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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제4장


3


1956년에 있은 일이였다.

그 시기에 부수상이며 농업상이였던 김일은 평남관개공사에 주되는 힘을 넣어 추진시켜나갔다.

수령님의 발기에 의하여 해방직후 그 어려운 조건에서 착수하였던 평남관개공사는 미국놈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일시 중단되였고 놈들의 야만적인 폭격으로 시설물들이 모조리 마사졌다.

수령님께서는 전쟁이 끝난 그 이듬해 봄, 이 공사를 다시 시작할데 대한 방향을 가르치시고 나라일에 그처럼 바쁘신 나날에도 거듭 공사현장을 찾으시여 건설자들의 흙묻은 손을 허물없이 잡아주시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이 공사를 만년대계로 잘해야 한다고 뜨겁게 고무해주시였다.

1단계공사가 끝난 다음 수령님을 모시고 열두삼천리벌에 나갔던 1955년 모내기철에 있었던 일을 김일은 언제든지 잊을수가 없었다.

벌이 생긴이래 처음으로 물걱정을 모르고 모를 낸 무연한 논판은 벌써 푸른빛을 띠기 시작하였으며 일손을 다그치는 농민들의 얼굴마다에는 밝은 웃음이 어리여있었다. 그런데 모내기로 흥성거리는 논판을 량옆에 끼고 달리던 차들이 평원군 삼봉리 근처에 이르렀을 때 거기서는 큰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모내기정경이 나타났다.

한쪽에는 관개수가 흘러들어 논판마다 물이 가득한데 한쪽은 아직 관개수가 미치지 못하여 농민들이 바싹 마른 논에서 꼬창모를 내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차를 세우시고 물동이를 이여나르며 꼬창모를 내고있는 농민들을 한동안 지켜보시다가 한 로인곁으로 다가가시였다.

논바닥에 꼬챙이로 구멍을 내고 모를 한포기, 두포기 심어나가던 로인은 뜻밖에 수령님을 맞이하게 되여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수령님께서는 허물없이 로인과 자리를 같이하시고 담배를 권하시며 이래도 소출이 나는가고 물으시였다.

《초복전이여서 절반은 삽니다.… 이제 비만 한줄기 오면 살아납니다. 정보당 1톤은 거둘수 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로인의 대답을 들으시고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이번에는 물을 긷는 녀인들에게 힘들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녀인들은 황송하여 저마다 일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다가 왜 힘들지 않겠는가 거듭 물으시는 수령님의 너그럽고 소탈한 인품에 끌리여 한 아주머니가 솔직히 말씀드리는것이였다.

《사실 힘이 듭니다. 동이를 이고 한이랑을 열두번도 더 다녀야 하는데 진종일 그러고나면 머리가 헐 때도 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가슴저리신 마음을 누르지 못하시며 관개수가 넘치는 길 저편 논벌을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이날 오후에 중요한 사업이 있기때문에 수령님께서는 오전중으로 평양에 돌아가실 예정이였다. 그런데 다시 차에 오르신 수령님께서는 차를 평양으로가 아니라 증산쪽으로 돌리게 하시고 증산에서 다시 온천으로, 강서땅으로 그냥 에돌게 하시며 아직 관개공사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 고장 농민들의 모내기정형을 살피시였다. 그이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여 담배만 련이어 태우시였다.

얼마나 고뇌가 심하시면 저러시랴.

김일은 수령님의 사색에 저촉될가보아 입만 꾹 다물고 그이의 뒤를 따르고있었다. 그러는 김일을 돌아보시며 수령님께서는 단호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우리가 다른것을 못해도 이것만은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기어이 평남관개를 완성해야 하겠습니다.》

굳센 의지가 맥박치는 수령님의 말씀은 김일을 비롯한 일군들의 가슴을 세차게 울려주었다.

평남관개의 제2단계공사, 연연 수천리의 크고작은 물길을 거느리는 우리 나라 굴지의 관개시설을 완성하기 위한 대공사는 이렇게 다시 시작되였다.

수령님의 인민에 대한 사랑과 인민의 힘을 믿으시는 의지를 가슴에 새긴 김일은 평남관개공사의 완성을 위해 열정을 다 바치였다. 당시 나라의 경제형편이 넉넉치 못하고 식량사정도 어려운 형편에서 당과 국가의 요직을 차지하고있던 불순분자들이 기계도 없이 방대한 공사를 제 기간에 끝낼수 있겠는가고 갖은 방해책동을 다하였기에 김일은 더욱더 분발하여 공사를 밀고나가게 하였다.

(제깐것들이 감히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정책을 시비질하다니…) 하고 김일은 이를 갈군 하였다.

