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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4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10 장


3


얼마후 잠업국에서는 잠학연구소에서 피마주누에의 원종을 다량생산하여 원종장들에 보내줄것을 요구했다. 계응상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하자 국에서는 원종장에서 원종을 내도록 했다. 아니, 잠시라도 지체시켜서는 안된다. 신철웅은 과단성있게 행동했다.

잠학연구소를 무시한 이 조치를 뒤늦게야 알게 된 계응상은 분개하여 직접 신철웅을 찾아가 피마주누에치기를 내려먹인 조치를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우연한 횡재를 바라는 행동은 완전히 모험이라고.

신철웅은 계응상의 이 의견을 귀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계응상은 상심하여 돌아갔다. 그는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것을 알았다.

벌써 원종장들에서 대지에 피마주누에알들을 모조리 쏟아놓고 검사도장까지 눌러서 협동농장들과 농가들에까지 다 나누어준 뒤였던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계응상의 마음을 괴롭히는것은 수령님께서 과학연구기관을 중추로 하여 나라의 잠업을 발전시키도록 세워주신 체계가 행정권에 의하여 여지없이 유린되고있는 그 점이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일찌기 나라의 잠업을 세계적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신과학의 성과를 신속히 도입할수 있는 새로운 기술지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것을 환히 꿰뚫어보시였다.

하여 해방직후부터 온 나라에서 치는 누에를 오직 잠학연구소에서 선출육종한 종자를 어머니종자로 하여 그것을 각 지방의 원종장들에 내려보내주고 원종장들에서 생산한 원종을 가지고 잠업농장들에서 알로 깨워 협동농장과 농민들에게 나누어 치도록 해주셨던것이다.

하나 이미 누에를 떨어놓게 된 조건에서 그것을 두고 시비나 가릴 때가 아니였다. 누에치기에서 남달리 예민하고 섬세한 사육감을 지니고있는 계응상은 직접 청천강변의 피마주사육구에 나가 애기누에들을 집요하게 관찰하면서 연화병세균을 추출하여 발병시 지체없이 구급대책을 세우려고 밤잠을 잊었다.

잠업원종장에 며칠간 머물러있던 신철웅은 아침에 원종장 지배인과 함께 팔뫼봉으로 가보려고 승용차를 세워둔 마당으로 나왔다.

봉우리가 여덟이라 하여 팔뫼라고 하는, 순천에서도 그중 큰 산골짜기의 가둑누에판까지 신철웅이 꼭 가보아야 할 긴한 용건이 있는것은 아니였다. 지배인이 이르기를 그 산판에는 갓 스물에 난 두 처녀가 가둑누에를 치고있는데 남정들이 맡아보는 가둑누에판 찜쪄먹게 누에가 탐스럽게 자라나고있다 하였다.

《메돼지들이 욱실거리는 험한 산중에서 어린 처녀들 둘이 큰일을 한단 말이지. 용감한 처녀들이로군. 예까지 왔다가 그런 기특한 처녀들을 고무해주지 않고 떠나서야 되겠소?》

신철웅의 목소리에는 사업에서 여유가 있는 일군들에게서만 찾아볼수 있는 큰 아량이 풍기였다.

《처녀들이 들고있는 사냥군로인네 틀막집에서는 좀벌을 네통이나 치고있는데 볼만 합니다. 우리 처녀들을 친딸처럼 보살펴주는 로인내외에게 인사도 하고 가둑누에판에 올라 〈돼지포〉로 산새들도 풍겨보고 사냥총으로 〈비삼〉(까마귀를 날아다니는 삼이라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을 떨구어 요즘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부국장동무한테 보약으로 보내줍시다.》

국장의 유쾌한 기분에 감염된듯 지배인도 흥띤 어조로 키질을 했다.

사무실문밖에는 키높이 자란 가중나무가 시원한 가지를 너울거리고있었다.

《여기선 산에서 가중나무를 떠다가 정원수로 심기를 잘하였소. 아주 제격이요. 나무에서 풍기는 냄새도 향기롭군그래.》

신철웅은 큰 코를 흠흠하면서 못내 만족한 태도로 걸음을 옮겼다.

