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70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9 장


5


계응상박사가 산길을 타고 신오리에 있는 형네 집에 찾아든 때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마을에는 적들이 벌써 신의주까지 밀려들어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형네 집 사랑채에는 황해도 안악에서 살다가 안해가 지스토마로 죽는 바람에 딸자식이라도 살리겠다고 물좋은 고장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이 마을에 찾아들어왔다는 《황해도내기》부녀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미국놈들이 정주읍에 들어오자 사랑채의 《황해도내기》가 불쑥 리《치안대》대장으로 나섰다.

《공화국은 망했다. 당신도 이젠 자수하고 미국사람들을 위해 복무하라. 이름난 박사이니 이 제도에서나 저 제도에서나 기술을 가지고 벌어먹기는 마찬가지다.》

《황해도내기》는 안채에 피난 와있는 계박사에게 이렇게 지껄였다. 일은 난처하게 되였다.

처지가 가긍하여 인정을 베풀어 사랑에 들인자가 변성명하고 몸을 숨긴 안악고을의 지주놈이였다는것을 어찌 알았으랴. 군 《치안대》에서 계박사의 행처를 수소문하던 끝에 그가 신오리 형네 집에 숨어있다는것이 드러난것도 바로 이때였다.

리《치안대》대장이 되였지만 어려운 때 인정을 베풀어준 집사람들을 모르쇠할수 없어 매일같이 계박사한테 찾아와 《자수하라, 자수만 하면 당신같은 사람은 호강하며 살수 있다.》고 하던자가 갑자기 군에서 계박사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자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고발했던것이다.

《황해도내기》는 그날 아침 리《치안대》대원 두명을 데리고 밤나무 우거진 경동부락 계박사 형네 집으로 찾아올라왔다. 그는 대문을 열고 안마당으로 들어서며 큰소리로 웨쳤다.

《계선생! 수났수다. 서울서 온 미국어른이 군에 와있는데 선생을 찾수다! 내 뭐라구 그러던가요. 아무러면 미국신사들이 박사를 소홀히 하겠소?》

웃방에 들어앉아 글을 쓰고있던 계박사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밖으로 나섰다.

그는 널뛰듯 하는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서울서 온 미국사람?)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 피끗 떠올랐다.

남조선에서 그를 찾아올 미국놈이란 과연 누구이겠는가?

《내 무슨 영문인가 하구 군〈치안대〉 아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박사선생을 모셔갈려구 스리쿼다를 탄 미국장교어른하구 중절모 쓴 신사랑 몇사람 와있다더군요. 아마 남에 있을 때부터 선생을 잘 아는 사람들같더군요.》

《흠.》 응상은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였다.

그가 아는 놈들이라면 다른자들일수 없었다. 이미 그가 영원히 한길을 걸을수 없는 놈들로 단정하고 결별했던자들! 그자들이 무엇때문에 선두부대가 지나가기 바쁘게 부랴부랴 나타나 그를 찾는것인가. 어디 가버린줄 알았던 지난날이 또다시 그의 앞길에 되풀이될줄을 어찌 알았던가.

응상은 그자들이 무엇때문에 이렇게도 악착스레 그를 따라다니는가를 짐작키 어렵지 않았다.

그는 자기의 일생을 총화할 때가 왔다는것을 느꼈다. 비장한 결심을 다진 계응상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치안대》대장놈의 펀펀한 낯짝을 쏘아보다가 홱 돌아서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아래목에 놓인 앉은뱅이책상우에는 서문을 써놓은 《가둑누에학》원고가 놓여있었다.

쓰려고 맘먹고 준비를 해놓은지 여러해가 되였으나 좀체로 시간을 낼수가 없어 미루어왔던 일이였다. 일진광풍에 불려 뜻하지 않게 궁벽한 산촌농가에 박혀있게 되였으나 계응상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감을 손에 잡았다.

어차피 미친 바람은 지나갈것이요, 평화로운 생활이 다시 계속되면 이 나라 인민들은 생업을 유지해야 할것이다. 불타버린 강토우에서 무엇으로 새생활을 꾸려나가랴.

귀한 《황금나무》들도 반나마 타버렸으니 산야에 무성한 잎나무들을 모조리 비단으로 만드는 비결을 인민들에게 알려주리라.