평남관개2단계공사가 마감고비에 이르렀던 나날에 김일은 공사현장들을 돌아보다가 김책공업대학(당시) 학생들이 맡아나섰던 승호지구에 이르렀다. 당시 김책공대 학생들은 평남관개공사의 중요구성부분의 하나인 승호지구의 40여리 등천벌에 생명수를 주기 위한 공사를 벌리고있었다. 봄비가 내리고있었는데 대학생들은 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득히 뻗어간 물길구간에서 와와 웃고 떠들며 사기를 돋구고있었다.

웃동을 벗어던지고 힘차게 곡괭이질을 하고 삽질을 하는 그들의 무쇠팔뚝들과 가슴근육들이 비를 맞아 번들거리고 불끈거리였다. 그들의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들에서 김이 피여오르는것만 같았다.

(역시 청년들이 달라. 아마 대다수가 전선에서 싸우다 돌아온 청년들이겠지.)

감동된 김일의 심정을 더 크게 울려주듯 그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건설장에 메아리치고있었다.


미제를 쳐부시고 이긴 우리들

복구와 건설에로 힘차게 나간다


김일은 대학생들을 책임지고 나와있는 작업복을 입은 체소한 일군에게 말하였다.

《학생들이 홀딱 다 젖는구만. 비옷들이 없소?》

《비옷이 있더라도 거치장스럽다고 다 벗어던지는걸요.》 하고 일군이 웃으며 말하였다.

《다 젊지 않았습니까.》

하긴 김일도 그 일군도 비를 맞기는 매한가지였다.

《동무라도 비옷을 입소. 그러다 감기 걸리겠소. 동무야 그닥 젊지도 않은데…》

《부수상동지도 젊은 사람이야 아니지 않겠습니까.》

반죽좋게 받아넘기는 일군이 마음에 들어 김일은 시뭇이 웃으며 걸음을 옮기였다. 이때 한길이나 파들어간 물길속에서 한 청년이 뛰쳐나왔다. 씨름군처럼 옹골차고 여무진 몸뚱이에 온통 흙을 매닥질한 청년이 김일에게 군대식으로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제 림산호입니다.》

김일은 반가웁게 산호의 손을 잡아흔들었다.

《내 산호를 보고싶다 했더니 여기서 만나게 되는구만. 그동안 잘있었나?》

《예.》

비가 걷히기 시작했다. 구름장을 헤치고 해가 빠끔히 기여나왔다.

《비가 멎는군요.》

산호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하였다.

《그래, 담배를 피울수 있게 하늘이 도와주는구만.》

김일은 발치까지 오는 길다란 봄가을외투 호주머니를 뒤져 담배곽을 꺼냈는데 어느새 다 젖어버렸다.

《안되겠는걸.》

김일은 젖어서 눅진눅진해진 담배갑을 뒤져보다가 다시 호주머니속에 넣고는 허허 웃어버렸다.

《어머니도 잘있나? 진성봉이를 산호 어머니가 돌봐준 얘기를 들었소.》

《뭘요. 원래 마음씨가 고운 어머니입니다.》

《내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일이 바빠 아직 인사하러 가지 못했소. 산호동무를 만나니 전쟁때가 생각나는구만. 1계단작전시 함께 전선사령부에 있었댔지. 수안보로 가는 길에서 산호가 형이라는자의 죽음을 목격한것은 정말 기이한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수 있을거야.

참, 어머니가 그걸 알고계시나?》

《말을 못하고있다가 얼마전에야 기회가 생겨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산호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길게 한숨을 내그었다.

《그래 울던가?》

《그날 어머니는 나에게 솔직히 다 털어놓더군요. 어머니가 울면서 말하기를… 의호도 그리고 나도 다 친자식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뭐라구?》

김일은 깜짝 놀라 몸이 굳어져버리였다. 그는 어쩐지 강정익을 상기시키는 산호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해방후 중하면에 출장가는 사람에게 산호의 어머니를 만나 산호가 친아들인가를 알아보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자기의 직감이 맞아떨어지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그러나 부정적인 대답을 받고 마음이 아팠었다.

《도대체 산호의 친아버지, 친어머니는 누구라는거요?》

《그것도 어머니는 모른답니다. 그저 날 중국동북의 산속에서 얻어왔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이 없었기때문에 시집 사람들과 토론하고 의호도 그래, 나도 친자식으로 삼았답니다. 날 산에서 얻어왔다고 이름도 산호라고 했다더군요.》

김일의 심장이 쿵쿵 가슴을 울리였다.

