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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2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10 장


1


1954년 이른봄 어느날 오후.

잠학연구소 소장 계응상박사와 잠업국장 신철웅, 잠업국기사장은 내각청사의 소회의실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한자리에 모시고 전후 나라의 잠업을 급속히 발전시킬데 대한 중대한 문제를 토의하고있었다.

응접탁을 마주하고 앉으시여 두손을 깍지껴쥐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열정과 활기에 넘치신 웅글은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당에서는 비단천을 생산할수 있는 견방직공장을 세울것을 결심하고 착공식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허두를 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수첩을 꺼내드시고 2년내로 조업하게 될 견방직공장에 들어갈 누에고치량을 차근차근 타산하시였다. 이제부터 우리 나라에서 가잠과 가둑누에생산에 힘을 넣어 최대한의 수확을 낸다 해도 필요한 누에고치를 반에 반도 충당하기가 어려울것이 명백해졌다.

이 엄청난 빈구석을 무엇으로 메꿀것인가. 잠시도 지체할수 없는 중대한 문제를 좌중에 던지신 수령님께서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셨다가 저력있는 어조로 또박또박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내 생각에는 농사가 잘 안되는 자강도의 화전들이나 강원도농촌들에는 뽕나무를 많이 심어 가잠을 치고 참나무림이 무성한 산지대들에는 가둑누에를 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계응상이며 신철웅이네들은 전적인 공감을 표시하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말씀을 듣고보니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방안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전국적판도에서 잠업을 발전시킬데 대하여 모색하시면서 이런 결심을 내리신듯 거침없이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정색하고 계속하시였다.

《얼마전에 나는 잠학연구소에서 전쟁기간에 새로 육종한 가둑누에품종을 보았는데 닭알처럼 크기도 하거니와 고치무게도 재래종보다 대단히 무거워졌습니다.

그래서 가둑누에를 대대적으로 쳐보자는것입니다. 국장동무! 현재 우리 나라에 가둑누에림이 얼마나 될것 같습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리에서 일어난 신철웅은 면구스러워 어쩔바를 모르며 나직이 대답했다.

《적어도 7~8만정보는 될것 같습니다.》

《7~8만정보라, 이제는 그것도 잠업원료기지로 나라의 재산장부에 등록해야겠는데 어림짐작으로 계산할수는 없습니다. 각 농업대학 잠학부학생들과 잠업기술일군양성소 학생들로 조사대를 무어 잠업면적을 확정하는것이 좋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철웅은 웅글은 큰 목소리로 힘있게 대답했다.

수령님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또한 나는 우리 나라에서 피마주누에를 칠수 없겠는가를 의논해보고싶습니다.》

세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의미있는 표정을 지었다. 알려진데 의하면 피마주누에는 씨앗만 심으면 당해에 암만이고 피마주를 자래워 누에를 칠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피마주잎으로는 누에를 치고 열매로는 기름을 짜고 대체로 섬유원료를 할수 있다니 이야말로 일거삼득이 아닌가.

허나 보다 중요한것은 뽕나무를 심어가꾸어 뽕잎을 따자면 6~7년이 걸리지만 피마주는 당해에 피는 잎으로 누에를 기를수 있다니 이것만 보급할수 있다면 미구하여 조업하게 될 견방직공장의 원료문제를 어렵지 않게 풀수 있을것이 아닌가.

수령님의 말씀을 새겨들은 신철웅과 기사장은 두눈이 번쩍 띄여졌다. 철웅국장은 뜨거워지는 눈길로 수령님을 우러렀다.

이 문제야말로 잠업국을 직접 책임진 자신이 먼저 깊이 헤아리여 수령님께 건의해야 할 일이였다. 그러나 또다시 수령님의 일깨우심을 받고야 그에 생각이 미치고보니 죄송함을 금할수 없었다.

하기에 그는 수령님의 가르치심을 받을 때에는 언제나 헤아릴길 없는 그 뜻의 깊이에 매혹되여 지체없이 행동으로 내닫고싶은 열망으로 가슴이 높뛰였다.

수령님께서는 계응상에게 주의깊은 눈길을 보내며 말씀하시였다.

《계선생, 어떻습니까. 어떻게 해야 피마주누에를 대대적으로 칠수 있겠습니까?》

신철웅과 기사장의 눈길도 계응상의 갸르스름한 얼굴에 쏠리였다. 그러나 계응상은 잔주름이 얽힌 약간 벗어진 이마를 반쯤 숙인채 침중한 표정을 짓고 묵묵히 앉아있는것이였다.

신철웅은 애타게 조여드는 마음을 걷잡을수 없었다.

이윽고 계응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계응상선생!》

수령님께서는 상반신을 약간 앞으로 굽히시며 정중하게 권고하시였다.

《그냥 앉아서 말씀하십시오.》

계응상은 엉거주춤하고 서있다가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눈을 감고 대답할 말을 고르는듯 가슴까지 드리운 흰 턱수염을 가만히 쓸어내리는것이였다.

63살이 된 이해에도 그가 돋보기를 끼지 않고 활자가 깨알같은 백과사전을 거침없이 읽어나가는것도 이런 엄밀한 섭생의 덕분일것이다. 그러나 신철웅은 몸둘바를 몰랐다.

다년간 계응상과 손잡고 일해오는 그는 일부 사람들이 계박사의 성미가 괴벽하다고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이 어이없어하는 일들, 사과를 네쪽으로 내여 한번에 한쪽씩만 먹는다든가 과학원원사이며 박사이고 중어, 영어, 도이취어, 일어를 자유롭게 회화할줄 아는 현대인중에서도 가장 현대적이라고 할수 있는 그가 집에서는 잠뱅이를 입고있고 뽕밭을 돌아볼 때는 왕얼기짚신을 신고다닌다는것도 개성이 있는 과학자다운 행동으로 리해하고있었다.