《미국놈들이 압록강까지 쳐들어갔다.》

《마산면소재지에도 미군을 가득 태운 트럭이 다녀갔다.》…

밖에서는 날마다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지만 계응상은 산악을 타고앉은 사나이인듯 태연하게 앉아 원고를 써나갔다. 그런데 사악한 무리들은 한사코 그가 가장 사랑하는 그 사업에 전념하지 못하도록 이 세상 끝까지 따라다니며 훼방을 노는것이 아닌가. 괘씸한 놈들, 어느때까지나 못된 바람을 일구며 이 땅을 돌아칠 작정인고.

안뜨락에서 두세두세 하던 철딱서니없는자들의 란잡한 지껄임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집안은 괴괴했다.

눈을 감고 턱수염을 내리쓸던 계응상은 돌연 두눈을 번쩍 떴다. 그는 불길이 펄펄 이는 눈을 들더니 책상을 끌어당겨놓고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불은 불로 끄랬다. 참을수 없는 정적, 무료한 한순간도 용납할수 없는듯 그는 정신없이 글을 써나갔다.

그의 눈앞에는 수십만마리의 누에들이 불타죽으며 아우성치던 광경이 얼른거리고있었다. 널름거리는 불길속에 뛰여들어 귀여운 머리를 마구 휘젓는 잠박을 그러안고 정신없이 뛰여나오던 그때와 같이 가슴이 활랑거리였다.

이 악귀같은 놈들아, 안된다. 네놈들이 제아무리 우리의 생활을 재가루로 날려버리려 해도 우리는 이 강산에 황금나무가 무성하게 설레이는 락원을 건설해놓고야말것이다. 계응상의 만년필끝에서는 불이 이는듯 하였다.

마당앞에서 자동차경적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리며 대문이 소란스레 열리고 마루를 울리는 신발소리, 문 열어제끼는 소리가 울릴 때까지도 계응상은 책상앞에 머리를 숙이고 그 어느때보다도 더 정력적으로 원고를 집필하고있었다.

《계선생! 그간 공산정권하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장판방에 들어선 안상길의 목소리가 울릴 때에야 계응상은 책상우에서 시선을 떼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몸을 일으키여 우둑우둑 방안으로 들어서는 안상길이며 한때 그의 배척을 받고 시험장에서 쫓겨나갔던 눈이 빼빼한 최병달이며 개기름이 번들번들하는 양창술의 두툼한 상판을 일별하였다.

《안상길이, 네가?》

《허허, 놀랍습니까? 선생을 모셔가려구 불원천리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제임스선생두 정주읍에서 선생을 기다리고있지요.》

응상은 입가에 고소를 머금었다.

《계선생, 듣자니 선생은 공산정권하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은것 같지 않더군요. 목숨을 구하듯이 유전학을 지켜온 당신이 〈반동학자〉라는 말을 듣기가 과연 유쾌했겠소.》

《옳습니다. 계응상선생은 공산주의사상바람에 몸서리치는 감투를 썼댔지요. 사람이라면 그걸 잊을수야 없지요.》

눈이 빼빼한자가 재빨리 한마디 주어섬겼다.

《이역만리에 건너가 피땀 흘리며 번돈으로 사놓은 땅을 강짜로 빼앗은자들밑에서 굽신거리며 일하기가 즐거을리 없었을겝니다.》

양창술이 두툼한 입술을 놀리며 덧붙였다.

《지당한 말씀들입니다. 내 그래서 계선생한테…》

《황해도내기》도 한점 따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듯이 재치있게 말을 꺼냈으나 안상길이 《가만.》하고 그의 말을 제지시켰다.

짧은 마가을의 엷은 해빛이 스러지고있는 서창을 힐끗 쳐다본 상길은 자못 여유있는 태도로 용건을 터놓았다.

《계선생! 빨갱이정권은 끝장났습니다. 이 엄연한 현실이야 인정하지 않을수 없겠지요?! 지체없이 우리하구 곧장 서울로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린 공산주의자들처럼 그렇게 편협한 인간들이 아닙니다. 이제라도 선생이 흔연히 마음을 돌이키면 백만장자도 부러워할 그런 직책을 맡기자고 합니다.》

두눈을 지그시 감고있는 계응상의 볼편이 푸들푸들 떨리였다. 꾹 다물린 입술언저리에는 쓰거운 미소가 감돌고있었다.

