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제4장
5
중앙인민위원회의 중요위원회 부위원장 장종학이 제1부주석 집무실에 들어서니 김일은 저으기 언짢은 안색으로 앉아있었다.
《영천시에 대한 신소가 들어왔을거요. 알고있소?》
장종학은 가슴이 덜컥했다. 어떻게 되여 김일이 그 사실을 알고있단 말인가. 벌써 아래일군들에게서 통보를 받았는가? 아니면 혹시 한설미가?… 아직 한설미가 중앙인민위원회에 나타나지 않아 몹시 불안해있던차에 김일에게서 불의의 질문을 받자 종학은 당황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예… 물론 알고있습니다. 산호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그래 어떻게 생각하오?》
《강산호에 대한 문제이기때문에 저는 좀 심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했더랬습니다.》
김일은 종학의 심정이 리해되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는 속이 답답한듯 책상우에서 두손을 잡고 비틀다가 물었다.
《담배 한대 있소?》
종학은 놀라서 김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종학은 허룡을 통하여 김일이 몇달전부터 담배를 끊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허룡에게 피우던 담배와 라이터를 주면서 《내 눈앞에 이런것이 보이지 않게 하오.》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김일이 담배를 찾고있는것을 보니 속이 이만저만 상하지 않은것 같았다.
《담배가 있으면 내놓소.》 김일이 다시한번 말하였다.
장종학은 주밋거리며 호주머니에서 담배곽을 꺼내였다.
《저…1부주석동지가 담배를 끊으셨다는 소릴 들었는데…》
김일은 대답없이 갑에서 담배 한대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담배대를 만지작거리였다. 종학은 라이터를 꺼내여 불을 붙여드리려고 불을 켰다.
《됐소.》 김일은 종학이 내미는 라이터를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만지작거리던 담배대를 집무탁우에 놓았다.
《내 오늘 실수를 하는구만.
김일은 담배대를 밀어놓았다.
《어서 집어넣소. 내 하도 속이 타니 담배생각이 간절해졌던거요.》
그는 가늘게 한숨을 내쉬였다.
《종학동무, 산호 이녀석이 왜 이런다는거요?》
《일을 하느라면 좀 실수할수도 있지 않을가요?》 종학은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김일은 대꾸없이 멍히 앉아있다가 종학에게 지시하였다.
《시급히 영천시에 대한 료해를 조직하시오. 실태를 똑똑히 알아봐야겠소.》
종학은 어찌할바를 몰라 서있었다.
《무슨 할말이 있소? 왜 그러고 섰소?》
《1부주석동지, 강산호문제인데 좀 너그럽게 봐줄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어떻게 한다는거요?》
《그저…》
종학은 좀 바재이다가 말을 이었다.
《조용히 비판을 주고 잘 이끌어주면 산호가 개심할것 같습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할가?》
김일은 묵묵히 생각에 잠기였다. 황해제철소에 다녀오느라 피로가 쌓인 그의 얼굴에 안타까운 빛이 비끼였다. 그는 종학의 심정을 충분히 리해하고있었다. 그리고 그는 강정익의 얼굴을 다시금 눈앞에 그려보면서 속을 태우고있는것이였다.
《그에게 한번 경고를 주는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종학이 말하였다.
《그렇게 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의 잘못을 별도로 취급하면서 어루만졌다가 그 후과가 좋지 못할가봐 걱정되오. 사람의 사상정신상태는 누구도 담보하지 못하오. 아무리 견실한 사람일지라도 주객관적인 영향으로 변질될수가 있는거요. 그래서
《산호의 정신상태가 그렇게까지 한심하겠습니까. 실은 제가 가슴이 아파 전화로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다른건 아니고… 그저 일을 잘해야겠다고 충고를 주었습니다.》
김일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탕 쳤다.
《옳지 않소. 신소를 받고 그 당사자에게 전화한다는게 도대체 무슨 처사요? 이건 사업원칙상 대단히 엄중한 과오란 말이요.》
《신소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신소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어도 암시정도는 했을거요.》
종학은 김일의 예리한 판단에 후두둑 가슴이 뛰였다.
《그래 내 말이 틀리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종학은 머리를 숙이였다.
《하지만 산호야… 인정이 어디 그렇습니까.》
《인정타령은 그만두오. 동무문제는 따로 보겠소. 우선 시급히 료해성원들을 보내 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해보시오.》
종학은 어깨가 처져서 나갔다.