《그러니 산호의 고향이 중하라는것도 지어낸 말이였군.》

《그런것 같습니다.》 하고 산호가 침울하게 말하였다.

《음―》

(산호 어머니에게 무슨 곡절이 있군.)

김일은 말없이 해가 비치기 시작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장들이 흩어지면서 사라지고있었다.

《동북 어디라던가?》 김일은 물었다.

《안도현 어디라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알겠소, 내 알아보지.》

김일은 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을 정확히 해명할수 있는 사람은 한영덕이밖에 없다고 생각되였다. 김일은 산호에게 공사장에서 위훈을 떨치며 앞으로 대학공부를 잘하라는 당부를 하고 헤여졌다.…


그로부터 얼마후 지방에 주둔한 어느 한 인민군부대 지휘관으로 복무하던 한영덕이 민족보위성의 명령으로 평양에 올라오게 되였다.

렬차를 타고와서 평양역에서 내렸는데 몰라보게 달라진 풍경이 그를 놀라게 하였다.

이제는 파괴의 잔해들을 찾아볼수 없었다. 중심거리들에 큰 건물들과 아빠트들이 일떠서고 대도로들이 번듯하게 뻗어갔으며 무궤도전차들이 다니였다.

(정말 놀라운걸?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또 다르군.)

한영덕은 절로 기분이 좋아져 한손을 허리에 짚고 주위를 휘둘러보았다. 이때 키가 후리후리하고 보기 좋게 몸이 난 사람이 역사쪽으로 걸어오다가 영덕을 보고 소리질렀다.

《아니, 한영덕동무가 아니요?》

영덕의 거밋하게 탄 얼굴에 반가운 웃음이 피여올랐다.

《아 장종학동무, 이게 얼마만인가.》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돌아갔다.

《류학갔다가 언제 귀국했소?》

《54년 가을에 귀국했소. 지금 건설사업소에서 기사장으로 일하고있소.》

《그동안 수고많았겠구만. 평양이 일떠서는 모습을 보니 난 건설자들에게 막 감사의 인사를 하고싶은 심정이였소. 그런데 건설자의 한사람인 장동무를 만났단 말이요. 》

영덕은 종학의 손을 꽉 잡고 흔들었다.

《아, 그만그만… 손이 막 아프구만.》

《그래 어디 가는 길이요?》

《난 지금 흥남비료공장건설에 동원되였소. 그래 함흥으로 가기위해 역으로 나오는 길이지.》

영덕은 담배곽을 꺼내여 종학에게 한대 권하고 자기도 피워물었다.

《그저 수령님의 로선대로 하면 그만이라니. 우리 나라가 이제 10년안팎에 세계에 대고 소리치는 나라가 될거요. 그렇지 않소?》

《그야 그렇지 않구.》

장종학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런데 방해군들이 쏠라닥질하는게 문제야.》

《음―》

한영덕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 종파놈의 새끼들…》

영덕은 저도 모르게 격분하여 커다란 오른손주먹으로 왼손바닥을 들이쳤다.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을 음으로 양으로 시비질하는자들이 있다는것을 영덕은 잘 알고있었다.

《배은망덕한 놈들이야. 해방전부터 종파질만 하던 놈들을 수령님께서 크나큰 덕망으로 품에 안아 국가요직들에 등용해주었는데 딴 꿍꿍이를 하는것 같아. 그 최가놈 말이요.》

《최창익이 말이지?》

《최창익인지 최종파인지 그따위 이름은 알아서 뭘한단 말인가. 내 동무들에게서 들었는데 당과 정부의 지도간부들이 수령님을 모시고 중요한 정책문제를 토의하는 장소에서 말이야. 그 최종익이…》

《최창익이겠지?》

《아니, 최종파야. 그놈이 감히 일어나 인민생활문제를 거들며 우리 당의 경제건설로선을 시야비야했다질 않나. 그때 김일동지가 벼락치듯 그자를 꾸짖어 눌러놓았다는거야. 〈무슨 나발을 부는거야.〉 하고 말이지.》

《김일동지같은분이 수령님의 곁에 있는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요.》

《정말 그렇소. 참, 이거 바쁜 사람을 세워놓고 얘기가 지내 길어지는것 같군. 후에 한번 만나자구.》

《다시 만나세. 건강하라구.》

《건강하구 또 정신적으로 각성해야 하지.》

영덕은 종학과 헤여져 뻐스를 타고 민족보위성으로 향하였다.

성에서는 그를 어느 한 군관학교 교장으로 임명하였다.

