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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제3장


8


외국에 류학갔던 박용석이 귀국하였다. 페허로 된 조국을 보는 그의 가슴은 미여지는듯 하였다. 그는 광복후 아버지를 찾아 조국에 와서 공부하다가 1948년에 외국류학을 위해 조국을 떠났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는 혁명을 하러 집을 떠나갔고 그후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나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그가 못해본 일이 없었다. 농사도 짓고 도시에서 도로청소부, 우편배달도 했고 병원의 잡부로 들어가 심부름도 했다. 때로는 소달구지를 끌고 강가에 나가 자갈을 춰서 실어다 파는 일도 하였다. 모진 생활고속에서도 숯불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열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배움에 대한 지향이였다. 하여 소학교를 겨우 나온 그는 15살에 목단강시에 가서 신문배달을 하면서 사범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였다. 어려운 생활난으로 하여 학비를 댈수 없어 중도에서 학교를 그만두다나니 그의 지식은 공고하지 못하였다.

용석이의 이러한 고충을 헤아리신 김정숙녀사께서는 향학열에 불타는 그의 소망을 귀중히 여기시며 앞으로 공부를 더 많이 하여 새 조국건설에 이바지하도록 이끌어주시였다. 그리고 그가 류학을 가게 되였을 때에는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몸소 시장에 나가시여 사신 트렁크에 학습에 필요한 일용품들도 넣어주시였다.

박용석은 조국해방전쟁이 시작된 소식을 외국에서 들었다. 조국이 준엄한 시련을 겪고있을 때 용석이를 비롯한 류학생들은 자기들도 싸우겠다고 귀국하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류학생들이 싸움에 참가하지 않아도 전쟁은 이길것이라고, 류학생들은 더욱더 열심히 배워 전후복구건설에 참가하여 한몫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이 말씀을 전달받은 류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기들이 공부하던 대학으로 돌아갔고 학업에 열중하게 되였던것이다. 그러나 용석은 막상 재가루만 날리는 조국의 현실을 보니 어쩐지 죄스러움을 느꼈고 또 마음이 아팠다.

외국에서 철도에 대한 공부를 한 그는 교통성중앙설계연구소 설계가로 배치되여 일하게 되였다. 어느 휴식일, 그는 한 부서의 청년이 결혼식을 하게 되여 거기에 참가하게 되였다. 결혼식집에서 나와 류학시절의 친구와 함께 걸어갔다. 양복차림을 한 그들은 새 아빠트들이 갓 일떠서기 시작하는 평양의 거리에서 두드러지는 존재들이였다. 용석은 키가 대단히 큰 아버지와는 달리 키가 그리 크지 않았고 너부죽한 얼굴은 순박하고 수더분한 인상을 주었는데 웃을 때면 량볼에 보조개가 패이는 매력있는 청년이였다.

《용석이, 신랑을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구. 자네도 이제 장가가면 될게 아닌가.》

용석은 친구의 말마따나 자기도 장가갈 때가 되였다고 생각하였다.

나이가 29살이면 적은 나이도 아니지 않는가.

《아무래도 장가를 가야겠어. 그런데 마땅한 처녀가 있어야 말이지.》

《그건 걱정말라구. 그렇지 않아도 내 자네에게 미인을 한번 선보이자고 작정하고있었댔어.》

친구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웃옷주머니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려고 하였다.

그들의 앞에 어린애의 손을 잡은 군관복차림의 처녀가 나타났다. 날씬한 몸매에 얼굴이 아름다운 처녀는 친척애인듯싶은 총각애와 즐겁게 말하면서 천천히 걸어오고있었다. 사진을 꺼낸다고 앞을 보지 않고 비칠비칠 걸어가던 용석의 친구는 처녀가 데리고 오던 애와 부딪쳤다. 애가 넘어지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용석이가 당황하여 애를 일으켜세웠다. 처녀군관은 총각애의 흙묻은 옷을 털어주면서 얼리였다.

《울지 말아, 응? 사내대장부는 울어선 안돼.》

용석의 친구가 히죽거리며 말을 붙이였다.

《너 울보로구나. 엄마 말을 명심해라, 사내대장부는 우는게 아니라는거…》

처녀는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맵짠 소리로 쏘아붙이였다.

《동무들은 제 몸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가요?》

처녀군관이 내쏘는 서슬푸른 눈빛과 질책은 대뜸 용석이와 친구를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처녀의 군관혁띠에 매달려있는 묵직한 권총집이 용석의 눈에 들어왔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용석을 보던 처녀군관의 얼굴에 갑자기 놀라움이 비끼였다.

《아니, 어쩜…》

그제야 용석이도 처녀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용석은 주접이 들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저 개천에 있을 때…》

《그래요. 개천에서 함께 살았지요. 류학갔다더니 돌아왔군요.》

처녀는 살짝 한번 웃어보이고 총각애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해방후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는 개천에 자리잡고있었다.

정규적인 혁명무력의 건설을 위한 준비사업으로 보안간부훈련소를 세우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김일을 평북도에서 소환하시여 보안간부훈련소 제1소 문화부소장으로 임명하시였다.

그때 지휘성원들의 집들은 한곳에 모여있었는데 김일의 집과 처녀의 집은 나란히 있었다. 처녀의 아버지는 후방부소장이였다. 용석이가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방학이 되여 집에 내려가면 가끔 이 처녀를 볼수가 있었다. 처녀는 집에 놀러 왔다가 용석이만 오면 피하군 하였다. 그들은 한마디 말도 나누어본적이 없었다. 그후 김일도, 처녀의 아버지도 다른 직무에 소환되면서 헤여졌었다. 그때의 그 처녀가 별안간 군복차림으로 용석이앞에 나타났던것이다.

용석에게서 이런 사연을 들은 친구는 말하였다.

《처녀가 대단히 건방지구만. 얼굴은 고운데 말이야. 난 그 처녀가 권총을 뽑아들가봐 막 가슴이 조여들더구만, 하하하.》

용석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용석에게도 그런감이 들었던것이다.

《자네 말이 맞아. 처녀가 좀 건방진데가 있거던. 그 눈이 꼭 사람을 깔보는 눈이야. 하지만 처녀는 곱게 생겼어.》

《여보게 용석이, 내가 자네에게 소개하려는 처녀는 이자 그 군관처녀보다 더 얼싸하다구. 한번 보라니까.》

친구는 술이 좀 깬듯 좀전부터 꺼내려고 애를 쓰던 그 사진을 손상이 가지 않게 꺼내 용석에게 보이였다.

《실은 내 사촌동생이야. 내 자네 소리를 했더니 그 애는 잔뜩 달아올라있어.》

용석은 처녀의 사진을 보았다. 정말 처녀는 사랑스러운 미인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는 은근히 호기심이 동하였다.

《그럼 한번 만나볼가?》

용석의 불그스레한 두볼에 보조개가 패이면서 미소가 어리였다.

《만나야지. 만나고만나면 정이 생기고 정이 생기면 결혼에로 발전하고 결혼하면 아들, 딸이 태여나게 되지.》 친구는 제풀에 사기가 나서 시를 읊듯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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