑하였고 그의 장래를 크게 기대하고있었다.

잠시후 김일은 맏손자와 함께 만수대언덕에 높이 모셔진 수령님의 동상앞에 서있었다.

투광등이 비치는 동상주위는 대낮처럼 환하였지만 밤이 깊어 고즈넉한 정적이 깃들어있었다.

《광선아, 평양을 떠나기 전에 우리 함께 수령님께 인사를 드리자. 너는 우리 당의 3대혁명소조원으로서, 나는 수령님의 전권대표로서 평양을 떠나게 된다. 우리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돌아올것을 맹세하자.》

투광등의 빛을 받은 김일의 얼굴에는 한없는 경모의 정이 어리여있었다.

《위대한 수령님, 3대혁명소조원 박광선은 수령님과 당의 뜻대로 살며 투쟁하겠습니다.》 광선이 숭엄한 감정에 잠겨 말하였다.

김일은 손자와 함께 수령님의 동상을 향해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드리였다.

이윽고 계단을 내려서던 김일은 동상을 다시 돌아보았다.

밤하늘에서 내리는 어떤 자연현상이 그의 마음을 저으기 언짢게 하는것이였다.

《수령님의 동상을 보다 밝게 모셨으면 좋겠는데…》 김일은 혼자소리처럼 나직이 말하였다.

손자 박광선이 그가 하는 말을 주의깊이 새겨듣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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