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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제3장


3


문경고개로 올라가는 산밑의 깊은 골짜기에 거의나 납작납작한 초가집들뿐인 가난한 마을이 있었다. 전선사령부는 이 마을에 자리잡았다.

이동전개가 성과적으로 끝난 다음날 밤이였다. 김일은 군의소에서 부상당한 상처를 처치받고있었다.

총탄에 어깨의 살점이 떨어져나갔을뿐인데 동통이 지속되고있었다.

처치를 다 받고 군의소를 나섰을 때 전선사령관의 방쪽에서 놀라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김일은 의아한감을 느끼며 그쪽으로 갔다. 여러대의 초불을 켜놓은 방에서는 김책과 강건이 한 군관을 붙들고 격해서 말하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여기까지 나오시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요?》

《여긴 서울하고도 다르단 말입니다. 수안보는 최전선입니다.》

김일은 김책과 강건의 앞에 서있는 군관이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의 부관장임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장군님께서 나오셨습니까?》 김일은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김책은 말이 나오지 않는듯 슬그머니 얼굴을 돌려버렸고 강건은 격정을 금할수 없어 머리를 수그리였고 부관장만이 침착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예, 이제 곧 도착하시게 됩니다.》

김책이 주먹으로 쾅 하고 야전탁을 내리쳤다.

《아, 내가 전선사령관구실을 똑바로 못해 장군님께서 여기까지 나오시게 했구나.》

그 통탄의 목소리는 김일의 가슴을 찢는것만 같았다.

(아니, 여기가 어디라구… 예측할수 없는 적기의 공습… 게다가 어중이떠중이 패잔병놈들까지 날치는데…)

김일은 생각만 해도 피가 얼어드는것만 같았다.

《전선사령관동지, 저희들이 장군님을 얼마나 만류했는지 압니까.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기어이 이 최전선길에 나서시였습니다.》 부관장의 뜨겁게 달아오른듯 한 석쉼한 목소리가 울리였다.

《그래 오는 길에 별고는 없었소?》 김일이 조용히 물었다.

《예, 장군님께서는 무사하십니다.》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부관장은 장군님을 모시고 오던 그 이야기를 하였다.

…수안보에로의 길은 날이 갈수록 더욱더 위험의 빈도가 높아졌다.

그것은 적들이 무력을 증강하면서 발악이 드세여졌기때문이였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자 전조등을 켜고 달리도록 하신 장군님께서는 몹시 들추는 야전승용차에 몸을 맡기시고 말씀하시였다.

《적들의 공습이 있으므로 10리가량 불을 켜고 전속으로 달리다가 멈춰서서 불을 끄고 항공감시를 한 다음 다시 전속으로 달리군 하여야 하오. 자동차가 보병들이 약진하는 식으로 달리면 적비행기의 습격을 받지 않고 빨리 전선사령부에 가닿을수 있습니다.》

장군님을 모신 일행이 충주를 가까이했을 때 불의에 나타난 적비행기들이 이미 조명등을 끄고 달리는 야전승용차를 향해 곧바로 내리꽂히며 폭탄을 떨구고 기총사격을 해대였다. 위기일발의 순간이였다. 옆에서 터지는 폭탄의 폭풍에 야전승용차가 뒤집힐듯 기우뚱거리고 기총탄이 귀전을 아츠럽게 스치였다. 장군님께서는 빨리 차를 세우고 은페하라고 지시하시였다. 공습이 끝나고 적기들이 사라지자 다시 차에 오르신 장군님께서는 운전사에게 차의 앞유리를 내리우도록 하시였다. 조명등을 꺼버렸는데도 차가 적비행기들의 목표물로 된 원인이 바로 충주시가지에서 타오르는 불빛에 차의 앞유리가 반사된데 있음을 예리하게 포착하시였던것이다. 하지만 앞유리를 내리우면 차에 들씌워지는 흙먼지는 어찌한단 말인가.

망설이는 운전사의 심정을 헤아리신 그이께서는 먼지가 들어오면 뭐라는가, 전쟁시기인데 어떻게 편안하게만 다니겠는가, 내 걱정은 말라고 하시며 그를 도와 앞유리를 내리워주시였다.

《자동차를 최대속도로 몰아야 하겠소. 자동차가 지금처럼 달려가지고는 전선사령부가 있는 수안보에 언제 도착하겠는지 모르겠소. 전선의 동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 수안보로 오시는 길에서 하시였다는 그 말씀이 김책이며 강건, 김일의 가슴을 뜨겁게 울려 그들은 한동안 말을 못하고 눈만 슴벅이며 서있었다.

김일은 부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긴장해서인지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렸다. 위험한 고비들을 넘어서시는 장군님을 생각하며 얼마나 가슴을 조이였던지 심장이 막 아파나는것이였다.

이윽고 김책을 비롯한 전선사령부의 지휘성원들이 김일성장군님을 맞으러 달려나갔다.