(국가의 중요직책을 맡고있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처신할수가 있단 말인가.)
산호의 문제가 괴로운데다 장종학의 처사에 노여운 감정이 겹치면서 김일의 마음은 갑절이나 산란해졌다.
(그래 그밖의 다른 도리는 없단 말인가.)
《한영덕동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김일은 허룡의 말을 듣고 송수화기를 들었다.
《이거 영덕동무의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구만.… 내 건강이야 그저그렇지. 일없소. 동무는 어떻소?… 그래 일은 잘돼가오?》
《예, 힘껏 일하고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애로되는 문제가 있어서 생각다못해 1부주석동지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영덕이 행정경제위원장으로 사업하는 도의 어느 산골에 드문드문 널려있는 집들이 몇백세대 되는데 그 집들이 아직 전기불을 보지 못하고있었다. 그래서 전주들을 세우고 전기선을 늘이자고 보니 전기선이 걸렸다고 한다.
《1부주석동지, 전기선을 좀 해결해줄수 없겠습니까?》
《영덕동무가 좋은 일감을 잡았소. 인민들이 애로를 느끼고있는 문제부터 푸는게 우리 일군들의 본분이지. 그런데 인민들의 애로를 외면하는 녀석들도 있거던.》
《그게 누굽니까?》
《아직은 료해중이니 그쯤 알아두라구. 내 너무 괘씸해서 속이 풀떡풀떡하는데 동무에게서 전화가 왔단 말이요. 알겠소. 전기선문제는 어디 알아봅시다.》
김일이 애써 마음을 다잡고 문건을 들여다보는데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 박용석이 전화합니다.》
《네가 어떻게?》
《제가 오늘 철도부장으로 임명받았습니다.》
《그래? 너에 대한
저녁에 김일이 퇴근하니 박용석의 가족이 와서 응접실에서 기다리고있었다. 진성봉의 가족도 와있었다. 응접실은 국가제1부주석의 저택응접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소박하였다. 바닥에 깐 주단도 색이 날은것이였고 긴쏘파들과 안락의자도 천이 탈색된것이였다. 부관과 서기가 나서서 저택을 꾸리자고 달라붙은적이 있었으나 김일은 중지시켰다.
외국의 손님들이 김일에게 선물의 명색으로 고급가구나 새형의 텔레비죤과 같은 물건들을 보내오는적도 있었는데 김일은 그것들을 모두 가져다 당에 바치게 하였다. 그는 그지없이 청렴결백한 사람이였다.
이 응접실벽에 김일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배라고 할수 있는 그림이 걸려있었다. 김일은 그 그림 하나만으로 저택의 응접실이 만족스러웠고 또 자랑스러웠다. 그것은 김일의 생일 60돐에 즈음하여
《난 오늘 정말 기쁘구나. 우리 가족중에선 처음으로 병사가 나왔거던.》
김일은 군복입은 둘째손자 박충선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민군대에 탄원한 손자 박충선이 할아버지를 깨우치려들었다.
《할아버지, 난 두번째예요. 삼촌이 군대가 아니예요.》
충선이가 말하는 삼촌은 바로 진성봉이였다.
그는 지금 인민군대의 한 부대 정치일군으로 사업하고있었다.
《아니다, 네 삼촌은 병사생활을 거치지 못하였단다. 병사생활을 체험해봐야 참된 군인이 될수 있는거란다. 그러니 너는 긍지를 느껴라.》
진성봉은 면구스러운듯 머리를 돌리며 혼자말처럼 말하였다.
《그래, 그래… 그건 네 말도 맞다. 그러니 수련이 아버지도 병사생활을 했다고 보자, 하하하.》
김일은 눈길을 박용석에게로 돌리였다. 어머니를 닮았는지 키가 그리 크지 않고 너부죽한 얼굴이 유순하면서도 명석해보이는 박용석은 어느덧 몸이 부하게 나고 간부풍의 틀이 잡혀있었다. 그가 지난날 이국에서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할머니와 함께 의지할 곳이 없어 방황하던 소년이였음을 이제는 그 누구도 상기하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어느덧 나라의 큰 일군으로 성장한 아들을 볼 때 김일은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아들이 결코 잘나서가 아니라
《나라의 철도발전을 위한
《제가 철도부장이 되여 과연
《언제나
김일은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분위기속에서 식사를 하였다.
그밤 김일은 잠들지 못하고 모대기였다. 강산호도 그렇지만 장종학에 대한 우려도 마음을 괴롭히는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