《물론 청렴결백한 선생이니 부귀영화따위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걸 잘 압니다. 그렇지만 공산정권이 선생을 크게 믿구 존대해준건 또 뭡니까. 계급투쟁의 몽둥이를 휘두르며 땅을 수탈하구 반동학자라고 몰아댄것밖에 무엇이 있는가 말입니다.》

상길은 또박또박 쪼아박듯이 말했다. 조용히 눈을 뜨고 상길을 지그시 바라보던 계박사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어쨌든지간에 나는 절대로 이 제도를 배반하고 그 어데로도 가지 않겠다. 너희들은 내가 이 땅에서 간직한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를 영영 알지 못할것이다. 더 할 말이 없다.》

방 한가운데에 서있는 계응상의 자태는 도고하고 태연자약했다. 안상길은 돌연 표표한 기색을 지었다.

《계선생! 우리가 말공부나 하다가 순순히 물러가자구 이렇게 찾아온줄 아시오? 선생과 마지막결산을 하자구 왔단 말입니다. 하루밤동안 생각할 여유를 줄테니 곰곰히 궁리를 해보는게 좋겠습니다.》

말을 마친 상길은 홱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따라왔던자들도 우선우선하면서 밀려나갔다. 그러나 양창술은 그 자리에 머물러서서 측은한 눈길로 응상을 건너다보며 넌지시 말했다.

《…소문에 의하면 자네가 광동에 가있을 때 종란업을 크게 해서 약차하게 돈을 벌었다더군. 솔직히 말해보게. 자네가 그런걸 전혀 타산하지 않았다면 그 먼 이역만리에 십년세월 가있었겠나?》

《무얼 말하자는건가?》

《세상에 청렴결백하기루 소문난 계응상이두 청교도인은 아니란 말일세. 듣자니 제임스씨가 자넬 데려다가 다시 수원농사시험장 장장을 시키자는 모양이야. 그게 어떤 자린지 아나? 만석군 지주 못지 않은 자리란 말일세. 찍소리 말구 래일 아침 읍으루 나가자구. 이건 고향친구로서 하는 나의 마지막부탁이야.》

《아니.》

응상은 단호하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개기름이 흐르는 양창술의 늘어진 볼편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했다.

《어서 가보게.》

《흥, 그래두 속은 살아가지구 내 원.》

창술은 코웃음을 치고는 게두덜거리며 밖으로 나가고말았다. 대문곁에는 《치안대》완장을 두른자가 붙어서서 계응상을 감시하고있다.

자정이 넘었다. 마을 한끝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울려왔다. 까딱하지 않고 벽에 기대여앉아있던 응상은 솔곳이 등걸잠이 들고말았다. 헤여날길 없는 악몽속에 빠져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던 그는 와뜰 놀라 깨여났다.

면소재지쪽에서 자지러진 총소리가 나는듯싶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한식경이 지나도록 조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웃집 개가 자발스럽게 짖어대기 시작하더니 겁에 질려 꽁무니를 사리는 낑낑소리가 났다.

오고야말 그 일이 닥쳐왔다는것을 의식한 응상은 어금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한생을 바친 노력이 헛되지 않아 마침내 이삭을 거둬들이게 된 때에 이렇게 생을 결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통분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치욕을 당하느니 떳떳이 죽음을 맞으리라 비장한 결심을 다지고 나서자 응상의 마음은 더없이 평온해졌다.

숨막히는 침묵속에 조심스런 발자국소리가 나는듯 하더니 방문이 소리없이 열리였다.

《선생님!》

응상은 두눈을 감은채 미여지는듯 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계응상선생님!》

누군가가 그의 몸을 어루더듬고 잡아흔드는 환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것은 환각이 아니라 심신으로 감각할수 있는 놀라운 사실이였다.

《건재해계셨군요. 선생님, 우리는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박사선생님을 모셔가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천정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전지불아래 내무원복을 입은 새파란 젊은이의 모습이 눈앞에 확 안겨왔다. 응상은 꿈결에서처럼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 평북도당위원장에게 자기를 구출해올데 대한 간곡한 가르치심을 주시여 도내무국 내무원들이 전선을 넘어 이곳까지 파견되여왔다는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계응상의 두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히였다. 그는 목이 메여 속삭이듯 말했다.

《장군님께서 이 미련한 인간을 구원해주시기 위해 이런 험지에까지 사람들을 보내주셨단 말인가.》

한결 훤히 밝아진 마당에서 두런두런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울려왔다.

《기름치같은 놈, 나머지는 딴집에서 잤다는데 어디루 빠졌는지 찾을수가 있어야지.》

《에- 분한데.》

《선생님, 밖에 나가봅시다.》

젊은 내무원의 말소리에 이끌려 방문을 나선 응상은 놀람에 차서 마당가운데에 눈길을 주었다. 거기에는 뜻밖에도 포승줄에 묶이운 안상길이와 양창술이 서있었다.