장군님께서는 정력에 넘치신 걸음걸이로 그들앞에 나타나시였다. 적비행기의 공습을 겪으며 먼길을 달려오신 피로감은 조금도 나타내지 않으시였다. 인자하신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어려있었고 동지들의 손을 잡아주시는 그이의 손에는 따뜻한 정이 스며있었다.

《그새 몸들은 상하지 않았소?》

《예, 다 건강합니다.》 하고 김책이 말씀올리였다.

김책은 장군님께 김일의 부상에 대해 말씀드리지 못하였다. 김일이 미리 김책에게 부탁을 했거니와 그자신도 이 깊은 밤 피로하시고 걱정도 많으신 장군님께서 주무시지 못하게 될것을 바라지 않았던것이다.

이밤엔 장군님께서 빨리 쉬시게 해야 하였다.

그런데 김책의 안내를 받으시며 그의 방에 들어서신 장군님께서는 야전탁옆에 걸상을 끌어다놓고 앉으시며 작전지도를 찾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쉬지 않으시고 일을 하시려 하는것이였다.

《방이 좀 어둡구만.》 하고 그이께서는 방안을 둘러보시며 말씀하시였다.

그동안 다른 초는 다 타버리고 한대의 꽁다리초만이 야전탁우에서 타면서 희붐한 빛을 내고있었다.

《오늘 밤에는 일을 보실수 없습니다.》 하고 김책이 말씀드리였다.

《이 꽁다리초가 마지막초입니다. 그러니 빨리 휴식하셔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초라?》 장군님께서는 김책의 속마음을 꿰뚫어보시고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아무리 전쟁을 한다고 해도 전선사령관의 방에 어울리지 않소. 꽁다리초가 다란 말이지? 허허허… 그럼 우리 앉아서 이야기나 합시다.》

그러나 김책은 그냥 꼿꼿이 서서 말씀드리였다.

《오래지 않아 날이 밝습니다. 그러니 잠시라도 쉬여주십시오.》

김책은 장군님께서 더 말씀하실새도 없이 황황히 방을 나섰다.

김책은 문밖에서 대기하고있던 김일을 데리고 경비소대천막으로 갔다. 강건이 김책에게 지도를 짚으며 특별경비조직에 대해 보고하였다.

《여기… 그리고 또 여기, 여기 이 지점들에 경비초소들을 새로 증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선사령부 군관들로 여러개의 야간순찰조를 조직하였습니다.》

《그만하면 경비조직을 빈틈없이 했소.》 김책의 얼굴에 만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때 림산호가 체격이 옹골차고 날파람있어보이는 두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김책에게 거수경례를 붙이고 보고하였다.

《전선사령관동지, 참모장동지의 명령대로 보초에 나갈 성원들을 데려왔습니다. 이 동무들은 제1근무조입니다.》

김책은 그들의 장구류들을 살피고 기관단총들을 넘겨받아 깐깐히 검사해보았다.

《잘 준비되였소.》

두 병사의 준비상태를 칭찬한 김책은 림산호에게 돌아섰다.

《그러나 오늘 밤 장군님께서 계시는 최고사령부보초는 나와 군사위원동무요. 교대는 필요없으니 최고사령부보초로 준비시킨 성원들로 다른 초소들을 더 증강하시오.》

산호가 놀란 눈길로 김일을 보았다. 그는 김일의 부상을 목격하였고 그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있었다. 그런 몸상태로는 장시간 립초근무를 설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김일과 김책사이에 어떤 뜨거운 대화가 오갔는지 다 알길이 없었다. 사실 김책과 김일이 경비소대천막에 들어서기 전에 최고사령부의 보초에 대해 심각한 말이 오갔었고 김책은 김일의 절절한 호소에 감복하여 손을 들었던것이였다.

《전선사령관동지, 군사위원동지는 이틀전날 밤 적패잔병들과의 전투시 어깨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비소대장!》

김일이 소리치는데 김책이 웃으며 산호에게 말하였다.

《소대장동무, 군사위원에 대해선 우리가 잘 알고있소. 걱정마오. 동무는 주변경계근무를 철저히 세워야겠소.》

김책은 강건을 따로 만나 무엇인가 지시를 주었다.

이윽고 강건은 간절한 표정이 어린 낯으로 김책과 김일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부탁합니다.》

림산호와 두명의 대원들도 그들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동무들.》 하고 김책이 힘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우리 최고사령관동지의 안녕을 목숨으로 지킵시다. 자, 그럼 모두 자기 임무에 착수하시오.》

김책은 결연한 자세로 돌아섰고 김일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한편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김책이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창문가로 다가가시였다. 달빛이 밝아 밖이 훤히 내다보이였다.

다음순간 그이께서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전선사령관의 군복에 혁띠를 두르고 허리에 권총을 찬 김책이 출입문 바깥계단에 차렷자세로 서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김일이 또한 장령의 군복에 혁띠를 띠고 권총을 차고 서있었다. 그들은 장군님의 안녕을 지켜 쌍보초를 서면서 한밤을 지새려는것이였다.

《사람들도 참…》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뭉클하시여 입속으로 뇌이시였다.