이즈음 잠업국의 사업은 얼음우에 박밀듯 쭉쭉 잘도 펴나갔다. 수령님의 가르치심대로 가잠과 함께 가둑누에도 크게 장려해나가자 례년에 보기 드문 봄누에고치대풍을 마련하게 되였다.

또한 이른봄에 각 농업대학 잠학부학생들과 잠업일군양성소 학생들을 백두와 랑림, 채령의 산발들에 파견하여 가둑누에림조사사업을 진행했는데 초보적으로 장악한데 의하면 그 면적이 무려 12만정보나 되였다. 그가 예측했던것보다 근 5만정보의 가둑누에림이 더 많다는것이 완전히 확증되였다. 나라의 산림면적이 무려 국토의 70%이상을 차지하고있다. 하지만 거기에 이렇게도 방대한 천연의 가둑누에림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신철웅이였다. 그는 다시한번 수령님의 가르치심의 정당성을 가슴깊이 체득하고 원종장과 여러 원종장들에서 가둑누에알을 무데기로 받아내여 가둑누에고치를 본때있게 내밀 잡도리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크게 기대되는것은 이 원종장에서 국의 지시로 이른봄부터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피마주누에알이 주변협동농장들에서 잘 자라고있는것이였다.

그는 잠병을 미리 막기 위하여 원종장기술자들을 협동조합들에 내보내고 반드시 그들의 기술지도하에 피마주누에를 치도록 했다. 그간 군내의 각 농업협동조합 잠업분조들을 일일이 돌아보았는데 두 잠을 자고난 누에들이 한결같이 고르롭게 자랄뿐더러 거동이 활발했다.

(계박사는 일제때 남도지방의 락후한 농촌집들에서 누에를 키우던 자료를 내두르며 피마주누에치기의 불가능설을 내놓았지만 보라, 협동조합에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누에를 기르니 끄떡없지 않은가.)

신철웅은 그 어느때보다도 새로운 신심과 열정에 북받쳐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서있는 승용차는 발동을 걸었다. 신철웅은 따라나온 원종장 기사장에게 다시한번 당부했다.

《…아직 만세를 부르기는 이르오. 문제는 첫째도 위생이고 둘째도 위생이요. 피마주누에사육장들을 다시한번 돌아보시오.》

차가 경쾌한 동음을 울리며 자욱을 뗄무렵 사무실문이 펄쩍 열리더니 회계원처녀가 쨍쨍 울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국장동지! 전화왔습니다.》

《어디서 온 전화요?》

《계응상박사한테서 온 전홥니다. 급히 바꾸어달랍니다.》

《계박사가?》

차에서 내린 신철웅은 사무실로 들어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잠업국장이 전활 받습니다.》

《국장선생이시오?》

계응상은 초조해하는 음성으로 말했다.

《급히 x군으로 나와주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신철웅은 반문했다.

《x군농업협동조합들에서 치고있는 피마주누에에 연화병이 발생했습니다.》

계응상의 말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소식이였다. 신철웅은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하고 물었다.

《어느 정돕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새날조합 양잠분조에서만 연화병이 발병했는데 오늘은 거의 모든 조합들에서 동시에 이 병이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계응상의 목소리는 갑자기 떨려나왔다.

《지금 개천군의 농업부문사업을 현지지도하고계시는 수령님께서 곧 이 군으로 건너오실것 같습니다. …》

황황히 밖으로 나선 신철웅은 마당가운데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리도 갑자기 생길수 있단 말인가. 허무한 한찰나의 꿈만 같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당황한 그는 문밖에 서있는 원종장지배인에게 아쉽게도 팔뫼봉에는 가볼수 없게 되였다고 어물어물 중얼거리고는 급히 차에 올랐다.

얼마후 신철웅이 탄 승용차는 쏜살같이 평양을 향해 달리고있었다. 그가 수도에 도착하여 내각청사의 잠업국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거기에서는 x군뿐만아니라 황해북도의 농촌들에까지 국에서 내려먹인 피마주누에들이 연화병에 걸려 죽어가고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선채로 국책임부원이 가져다준 자료를 읽어본 그는 그 길로 승용차에 몸을 싣고 운전사를 재촉하여 x군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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