공포에 질려 고개를 푹 떨군 안상길이놈은 눈자위에 재가 앉은듯 뿌옇게 흐려진 눈을 허둥거리였고 양창술은 숨이 막혀오는듯 밭은 목을 돌리며 육중한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서있었다. 그러고보니 새벽에 울린 총소리는 내무원들이 이자들을 불의에 족쳐대는 소리였던것이다. 대문곁에서 서성거리던 놈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내무원들이 들려주는 말에 의하면 리《치안대》대장과 최병달이놈은 아쉽게도 그만 놓치고말았다는것이였다.

응상은 마당가운데로 나섰다. 엊저녁까지만도 온 세상을 제 손아귀에 쥐기라도 한듯 얼마나 기고만장했던자들인가. 그는 경멸에 차서 안상길을 바라보았다. 계박사와 눈길을 마주친 상길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무너져내리듯 땅바닥에 펄썩 주저앉으며 애처롭게 속삭였다.

《선생님, 제발 저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난, 난 다 말하겠습니다. 제… 제임스는…》

계박사는 욕지기가 나는듯 외면하고 돌아섰다. 상길의 눈빛은 벌써 산사람의 그것이 아니였다. 송장이나 다름없이 기가 죽은자에게 무슨 말을 하랴. 살고싶다는 단말마의 동물적인 본능만이 번지르르한 그의 상판에 새겨져있었다.

(너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면모를 상실했구나. 과연 한때 너같은자가 내 나라의 누에를 함께 되살리자고 내곁을 감돌아쳤던가. 스승에 대한 제자의 의리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그때부터 너는 인간이기를 그만두었을뿐만아니라 조국에 대한 치욕스러운 배반자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더냐.)

고개를 푹 숙인 상길이놈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제는 그 어떤 요술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은 모양이였다.

그는 산길을 타고 호송해가던중 뒤를 보겠다고 홈태기로 내려섰다가 살괭이처럼 줄행랑을 놓는것을 내무원소위가 뒤따라가 권총으로 쏘아죽였다. 살아생전에 개보다 못한짓을 많이도 하더니 마지막죽음도 그렇게 비참했다.

그러고보니 계응상을 해치려고 달려든 무리들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것은 어려서부터 한마을에서 살아오던 양창술이뿐이였다.

노상 개기름이 번지르르하게 흐르고 능글능글한 미소가 떠돌던 그의 얼굴에는 진창이 얼숭덜숭 묻어있었다. 산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단 한번도 길없는 산길을 걸어본적이 없는 창술은 비청거리며 간신히 걸음발을 내디디고있었다.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하여 살아오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당길을 같이 다니던 두사람사이가 어찌하여 이처럼 어망처망하게 버그러지고말았는가.

일찌기 그들중 한사람은 끊임없는 노력속에, 다른 한사람은 오로지 향락만을 추구하며 저마끔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며 살아왔다. 한데 결국 그들은 일생을 어떻게 총화하게 되였는가 말이다.

인간의 삶이란 호두속같다던 옛사람들의 말 그르지 않았다. 그는 무위도식과 허황방탕한 생활속에 자기 한사람의 안락만을 찾으면 그만이라고 여겼다.

조국이란 무엇이냐, 제 잘 먹고 제 잘 사는 곳이 조국이지. 이런 말을 내놓고 지껄이며 만판 먹고 마시고 계집질하며 응상의 절제있는 생활을 도깨비향내만큼이나 질색해하더니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인간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조국과 무관계할수가 없었단 말이지.

하지만 사람이란 저마다 제 잘난멋에 산다고 그래도 딴에는 자기를 가장 현명한 인간으로 자처하면서 가소롭게도 계응상을 가르치려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창술은 마침내 락엽속에 코를 박고 엎드린채 애원했다.

《나, 날 죽여주소. 나같은걸 끌어가선 뭣하겠소. 으흐흑.》

《아니, 네놈은 끝까지 데리고가야겠다. 네 태묻은 고향땅에 데려다가 물곬 마을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겠다.

놀기 좋아하고 〈인심〉 후한척 하던 양창술이가 세상악한들을 모조리 끌고 어릴적 친우를 요정내려고 날뛰였다고…》

소위는 불을 토하듯 웨치며 무자비하게 창술의 덜미를 잡아일쿠었다. 그자는 육중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엎치락덮치락 송장처럼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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