그러나 수령님앞에서 무엄하게도 눈을 감고있는 모습은 차마 그저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그는 계박사에게 알아차려 행동을 삼가하라고 그만이 여겨들을수 있게 군기침을 깇었다. 계응상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변덕을 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습관을 쫓는것이 응당한 일이라고 여기는듯 했다. 조용히 눈을 뜬 계응상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수령님! 당장 피마주누에를 생산에 도입하는것은 곤난할것 같습니다.》

《뭐라구요?》

신철웅은 저도 모르게 두눈을 치뜨고 물었다. 기술적타산에 들어가서는 좁쌀알도 세여서 먹는다는 기사장도 아연하여 나직이 물었다.

《계선생은 어떤 조건을 념두에 두고 그렇게 말씀하시는지요?》

신철웅과 기사장이 놀란 그만큼 계응상은 침착해지는듯 했다. 그는 수년간 현미경으로 누에를 들여다보던 버릇인듯 응접탁의 어느 한 점에 시선을 박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자기의 견해를 서슴지 말고 피력하라는듯 계응상에게 격려의 눈길을 보내시였다.

계응상은 마른침을 꿀떡 삼키며 힘주어 말했다.

《원래 피마주누에의 원산지는 인디아의 아쌈이라는 열대지방입니다. 산에서 야생하던 풍경수라는 누에를 순화시킨것이 이 누에이지요. 이런 열대성누에를 온대지방인 우리 나라에서 광범히 치자면 먼저 충분한 실험을 통하여 그것이 가능하다는것을 증명해야 된다고 봅니다.》

《계선생!》

신철웅은 계응상이 말을 끝내기가 바쁘게 조용히 론박했다.

《사람들은 열대성식물인 야자수와 고무나무를 한대지방에서도 관상용으로 얼마든지 자래우고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 누에를 치겠다고 결심하고만 나선다면 온천주변에 온실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그걸 당장 생산에 도입하는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누에한테 필요한 조건을 지어주는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계응상은 흰 턱수염을 알릴듯말듯 흔들며 설명했다.

《우리 나라에 적응된 생활성이 강한 누에로 만들어야만 무리로 키울수 있기때문에 그러는겝니다.》

세사람이 심각하게 주고받는 말들을 주의깊게 듣고계시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물으시였다.

《계응상선생, 그 피마주누에를 우리것으로 만들자면 몇해쯤 필요하겠습니까.》

《가능한 모든 힘을 다 기울이겠습니다만 제가 당장 이 자리에서 기한을 정하기는 곤난합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시였다.

역시 거짓을 모르는 학자다운 대답이라고 여기신것이다.

계응상은 힘주어 덧붙였다.

《그동안 저희들은 수령님께서 보내주신 누에종자를 순계로 분리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연구집단에서는 이제부터 생물학계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새로운 종간교잡업을 찾아내여 피마주누에의 본성을 우리가 요구하는대로 변화시키려고 하고있습니다.》

《종간교잡에 대한 연구성적은 현재까지도 말과 하늘소사이에는 후대가 생기지 않는다는것이 어쩔수 없는 사실로 되고있는데 그런 미지의 문제가 해결될걸 믿고 정책을 세울수는 없지 않습니까.》

기사장의 신중하면서도 맵짠 말에 계응상은 안색을 흐리였다. 회의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수령님께서는 좌중의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시려는듯 담배곽을 꺼내시여 신철웅과 기사장에게 권하시고 자신께서도 천천히 한대를 뽑아드시며 말씀하시였다.

《계응상선생! 담배 좀 피우겠습니다.》

《예?!》

계박사는 너무도 겸허하신 수령님의 말씀에 황송하여 무엇이라고 대답을 올려야 할지 몰라하며 부지중 몸을 일으켰다 앉았다.

수령님께서는 계박사가 담배를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는것을 알고계시였다. 한것은 그가 무시로 어루만지는 누에들이 담배를 질색해하기때문이다. 정갈한 생물체인 누에는 애연가의 몸에서 풍기는 니꼬찐냄새를 맡기만 해도 머리를 돌릴뿐아니라 담배밭가까이에 있는 뽕밭에서 따온 뽕을 먹고 중독되면 뒤로 나자빠지면서 푸른 물을 토한다고 한다.

수령님께서는 누에를 위해 일생을 고스란히 바치며 그것을 자신의 살붙이처럼 여기는 계박사의 순박한 심정을 더없이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시였다.

수령님께서 피우신 담배연기는 심원의 사색에 잠기신 그이의 가없는 심정이신듯 가물가물 피여올라 자취도 없이 흩어져버리는것이였다. 신철웅과 천만국은 그이께서 권해주신 담배를 손에 쥔채 뿌옇게 흐려오는 눈길로 그이를 우러렀다.

《수령님!》

신철웅은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솟구치는 격정을 터놓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린 꼭 1~2년내로 누에고치생산을 전쟁전수준으로 올려놓고야말겠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좌중을 둘러보시며 확고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 그러면 우선 파악있는 가잠과 가둑누에에 힘을 집중합시다. 피마주누에도 연구사업을 심화시켜 하루속히 우리의 누에로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하겠습니다.

국장동무, 계응상선생과 잘 의논해서 누에고치생산을 부쩍 높이도록 일을 짜보시오.》

《예, 알겠습니다.》

신철웅은 힘있게 대답을 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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