강건의 모습이 나타났다. 강건이 김책에게 보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선사령관동지, 순찰중 다른 이상이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당장 뛰여나가 그들을 다 끌어안고 방으로 데려들어오고싶으시였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응하지 않을것이다. 어쩔수가 없다. 그들의 눈물겨운 성의를 받아들이는수밖에…

피로가 걷잡을수없이 밀려들었으나 그이께서는 침대에 눕고싶지 않으시였다. 사랑하는 동지들과 함께 이밤을 새우고싶으시였고 또 자신께서 그들을 지켜주고싶기도 하시였다. 하여 장군님께서는 창가에 그냥 서신채 그들과 얽혀진 지난날의 추억에 잠겨계시였다.

(김책이, 우리가 처음 만난것은 국제당이 소집한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하바롭스크에 갔을 때였지. 그때 김책은 북만성위와 동북항일련군 3로군을 대표하여 국제당이 소집한 회의에 참가했었다. 나를 만나 인사를 나누면서 《김일성동지를 만나는 길이 왜 이다지도 멀었던지…》 하고 눈물을 보이던 사나이… 명석하고 관록있는 혁명가였다. 그때이후 내 오른팔이 되여주었지…)

김책에 비해 김일은 참으로 오랜 지기처럼 생각되시였다. 김일은 동만에서 자신의 지도를 받으면서 혁명투쟁을 했고 반일부대를 이끌고 찾아온 이후부터 줄곧 함께 생활했기때문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안도현과 돈화현의 경계점에 위치한 소할바령에서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를 하시고나서 부대들을 소부대로 편성하여 각지로 떠나보내신 후 김일을 동녕현 2도구부근의 오배에서 활동하고있던 최현과 최춘국의 부대에 보내시던 때의 일이 불쑥 머리속에 떠오르시였다. 당시 최현과 최춘국부대들은 천여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활동하고있다보니 지휘관들이 소할바령회의에 참가하지 못하였다. 그들에게 조성된 정세에 대처하여 소부대활동으로 넘어갈데 대한 소할바령회의 방침을 전달해야겠는데 그곳으로 가야 할 김일이 사령부를 두고 떠날수 없다고, 동지들이 박덕산이 사령부에 있기때문에 마음놓고 가니 사령부를 부탁한다고 하였는데 자기까지 가면 어떻게 하는가고 막 들이대였던것이다. 사령관의 명령이라면 천길물속이라도 뛰여드는 김일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자 장군님께서는 자신을 생각하는 그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지시였다.

《장군님, 그 명령만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눈물이 글썽하여 웨친 김일은 더 면대해있기가 괴로운듯 성급하게 천막밖으로 나갔다.

장군님께서는 김일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그때 사령부에는 큰 부대들이 다 떠나가고 15명의 경위대원밖에 없었던것이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혁명승리를 위해 김일을 한시바삐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하시였다. 어차피 김일은 자기 부대가 활동하고있는 동녕현으로 가야 할 몸이였다.

밖에서는 누군가 천막가를 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이께서는 김일이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것임을 직감하시였다.

나가보니 아닐세라 휘연한 달빛을 받으며 군복입은 덩치 큰 사나이, 다름아닌 박덕산이 사령부천막가를 거닐고있었다. 아마 날이 밝도록 저렇게 천막가를 거닐는지도 모를 사람이였다.

(그때도 저렇게 문밖에서 나를 걱정하며 밤을 지새울 잡도리였었지.… 그저 하나밖에 모른다니까. 이름그대로 김일이지.) 하고 장군님께서는 뜨거운 마음으로 생각하고계시였다.

장군님께서 자기들을 지켜보고계심을 알리 없는 김책과 김일은 장군님에 대한 다함없는 매혹과 흠모 그리고 전사의 량심과 의리로 가슴을 불태우며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묵묵히 보초를 서고있었다.

(민족의 위대한 어버이 김일성장군님, 다시는 위험한 전선길에 나서는것을 삼가해주십시오. 귀하신 몸 상하시기라도 하면…)

이런 생각을 하니 김일은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금시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김책도 같은 생각을 하는듯 갱핏한 얼굴에 숭엄한 표정이 떠돌고있었다.

김일은 시간이 갈수록 부상당한 어깨가 쑤시고 동통이 옴을 느낀다.

그래도 김일은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그는 자신이 긍지로왔고 후날에 다시 없을 영광의 시간을 보내고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허리에 찬 권총집에 손을 얹고 온몸을 긴장시킨다.

그의 눈앞에는 장군님을 따라 싸워온 지난날에 있은 일들이 영화화면처럼 흘러갔다. 문득 강정익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김일에게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그이에 대한 매혹과 숭배심을 키워준 혁명선배.

김일성장군님만을 굳게 믿고 사시오.…》

그것은 강정익의 유언이였다. 그의 안해는 토비놈들에 의해 희생되고 아들애는 행처를 모른다. 강정익처럼 이국땅에 쓰러진 투사들을 어찌 다 헤아릴수 있으랴.

어느덧 새벽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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