영덕은 다음날 점심시간에 김일의 집에 들리였다. 집안은 호젓하였다. 박용석의 부부는 따로 집을 잡고 나가살았고 진성봉은 만경대혁명학원에 가있었다. 소학교에 다니는 은희가 방에서 숙제를 하고있다가 영덕을 반기였다.

《우리 은희에게 뭘 줄가?》

영덕은 가방을 뒤져 은희를 위해 사온 과자봉지를 꺼내놓았다.

《아저씨가 제일 좋아.》

은희는 영덕의 무릎에 앉아 과자를 먹어대더니 일어섰다. 그리고 사진첩을 꺼내가지고 왔다.

《나하고 사진 보자.》

영덕이 은희와 사진첩을 보는데 녀맹사업을 하는 허창숙이 집에 들어왔다.

《영덕동무가 마침 왔군요. 은희 아버지가 동무소리를 했어요. 한번 만나야겠다면서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부대로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댔어요?》

《내가 없을 때 전화를 했는가?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구체적으로 리유는 말하지 않았는데 뭔가 알아볼 일이 있는 모양이예요. 사무실에 전화해보세요. 지금 방에 있겠는지…》

영덕은 김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영덕과 김일사이에 전화련계가 이루어졌다. 김일은 영덕의 목소리를 듣고 반가와하더니 당장 자기에게로 와달라고 하는것이였다.

영덕은 김일이 보내준 승용차를 타고 내각청사로 갔다.

《영덕동무, 강정익동지의 아들애를 찾은것 같소.》

김일은 영덕에게 앞상의 의자를 권하고나서 직방 말하였다.

《무슨 소리입니까? 그러니 리정애누님의 아들애를 찾았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글쎄 내 말을 들어보라니까.》 하고 김일은 평남관개공사장에 나갔다가 산호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니 산호 그 애가요?》 영덕은 숨이 차서 부르짖었다.

《그렇소. 틀림없이 산호가 정익동지 아들인것 같소. 그런데 이걸 확인할 사람이야 영덕동무를 내놓고 누가 또 있겠소. 그러니 빨리 그의 어머니를 만나보오.》

잠시후 한영덕은 만사를 제쳐놓고 산호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산호의 어머니는 놀람과 불안이 어린 낯빛으로 영덕을 맞이하였다.

영덕은 산호 어머니의 모색에서 젊었던 시절의 흔적들을 찾아보기 위해 애썼다.

《산호 어머니, 한때 안도현 왕자툰에서 살지 않았습니까?》

《예, 그런데 장령동지가 그걸 어떻게?》

영덕의 가슴이 몹시도 두근거리였다. 그는 흥분되여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산호 어머니, 1931년도에 〈천백룡〉토비두령의 소굴에 끌려간적이 있지 않습니까?》

산호의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그제야 그는 한영덕을 알아보았다.

《아니, 그럼 장령동지는 그때 애어머니와 함께 끌려와있던 그 소년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내가 바로 그 소년입니다.》

《아이구, 이렇게 다시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난 아주머니를 찾았습니다. 왕자툰에 갔댔습니다. 그런데 불타버린 마을에서 찾을수가 없더군요.》

녀인은 왜놈들의 《토벌》에 시부모들을 잃고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자기 친정집이 있는 중하로 나오던 이야기를 하였다.

《산호 어머니, 그때 토비두령의 첩이 되지 않기 위해 자살한 애어머니에게서 데려간 애가 어떻게 되였습니까?》

녀인은 말을 더듬거리였다.

《그 애야… 그 애야… 내가 키웠지요.》

《혹시 산호가 그 애어머니의 아들이 아닙니까?》

녀인의 두눈에 눈물이 고이였다. 그는 말없이 영덕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어서 말씀해주십시오. 산호가 그 애가 맞지요?》

《맞습니다.》 녀인은 힘들게 대답하였다.

《이제 와서 뭘 숨기겠어요. 산호에게도 이미 다 털어놓은걸요.》

녀인의 두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산호 어머니, 산호가 누구인줄 압니까. 동북에서 혁명을 하다가 희생된 항일혁명렬사 강정익동지의 아들입니다.》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도 있는가.》

녀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리였다.

《장령동지, 이젠 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영덕은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으면서 말하였다.

《산호 어머니, 마음을 굳게 먹으십시오. 그리고 산호를 위해 기뻐해주십시오. 산호가 항일혁명투사인 친아버지를 찾게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그 애를 얼마나 찾았는지 압니까.》

(리정애누님, 날 용서하십시오. 이제야 아들애를 찾았군요. 이젠 저승에 가서도 누님을 뵈올 낯이 생겼습니다.)

영덕의 눈앞에는 혁명동지의 아들을 찾았다고 기뻐할 김일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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